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편 : https://arca.live/b/counterside/21362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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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은 머리 스타일을 바꾼 16쨜 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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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널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
내가 절망 가운데 주저앉아 있었을 때
뒤에서 네가 나를 밀어줬기에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구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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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가 다 됐을 즈음에 쇼핑을 다 마친 이수연이 찾아간 곳은 다름아닌 류드밀라가 있는 숙소였어.
관리자가 류드밀라를 데몬 타입 그림자 카운터로 만들며 메이즈 전대 전원을 구조한 이후로 류드밀라는 코핀 컴퍼니에 얹혀 살게 되었거든.
회사 근처에 머신 갑 명의로 된 주택 건물이 하나 있는데 거기가 류드밀라의 집이었어.
현실 공기가 아직 따가운 류드밀라나 -그래도 류드밀라가 제일 내성이 강하지만- 메이즈 전대원들을 위해 류드밀라가 힘으로 건물을 감싸서, 현실에 존재하면서도 내부는 전혀 다른 그림자 주택이 되었지.
"류드밀라. 나야. 이수연. 문 좀 열어줄래?"
이수연이 건물의 1층에 있는 문을 노크하자 문은 금방 열렸어.
안으로 들어가니 책상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류드밀라의 모습이 보였어.
"이수연.....????"
"어어. 안녕?"
책을 읽던 류드밀라는 눈 앞에 펼쳐진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고, 읽던 책을 책상에 덮어놨어. 세상에 마상에. 부사장 이수연이 찾아온 줄 알았는데 류드밀라의 앞에는 구관리국 시절의 그 16살 소녀 이수연이 있는거야.
내가 꿈을 꾸고 있는건가 하여 류드밀라는 눈을 비비고 다시 앞을 봐. 하지만 변하는건 아무것도 없었어. 눈 앞의 이수연은 정말 20년 전과 똑같은 소녀의 모습이었거든. 한쪽 눈이 멀어있다는 점을 뺀다면 말야.
"이수연... 정말 이수연 맞나? 어떻게 얼굴이 20년 전 그대로인거지? 환각인가? 게다가 그 옷은..."
"아 그게 있잖아. 환각은 아니고. 일단 들어봐봐. 차근차근 설명해줄게."
이수연은 류드밀라의 옆에 앉아서 지금까지의 경위를 쭉 설명하기 시작했어.
어제 야근하던 것부터, 관리자를 만나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제안을 들은 것,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16살 소녀의 모습이었다는 것, 체력도 목소리도 그 시절 그대로라는 것.
류드밀라는 모든 이야기를 진중하게 들어주었고, 이야기가 다 끝나자 그럴 수도 있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어.
세상에 별별 일들이 다 일어난다지만 관리자라면 못할 것도 없지. 더군다나 그림자였던 자신은 관리자의 도움으로 다시 인간성을 되찾고 데몬타입 카운터가 되기까지 했으니까.
"그래. 그렇군. 관리자님이라면 수연이 널 예전 모습으로 돌려놓는 것 정도야 충분히 하실 수 있을테니."
"이해가 빨라서 좋네. 역시 메이즈 전대 전대장다워."
"후후. 그나저나 옷도 화려한걸 보니 감회가 새롭네."
"아... 이건 입던 옷들이 다 한 치수가 커져갖고... 어쩔 수 없잖아. 벗고 다닐수는 없으니깐."
"굉장히 잘 어울린다. 소녀스러운 느낌의 이수연은 또 처음이로군."
갈색 멜빵원피스로 청순한 느낌을 살리고 까만 베레모로 앙증맞게 포인트를 준데다가, 이수연 특유의 육감적인 몸매가 어우러지니, 지금의 이수연은 그야말로 걸어다니는 남심폭격기였어. 메이즈 전대원들이 이수연을 봤다면 아마 눈이 휘둥그레지다 못해 튀어나왔을 거야.
"그야 구관리국 시절에는 그럴 수가 없었잖아. 다시 찾은 젊음인데 멋지게 즐겨줘야지. 안그래? 헤헷."
본래 나이도 잊고 이수연은 상큼한 미소까지 남발하며 웃었어. 류드밀라는 그런 이수연을 보고 따라 웃어줬지.
"네가 이렇게 웃는 모습은 정말 간만에 보는 것 같아. 축하해 이수연."
"아하하. 축하 고마워. 어, 그.... 웃어놓고 보니 영 어색하네."
"뭐 어떤가. 수연이 너다운걸. 언젠가 36살로 다시 돌아와도 그렇게 웃어줬으면 좋겠네."
