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 https://arca.live/b/counterside/23094879

2편 - https://arca.live/b/counterside/23145476

3편 - https://arca.live/b/counterside/23249008


EP - 나나하라 가문 연합 ~ Fenrir platoon in Japan ~



일본은 지방 봉건제에서 중앙집권국가로 바뀐지 얼마 되지 않았으며, 그 역사를 말하자면 1868년 메이지 유신 때 비로소 중앙집권국가로 탈바꿈 했으니, 햇수로 따져도 190년이 되지 않은 짧은 역사다. 이 마저도 차츰 변화한 것이 아닌, 한순간으로 바뀐 것이라 지방봉건제의 그림자는 현재까지도 짙게 남아있다. 그 중 하나가 지역의원이 세습적으로 물려지는 것이다.


P.M. 5:40 오이타현 지역 의원 집무실.


나나하라 지로는 창밖 석양을 바라보며 금장 기름 라이터로 담배에 불을 붙인 후 담배를 크게 한 모금 들이 마신 후 천천히 날숨을 내뱉었다.


희뿌연 담배 연기가 서서히 그의 주변을 맴돌며 퍼져나가고, 라이터를 열고 닫을 때마다 금속끼리 부딪히는 딸깍거리는 소리가 적막한 집무실을 채웠다.


지역 의원이라는 권력에, 나나하라 가문 연합의 전체 재산 지분 20퍼센트라는 부까지 손에 쥐고 있어 남들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그에게 최근 심기가 거슬리는 것이 생겼다.


자식 문제라고 하기에는 그는 내년에 지천명의 나이가 되지만 미혼이고,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하기에는 술, 담배를 끊을 생각은 전혀 없을 정도로 건강해서 탈이다.


눈을 희미하게 띄고 산너머 해가 넘어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을 때, 검은 정장을 입은 비서가 집무실을 노크하고 들어왔다.


"의원님, 나나하라 본가에 외부인이 찾아왔다고 합니다."


"몇 명이나 되고?"


"셋이라고합니다."


"하하, 우리 조카님… 아니지, 당주님께서 이번엔 무슨 장난을 치시려고 그러는 걸까."


가소롭다는 듯이 입꼬리를 올려 웃는다.


나나하라 치나츠. 현재 나나하라 가문 연합의 당주이자 나나하라 지로의 형─ 선대 당주의 장녀. 즉 조카딸. 현 당주는 나나하라 지로에게 있어 가장 큰 눈엣가시다.


"그 손님들은 뭣이 목적일까?"


"그것까지는 알 수 없──"


습니다. 라고 말할 찰나 비서의 머리를 간발의 차로 무언가가 빗겨 날아가고 이윽고 크고 무거운 것이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비서가 눈을 굴려 바닥에 퍼진 파편을 보고 방금 머리를 빗겨 지나간 것은 크리스탈로 된 잿덜이라는 것을 인식했다.


"야 이 새끼야, 너 뭐하는 새끼야?! 일 그 따위로 밖에 못해? 월급은 왜 받아가는거야?"


"죄송합니다, 면목 없습니다. 다시 정확히 알아보겠습니다."


"너,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다음부터 이따위로 개판치면 다음은 진짜 대갈통 깨지는거야. 알겠어?!"


"명심하겠습니다."


"알겠으면 꼽추 마냥 앞으로 구부정거리지 말고 꺼져 새끼야. 빨리 나가서 일이나 해!"


모욕감과 수치심에 얼굴이 홍옥 진배된 비서는 어금니를 악 물고 황급히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하아, 이래서 원 나나하라 가문의 진정한 후계자의 체면이 서겠냐고."


나나하라 지로는 치나츠가 당주 자리에 올랐을 때부터 줄곧 당주 자리를 도둑 맞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주장으로는 20년 전부터 시름시름 앓다 10년 전 죽은 형을 다음으로 당주 계승 서열의 1순위는 본인이지만, 선선대 당주인 아버지가 자신에게 당주 자리를 계승시키지 않고 다시 당주로 복귀하여 당주직을 맡다가 타계 직전, 연합원들과 함께 치나츠에게 당주직을 계승시켜 당주의 자리를 조카에게 도둑 맞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그의 주장이고, 애초에 카운터도 아닌 나나하라 지로는 계승 서열에 포함되지도 않았으며, 카운터가 아닌 그가 당주가 된다면 '봉인'에 대해 운운할 수 있을 리가 없을 것이다.


오로지 자신만의 생각과 가문의 재산을 탐하는 지저분하고 추한 탐욕으로 현재 자신을 중심으로 치나츠를 당주의 자리에서 퇴위시킴과 동시에 가문에서 파문 시키려는 무리들을 모으고, 그들과 함께 은밀하게도 아닌, 대놓고 당주에게 협박하고 있다.


"…뭐 가만히 목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보단 발악이라도 하는 게 재밌겠지. 발버둥 한번 잘 쳐보라고 조카님."



