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찾는건

누군가의 사랑이 전부.

설렘, 시간, 손길, 춤,

온 하늘을 밝혀주는 눈빛,

다정한 목소리,

곁에 있어 줄 테니 마음 놓으라는 말."


- '라라랜드' 中


원본 썰 : 알렉스가 조금 더 욕심부리는 문학 보고싶다. - 카운터사이드 채널 (arc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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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 브금을 반복재생으로 켜두고 보세요!




.....


다시는 그런 생각 못하게 해주겠다고?


아무런 기대도 담기지 않은 공허한 눈빛으로 의심스럽다는 듯 알렉스는 관리자를 가만히 응시했다.


그는 무슨 말을 해주려는 걸까. 아무리 띄워주려고 한들, 말 몇 마디로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소용 없는 짓이겠지.


응시하는 알렉스의 시선에 관리자는 쑥스럽다는 듯 살짝 시선을 피했다.


"우선 고민을 이야기해 줘서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네. 그러나 설령 서투를지라도, 난 그런 알렉스도 마음에 든다네. 조금 자신감이 없는 것 뿐. 자네는 굉장히 매력적인 여성이니까."


기대를 안한다고는 하지만, 좋아하는 이에게 듣는 말이 가져다주는 느낌은 별개였다.


내가 매력적이라는 저 말이 립서비스일까? 아니면 진심일까? 


관리자의 폭탄선언은 알렉스의 식어버릴 뻔한 마음을 다시 부채질해갔다. 공허함을 머금었던 눈동자에 다시 혈색이 돌기 시작했다.


동시에, 한순간이나마 꽃밭으로 물들었던 머릿속이 다시금 현실을 직시했다.


아니야.


내가 매력적일 순 있어도, 그건 수연이나 류드밀라 같은 이들도 마찬가지야. 관리자에게 있어 그녀들 또한 분명 매력적인 여성이겠지. 


관리자가 자신을 매력적이라고 말해줬다 한들, 그렇다고 다른 이들의 매력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현실은 말 한마디로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난... 류드밀라처럼 강하지도 않고, 수연이처럼 자기랑 오래 있지도 않았고, 알트 소대장인 친구처럼 그... 요염하지도 않아." 


"흐음. 류드밀라보다 예쁜 은발 머리카락에, 수연 양보다 성격도 부드럽고, 서윤 양보다 예뻐 보인다만?"


"적어도 사람을 사귀는 영역에 있어서는 이 셋보다 한참이나 뒤쳐져 있어. 난 클론으로 살아왔으니까. 부전대장으로써 대원들을 보살펴주는 것 정도야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연애라던가 그런건 자신이 없어. 그런데도..."


"난 아니라고 보네."


관리자는 알렉스의 말을 단호하면서도 상냥하게 끊어냈다. 


"그건 알렉스 자네가 스스로에 대해서 아직 잘 모르기 때문이야. 그럴 만도 하지. 자네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외부에서 주어진 목표를 답으로 알고 살아왔어. 자신이 누구인지를 스스로 정의내릴 시간이 자네에겐 너무 부족했네."


말이 끊어졌지만 알렉스는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끊어주기를 바랬을지도 모른다.


상냥하고 조곤조곤한 말투가 들려왔다. 


마치 내담자의 이야기를 듣고 부족한 것을 채워주려는 상담자처럼, 관리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알렉스의 마음 한 켠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내키지 않는단 표정을 하고 알렉스는 넌지시 의문형으로 되물었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진짜 자네가 어떤 존재인지를 정의내리면 된다네.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야. 다행히도 알렉스라는 여성을 아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바로 여기 있거든."


관리자는 한 손으로 자신의 가슴팍을 툭툭 쳤다. 그의 훤칠한 외관과 행동거지의 대비가 불균형을 자아냈다. 


자신도 모르게 알렉스는 피식 하고 웃음지었다.


이야기가 이렇게 나왔다면, 끝까지 들어봐도 나쁘진 않겠지.


"내가 어떤 사람인데?"


"자기 주변 사람들을 꼼꼼히 살피고, 전부 아우를 수 있는 마음씨를 가진, 밖과 안이 모두 예쁜 사람.


겉으로는 한없이 부드러워 보이면서도 강인하고, 냉혈해 보이면서도 따스한 사람.


