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물 적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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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야?”

그거옷이잖아.”

이것도 옷이야?”

 

방바닥에 가득 널브러진 옷더미 속에서 용용이는 그닥 흥미 없는 듯이 손가락으로 천조각을 들어올리며 같이 살고 있는 소년에게 물었다.

 

배가 출출한데 선물이라고 온 것들이 먹을거라곤 없고 죄다 옷이라는 천쪼가리뿐이었으니 재미가 없었다.

 

차라리 새로운 무언가 한 번도 못봤던 처음 보는 물건이라도 본다면 무섭겠지만 재밌을텐데-. 그리 생각했다.

 

그럼 이것들은 저리 치우고 다음 상자나 봐.”

“...또 있어?”

 

보나마나 또 옷이라는 이름의 천쪼가리겠지라며 흥미는 없지만 뒷짐을 지고선 새침하게 다가갔다.

 

그리고 소년이 연 상자 안을 들여다보니

 

끄앙!”

 

처음 보는 새로운 무서운 물건들이 들어있었다.

용용이는 그대로 고양이처럼 튀어올라 뒤로 물러났고 그런 그녀를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는 소년.

 

“...처음보는 물건은 전부다 무서워하고 보네고양이도 그렇게 무서워하진 않겠다.”

 

그러면서 그가 상자에서 꺼낸 첫 물건은 마사지기였다.

허브라던지 음험한 곳에서 나올법한 그런 단순무식한 마사지기가 아닌 할머니 할아버지가 사용할법하게 생긴 그런 요란스런 마사지기였다.

 

이야이런 무식하게 큰걸 보내는 사람도 있구나어깨가 무거울까봐 그런건가.”

 

하지만 소년의 머릿속은 음험한지 기분나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용해볼래?”

그게 뭔데?”

 

구식처럼 생겼어도 무선으로 사용 할 수 있는 기구인지 거대한 진동과 함께 요란한 소리를 냈다.

 

햐아아아악!”

 

고양이 비명소리를 내버리는 용용이그런 그녀에게 서서히 다가가는 소년.

표정이 음험해서 그렇지 나쁜 짓은 안할거라는 믿음에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서서히 다가오던 그는-.

 

...............”

 

무지막지한 진동을 가진 마사지기를 그녀의 어깨에 갖다 댔다.

 

시원해?”

 

산속에서 야수를 때려잡는 그녀에게 이런 미약한 마사지기는 아무런 효과도 없었지만미묘하게 떨리는 감촉은 재미있었다.

 

게다가 빠르게 흔들리는 목소리에 흥미가 생겼다.

 

............”

 

용용이는 마사지기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가슴은 아랑곳하는 듯 덜덜 떨렸다.

강한 진동의 그녀의 몸을 떨리게 했으니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순진한 용용이를 이용하는 건 참 쉬었으니 소년의 얼굴엔 사악한 낯빛이 드리웠다.

 

.....?”

 

그녀의 질문에 좋은 감상타임을 아쉽게 끝낸 소년이 다시 상자로 다가갔다.

 

이것저것 잡동사니들이 가득한 상자 안에는 스프링날린 너클 장난감악어 모양을 한 복불복 장난감그리고 끈적한 슬라임이 들이었는 액체괴물 등등 장난감 위주의 상자였다.

 

고맙게도 종류별로 분류해서 보내준 듯 했다.

 

하지만 전부 용용이의 흥미를 끌지는 못했다.

새로운 물건으로 인한 공포감을 유발했다고 하면 그건 성공했다.

 

그리고 용용이의 시선을 확실히 사로잡은 물건도 있었다.

 

-꿈틀-

 

분명 그렇게 움직였다.

 

꿈틀?”

 

의성어가 들린 듯한 착각.

 

소년의 손에 들린 것은 보라색의 거대한 촉수.

 

차라리 오징어 다리나 문어 다리라고 한다면 기겁까진 안했을거다하지만 이건 분명히명백히 촉수라고 불릴만한 다리였다.

 

빨판이 없었으니 명백했다끈적한 체액을 흘리고 있었으니 확실했다.

 

그건 촉수였다.

 

꾸에에에엑!”

 

소년에게 잡힌 촉수는 빠르게 그의 팔을 타고 올라 그를 감쌌다그렇게 소년은 저항도 하지 못하고 촉수의 포로가 됐다.

 

살려줘!”

 

기묘하게 꿈틀거리는 움직임에 묘한 그리움을 느낀 용용이는 소년을 감싼 촉수를 가만히 바라본다그리고 마음에서 불타오르는 투지 비슷한 것을 느꼈다.

 

아아익숙하고도 차가운 이 감각그곳에서 봤던 그 괴물이구나.”

 

오랜만에 만나는 야생의 감.

 

그리고 솟아오르는 투지.

 

용용이는 주먹을 불끈 쥐고 천천히 소년에게 그리고 촉수에게 다가간다.

 

안 돼!”

 

자신의 목숨이 경각에 달한 것을 직감했는지 소년은 단말마를 내질렀다하지만 이미 눈에 불을 켠 용용이를 막을 순 없었다.

 

꽉 쥔 주먹이 들리고 송곳보다 날카로운 그녀의 손가락이 아주 살짝 튀어나왔다꿀밤을 맞는다면 꿀밤이 아닌 드라이버로 내리 꽂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예리하고도 단단한 손가락.

 

!”

 

단전에 힘을 주고 용용이가 주먹을 내질렀다.

 

받아라용용펀치!”

꾸에에에엙!”

 

용용이의 강력 매콤 펀치를 맞고서 촉수와 함께 가루가 되어버린(기분탓소년은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숙주로 삼을 육신이 기절해버리자 당황한 촉수는 도망치려고 했지만 이미 야수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용용이의 손은 피할 수 없었다.

 

너도 받아라용용 불닭볶음펀치!”

무슨 기술 이름이 그래...’

 

분명 촉수가 생각을 할 수 있었다면 이리 생각했으리라.

 

내가 촉수를 물리쳤다근데 뭐 하려고 했었더라?”

 

시청자들이 보내준 물건으로 사회문물 적응기라는 컨텐츠를 미리 준비하려 했던 계획은 어느새 소년처럼 가루(기분탓)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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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까와 용용이의 세계관이 처음으로 이어진 버스글이당!


본문

https://arca.live/b/commission1/524276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