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에 구름 위를 걷던 우리 둘
들을수록 다정한 말투
어지러워 네 생각에 취한 듯 아파
Always 지킬 수도 없는 다짐만
괜찮아 질 거라는 혼잣말도
더욱 초라해질 뿐이잖아
안돼 널 원해 버려지는 날들"
- 케이시, 'Good morning' 中
원본 썰 : 알렉스가 조금 더 욕심부리는 문학 보고싶다. - 카운터사이드 채널 (arca.live)
"...나랑?"
할 이야기가 있다는 말에 알렉스는 초콜릿 음료를 마시던 컵을 내리고 애써 웃음을 띄웠다.
그녀는 누가 봐도 억지로 지은 것 같은 부자연스러운 웃음과 함께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너스레를 떨었다.
들키지 않았겠지, 모르겠지, 몰라야 하는데.
알렉스가 그런 생각을 아무리 해봐야 관리자에게는 부처님 손 바닥 안의 문제나 마찬가지였다.
"많이 힘들어보여서 말일세. 표정도 그렇고."
"글쎄...? 보급현황 조사한다고 오랜만에 머리를 너무 써서 그런가."
"표정만 그런게 아니라 말투도 마찬가지라네."
한번 시작한 이상, 확실하게 본심을 끄집어낼 생각으로 관리자는 한층 더 세게 나가기로 했다.
"평소의 알렉스가 나긋나긋하다면, 지금의 알렉스는 어딘가 풀이 죽어 있달까. 자신감 없이, 뭔가를 품듯이 안으로 말려드는 그런 말투."
알렉스는 놀라서 귀를 의심했다. 내 말투가 그랬나? 혹시 지금도 그런가?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에게 속속들이 벗겨지는 느낌은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대체 어떻게 알아챈거람.
발가벗겨진 것만 같은 부끄러움에 알렉스는 눈만 살짝 들어 관리자를 바라보았다.
관리자도 알렉스의 얼굴을 나지막히 바라보고 있었다.
"......"
그의 얼굴에는 뭐라 말 못할 걱정스러운 표정이 드리워져 있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심사숙고하는 표정 같기도 했다.
마음 한 켠에서 불편한 감정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했다.
관리자의 눈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드높고, 모든 것을 품을 수 있다는 듯 자애로워서 금방 매혹되고 만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그래선 안된다. 왜냐하면 나는 그에게로 향한 마음을 접기로 했으니까.
잠시 두 사람 모두 아무 말도 오가지 않은 채 침묵이 자리했다.
천천히, 관리자가 말문을 뗐다.
"고민이 있다면 뭐든 말해주겠나? 자네가 힘들어하면 그걸 보는 나도 마찬가지로... 힘드니까."
"....."
그런 식으로 말하면 정말 어쩔 수가 없어지잖아.
알렉스는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아까 혼자서 그렇게나 다짐을 했건만, '나도 힘드니까 같이 말해달라'는 한 마디의 말 때문에 버리려 했던 마음을 다시 집어들었다.
관리자의 안목은 정확했다. 그를 피하는 자신의 태도, 어딘가 풀이 죽은 듯한 말투, 그런 것들을 다 파악하고 있다.
보통 좋아하는게 아니고서야 이 정도로 관심을 기울이기는 힘들다.
그렇게 자신을 아껴주고 있다는 것이 기뻤다.
기뻤지만, 동시에 슬펐다.
"상냥하네. 자기는."
알렉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관리자는 두근대는 이성이기 이전에 언제든 의지할 수 있는 상냥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그 마음을 받을 수가 없어.
"너무 상냥해서... 괴로울 정도로 상냥해서... 나같은 거랑은 어울리지 않아."
"어울리지 않는다고?"
"자기 주변에는 나보다 좋은 사람들이 훨씬 많으니까."
알렉스는 다시 관리자를 향해 두근대는 마음에다가 제동을 걸었다.
방지턱이 올라오면서 꼭 닫아두고 있던 마음의 틈새가 살짝 벌어진다. 문틈으로 알렉스의 진심이 조금씩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연이 닿아 있던 수연이라던가, 귀엽고 충성심도 확고한 류드밀라라던가, 나보다 어린데도 훨씬 밝고 능력도 뛰어난 알트 소대장 친구라던가. 나 같은 클론보다 좋은 사람들이 자기 주변에는 많잖아."
