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화,슬프지만 당찬 겨울의 꽃

추운 겨울 소녀가 땅을 파고 있었다

푹, 푹 말없이 땅을 파며 소녀는 어떤 표정도 짓지 않았다

그러다 유골함을 땅에 묻으며 소녀는 나직이 말했다.

"할머니, 꼭 아버지 찾아올 테니까, 나무에서 쉬고 있어 금방 올게

그렇게 말하며 소녀는 유골함을 땅속에 묻고 말린 매화꽃 을 흙 위로 뿌렸으나

빨갛던 매화는 별안간 물에 물감을 푼것마냥 색이 변했다

소녀는 당황했지만, 계속해서 무덤 위에 매화 꽃을 마저뿌리고 난뒤 절을 두번 올린 고

근처에 있는 집으로 향했다.

소녀가 자라온곳,부모와 함께 나라에 쫓겨 도망왔으나 소녀 자신만 올수있었던곳

그곳에서 소녀는 가문의 유모인 할머니 의 손에 키워졌지만

소녀가 15살이 되기직전, 돌연 할머니는 눈을 감았다.

무뚝뚝했던 할머니는 마지막까지 무뚝뚝했으나 

소녀에 대한 사랑과 아쉬움은 끝내 감추지 못했다

마음으로 낳은 자식이었던 가주를 보지 못한 아쉬움과

새로운 가주인 아가씨에 대한 사랑은

숨기려 해서 숨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쉬움을 마주 했음에도 소녀는 울지는 않았다

할머니의 사랑을 기억하고 있기에 

그 대신 방긋 웃으며

 "할머니 고생했어,이제 푹 쉬어 꼭 엄마아빠랑 다시 여기로 올테니까"라며

크게 외친뒤 집으로 들어가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어머니에게서 받은 보랏빛 꽃과 초록빛 꽃의 노리개는 다소곳하게 허리에 찼으며

아버지에게서 받은 가문의 상징인 매화꽃이 새겨진 붓 통과 붓은 반대편 허리에 단단하게 찼다.

그리고 자신의 생일날 자신의 색으로 가문의 상징을 새긴 망토를 쓰고

안주머니에 두어 가지의 물건을 더 챙긴 뒤

다시 무덤 앞에서 고개를 깊게 숙여 인사하고 정든 곳을 뒤로하고  떠났다 

얼핏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보인 것 같았지만

그녀는 씩씩하게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터벅,터벅 연화는 마을로 들어섰다.

연화의 예상과 다르게 산에서 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생각보다 험해서 해가 지고서 마을에 도착한 연화였다

그 때문인지 연화는 굉장히 피곤해 보였지만,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딱히 목적지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긴시간 쫄쫄 굶은 연화는 당장은 음식 냄새를 따라 걷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 냄새의 끝에서 마당에 평상을 펼쳐두고

찾아온 사람에게 음식을 나눠주는 모습을 본 연화는

음식을 주겠거니 하는 기대감으로 달려들어 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자리에 앉자 아니나 다를까 한 아주머니가 근처로 다가왔다

연화는  양반가의 딸이니 만큼 재촉하지 않고 기다리기로 했으나...

"아가씨,몰골이 완전 거지 꼴인데 돈은 이었어요?"

이곳은 주막,돈이 없으면 음식을 먹을 수 없는 곳이었다...

그 말에 연화는 당황해 하며 안주머니를 뒤져서 할머니가 굉장히 귀한 것이라 말한 돌중의 하나를 꺼내서

주모에게 보여주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거면...밥 얼마나 먹을 수 있어요?" 갑자기 연화의 손에서 돌을 낚아채더니

연화의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으며 연화한테 달라붙었다

"아가씨,미쳤어? 이렇게 여린 아가씨가 금을 그렇게 막 꺼내면 어떡해! 무슨 몹쓸 짓을 당하려고!

아이고,내 가슴이 다 철렁 내려앉네! 내 딸보다 어려 보이면서 이렇게 큰돈은 어디서 났데?

일단 국밥이랑 고기 내줄 테니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금은 꺼낼 생각도 말고!"

그렇게 말하며 주모는 순식간에 밥과 국 그리고 반찬을 잔뜩 내어주고 옆에 앉았다

"아이고 아가씨는 대체 어디서 살아왔길래 큰돈을 그렇게 겁 없이 보여주는 거야,부모님은 어디 계시고?"

"부모님은 어딨는지 몰라,그래서 찾으려고 저기 산에서 왔어. 할머니가 마을갈 때 이거 가져가는 거 보고 가져왔는데

이게 돈이란 거구나?"

그러자 주모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연화를 쳐다보다가 짝!

갑자기 등을 쌔게 때렸다

"아야 왜 때려!! 할머니도 나 한 번도 안 때렸는데!"

연화가 항의하면서 날카롭게 쳐다보며 항의하자 주모는 크게 화를 냈다

"그러니까 이렇게 버릇이 없지! 할머니한테 말도 안 하고! 몰래 돈이나 들고오고! 이거 그냥 줄 테니까!

