옷가지랑 전공책(교양 하나만 남아서 싹 다 포장함)이랑 건조대 등등 남은 기간에 쓰지 않을 거 다 넘겨드렸는데 여러모로 작년 퇴관할 때가 생각나더라
작년...은 아니지 2월에 방학 거주기간까지 풀로 채우고 일주일간 정기검사 때문에 잠깐 나갔던 거니까
하여간 그 때는 목요일인가 금요일 평일에 당장 닥친 일이
1. 옷가지 정리
2. 다음 학기 거주할 기숙사로 짐 이관
3. 생활공간 청소
였음

일단 1은 그럭저럭 했음. 옷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었고
2부터 문제가 생겼음. 짐 운반용 카트는 규정상 해당 기숙사 주차장까지만 이동이 가능했고 그 너머 타 기숙사까지는 이동이 안 되는 거였음
근데 내가 전공책을 무식하게 종이박스에 때려박고 이관하려고 하는 바람에 박스는 무겁지, 기숙사끼리 거리는 멀고 경사는 가파르지, 짐을 넘겨야 옷 정리가 마무리되니까 혼자서 뭘 할 수가 없었음
결국 아버지께서 1시 반에 오실 때까지 존버를 타야 했고 자가용을 이용해 2를 해결함
그리고 1도 마무리해서 정리한 옷을 넘겨드림
이때부터 아버지께서 닦달을 하셨는데

3에서 문제가 제대로 터짐
아버지 닦달이 시작되니까 나도 마음이 급해졌는데 쓸고 닦고 샤워실까지 물 뿌려서 청소하고까진 했음
이게 1시간 걸리니까 아버지 마음 급해지셔서 1차 통화함
이제 입술이 바싹바싹 마르지
화장실을 청소해야 하는데 샤워기 호스가 안 닿아서 집에서처럼 할 수가 없는 거임
변기 뒤에 물때가 한가득인데 세정제 뿌리고 물 뿌렸더니 수압이 충분하지 않아서 안 닦임
여기서 2차 통화하는데 점점 아버지 워딩이 격해지시더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퇴관점검 빠꾸먹음
시간 급하니까 어거지로 했는데 화장실은 물론이고 창틀도 추가로 지적받았음
이때가 4시 무렵이었을텐데 아버지 3차로 통화하시는데 쌍욕까지 내뱉으시더라
나도 울먹이면서 재점검 요청했는데 조교가 칼같이 다시 하라고 또 빠꾸먹이더라
화장실에 물 청소는 쓰레기통에 물 받아서 뿌리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그렇게 하고 4시 40분인가 최종적으로 오케이 받고 퇴관함
퇴관 청소 및 짐 정리에 3시간이 걸림
그리고 조수석에 타자마자 아버지께서 그렇게 닦달하셨던 이유를 알 수 있었음

전날에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셔서 장례식 상주로서 올라가셔야 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었음
어머니께서는 전날 올라가 계셨던 상황이었고 아버지께서는 본인 업무도 해결하셔야 해서 하루 뒤에 올라가기로 하셨는데 내가 거하게 트롤링을 쳐버린 거지
이동시간까지 감안하면 반나절을 날려먹음
그 얘기 듣고 나서 집 도착할 때까지 고개를 못 들었고 아버지는 짐 내리자마자 바로 회사로 직행하셨다가 9시 무렵에 피곤해서 못해먹겠다고 한숨 쉬며 돌아오셨고 다음날 새벽같이 상경하심
이틀 뒤 돌아오신 어머니한테 듣는 천하의 불효자라는 악에 받친 훈계는 당연한 처사였고
다른 사촌형들 다 장례식에서 일하던데 넌 뭐하는 짓거리냐고 욕을 배로 먹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지난 번 집에 갔을 때 계획을 좀 더 체계적으로 짬
평일에 움직이기는 번거로우니 주말에 일차적으로 짐을 빼고 이불 등의 생필품은 시험이 끝난 다음 날 캐리어에 넣어서 혼자 버스 타고 귀가하기로 한 거지
아까 나열했던 순서를 다시 쓰자면
1. 옷가지 정리
2. 다음 학기 기숙사로 짐 이관
3. 생활공간 청소
였지?
이번이 막학기라 방학 때 머무를 필요조차 없으니 2랑 1이 합쳐짐
그리고 그걸 오늘 한 거임
머릿속으로 구상하는 건 애저녁에 끝났고 일주일동안 쓰레기 치우지도 않고 퍼질러지게 놀다가 어젯밤에 되어서야 아 맞다 빨래해야지 하고 급하게 세탁기 돌림
그리고 원래라면 오늘 아침 일찍, 한 7시 반쯤 일어나서 정리 시작하려고 했는데 피곤해서 알람 바로바로 울리는 거 꺼가면서 10시까지 잤음