"공과 사는 달라. 서윤 양이나 수연 양과는 그런 사적인 관계는 아닐세."
그래. 아니다. 아닌 걸 안다. 본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모종의 이유 때문에, 아주 제한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도 안다.
하지만, 어떤 사실을 안다고 해서 그 사실이 진실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단지 자기가 그게 진실일거라 믿고 싶어하는 것 뿐이지.
"아까 전에, 봤어. 자기가 그 소대장 친구 머리 쓰다듬어 주는걸."
그 말을 시작으로, 알렉스가 꽁꽁 감춰두고 있던 마음 속의 말들이 하나씩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걸 보니까... 뭐라고 해야 하나. 마음 속에 셔터가 덜컹 하고 내려앉는다고 해야 하나. 굉장히... 부러웠어. 얼마나 친한 사이인 걸까. 싶기도 하고."
사실은 거짓말이다.
알렉스가 하고자 하는 말은 이 정도가 아니었다.
오히려 더 강하고, 더 분명한 자기주장을 하고 싶었다. 나에게도 애정표현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내 마음을 받아줬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그게 됐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추한 실패작이 아니라, 관리자의 품에 안겨 얼굴을 부비는 애틋한 연인이었겠지.
마음 속에 있는 말조차 제대로 꺼내지 못하니까, 아직도 이러고 있는 거겠지.
점점 감정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알렉스는 터질 것만 같은 감정을 억지로 삼키며 짓눌렀다. 한 차례 한숨이 내쉬어졌다.
"...우습지. 제대로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사소한 행동에도 남을 연적 취급 하면서 의기소침해 있다니."
서윤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관리자를 봤을 때, 알렉스는 머리가 전기 쇼크로 굳는 것만 같았다.
사귀는 것이 아니라는 점 정도는 알렉스도 알고있다. 하지만 그 장면을 보니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에 의심이라는 금이 새겨졌다.
정말 사적인 관계가 아닌걸까? 아니면 내가 아니라고 믿고 싶은걸까?
자신은 그런 말 한마디 하는 것조차 굉장히 큰 용기가 필요한데, 그런 상황을 만들어내는건 요원한 꿈처럼 느껴지는데.
누군가는 정말 간단하게 그것을 성취해버리고 만다는 것이, 그리고 성취하지 못한 나 자신은 그대로 남겨지고 만다는 것이,
그것이 알렉스의 마음을 갈수록 무겁게 만들고 옥죄었다.
이렇게 된다면, 실패작 클론으로 살 적과 완전히 똑같으니까.
"알아. 자기가 마음을 쉽게 허락할 사람이 아니라는거. 그런데도 불안하더라."
괜히 쿨한 척, 알렉스는 볼멘 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나 말고도 자기에게 호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그녀들에 비해 나는 아는 것도 적고 인간관계에 자신도 없어서, 그녀들과 자기가 함께 있으면 내가 그 사이에서 자기에게 선택받을 수 있을지가... 불안하더라."
"....."
"바보같지? 이런 생각이나 품고 있고."
허심탄회하게 알렉스는 웃었다. 그저 입꼬리만 올라간, 공허한 웃음이 얼굴을 덮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녀의 눈은 울고 있었다.
선택받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 다른 이들에 대한 열등감, 표현이 서투른 스스로의 성격.
자신도 모르게 그걸 다 말해버리는 바람에 관리자도 전부 알게 되었다. 아마 이런 모습을 보게 됐으니 적잖게 실망했겠지.
아니면 이미 다 알고 있었으려나?
메이즈 전대를 포용력 있게 책임지는 그녀의 모습은 모든 이들의 눈에 자애롭고 부드러운 성격으로 비춰졌을 것이다.
그러나 틀렸다. 그건 그냥 남을 보살펴주는 걸 잘하기 때문에 얻게 된 하나의 모습이고, 실제로는 다 자라지도 못한 미숙아 클론일 뿐.
그런 모습들까지, 이 남자는 다 알고 있을까?
