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동안 커미션 신청자로써 살아오면서 작가 친구도 사귀고 외주판에서도 몇번 놀아보면서 배운 경험을 좀 써보자 합니다.

이미 커미션을 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커미션을 처음 입문하거나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작가님들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0. 커미션이 뭐지?

Commission - 사전적 의미로 주문, 혹은 의뢰를 뜻하며, 커미션판에서는 타인에게 대가를 받고 그림을 그려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국이 아닌 일본, 영미권 등 해외에선 Request라는 단어를 주로 쓰며, 의미는 위와 같습니다.

1. 내가 커미션을 해도 될까?

세상엔 수많은 그림체와 다양한 실력을 지닌 작가들이 많습니다.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개성이 있다면 사람들은 신청할 것이고, 개성이 부족하더라도 실력이 좋다면 사람들은 신청할 것입니다.

우선 홍보글을 올려보세요. 신청이 들어오지 않더라도 낙담하지 말고 꾸준히 공부하여 실력을 올리고 개성을 찾아간다면 신청자는 반드시 생겨납니다.

2. 커미션을 받고 싶은데, 뭐부터 해야하지?

먼저 어느 타입으로, 무슨 체형으로, 얼마나 그릴지를 정해야 합니다.

타입은 주로 풀채색 컬러, 러프느낌의 낙서 등이 있습니다.

체형은 주로 SD, LD로 나뉩니다.

얼마나 그릴지는 머리의 시작부터 어디까지를 그릴지를 뜻합니다.

그 외에 오마카세라고 하는 특수한 옵션이 있습니다.

2~3등신으로 데포르메를 강하게 주는 그림체인 SD

얼마나 그릴지에 대해서는 SD는 보통 전신이 대부분이나, 작가에 따라서는 허리까지 그리는 반신과 발끝까지 그리는 전신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6~8등신으로 데포르메를 약하게 주는 그림체인 LD

LD는 보통 머리만 그리는 두상 (속칭 대갈치기)

가슴까지 그리는 흉상

골반~무릎 위까지 그리는 반신

발 끝까지 그리는 전신으로 나뉩니다.

4가지 범위를 모두 할 필요는 없으며, 두상이나 반신만 받는 등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타입을 정했다면 상세사항을 정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는 보통 가격, 마감기한, 컨펌, 연락방법 입금법 등을 정하게 됩니다.

마감기한은 채색그림 기준 자신이 러프부터 완성까지 얼마나 걸리는지를 확인해본 뒤 +7일을 한 뒤 1달 이하라면 넉넉하게 1달로 하는것을 추천드립니다.

마감기한을 빡빡하게 잡으면 예기치 못한 문제나 느린 컨펌등의 이유로 마감기한을 지나버리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어느정도 여유를 주는 것이 좋습니다.

컨펌은 채색그림 기준 보통 러프에서 한번, 선화에서 한번, 밑색 또는 최종본에서 마지막으로 받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러프 컨펌 단계에서는 캐릭터의 체형과 특징, 전체적인 구도를 체크합니다. 보통 이 단계에서 가장 많은 컨펌이 발생합니다.

선화 컨펌 단계에서는 캐릭터의 디테일한 부분과 세세한 구도를 체크합니다. 가끔 러프 단계에서도 컨펌이 가능했던 걸 놓쳤다가 뒤늦게 발견해 이 단계에서 컨펌 요청이 오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역랑에 따라 받으시면 됩니다.

밑색 또는 최종본에서는 캐릭터의 색감과 디테일한 부분들을 체크합니다. 이 단계에서 러프나 선화 단계에서만 수정할 수 있는 내용(신체 형태, 소품 등)을 수정 요청하는 경우, 거절해도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연락 방법은 주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이용합니다.

하지만 R18의 경우에는 신고를 당하게 되면 채팅방 정지를 당하는 경우가 있어 최근에는 디스코드를 통해 연락하기도 합니다.

입금법에 대해선 대다수의 작가님들이 계좌이체를 사용합니다.

견적상담(에 대한건 후술) 이후 금액을 결정하고 입금을 받을 때 계좌번호를 알려주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본명을 공개하는 것을 꺼린다면 토스 익명송금 기능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나, 토스 어플을 사용하는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어 접근성은 조금 떨어지는 편입니다.

오마카세는 커미션판에서 '작가의 재량대로 마음대로 그린다' 란 의미로 사용됩니다.

캐릭터만 받고 구도, 분위기 같은건 완전히 작가 마음대로 그리거나,

캐릭터와 구도만 받고 컨펌 없이 진행,

캐릭터와 원하는 느낌의 분위기만 받고 구도는 자유롭게 구상해서 작가 마음대로 그리는 등 '작가가 자유롭게' 그리는 형태입니다.

오마카세여도 작가 본인이 컨펌이 필요하다 느낀다면 해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3. 가격은 얼마를 받는게 좋을까?

이에 대한 명확한 정답은 없습니다.