내가 봐온 알렉스라는 여자는 그런 사람이야. 이런 천상 미녀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겠는가?"


관리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알렉스를 향한 찬양에 가까운 말을 읊어댔다.


그 탓에 알렉스의 마음은 당황스럽다 못해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우느라 빨개진 얼굴은 다시 두근거림으로 재점화되었다. 낯부끄러운 말을 옆에서 직접 듣고 있자니 귀가 냄비처럼 뜨겁게 달궈졌다.


".....으으...!!"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한 알렉스에게서 전기밥솥이 뜸을 들이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지금까지 줄곧 자신의 단점을, 열등감을, 이런 부족한 나에게 당신은 과분한 존재라는 것을 말해왔지 않은가.


그런데 돌아온 것은 오히려 자신을 치켜 세우는 말들이라니. 그것도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사람에게 듣는 칭찬들.


이렇게 부끄러워 하는 모습들까지도, 사랑스러웠다.


"하여간 알렉스 자네는 너무 착해서 탈이라네. 수연 양도, 서윤 양도, 류드밀라도, 자네가 내 곁에 있다고 해서 실망할 만큼 약한 사람들이 아니야. 오히려 더 투기를 불태운다면 모를까."


"으.... 그건 그거대로 긴장되는걸."


왠지 어떤 일이 펼쳐질지 상상이 되었다. 셋 다 강단 있고, 능력 있고, 약삭빠른, 내로라 하는 성격의 소유자들이었다. 


기필코 관리자의 총애를 독차지하고 말겠다며 기회를 노리는 그녀들의 모습을 생각하니 알렉스는 자신도 모르게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울다가, 웃다가, 지금 이게 뭐 하고 있는 건지. 오늘 좋아하는 이 앞에서 못 보일 꼴을 다 보이고 있구만.


알렉스는 양 손을 들어 주의를 환기할 겸, 뺨을 몇 차례 부볐다. 


관리자는 그녀가 뺨을 몇 차례 부벼서 주의를 환기하는 걸 끝까지 기다려주었다.


"아, 아무튼. 그런 말 한다고 뭔가 나오는건 아니다, 뭐." 


"응? 하하. 뭔가 나오는걸 기대했건만, 안타깝군."


"자기가 그런 생각을 해주는건 정말 고맙지만... 현실은 말 몇마디로 바뀌지 않아. 자기가 날 그렇게 바라본다 해도, 정작 나는..."


또다. 알렉스 특유의 자신감 없이 움츠러드는 말투가 다시 들려왔다. 다행스러운 점은, 아까보다 표정이 한층 더 온화해졌다는 거랄까.


오히려 좋다. 많이 끄집어 올렸으니, 지금부터가 진짜였다.


관리자가 알렉스를 찾아온 이유는 단순히 자신감을 북돋아주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녀가 다시는 이런 식으로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아예 끌어 올린 다음에 제동장치를 둘 필요가 있었다.


약자를 도와주는 것은 분명 옳은 일이다. 그러나 그들을 계속 돕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약자들은 스스로의 약함을 무기로 삼아 도움을 요청해온다.


그리고 이어지는 도움은 그들을 스스로의 힘으로 헤어나올 수 없게 만드는 악수가 된다.


오히려 관리자가 그런 사람이란걸 알기 때문에, 알렉스는 비겁하게도 자신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줬으면 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클론이라는 태생적 한계에 매몰된 채, 다른 이들과 비교하면서 스스로의 약함을 무기 삼아 동정을 바라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래. '네가 좋다'는 말 한마디를 듣기 위해서.


성미 같으면 듣고 싶은 말을 바로 해주고 싶었지만, 그래서는 알렉스의 성장에 좋지 않다. 


내가 마음에 두고 있는 여자라면 응당 위로 올라와서 자신과 시선을 마주칠 필요가 있으니까.


"아까 말했지 않는가. 자네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여기 있다고."


알렉스를 끌어 올려주기 위해 관리자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모른다면 스펀지가 흡수하듯이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기억해주게. 교과서만큼이나 확실히 검증된 사실이니 믿어도 좋아.


원래 이런 말은 아무한테나 안하는건데. 라고 하며 관리자는 깊게 심호흡을 하더니, 알렉스의 눈을 지긋이 쳐다보았다.