알렉스는 창고정리를 하면서 관리자에게 자신의 옛날 이야기를 말해줬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 때 말했던 걸 관리자는 아직도 기억할까? 기억하고서 지금 이 자리에 온 걸까?
만약, 아직 기억하고 있다면-
"이전에 내가 얘기해줬던거, 기억나? 나는 클론 병사로써 선택받지 못하면 목숨을 박탈당하는 삶을 살아왔어. 부적격자로, 불량품으로, 멸시받고 사는 것이 보통이었지.
그런 환경 가운데 제대로 된 전투원으로 쓰이지 못한다는 건, 선택받지 못한다는 건, 정말 끔찍한 일이야. 난 그런거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 내가 선택받음으로써 누군가가 버려지는 건... 이젠 보고싶지 않아."
주먹을 꽉 쥔다. 입술을 앙다문다. 절대 말하고 싶지 않지만, 자신이 이 이상 괴롭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해야 했다.
미안해.
누구에게 하는지도 모를 사과를 되뇌이며 알렉스는 조곤조곤하게 결심한 바를 전했다.
"그냥 내가 내 마음을 포기하려고 해. 어차피 선택받을 자신도 없고. 내가 자기에게 어울리는 여자도 아니니까."
이미 좋아 보이니까 됐다고.
애초에 서로에게 어울리는 상대도 아니었다고.
"너무 그런 표정 짓지 마. 누군가 버려져야 한다면, 버려지는 게 익숙한 내가 남는게 모두를 위해서도 좋은 거니까."
난 이대로 남겨져도 괜찮다고.
정말 괜찮다고.
새싹처럼 키워갔던 마음에서, 가지를 하나 둘씩 잘라낸다.
한마디, 한마디를 할 때마다, 마음을 깎아낸다.
아팠다. 마음에 있지도 않은 말을 하는 것이 아팠다.
애써 관리자를 밀어내려는 것이 아팠다.
생살을 도려내는 것만 같아서, 너무나 아파서, 고통에 절어 신음하면서도, 거절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그래도 참았다. 큰 결심에는 큰 희생이 따르는 거니까.
내가 포기하지 않으면, 나도 관리자도 모두가 함께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불온한 관계를 이어가야 할테니까.
"그러니까..."
자신도 모르게 알렉스의 눈에서는 눈물이 한 방울 떨어져 내렸다. 목소리에도 슬픔이 묻어났다. 한탄의 한숨과 눈물이 함께 흘러나왔다.
이걸로 된거야. 내가 미련 없이 이 마음을 내려놓는다면 괜찮을거야.
그러니까,
나를 포기해줘.
아니. 포기하지 말아줘.
나를 잡지 말아줘.
제발, 나를 잡아줘.
알렉스는 그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감정이 한계까지 벅차 오른 탓에, 목이 슬픔으로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울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괜찮은 척, 자연스러운 척, 사력을 다해 온 몸으로 바둥대는 모습이 애처로웠다.
"...알았네. 그렇게 말한다면 어쩔 수 없군."
알렉스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관리자는 알렉스가 말을 더 이어가지 못하자 비로소 입을 열었다.
알렉스는 들려올 대답을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무슨 말이 들려오게 될까. 고생했다는 격려? 이제 됐으니 가도 좋다는 이별 통보?
하지만 그녀에게 들려온 것은 예상조차 하지 못한, 전혀 다른 종류의 대답이었다.
"앞으로 다시는 그런 생각 못하게 몇 번이고 말해줄테니. 지금부터 잘 듣게."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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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알마망이라면 이런 고민 같은건 하지도 않겠지만, 가끔은 이런 소극적인 알마망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오.
개인적으로 좀 슬픈 내용 적을때 저 브금 같이 들으면서 쓰면 굉장히 잘 써지는거 같음. 옛날에 이수연 16쨜 문학 썼을때도 넣었는데 성능 확실하다.
중간에 적힌 몇몇 대사가 회색이라서 흑백으로 보는 애들은 좀 이상하게 느낄수도 있음...
나에게 감사하지 말고 원본 썰 제공해준 게이에게 항상 감사하십시오 korean CEO. and i also 마망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