전문용어로는 시장경제, 쉽게 말하면 수요(신청)에 따라 가격을 조절하는것이 가장 좋습니다.

수요가 없거나 너무 낮다면 가격을 낮추고, 수요가 많다면 가격을 올려가며 현재 자신의 실력과 수요에 따라 가격을 맞추는 게 바람직합니다.

때때로 초보 작가님들이 채널에 "얼마정도면 신청할 것 같나요?" 와 같은 게시글을 쓰더라도, 가격 부분은 민감한 사안이기에 거의 대부분은 위와 같은 대답을 하게 됩니다.

다른 작가님들의 홍보글과 샘플을 자신과 비교하며 먼저 임의적으로 금액을 정해보고, 이후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정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다만, 가격을 짧은 시간 안에 여러번 높이거나 줄인다면 인식이 그다지 좋지 않을 수 있으니 신중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소품과 배경, 바레이션 등 추가금이 발생할 수 있는 항목은 미리 고지를 하거나, 난이도에 따라 조율을 통해 신청자와 맞춰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4. 신청이 들어오지 않아요...

'내 그림이 인기가 없나? 실력이 부족한가?' 라고 생각한다면, 어쩌면 반은 맞을지도 모릅니다.

커미션 신청자들은 자신만의 기준으로 홍보글을 보며 신청을 고민합니다.

이 때의 기준은 보통 가격, 실력, 그림체, 3가지입니다.

본인이 기꺼이 낼 수 있는 가격이면서, 자신의 캐릭터를 매력적이게 그릴 수 있는 실력, 그리고 신청하고자 하는 캐릭터와 어울리는 분위기의 그림체인지를 따져가며 신청합니다.

다른 작가들 대비 가격이 싼데도 신청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실력이 떨어지거나 분위기가 커챈과 맞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니 크레페 등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 외에도 신뢰도가 부족해 보이거나 하는 등의 여러 다른 문제들 또한 있을 수 있습니다

작성한 홍보글에 비추천이 많다면 퀄리티와 실력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값이거나, 다른 문제가 있다는 뜻이니 다시한번 점검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4. 신청이 들어왔어요!

오픈카톡의 경우, 슬롯 설정으로 인원수를 제한하거나 선착순인 경우가 많아 자리 선점을 위해 아무 이모티콘이나 의미없는 채팅으로 자리를 선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황하지 마시고 캐릭터 자료와 구도를 요청하시면 됩니다.

커챈 유저의 경우에는 보통 짤링크라고 불리는 자신 캐릭터의 설명과 자료 이미지가 모두 담긴 하나의 링크와 함께, 신청하고자 하는 구도와 부연설명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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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

https://arca.live/b/commissionimglink/28085924

이 캐릭터로 신청드리려 합니다

구도는 두상으로 코타츠 속에 몸 집어넣고 몸만 빼꼼 나와 노곤노곤하게 녹아있는 구도에요

주변에는 쿠키나 우유, 귤 같은 소품들이 몇 있었으면 좋겠어요

요 자료 이미지 참고해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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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형태가 일반적입니다.

짤링이 없는 신청자의 경우에는 링크 대신 캐릭터 샘플이미지와 시트지 등을 여러장 첨부하는 경우가 보통입니다. 구글포토로 이미지 여러장을 한번에 모아둔 링크를 게재하거나 에버노트 등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신청자의 요청사항을 확인했다면, 작가는 본인이 그릴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를 스스로 확인해본 뒤 불가능하다면 못할 것 같다고 "반드시" 알려야 합니다.

간혹 자신의 역량 바깥의 신청을 받았다가 결과물도 좋지 않게 나오면 신청자입장에서도 작가입장에서도 여러모로 좋지 않습니다. 아쉽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다른 구도로 신청 가능하냐고 물어보도록 합시다.

이후에는 추가금이 나올법한 게 있다면 조율을 하는것이 좋습니다.

배경이 필요하거나 옷의 탈착, 표정의 변화와 같은 바레이션, 소품 등 여러 항목을 신청자와 함께 상의한 뒤 최종 가격 견적을 알려드린 뒤 입금 안내를 드리면 됩니다.

이후 러프를 완성한 뒤 컨펌을 받고, 선화, 채색의 과정을 같이 반복한 뒤 최종본을 전달드리면 커미션의 과정이 끝나게 됩니다.

5. FQA

Q1. 선입금이 좋나요, 후입금이 좋나요?

A1. 각자 장단점이 있습니다. 선입금의 경우 작가 입장에선 먹튀를 당할일이 없으나 신청자 입장에선 자신이 먹튀를 당할 수 있습니다.

후입금은 그 반대입니다. 작가 본인이 먹튀 생각 없이 성실하게 작업할 것이라면 선입금이 좋습니다.

사실 후입금은 작가가 그리다가 도망가는 경우도 종종 있어 신청자들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Q2-1. 마감기한을 넘기게 될 것 같아요.... 어떻하죠?