"그~을쎄... 그건 노력... 해보지 뭐. 잘 될거같지는 않다만."
류드밀라의 말대로였어. 방금처럼 상큼하게 웃어봤던게 얼마만이었더라? 너무 오래 전이라 기억도 잘 나지 않나봐.
게다가 어른의 몸으로 지금처럼 웃는 자신을 생각하려니 도저히 떠올려지지가 않아 이수연은 어색하게 말을 더듬었어.
"그래서, 젊은 몸으로 돌아오니 기분이 어떤가?"
"말도 마. 얼마나 좋은지 몰라. 헤헤. 아, 맞아. 이거 내가 오늘 카페에서 사온건데-"
이수연은 준비해온 간단한 다과나 커피를 꺼내 테이블에 늘어놓았어. 류드밀라와 이수연은 커피를 하나씩 손에 들고 마주앉아서 열심히 수다를 떨었어.
류드밀라도 이수연도 모종의 사유로 외모가 소녀 시절 그대로였고, 같이 관리국에서 싸워온 전우이기도 하는 등, 둘 사이에는 연결고리가 많았지.
바깥에 자주 나가지 못하는 류드밀라에게 이수연의 세상 이야기는 흥미를 돋우는 이야기였고, 류드밀라가 들려주는 메이즈 전대의 이야기들은 다른 전대에 대해서 관심이 별로 없었던 이수연의 이목을 집중시켰어.
"대박이다 진짜~ 메이즈 전대도 정말 재미있는 곳이었구나! 신입을 놀려주는 레파토리가 그렇게나 다양할 줄이야. 나도 한번 써먹어볼까?"
"요즘이랑은 맞지 않는 놀이이지 않을까 싶은데. 후후."
두 사람의 대화는 끊일 줄을 몰랐지. 어느덧 시계는 6시를 가리키고 있었어.
"그러면 이제 뭘 해볼건가? 오늘 하루도 거의 갔는데."
"글쎄..... 너랑 같이 나가서 놀아볼까?"
"마음은 고맙지만 오래 나가있진 못할거다. 현실의 공기에는 내성이 강하질 않은 편이라."
"아참, 맞다맞다. 미안해."
이수연은 다시 심혈을 기울여 고민했어. 그래도 머릿속의 원탁에서 나오는 것들이라곤 별로 없었어.
혼자서 유흥가를 흽쓸고 다니는 것도 36살의 정신으로 할 짓은 아니잖아? 그렇다고 거하게 술을 마시자니 몸이 16살이라 걸림돌이 되고.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자 이수연은 생각하기를 그만두기로 했지. 그래. '혼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았어.
아이러니하게도 16살의 몸이 꿈만 같은 기회인 것은 맞았지만, 이수연은 '이수련'으로 당분간 지내게 되면서 세상에 홀로 남겨졌거든. 이수연은 몸만 젊어졌지, 아는 사람이라곤 거의 없었어. 금방 이수연은 36살의 현실로 돌아와야 했어.
"잘 모르겠네. 뭘 해야 좋을지."
젊은 시절 특유의 고양되어 있던 말투가 누그러들었어.
"몸은 젊어졌지만 정작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제약되어 있으니까 이건 이거대로 답답한걸. 이럴려고 어려지게 해달라고 한건 아니었는데 말야. 네가 추천이라도 해줄래 류드밀라?"
"흐음. 다른 사람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전하는건 어떤가?"
"하고 싶었던 말...?"
"그래. 네가 지난 설날에 내게도 선물을 가져다 줬던 것처럼 말야. 36살의 이수연이 아닌, 16살의 이수연으로서 누군가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류드밀라의 말을 듣자 순간 관리자의 말이 불현듯 이수연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어.
다시 한 번의 기회가 있다면 어떡할 것인가?
다시 한 번의 기회. 무엇을 위한 기회일까? 다시 주어진 기회로 무엇을 해야 할까? 그 질문에는 관리자가 자신에게 내려준 숙제가 숨겨져 있는것만 같았어.
그것은 젊음을 즐기는 것이 될수도, 평범한 삶을 영유하는 것일수도 있지. 아니면 마주하기 두려운 것과 마주하는 것이 될수도 있었고.
관리자가 바라는 것이 무엇일지, 내가 바라는 것은 무엇일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민이 점점 많아지며 이수연의 사고가 점차 명확해져갔어.
이수연의 이성이 원하는 것은 마음 속 깊은 곳에 고이 모셔두었던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것. 하지만 이수연의 마음이 원하는 것은 들춰내지 않고 조용히 있는 것.
