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미쳤지?”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오냐는 투로 그녀는 카운터 능력,

현실개변력을 발산했다. 새하얀 머리를 단정하게 묶고서, 청바지에 편한 흰색 후드티를 입고서

구관리국의 부전대장이었던 알렉스는

현역시절의 위압을 뿜어냈다.


이제는 주인이 없는 타운하우스, 현관 앞에서

팔짱을 끼고서, 수천번 망설이다 겨우 초인종을 누른

아직 앳되어보이는 눈앞의 여자를 노려본다.


“어디라고 여기까지 찾아와. 정신나간게.

너, 미쳤지? 죽고 싶어? 왜? 못할거 같애?”


알렉스는 한없이 적의를 뿜어내며, 처음보는

아니, 정확히는 안면은 있지만—-그렇다고해서,

절대로 알고 싶지 않은 여자의 어깨를

검지 손가락으로 툭툭치며 밀어낸다.


눈 앞의, 갈색머리카락을 아무렇게나 묶고

고개를 숙인체 비난받는 여자는

아아으... 하며, 망가진 오뚜기처럼 밀려났다가

다시 제자리에서 고개를 떨군다.


“죄, 죄송... 아니... 제가... 사모님을...”


여자는 고장난 경운기 엔진마냥 몸을 떨면서

고개조차 들지 못한 채 웅얼거리며 말을 잇는다.

마치 신경계통에 이상이 있는 사람처럼 안절부절 못하고 불안해하며, 고개를 떨군 채로.

그녀는 몇년 만에 대한파가 불어닥친 한겨울에 장갑조차 끼지 않은 맨손을, 

추위에 벌겋게 달아올라 

금방 동상이라도 걸려버릴 것 같은 손을

 만지작 거리며, 부르터진 입술로

말을 잇는다.


“......사, 사과.. 드리....려고...”


알렉스는 그 꼴을 팔짱을 끼고서 지켜보다가

하아, 하고 숨을 내쉬며 팔을 현관문틀에 대었다.


“이미 알아. 니가 꼬셨겠지. 그 양반 성격상 여자한테

먼저 손대진 않았을거고 꼬리쳐서 슬슬 넘어오게

만든 다음에 불 지핀거 아냐?


그 다음엔 뭐 대충 일 저지를거 다 저지르고

마지막엔 우리 자기가 

자기 혼자 손해 보는 방법을 쓰리란 것도

알았겠지. 그런 사람이니까


그래서? 그 다음은 뭔데?


돈이야? 이미 충분하지 않아?

그새 다른 남자새끼들이랑 신나게 놀다가

다 썼어?” 


알렉스는 다시 팔짱을 끼며 고개를 까닥거린다

그렇게 눈 앞에 당장 찣어버리고 싶은 여자를

내려다본다. 갓 스무살 즈음 된다고 하더니....

무슨 서른은 넘어보이는 몰골이네하고 마음 속으로 툭 하고 내뱉는다. 

두 눈은 퀭하게 파여있는데도 얼마나 울은건지 눈두덩이 부어서 예쁜 얼굴이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알렉스는 그 몰골을

단 하나의 동정심조차 없이 차갑게 내려다본다.


“오, 오해... 오해에요! 저는 지, 진짜로...

사, 사, 사..... 사장님을...”


“....오해? “



“아... 저, 저 진짜로 사, 사장님을 좋아...”





“한 번만 더 입놀려? 걸레같은게

클리포트 인자? 리플레이서? 같잖은 인자 몇개가지고

내가 너 못죽일거 같애? 

그거가지고 입 놀려? 응? 또 놀려?

말해봐. 뭐라고? 누굴 뭐 어쩐다고?”


도화선에 불이 붙은 것마냥 알렉스는 팔짱을 풀고

그녀에게 다가가서 어깨를 툭툭하고 밀친다.

끝내 말을 마치기 직전에, 세게 밀치자

그녀는 드디어 망가진 오뚝이가 되어 돌 타일에

널부러진다.

차가운 바람이 그녀를 후리듯이 지나가

어설프게 묶은 머리카락이 풀어진다.

물에 빠져죽은 귀신마냥, 을씨년스러운 몰골이다.


“흐... 힉... 죄송, 죄송 쿨럭 웁... 우 우...!”


그녀는 땅바닥에 주저앉은 채

온몸을 부르르 떨다가 경운기처럼 탈탈거리며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한다.

반복하다가 갑자기 헛구역질을 하며

땅바닥에 침과 이물질을 토해낸다.

‘꼴깞떠네’하고 알렉스는 그 모습을 내려다봤다. 


“뭐야뭐야 알렉스~ 누구 온거야? 아빠야?”