A2-1. 부득이한 사유가 있어서 늦게 될 것 같다면 마감일이 지나기 전에, 이미 지나버렸다면 최대한 빠르게 사유를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신청자들은 어쩔 수 없는 사유가 있다면 너그럽게 기한을 연장해주시는 경우가 많으니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사유가 없이 단순히 늦을 거 같더라도 아무 말 없는것보단 솔직하게 늦을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이 무조건 좋습니다. 신청자 입장에서는 작가님이 말을 해주지 않는다면 먹튀가 아닌가 전전긍긍하며 애타게 기다릴 수 밖에 없습니다. 진행상황 공유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Q2-2. 마감기한을 넘겨서 환불을 해드려야 하는데, 어떻게 해드려야 하나요?

A2-2. 마감기한을 넘겨 환불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전액 환불을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홍보글에 환불규약을 미리 적어두는 것이 제일 좋으며 그렇지 않더라도 환불 문의가 들어왔을 때 그때 미리 정해둔 내용을 고지해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만약 환불을 드릴 돈이 없다면, 대신 그림 한장을 추가로 그려드려도 괜찮냐고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그 외에 신청자의 변심으로 환불을 해야 한다면, 작업시작 전이라면 100%, 러프 단계라면 80%, 선화에서 50%, 채식 또는 완성 직전, 완성 이후라면 환불 불가가 평균적입니다.

Q3. 신청자님이 메세지를 읽지 않고 있어요./컨펌을 주지 않아요.

A3. 보통은 늦어도 24시간 안으로는 컨펌을 줍니다. 신청자분이 직장이거나 개인 사유때문에 늦게 읽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만, 하루가 넘도록 읽지 않는다면 마감기한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지나치게 오래 읽지 않는다면 읽을 때까지 작업은 멈춰두겠다고 고지한 뒤 다른 작업을 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Q4. 방송/웹소설/상업적 으로 사용하고 싶다고 하시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A4. 이들은 모두 상업적 이용으로 대부분의 작가님들은 추가금을 받고 일부 허가를 해주시거나, 아예 금지하는 형태로 대응하십니다.

추가금은 보통 +n 갤 또는 총 금액의 2~3배로 받는것이 일반적입니다. 

Q5. 오픈채팅방이 정지당했어요!!!!

A5. 당황하지 마시고 커미션 채널과 커미션 박제 채널(https://arca.live/b/commissionvillain)에 자신의 상황을 설명한 뒤 디스코드 등의 다른 방법으로 연락달라고 하시면 됩니다. 아카라이브의 닉네임을 알고 있다면 @ + 닉네임 (ex. @Yulaide)으로 호출을 하는것도 좋습니다.

Q6. 원본 파일을 달라고 하는데, 정말 줘도 괜찮은 건가요?

A6. 작가님 자유입니다. 가끔 추가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 거절하시는 분들도 있으니 본인의 판단 하에 자유롭게 답변하시면 됩니다.

Q7. 짤링 대충봐도 되나요?

A7. 설명서 대충보고 하다가 사고나면 뒷수습은 본인의 몫입니다. 귀찮더라도 짤링에 있는 설정과 (있다면)시트지를 참고하여 그리도록 합시다.

Q8. 그리다가 잘 모르겠는 부분/헷갈리는 부분이 있어요.

A8. 부담갖지 말고 신청자에게 편하게 물어봐도 좋습니다. 소통은 곹 좋은 결과물로 이어지고, 컨펌 단계 또한 좀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Q9. 샘플이미지는 뭘 올리는게 좋나요?

A9. 실제 커미션 결과물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너무 옛날 그림은 좋지 않습니다.

다른 개인작 그림도 괜찮지만 몇몇 신청자의 입장에서는 일부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블루아카이브 등의 캐릭터의 경우 그리게 되면 실제 실력보다 좀 더 예쁘게 보여지는 경우가 많아 그렇습니다. 샘플용으로 원래 계획했던 가격보다 약간 할인해서 커미션을 먼저 받거나, 버스를 활용해 샘플을 확보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Q10. 저작권은 어떻게 되나요?

A10. 창작물의 저작권은 원저작자, 즉 그린이에게 귀속되며 신청자는 비상업적인 용도, 혹은 작가가 미리 고지한 사용 가능 범위에 따라 사용이 가능합니다. 비상업용으로만 허락했는데도 상업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면 신고를 통해 제재가 가능하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작가가 커미션 의뢰물을 상업적 활동에 활용하려 하려면 신청자의 허가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그림 자체의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지만 캐릭터 디자인의 저작권(지적저작권)은 신청자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Q11. 홍보글이 금방 뭍혀버린 거 같은데, 지웟다가 다시 올려도 괜찮을까요?

A11. 큰 문제는 되진 않겠지만 단기간에 같은 내용의 홍보글을 재업로드 하게 되면 수많은 비추천 폭탄을 받고 평판이 나락을 갈 수 있으니 최소한 1~2일 텀을 두고 홍보글을 쓰는 게 좋습니다. 이때 이전 글은 궅이 삭제를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틀린 점이나 다른 궁금한 점, 추가되었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