결심이 서지 않아 이수연은 류드밀라를 나지막히 불렀어.
"류드밀라."
"응."
"만약, 만약에 말야. 너에게 큰 상처를 입힌 사람과 다시 마주해야 한다면... 너라면 어떡할거야?"
이수연의 말투에서 머뭇거림이 묻어나왔어.
"그 사람은 악인인가?"
"악인은 아냐. 내가 정말 좋아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야. 뭔가 사정이 있어서 틀어졌고, 나는 그것 때문에 많이 힘들어했고."
"어려운 문제로군."
류드밀라는 잠시 눈을 지긋이 감고 고민했어. 결론은 금방 나왔지.
"그래도 나는 역시 가서 마음을 전하는 쪽이 맞다고 생각한다."
"역시 그런걸까?"
"물론이다. 30대로 살면서 전하지 못한 마음이지 않나. 어려진 지금이라면 할 수 있을거야. 더욱이 일시적으로 찾은 젊음인 만큼, 기회는 지금 한 번 뿐이니까."
"...만약 아무 소용이 없는 이야기라면...?"
그래도 이수연은 머뭇거렸어. 두려웠으니까. 실타래를 풀고 싶어서 마음을 열었는데 정작 돌아온 것이 냉대라면? 그걸 다시 견뎌낼 수 있는걸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이수연은 침울한 상태로 류드밀라를 바라봤어.
"천하의 이수연 답지않은 걱정을 하는군. 괜찮을 거야. 만약 잘 안 되면 바로 찾아와라. 내가 그 사람을 혼내줄테니. 너에게 이곳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류드밀라는 고개를 살짝 기울여 소탈하게 웃었어. 듣기만 해도 든든해지는 응원의 말이 이수연의 마음 속에 스며들었어. 이수연은 놀란 얼굴로 류드밀라를 쳐다봤어.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얼마만이었더라. 그러고 보니 활짝 웃어본 것도 정말 간만이었는데. 이수연의 눈에서 점점 머뭇거리는 마음이 사라져갔지.
"....푸흡. 내가 장담하는데 그 사람 못이길걸."
"이기고 지고는 중요하지 않아. 내 친구를 울게 만들었다면 응징만이 기다릴 뿐이야."
"역시 메이즈 전대의 전대장이야. 패기로움은 확실하네."
류드밀라의 철과 같은 선언과 의지에 비로소 이수연의 얼굴에서 침울함이 가시고 웃음이 찾아왔어.
"어때? 이제 좀 결심이 섰나?"
"그래. 고마워. 류드밀라. 덕분에 뭘 해야할지 알게됐거든."
비로소 방향을 잡은 이수연은 핸드폰을 열어 빠르게 메시지를 보냈어. 물론 받는 사람은 정해져 있었어.
"지금 바로 가봐야겠다. 미안하지만 다음에 또 놀러올게."
"좋아. 도움이 됐다니 기쁘군."
"다음에는 메이즈 전대원들도 같이 불러줘. 맛있는 거라도 사들고 올게! 안녕!"
기운찬 말을 남기고 이수연은 류드밀라의 방을 나섰어.
기운차게는 말했지만 그렇다고 이수연의 마음에서 긴장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어. 여전히 두려웠지. 과연 내가 말한다고 해서 상대도 그것을 받아줄까. 그것에 대한 확신은 어디에도 없었어.
하지만 류드밀라가 말했던 대로, 그리고 관리자가 기한을 명시해줬듯이, 16살인 채로 있을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었어.
지금부터 할 일은 거짓된 모습을 빌리면서까지 하고자 했던 일이야.
이수연은 핸드폰을 꺼내서 전화를 걸었어. 전화가 걸리자, 살짝 떨리는 입술로 첫 운을 뗐어.
"....스승님. 문자 받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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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허접함. 다음 화가 내용이 좀 많고. 댓글중에 나공익을 보고 싶어하는 애들이 있던데 걔랑은 또 내용 생각해볼게. 주로 꽁냥거리는 내용이 될거 같은데 내가 그런걸 해본적이 없어서 좀.... 좀 어려울듯 ㅎㅎ 시바
결국 이수연이 과거로 돌아가길 결심한 것은 과거에 남은 후회니까, 후회를 청산하기 위해 힐데를 만나러 가는거임.
우리 16쨜 수연이와 36쨜 수연이 많이 애껴주세요.
이수여어어어언 스트라이크으으으으으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