"루비처럼 붉은 빛을 담고 있는 눈동자라서 좋았네."


"-뭐?"


"별이 수놓아진 것 같은 찰랑이는 은발도 예쁘고."


"잠깐, 잠깐ㅁ-"


누구라도 자상하고 따뜻하게 대해주는 태도도, 


듣기만 해도 봄바람의 요정이 귀를 타고 몸을 간지럽히는 것 같은 부드러운 목소리도. 


하고싶은 것이 있어도 남을 위해 양보하려는 그런 마음가짐까지.


그런 당신을, 난 정말로 좋아한답니다.


".......!!"


말이 끝맺어지자, 알렉스의 마음 속에는 거대한 폭탄이 하나 떨어졌다.


폭탄은 하트 모양의 폭심지를 남기며 알렉스가 갖고 있던 모든 종류의 부정적인 생각들을 남김없이 날려버렸다.


알렉스는 부끄러움에 죽을 것만 같았다. 마음이 괜히 막 간질거렸다.


상냥한 목소리로, 애정어린 시선으로 이런 낯부끄러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다니.


이 남자는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 걸까.


어떻게 되먹었길래, 이런 나를 마음에 담고 있게 된 걸까.


관리자는 알렉스의 오른손에 자신의 왼손을 살포시 포개어 집어 들었다. 시간이 멈춘 것만 같이 오랫동안 흘러갔다. 


"왜 내가 자넬 마음에 담았는지 궁금하겠지. 이유는 별 거 없다네. 내가 눈부신 빛을 내뿜는 보석을 모르고 지나갈 바보는 아니거든."


관리자는 알렉스의 오른손에 자신의 왼손을 살포시 포개어 집어 들었다.


잠시 후, 알렉스가 조용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흐흣.... 흐흐흣. 뭐야 그게. 비장하게 폼 잡더니 오글거리는 말이나 하고..."


관리자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진중한 것 같으면서 유머러스하고, 위기에 처한 사람에게 정말 필요한 조언을 해준다.


만약 문제가 있다면 그걸 스스로 나서서 해결해주기보다는 지켜본다. 옳은 선택을 하는지, 그 선택을 위해서는 또 무엇이 필요한지.


그런 것들을 면밀히 지켜보고, 그 사람이 성장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준다.


알렉스가 깨어난 이후로 봐왔던 관리자는 그런 사람이었다.


"오글거리는데... 그런데.... 흑, 하아... 왜이러지...?"


그런 사람에게 듣는 따뜻한 말들이 너무 좋아서


그런 사람에게 받는 세심한 배려들이 너무 좋아서


그런 사람과 함께 있는 지금 이 순간들이 나는


너무나도-


"흐윽... 윽.... 흑...."


이상하게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한번 터져버린 감정의 격류는 알렉스 스스로도 더는 조절할 수 없었다.


목울대에서 울컥이는 감정 덩어리를 진정시키려고 알렉스는 울음 섞인 숨을 내쉬었다. 몇 번을 닦아내도 눈물은 계속 흘러내렸다.


관리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불규칙하게 숨을 내쉬는 알렉스의 몸을 다정하게 끌어안았다.


미세하게 떨리는 그녀의 몸을 아주 소중한 것을 만지듯,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흑, 으윽.... 으흐윽... 고마워... 고마워... 나는.... 나, 는.... 으흑..."


알렉스는 울고, 또 울었다.


더는 슬프지 않았다. 클론이어서, 남들보다 덜떨어져서, 부족해서, 그런 이유들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여기에는 오직 관리자와 자신만이 있을 뿐.


아무것도 없어서 뭐든지 받아들일 수 있는 소녀와, 모든 것을 갖고 있기에 뭐든지 알려줄 수 있는 남자.


그렇기에 더는 슬프지 않았다. 


비어있는 스스로의 마음을 진정한 자신의 모습으로 가득 채울 수 있기에 오히려 기뻤다.


기뻐서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고맙다는 말만을 연신 반복하며 알렉스는 어린 아이처럼 관리자에게 의지한 채 계속 울었다.


눈물바다 속에서 실패작 클론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


왜냐면, 자신이 실패작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아버렸으니까.


......


20여분의 시간이 흘렀다.


