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선으로 가는 길은 방해받지 않았다.


그곳은 비어있었다.


...처음부터 그들과 이렇게 간격이 멀었나?


그럴리 없다.


특전대장님은 언제나 관리국의 대 침식전 전술 교본을 준수해 라인을 만드니까.. 


조금 더 능선에 가까워지자 능선까지 길게 늘어선 침식체들의 사체들이 보였다. 


고개를 내밀어 사체들을 훑어본다.


3종.. 4종.. 하나같이 고위 침식체들..


‘멀리서 볼때는 능선까지 이어지는 둔덕처럼 보였는데 이런 놈들의 시체들로 길을 만들다니 역시 펜릴..’


...


‘하지만 이상해.. 사체들이 저기서  능선까지 이어지는거라면 거리가 상당히 멀어.. 대체 왜 이렇게 까지 밀고 올라간 거지?’


물론, 이수연 카운터님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그냥 밀고 올라갔을 수도 있지만 아무리 이수연 카운터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무작정 치고 올라가지는 않았을거 같았다. 


뭔가가 더 있는 느낌이다. 


만약, 그럴리는 없겠지만, 모종의 이유로 침식체가 그들을 끌어들이고 있는거라면?


나는 힐끗 북쪽 저멀리서 서서히 내려오고 있는 초 대형 침식체를 보았다.


6종.. 


6종이라고 그랬다. 


그정도의 놈이라면... 아니다 


아니다. 이건 너무 억측인거 같다.


혹시 방어선 때문에? 고위 침식체가 라인으로 오지 못하도록 무리해서 끌고 올라간건가? 


가능성이 있다. 

현재의 방어선은 고위 침식체들에게 취약하다. 

보급라인이 무너진건지 어느시점부터 보급이 오지 않는다.

탄약도 여유가 거의 없고 자동화 기갑병기들의 운용도 최소한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가까워지는 능선, 그 너머에 있을 그들에게 고마움과 경의가 담아 시선을 보낸다.


새삼스러워 말은 못했지만 마지막 순간엔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 함께 싸워서 영광이었다고, 이 세계를 지켜줘서 고맙다고..


쿠구구구궁


능선 너머에서 들려오는 파열음이 이제 생생하게 들려온다.


“대위님, 바로 앞인것 같습니다.”


디노의 목소리가 떨린다. 


옆을 보니 알바레스 역시 잔뜩 긴장한 얼굴이다.


아마.. 나도 그렇겠지.


저 앞에는 고위 침식체들이 무수히 많을거니까


우리 같은 일반인들에게 저곳은...


“그래, 다들 준비하도록. 디노,능선 너머에서 팬릴 전대가 보이면 최대한 그 쪽으로 붙여주도록. 그리고 태우고 바로 뺄수 있게 준비해. 가능하면 침식체들의 눈에 안띄게 운전해가자고 생각보단 쉬울거야.. 그들이 시선을 잡고 있을테니..”


이렇게 말하면서 내 시선은 차량에 연결된 이터니움 디바이스를 본다. 


떼어내야하나?


아니다. 저것이 침식체의 시선을 끌수도 있겠지만 저건 말하자면 최후의 보험이니까..


시선을 떼고 알바레스에게 말을 이었다.


“알바레스, 넌 차량에서 계속해서 경계하면서 침식체의 동향을 디노에게 브리핑해줘. 왠만해선 발포해서 자극하지 말고. 지금 화기로는 어차피 제대로된 타격를 주기도 힘드니까.”


알바레스가 고개를 끄덕인다.


“난 차량에서 내려서 펜릴과 접촉해 그들을 대려오겠다. 이상”


후.. 성공적으로 접촉해야하는데..


긴장감과 중압감이 몰려온다.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계획을 정리하면서 가라앉혀본다.


접근은 어떻게 하지.. 일직선 최단경로로? 아니야 이건 시선을 너무 끌테니 좋지 않을거 같고 

...

...

우선 접촉은 아무래도 나유빈 카운터님과 하는게 좋겠지? 힐데 전대장과 이수연 카운터는 아무래도 좀 다혈질이라 전장에서 대화가 쉽게 이뤄질거 같진 않으니..


“대위님 이제 곧 능선을 넘습니다.”


디노의 보고에 눈을 뜬다.


“좋아, 알바레스 “


좌측을 가리키자 알바레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내민다. 


나도 우측으로 몸을 내밀고 경계를 시작했다.


차가 능선을 넘었다.


그리고 능선을 넘어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온건...


퍼어어엉


침식체에 의해 튕겨져 날아가는 이수연 카운터의 모습이었다.


인지부조화가 극에 달하면 세상이 슬로우 모션처럼 느리게 흘러간다고 했던가?


이수연 카운터가 날아간다.


이수연 카운터가 피를 흩뿌리면 날아간다.


펜릴이 피를 흩뿌리며 날아간다.


펜릴이... 펜릴이 피를 흘린다


인류 최후의 보루가.. 지금....


펜릴이 무너지면 인류는... 이 세계는... 


그런일은 있어선 안된다.


막아야한다.


정신을 차리고 옆을 본다. 


디노와 알바레스는 여전히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멈춰있다


“디노!!!”


숨을 크게 들이쉬고 외쳤다. 디노가 정신을 차리고 바라본다.


“밟아!!”


부아아아앙


“전속력으로 최단거리로 접근해서 내려줘”


“알겟습니다.”


“ 알바레스, 우린 사격한다 침식체들 시선 끌어. 팬릴이 재정비할 시간은 우리가 끈다.”


두두두두두

“으아아아”


알바레스는 대답을 총성과 함성으로 대신했다.


훌륭한 녀석이다. 나도 질 수 없지.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으아아아아, 여기다 이 개새끼들아”


*******

침식체들의 시선을 끌며 펜릴과의 거리를 좁혔다. 


하지만 여기서 더 가까이 가면 다시 펜릴에 시선이 갈 수 있다.


내려야했다.


“디노, 저 앞에서 커브 틀어. 난 알아서 뛰어 내릴테니까”


“미치셨습니까? 이거 영화 아닙니다.”


“걱정마, 이런 멋진 보호장비를 하고 있느니 죽진 않을꺼야. 나보단 너희가 걱정이지. 한바퀴 돌고 다시 이쪽으로 올 수 있겠어?”


“젠장할, 안되도 되게 해야하는거 아닙니까? 준비하십쇼.”


나는 차량의 후미로 가 ok사인을 보냈다.


끼이이익. 


쿠당탕..데굴데굴데굴


차에서 튕겨지듯 떨어지며 구른다.


엄청난 충격에 시야가 날아갈뻔 했다.


골이 울린다. 중심을 잡을 수 없다.


후우.. 후우..


심호흡을 하면서 중심을 다잡는다.


아드레날린 때문일수도 있지만 당장은 통증도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어디 부러진 곳은 없는것 같다.


움직일 수 있다.




이제 바로 저 앞에 펜릴이...


“우릴 버릴 생각입니까?”


???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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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ㅅ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