이제 와서 얘기하는 거지만 저때까지 정리된 거 단 하나도 없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본인 방금 짐 정리 싹 끝내는 상상함! 하지만 어림도 없죠?"였음
여기서 머리를 조금 굴렸지
어차피 방 청소는 퇴관 전날에 하는 점검에 맞추면 될 거니까 시간상으로 여유가 꽤 있으니 먼지만 털어내고 짐 정리부터 올인하자는 생각이었음
물론 짐 정리하면서 쓰레기도 한 80% 정도 치웠지
진짜 다행인 게 처치 곤란한 게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건조대 가지고 좀 고민했는데 남은 기간에 빨래하지 않고 그대로 집으로 가져오면 될 거라는 아버지 조언 덕분에 결정 빨리 했음
지난달에 여름옷부터 가을옷까지 대부분 빼놔서 옷도 얼마 없었고 작년과 다르게 개짓거리도 얼마 안 해서 추가적인 짐도 거의 없었음(작년 개짓거리: 조리실에서 써먹을 웍 및 식기류 일체+무알콜 칵테일 만든답시고 동생한테 요청해서 받은 알루미늄 셰이커/식기류는 어머니가 캠핑에서 잘 쓰고 계시고 셰이커는 등짝스매싱 1대 추가 외에 사용처가 없었음)

그래서 옷 정리가 1시 무렵에 끝났고 생활용품을 정리해야 하는데 한 5분동안 마법이라도 부리는 것마냥 허공에 방향지시만 하면서 계획 짜기만 함
얼추 머리 정리하고 1차 정리했더니 배도 고프고 박스테이프도 없어서 2시쯤에 편의점 갔더니 계산하려는 찰나 어머니 전화가 와서 셀프계산대에 지갑까지 놔두고 나와서 받았음
캐리어 중간 거(기내용) 말고 큰 거(화물용)로 가져와달라고 1시 반쯤에 요청했어서 그거 관련한 건이었음
퇴관날 챙길 게 뭐 그리 많냐고 하셔서 헤아려보고 중간 거로 바꿔달라고 했고 통화 끝내고 편의점 들어가서 마저 결제함
진짜 박스테이프는 꼭 퇴관날에 필요한 걸 입주할 때 가져올 생각을 안 해서 쓸 때마다 많이 쓰지도 않는데 매번 사게 되더라
그래도 이번엔 전공책 한꺼번에 넣는다고 박스에 테이프질 엄청 하긴 했음

짐 정리는 한 3시쯤에 최종 마무리함
부모님 4시 10분에 도착하셨는데 이불까지 넣으라고 화물용 캐리어 들고 오셨더라?
아무래도 퇴관날 카트 대여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캠핑용 카트도 따로 가져오셨는데 아무래도 카트가 너무 큰 만큼 실제로 쓰진 않았음
이번엔 나도 지난번에 욕 먹은 게 생각나서(스스로도 반성하고 있는데다가 두고두고 까이기도 함) 최대한 빨리 귀가시켜드리자는 생각에 빠릿빠릿하게 움직임
제일 시간 지체되었던 게 카트대여였던 것 같은데 QR 대여로 하라길래 학생증 체크인인가 싶었는데 구글 폼이더라;;; 관생자치회 자식들 날 바보로 만들다니

쨌든 이번 짐 정리는 4시 40분에 별 탈 없이 끝났고 부모님도 짜증 하나 없이 귀가하셨음
다만 청소는 미루지 말고 바로바로 하라고 하셨음
개인공간이야 진짜 다행스럽게도 벌레가 없어서 쓸고 닦기만 하면 될 것 같은데

공용공간이 막막해서 그저께 아침밥 먹고나서 조언 받아놨음
다이소 가야 되는데 오늘은 바람이 매서워서 나가기도 껄끄러우니 내일 아니면 모레 각잡고 하지 않을까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