집 안에서, 투타투타하며 둔탁한 상자같은게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티하나 없이 순수하게, 알렉스를 부르며

무슨 재미난 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엄마라고 부르랬지? 아무것도 아니니까, 가서 충전하면서 넷플릭스 키즈나 보고있어~“


“시른데! 알렉스 돼지! 

키즈 제한 걸면 볼 수 있는거 다 재미없는 거 밖에

없는데! 돼지! 돼지! 전에 몰래 야한 속옷산거

아빠한테 편지로 이른다~!!!”


“저, 저게에!!!! .....”


하아, 하고 한숨을 쉬며 알렉스는 현관문을 닫기 전에

아직도 땅바닥에서 헛구역질하는 여자를 내려다보며 말한다. 


“꺼져, 자기가 부지해준 피해자 신분이랑

돈 가지고 꺼지라고. 역겨운 년아.

한번 더 눈에 띄면 갈아버릴거니까”


문은 쾅하고 단숨에 닫혔지만, 그녀는——

서윤은 오랫동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 그날

살려달라고 정신이 나가서 외치던 그 날


사내 통신으로 영상을 보고 달려 온 유진과 샤오린은

단숨에 사장을 때려 기절시키고, 

그럼에도 분이 안풀리는지 얼굴을 마구잡이로

밟아대었던 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모든게 늦어버린 상태였다. 


팀원에게, 다른 직원들에게 그런게 아니라고

사장님은 그런 분이 아니라고

해명해봐도 이미 엎어진 물은 돌이킬 수가 없었다.


재판이 이루어지기 직전에도

몇 번이나 합의할거고, 처벌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탄원했지만 법과,

자신을, 자신의 사건을 실적과 화제로밖에 보지 않는

언론과 검사에게 스무살 갓난 여자애의

목소리 따위 소용이 있을리가 없었다.


... 기뻐해주리라고 생각했다.

바보같이 들떠서, 난민 때 잃어버린,

이제 기억조차 나지 않는 가족이 진짜 ‘가족’이 생길거라고 들떠 있었다. 지금 눈 앞의 남자에게

의지하고 함께하는게 즐거워 지금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잊고 있었다. 


얼마지나지 않아 서윤은 알트소대를 그만 두었다.

정확히는 원래 회사에서 부사장이 인원들을 데리고

새로 차린 회사에 입사하기를 거부했다. 

그녀는 코핀컴퍼니에서 퇴사하기를 원했다.

같은 알트 소대의 대원들은 말렸지만, 피해자인 그녀를 걱정했고, 누군가는 조심스럽게 애를 지울 것을

종용했다. 


그녀는.... 지금 그녀 스스로가 생각하는

적어도 그녀가 생각하는 그녀는

단 한 번도 피해자인 적이 없었다. 


서윤은 진심으로,

후회할 정도로 사장을 사랑했고

그에게 빠졌다. 처음부터 애매한 태도를

취한 이유? 

이제는 알 것 같다

그녀는, 서윤은 사랑을 몰랐다.

그녀의 언니는 사랑을 알았지만,


부모를 잃고 난민이되어

그 후 리플레이서 신디케이트에서 납치되어 성장한 그녀는 부모, 가족의 사랑을 전혀 받지 못했다.


시술 이후에는 기억조차 모호해져, 떠오르지도 않았다.


그녀가 아는 신뢰란 

나이트에게 괴롭힌 당하던 유진을 구해줬을 때

자신이 믿음직 하기 때문에 받고, 줄 수 있다는 것만 알았다. 그러려면, 그리고 살아남으려면

지거나 약하면 그런 것조차 없다는 것만 알았다.


그렇게, 따스하게 무조건적으로 믿어준 사람은

욕을 하면서도... 그렇게 해준 사람은...


그와, 사장과 만난 것은 실적에 눈이 멀어

펜릴소대를 함정에 빠트리고

리플레이서 사태 직후였다.


사장에게 그녀를 믿을만한 신뢰같은건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럴만한 가치고 없을거고



하물며, 왜 구태여 모두가 의심스럽게 

서윤을 바라보는상황에

이중 스파이를? 그러면서도 필요한 정보는 모조리 알려줬다. 그 상황에서 자신이 배신한다면?

유미나는? 코핀컴퍼니는? 어째서? 왜?


태어나서 처음 느낀 그 감정을

믿을 수가 없어서

믿고 싶지 않아서


멀리서만 바라보다가

계속 숨겨두다가

욕을 하면서도 다독여주는 그 모습에


서윤은 비로소 뒤늦은 사춘기 소녀처럼

스스로마저 들었다놨다 한 것이다.