알렉스는 어찌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기력이 부족했는지 눈이 부은 채 남은 초콜릿 음료를 빨대로 빨아 마시고 있었다.


어쩔 때는 굉장히 성숙해 보이는데, 또 어떤 때에 보면 가끔 10대 소녀처럼 행동하는 모습이 보는 이로 하여금 심장을 거칠게 뒤흔들었다.


"좀 진정됐는가?"


"...응."


"그럼 먼저 일어나겠네. 더 농땡이를 부렸다간 부사장이 나에게 '그 스트라이크'를 먹일 것 같아서 말야."


"그 스트라이크면.... 푸흡."


알렉스는 초콜릿 음료를 먹다 말고 빨대를 무심코 강하게 깨물었다. 


아. '그 스트라이크'. 정말 유명했지. 구 관리국 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농담이라도 웃지 말아주겠나...? 예전에 침식체들을 곤죽으로 만들던 부사장 성격을 생각하면, 내가 곤죽이 될지도 모른단 말일세..." 


"후훗. 걱정 마. 자기가 아픈건 내가 눈 뜨고는 못보지. 내가 지켜줄게."


"말만 들어도 굉장히 위안이 되는군."


알렉스의 말을 들은 관리자는 어딘가 의지로 가득차는 느낌을 받았다.


읏차, 하고 벤치에서 일어나며 관리자는 알렉스를 향해 뒤돌아봤다. 아직 할 말이 남아 있었다.


"알렉스. 선택 받으려 하지 말고, 선택하게. 당신은 그럴 자격과 매력이 충분한 사람이니까."


사랑은 쟁취하는 거라고 했다. 그것이 관리자가 알렉스에게 남긴 마지막 숙제였다.


자신이 어떤 존재인질 알고, 자신의 마음을 행동에 옮김으로써 실존을 회복하는 것.


어려운 일이겠지만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다.


관리자의 말을 듣고 알렉스는 쑥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나는 서투른 사람을 정말 좋아하거든. 특히 머리카락이 은발이면 더 좋아하고."


"...응. 아직은 긴가민가 하지만... 노력해볼게."


"기다리고 있겠네."


관리자는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띄우고는 그대로 뒤로 돌아 옥상 정원을 벗어났다.


꿈과 같은 시간이었다. 관리자가 앉아 있던 의자에는 아직 그의 잔향이 남아있는 것 같았다.


말 몇 마디로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 틀렸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의 말 몇 마디로 자신이 바뀔 수 있는 여지를 얻었기 때문에, 이제 더는 기죽은 채로 있을 필요 따윈 없었다. 


"정말 고마워."


알렉스는 관리자의 의자를 바라보며 방긋 웃었다.


그 애틋한 웃음이 상대를 향해 지어질 날이 오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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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편 쓸때마다 정말 오래 걸린다는 것에 스스로 통탄을 금치 못한다. 쓰고 싶은건 정말 많은데 날림글을 쓰지 못하는 성격이라 너무 슬퍼....


이렇게 고심해서 한땀한땀 써와도 긴 글이면 다들 피곤해하니까 그것도 너무 슬퍼....


ㅅㅂ 근데 쓰고보니 진짜 존나못쓴거같네 이게 뭐냐 대체 주제의식도 하나도 안맞고 의식의 흐름이 되어버렸노 병신ㄴ아



마지막에 관리자가 알렉스에게 한 말은 나 자신에게도, 이걸 보는 너희들에게도 하고싶은 말이야.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 때문에 현재의 많은 선택을 포기하거나 유보하는 너 나 우리들이, 스스로 선택하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어서.


스스로 선택하고 받아들이고 후회를 남기지 않는 인간을 만드는 것이 교육이기도 하고.


맨날 다짐하고 또 다짐하는데, 잘 안되긴 하지만 말야 ㅎㅎㅎㅎㅎ 


20몇년동안 살아온 삶의 방식이 그렇게 마법처럼 휙휙 바뀌면 그게 신이지 사람이겠어 ㅋㅋㅋㅋ 


여튼 다음에 쓸 글은 카운터들이 엄마가 됐을 경우 2편 혹은 10살 꼬맹이가 되어버린 알렉스가 되겠음.


언제 나올지는 나도 몰루브릿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