* * *



P.M. 11:30 나나하라 가문 저택 펜릴 소대 힐데 투숙방


"나이 먹은 사람들은 보통 초저녁부터 잠들어서 아침 일찍 일어난다고 하는데 스승님은 왜 안 주무시고 계신 걸까요."


"네 뒷바라지 하다보니 생활 리듬이 그렇게 됐다. 말하는 꼬라지가 네 부모가 살아있었더라면 내 이러려고 미역국 먹었나 싶었냐며 땅을 치며 울겠군."


"하하하, 제 말버릇이 이런 건 한참 보고 배울 나이에 스승님한테 거두어져서 그런 게 아닐까 싶네요."


"……어째 나유빈이고 이수연이고 가르치는 제자놈들 마다 말하는 싸가지들이 없어지는지 모르겠다."


방 한 가운데 코타츠를 중심으로 둘러 앉은 펜릴 소대원들의 대화 시작은 언제나 그렇듯 힐데를 향한 주시윤의 반항심 섞인 말이었다.


"소대장, 그래서 이 시간에 우리를 부른 이유가 뭐야?"


유미나는 다소 피곤한듯 그렇게 말하고 입을 가리고 하품을 했다.


"아까 우리를 공항에서 여기까지 데리고 온 의뢰인의 사용인 기억하겠지?"


"아, 그 단발머리에 기모노 입은 사람? 오늘 저녁 먹은 거 혼자 다 한 것 같은데 음식도 진짜 잘 하더라."


"밥 얘기는 됐고, 그 사용인한테 들은 말이 있어서 역할 분담을 정확히 나누려고 한다. 일단 나는 아까 얘기한대로 큐슈 일대 침식체들을 퇴치하고 침식현상 지역을 정리하겠다. 그리고 주시윤. 너는 내일부터 오이타현 지역 의원에 대해 조사해라. 뒤가 상당히 캥기는 게 많은 사람일 것이니 증거를 남길 수 있는 것이라면 사진이든, 녹음이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도록."


"뒷조사라는 건가요? 흐음, 나름 재밌겠네요."


"그리고 신입. 너는 의뢰인과 함께 나유카 미나토라는 소년이 나나하라 가문에 합류할 수 있도록 설득해라."


"응? 나 일본어 전혀 못하는데? 설득은 커녕 의뢰인이랑 소통도 못할텐데."


"그거라면 괜찮을거다. 받아라."


소대장은 무심한듯 탁자 위에 밀어내듯 유미나에게 무언가를 건내주었다. 건내준 물건은 얼핏보면 어린이 비타민제처럼 보이는 약이었다.


"뭔데 이건?"


"콘돔 아닌가요?"


"제자야, 세간에서는 그걸 성희롱이라고 하고 직장내에서의 성희롱은 더더욱 엄벌에 처해진단다."


"음, 콘돔이 맞다면 주 선배는 영원히 쓸 일 없어 보이니까 지금 많이 봐두고. 근데 이게 진짜 뭔데?"


"이수연한테 받은거라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말에 의하면 하나만 먹어도 외국어가 모국어처럼 다 들리고, 모국어처럼 구사할 수 있다고 하더군. 지속 시간은 6시간. 만든 사람은 박정자 교수라고 하니까 믿고 먹어도 될거다."


'과연 박정자 교수가 만든걸까요, 이윤정 조교가 만든걸까요?'


주시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유미나는 조심스래 포장을 뜯어 약을 입안에 넣고 살며시 씹었다.


"맛은 어렸을 때 약국가면 주던 비타민 사탕이랑 비슷한데… 음… 레몬? 오렌지? 그런 맛이 아니라 포도맛이 나는데?"


"시식평은 안 해도 된다. 일단 일이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니 약은 한 달 분 받아왔으니 약 수량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고 복용하도록."


"혹시나 해서 그런데 나중에 사용청구서 청구하거나 그러진 않겠지?"


"걱정 말아라. 이수연한테 미리 물어봤으니 안심하고 써라."


돈 걱정하는 신입에게 웃으며 말하던 힐데는 잠깐 무언가가 생각났는지 멈칫하더니,


"아, 부작용은 있다고 하니까 맛있다고 사탕 먹듯이 너무 과다복용은 하지 말라 하더라."


"부작용이 뭔데?"


"그 부작용은 바로……."


힐데는 눈에 힘을 주고 무언가 심각한 내용을 말할 듯 서서히 입을 땠다.


"도○에몽처럼 일주일 동안 쉰 목소리가 나온댄다."



각주


- 일본 정치판은 진짜 권력 세습 수준이고, 특히 지역구 의원 같은 경우는 어느 한 가문이 계속 해먹음. 대표적인게 야마구치현 제4구가 아베(네들이 아는 아베 신조 맞음)가문이 계속 해먹는 거


- 통역 알약은 도라에몽 오마주 맞음


다음엔 길게 써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