거기에 먹어버린 나이가 끼어 몸, 섹스가

얹혀졌을 뿐. 그것뿐. 그저, 어설픈 소녀가

첫사랑을 장대하게 그리고 주변사람까지 참담하게

끝끝내 그 남자마저 불행하게 한 것이다.


정신이 나간 것처럼 거리를 걷는다.

한겨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장과 거닐었던

그라운드2의 번화가를 교복차림으로 걷는다.


걷는다기 보다는 그냥, 숨쉬고 있어서

걸어지고 있다. 그녀 자신의 의지 따위는 없다.


시간이 흐른다. 하루에도 수천번을 수만번을 고민하고

벌벌 떨면서 겨우겨우 신청한 면회는 불가 통지를 받았다. 그 이후로도

감옥으로 아무리 면회 신청을 해도 그는

답하지 않는다

겨울이 더 추워진다. 


한참을 혼자 뱅뱅 걷다가 보면, 거리의 남자들이

추잡스레 그녀의 팔을 붙잡는다.


익숙한 멘트. 용병시절에도 어린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어떻게든 자보려고... 대답하지 않고 멍하게 있다가

남자들이 서윤의 팔을 이끌고 껴안으려고 하자


서윤은 미쳐버린 것처럼 소리를 지르며

달아났다 근처 공원으로 가 그 남자들이 닿은 곳을

옷째로 닦는다. 더러워더러워더러워더러둬더러둬더러둬우어어ㅏ


그러다가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자,

앙상한 바퀴벌레가 신나요 턱을 하고

뱅글뱅글 돌아간다. 아... 아아아.....


진짜 더러운건... 진짜 이기적인건....


살려주세요. 잘 못했어요. 제발요. 제가, 제가.....

사장님...


밥을 먹었는지, 오늘이 몇일인지

겨울은 언제 끝나는지 모른다.

그냥, 잠에서 깨면 경건한 신도마냥 그 사람의 집 앞을 향해 걷는다. 한참을 서성이다가

무너지듯이 무릎을 꿂듯이 무너져서


열리지 않는 현관문을 바라본다.

새하얀 현관은, 겨울바람처럼 굳건히

또 살을 에듯이 차갑다.


초인종을 누르는 일은 없다.

서윤은, 그녀는 그렇게 한참을

정신이 나가서 앉아 있다가 신고한 근처 주민 때문에

출동한 경찰이 질질 끌고 갈 것이니


그녀는 그냥, 그저

망부석처럼 무너져 있을 뿐이다


그 때, 마치 하늘에서 동앗줄이 내린 것처럼

문이 열렸다. 문을 열고나온 알렉스는 롱패딩을 입고

한 손에는 플라스틱 장바구니를 메고서 서윤을 내려다본다. 여기로 처음 만나러 왔을 때처럼

마치 바퀴벌레라도 본듯이

처음 현관에서 만난 것과 다른게 있다면 그녀 뒤에서

무게가 없는 것인듯 홀로그램으로 공중에 떠있는

어린 소녀, 시그마의 존재였다.


“뭐하는거야 지금”


알렉스는 보자마자, 이전보다 더 엉망인 꼴로

현관 앞에 주저 앉은 서윤을 내려다본다.


“아....아아아... 아....

대....제....재... 재송... 사모님... 제가.... 사장님을...”


그 얼굴을 보자마자 서윤은, 하얗게 세어서

혼이 나간 사람처럼, 정신이 나간 것처럼

말을 웅얼거린다.


“한 번 더 눈에 띄면 내가... 갈아버린다고..

..... 너....”


알렉스는 흡사 발길질이라도 하는 것마냥

성큼성큼 서윤에게 걸어다가 멈칫하고

놀라서 선다. 


“웁, 욱... 캬케억-!!! 우ㅅ사,샤모니..  죄송...”



서윤은, 드디어 완전히 망가져서

입에서 고약한 진액을 뿜어내며

고꾸라졌다. 한겨울의 세찬 바람이 

쓰러진 서윤의

머리카락을 헤집으려고 불어왔지만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

.

.


/

그새를 못참고 또 뇌절함

익숙치 않은 썰 형식으로 쓰느라 묘사가 부족한 부분도 있고 폰으로 되는대로 휘갈기다 보니까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있어서 보완차 전편 후편 갈깁니다


그냥 필력이 부족해서 그런거임 ㅋㅋㅋ


사실, 그냥 똥글 싸다가 뇌절친 야썰 컨셉 이야기 때문에 서윤에다가 카특핵 박았으니까 책임져! 


하는 챈럼도 있어서 더 써봅니다.


좆같으면 차단하면 된다 애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