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골라서 탈 게 정말 많네요! 마차도 있고... 말은 대체 몇 마리인 거지? 하나, 둘..."


영업 마감 직전이어서 그런지, 회전목마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대부분 스릴 있는 어트랙션으로 간 걸까. 어린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나 젊은 커플 두셋 정도가 탈것을 고르는 광경이 보였다.


이 나이 먹고서 회전목마를 다 타다니, 정말 인생 5분 앞도 예측이 안 되는 법이다. 저 덩치만 큰 꼬맹이 덕분에 별 일을 다 겪는군, 보모라도 된 것처럼.


"자, 꼬맹아. 구경도 좋지만 슬슬 우리도 앉아야 돌아갈 것 같은데, 탈 거 적당히 골라잡으라고."


"...스물 다섯, 스물 여섯-"


"거기 여자 손님 두 분 앉아주실게요!"


"네엡!"


한창 말을 세다가 직원의 말에 냅다 가까운 페가수스에 올라타는 대시를 보고, 아르세니코도 그 뒤의 유니콘 위에 걸터앉았다. 혹여나, 정말 혹여나 너무 들떴다가 떨어지기라도 하면 그가 일으켜줘야 할테니까.


앞에 앉은 대시가 아르세니코를 돌아보며 손을 흔들었다. 뭐가 신난다고 저렇게 함박웃음을 짓는지 원. 손을 어색하게 마주 흔들어주며 드는 생각은, 자신도 저렇게 웃어주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었다.


천천히, 회전목마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변의 풍경이 돌아가는 동시에 말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그야말로 흔하디 흔한 회전목마. 앞의 소녀가 탄 페가수스가 위로 올라가면 이쪽이 내려가고, 이제 자신이 탄 유니콘이 올라가면 대시가 아래로 내려갔다.


참 시시한 놀이기구다. 사람들이 놀이공원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다들 스릴 넘치는 롤러코스터나 바이킹 따위의 이야기를 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저 앞의 저 아이는 어떤 표정을 지으며 타고 있을까?


생각보다 얌전히 타고 있는 모습을 보며, 아르세니코는 생각했다.

옆에서 나란히 타는 게 나았을까.

그만큼 흥미진진하게 몰입하고 있는 거겠지. 하긴, 멀미도 많이 하는 녀석이니 오히려 이런 어트랙션이 편하게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괜히 보호자인 양 점잔을 빼느라, 저 아이가 웃는 모습을 보지 못 하다니.

아마 두 눈이 카메라 플래시마냥 밝게 빛나며 이 순간을 깊이 새기고 있을 테지. 어떤 상황이던 긍정적이고 즐겁게 받아들이는 녀석이니 말이다.

그 사진에 나는 남아있을까?

그렇게 두 바퀴 정도 돌았을 즈음, 대시가 뒤를 돌아보았다. 너무나 설렌 사람이 짓는 특유의 티 없는 미소가 그 얼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즐거움에 흠뻑 젖은 채 소녀는 손을 흔들어보였다.

그 모습은 리타에게 작별을 고하는 것만 같았다.

참, 쓸데없는 짓을. 투덜거리면서도 아르세니코 또한 오른손을 펴 그에게 보였다.

손을 붙잡고자 내밀어보지만, 회전목마는 좁혀지지 않는다. 리타는 그 사실에 크나큰 좌절을 느꼈다.

정말, 나와는 안 맞는 놀이기구라니까.




"정말, 진짜, 리얼리, 너무 두근대는 경험이었어요! 이래서 놀이공원에 다들 하나씩은 회전목마가 있는 거군요!"


"그래, 동어 반복을 세 번이나 할 정도로 말이지."


놀이공원 출구까지 나오는 내내 대시는 회전목마의 위대함을 칭송하고 있었다. 아르세니코는 그 말에 적당히 대답하면서 다 먹은 막대사탕의 심지를 우물거렸다.


이윽고 셔틀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자, 의자에 대시가 앉았다. 당장 버스가 올 기미도 없어, 아르세니코도 납작해진 막대사탕 심지를 버리고 그 옆에 앉았다.


"아무튼 언니,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요! 오늘 하루종일, 고맙습니다."


인사와 함께 꾸벅, 고개를 숙이는 기색에 돌아보자, 이윽고 고개를 든 대시는 투명하고 맑은 웃음을 한가득 지어냈다.


"늘 그렇지만, 언니는 저한테 최고의 어른이었어요."


"...최고의 어른이라."


새로운 막대사탕을 하나 꺼내면서, 리타 아르세니코는 대답했다.


"딱히 그런 건 아니야, 꼬맹아."

너한테만은, 떳떳한 '어른'이고 싶었을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