할머니 걱정하시기 전에 돌아가!"

그 말을 듣고 밥을 먹던 연화의 눈에서 눈물이 방울방울 나오기 시작하자

주모는 아차 하는 표정으로 급하게 연화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아이고 아줌마가 미안해,내 딸보다 어려 보여서 몰래 나온 줄 알았지 미안하다 미안해

우리 꼬마 아가씨,잘 왔어. 팔목 보니까 많이 먹지도 못했을 텐데 많이 먹고 푹 쉬다가,

내일 아침에 괜찮아지면 아줌마한테 한 번만 더 와줘 내가 성심성의껏 도와줄게.

미안하다 미안해"

그러고 밥을 먹던 연화는 배고픔도 잊고 주모의 품에서 펑펑 울었다

할머니 앞에서 보여줄 수 없었던 울음을 전혀 모르는 남에게 보여주며

꾹꾹 참아왔던 감정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엄마,아빠 어딨어? 나만 도망가서 뭐하는데! 할머니도 이제 없어 나 이제 어떡해야 하는 거야?"

펑펑 울고 난 뒤 정신을 차린 연화는 주변을 둘러보자

반대편 평상에 앉아있던 남자들도 연화의 근처에 와있었다

"나이도 어려 보이는 아가씨인데 고생이 많구만

아저씨는 허 생원이라 부르면 된단다. 저 나귀 놈의 주인이지 날 따라다니는 이놈은 동이라 부르면 된다

그래 아가씨는 부모를 찾으러 다닌다고? 동이 이놈이랑 똑같구만,이놈도 부친을 찾는 중인데 어째

아저씨들 따라서 같이 장에 가보겠느냐? 혹여 너희 부모님에 대한 단서라도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

그러자 아줌마도 맞장구쳤다

"우리 꼬마 아가씨가 피곤하지만 않으면,허씨 따라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거야 허씨는 장사를 오래 해서

발이 넓은 편이니 장에 가서 정보를 조금 얻어다 줄수 있지 않겠어?"

그 말에 연화는 잠시 고민했으나 고개를 주억거렸다가 그러자 주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래 아가씨는 참으로 의젓하네 꼭 부모를 찾았으면 좋겠어. 방금까지 펑펑 울 때는 어찌해야 하나 싶었는데

괜한 걱정이었네 내 딸보다 어려 보여서 걱정 엄청했는데 이렇게 의젓하면 걱정할 필요가 없네,

허씨 아가씨가 세상 물정 모르는 거 같은데 가면서 설명 좀 많이 해줘, 담에 오면 또 내가 많이 챙겨줄 테니까"

"알았네 알았어,어차피 밤은 아직 기니까 가면서 천천히 설명해 주면 될걸 세,그럼 저녁도 먹었으니 빨리 쉬어

새벽에 출발할 거니까"

"그래 아가씨는 저방에 들어가서 쉬면 되니까 빨리 마저 먹고 들어가서 쉬어"

그 말에 연화는 다시 고개를 두어 번 주억거린 뒤 빠르게 밥을 먹고 방으로 들어가 망토 채로 몸을 뉘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주모가 다시 와서 연화를 흔들어 깨웠다

"아가씨 일어나야 해,그래야 허 씨 따라갈 수 있어, 물 데워놨으니까 빨리 세수도 하고 아가씨니까 늘 단정해야지?"

그렇게 비몽사몽 일어나 주모가 데워준 물로 얼굴을 씻고 다시 나오니

주모가 이것저것 싸서 연화의 품에 쥐여주자 연화는 얼른 받아들고

다시 한번 금을 주모한테 내밀었으나 주모는 거절하며 말했다

"아가씨 괞찮아,받기엔 정말로 큰돈이니

부모님을 찾는데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데 이건 아가씨가 갖고 있다가 정말 급하면 쓰도록 해

안 그래도 손님도 없어서 버리는 음식이랑 빈방이었으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정말 급하면 다음에 부모님이랑 같이 와서 음식이나 잔뜩 사 먹으로와 그땐 더 맛있게 해줄 테니까"

그렇게 말하며 주모는 연화를 꼭 안아준 뒤 엉덩이를 두어 번 치면서 밖으로 내보냈다

"빨리 따라가 허씨가 나귀 태워준댔으니 나귀에 타서 허씨 꽉 잡고"

연화는 또 한 번 울 거 같은 표정으로 주모한테 깊게 인사한 뒤

"고마워 꼭 다시 올게"라며 허씨의 나귀에 몸을 실었다

터벅,터벅 마을 외곽에서 본 광경은 메밀 밭이었다

온통 메밀 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그렇게 연화는 허 생원의 뒤에서 다시 느끼지 못할 거라 생각한 사랑을 곧 씹으며

잠이 들었다






























안녕하세요!연화 짤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성욕을 제외 한 나머지는 모두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