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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송아지가 있다. 그리 가보자."


누렁 송아지였다. 아직 코뚜레도 꿰지 않았다. 소년이 고삐를 바투 잡아쥐고 등을 긁어주는 체 훌쩍 올라탔다. 송아지가 껑충거리며 돌아간다. 소녀의 흰 얼굴이, 분홍 스웨터가, 남색 스커트가, 안고 있는 꽃과 함께 범벅이 된다. 모두가 하나의 큰 꽃묶음같다. 어지럽다. 그러나, 내리지 않으리라. 자랑스러웠다. 이것만은 소녀가 흉내내지 못할, 자기 혼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인 것이다.


"너희, 예서 뭣들 하느냐?"


농부 하나가 억새풀 사이로 올라왔다. 송아지 등에서 뛰어 내렸다. 어린 송아지를 타서 허리가 상하면 어쩌느냐고 꾸지람을 들을 것만 같다. 그런데, 나룻이 긴 농부는 소녀 편을 한번 훑어보고는 그저 송아지 고삐를 풀어내면서,


"어서들 집으로 가거라. 소나기가 올라."

...

(황순원의 <소나기>)


사람처럼 생활습관에 의한 디스크는 아니라도 동물도 허리 다치면 디스크 와서 뒷다리를 잘 못쓰는 폐물이 되어버림. 네발동물 디스크 안걸린단거 개소리란거임. 물론 사람보단 덜하겠지만. 안나 카레니나에서 말 탈때 정신놓고 궁뎅짝 붙이고 있으면 일어나는 대참사를 여실히 보여주는 묘사가 있는데 자세한건 생략하고 여튼 그 말은 장애물 경기하다 졸지에 허리 부러져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그자리에서 말고기 되었음.


1. 흉추 디스크라고 들어봤누?


인간은 물론 네발동물도 디스크가 가장 빈발하는 곳이 요추임. 반면 두발로 걷는 죄로 디스크를 타고났다는 인간도 거의 잘 안걸리는 곳이 있는데 흉추 즉 갈비뼈가 붙어있는 12쌍의 뼈임. 전체 디스크 환자의 1% 될까말까 해서 다른 부위의 부상이 아닌가 착각도 많이 하게 된다고.


흉추에 디스크가 거의 걸리지 않는 이유는 간단함. 다른 부분에 비하면 갈비뼈가 지탱해주는 것도 있어서 거의 안 움직이거든ㅋㅋㅋ 특히 흉추 중간에서 요추 직전까지ㅇㅇ


이건 소도 마찬가지라 그래서 꽃등심(립아이)가 등심 부분에서 가장 육질이 부드러운 것임. 다만 껄룩이나 족제비처럼 척추가 어케된건지 모를 짐승들은 안먹어봐서 모르겠음. 웃긴게 개는 살다가 디스크 걸릴 수 있어도 고양이는 척추가 유연해서인지 작정하고 패대기라도 치지 않는한 거의 허리 안 다친다고 함. 그렇다고 솥에 물받아서 못배운 티 내지 말고 조용히 코어근육 강화운동이나 하자.


2. 요통의 격전지 인간채끝


채끝 혹은 설로인은 사람으로 치면 바로 요추 부분, 즉 .요통이 제일 빈발하는 곳임ㅋㅋㅋ 사람의 요추가 옴폭 들어가있듯 소의 허리에서 골반 직전 오목한 곳임. 그리고 그 요추 안쪽으로 붙어있는 가장 부드럽고 가느다란 한줄기 근육덩어리가 안심임. 도저히 단련할 방법이 생각 안나는 부위에 붙어있다ㅋㅋㅋ서양요리에선 안심에서도 골반쪽 3분의 1은 샤토브리앙, 중간 3분의 1은 필레미뇽이라 하는데 난 독거하는 거지새끼라 실제 먹어본 적은ㅋ...ㅋㅋ...ㅋ...ㅜㅜㅜㅜ


 3.  등심과 채끝 사이 - 쇼트로인


척아이의 사례만 봐도 알겠지만 우리나라는 뼈 기준으로 칼같이 고기를 나누는데 이놈들은 대충 소 모양에 따라 나누는 버릇이 있어서 수입소고기 들어오고 명칭이 혼파망이 되어버렸음.



여튼 이놈들 방식대로 소의 등뼈를 포함해 통으로 세로로 자르다보면 아주 절묘한 부분이 생겨남. 요추 바깥쪽은 채끝에 가까운 등심, 요추 안쪽에는 자그마하게 안심 끄트머리가 붙어나오는데 그 뼈 모양이 T자형으로 생겨 티본스테이크라고 하는 것임. 조금 더 채끝쪽으로 들어가면 안심 부분이 더 커지는 포터하우스가 되고 안심따로 채끝등심 따로 발라내면 채끝등심 부분은 스트립 스테이크가 되는 것. 따로 발라서 팔아도 될 부위들인 등심, 채끝등심에 안심까지 포함하는 무지막지한 컷으로 그야말로 스테이크의 꽃인 셈. 등뼈가 끼어있는 스테이크가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거심. 대신 램지옹도 인정하듯 익는 속도가 달라 모든 부분을 완벽하게 굽는건 매우 까다롭다고. 해결책은 안심이 익는다 싶으면 등심 부분만 대고 추가로 더 지지라는 것ㅋㅋㅋ


4. 스테이크라고 이름붙으면 진짜 다 스테이크 해도 됨?


미국식 부위 명칭은 별별놈의 거에 다 스테이크를 붙여버리는 못된 버릇이 있음. 덴버 스테이크, 트리 팁 스테이크 이딴거 말인데 덴버 스테이크는 소의 견갑골 표면에 붙은, 즉 어깻살의 일부고 트리팁은 배받이살의 끄트머리라 그냥 구워먹으면 안되고 오랜 시간 조리해야 함. 한마디로 덩어리가 이쁘게 나오면 다 스테이크라고 구라치려 드는 미제 간나새끼들 기만전술이니 속지말라우


5. 제목이 저따구인 이유


슈바이처 박사가 아프리카에서 의료활동할때 요셉이란 현지인 조수를 뒀음. 제법 빠릿한 친구기도 하고 프랑스어를 할 줄 알았기 때문에 현지인과의 통역도 담당했음. 문제는 이 친구가 제대로 교육을 받은게 아니라 요리사 하면서 배운 서바이벌 프랑스어였기 때문에 환자의 통증 부위를 전달할때 안심, 등심, 갈비, 채끝 등 고기 부위에 비유했다고 함. 근데 그걸 해부학 배우지도 않았는데 사람 근골격계랑 비교해서 파악하는 능력도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