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 https://arca.live/b/counterside/28255791





놀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는 법.

 

왠지 분위기에 휩쓸려 방법이 있다는 듯 큰소리 떵떵 치긴 했으나 사실 그렇게 살 방법이 있을 턱이 없다.

금수저조차도 일을 하지 않고 살 방법이 마딱찮은 작금의 사회에서 일을 안 하고도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을리가.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편하게 살 방법은 있다.

말하자면 발상의 전환이라는 것이다.

일을 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면, 최대한 편한 일을 하면 되는 것 뿐.

 

돈이 없어서 놀지 못해?

이럴 땐 구 프랑스의 모 왕비가 한 것으로 잘못 알려졌으나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본받을 만한 정신을 상기하면 된다.

 

일명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된다' 정신 말이다.

 

세상은 결코 공평하지 않다.

그건 확실히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어쨌든 분명한 사실은, 그 안에서도 나름의 취사선택이 가능하다는 것.

예시는 좀 다르지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예컨대, 인간이란 척박한 상황 속에서도 개척해나갈 수 있는 존재란 것을 망각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움직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이 처자에게 딱 알맞은 방법이 있다.

 

"자네, SNS 가지고 있나?"

 

"가지고...... 는 있는데요. 혹시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 같은 쪽 생각하시는 건가요? 그거ㅡ"

 

"자네와 내가 그리 깊은 사이라 할 순 없네만 그래도 지금까지 내 나름대로 자네를 파악해 본 결과에 의하면, 자네는 며칠 단위로 제작할 콘텐츠를 생각하려고 머리를 굴리려는 것마저 귀찮아 할 확률이 높다 생각해 그 쪽은 애초에 생각조차 하지 않았으니 걱정 말게나."

 

"헤, 저에 대해 제법 잘 파악하셨는데요. 심리학 쪽에 밝으신가봐요?"

 

"뭐, 사람을 제법 많이 만나야 하는 직업이라 이런 쪽에 아주 문외한은 아니긴 하다만."

 

불필요하게 스스로의 인격적 가치를 깎아먹는 발언을 아주 서슴없이 내뱉으며 그녀가 건네준 스마트폰으로 SNS을 살펴본다.

프로필 사진엔 공백만이 있을 뿐이며 친구라곤 같은 팀 멤버 민서 양, 그리고 에이미 스트릭랜드로서 활동했던 계정 말곤 없는 말 그대로 유령 계정.

 

참고로 우린 대화가 길어질 것을 고려해 인근 카페에 들어와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나는 딱히 올린 게시글도 없는 그 SNS 상태를 확인하고 라떼를 홀짝이는 그녀에게 폰을 넘겨주며 말을 이었다.

 

"인생을 쉽게 사는 방법엔 여러가지가 있네만, 일단 기본적으론 두 가지 전략이 필요하네."

 

"두 가지... 전략이요?"

 

"첫 번째. 인생 쉽게 사는 사람을 조사한다. 두 번째. 그 사람을 벤치마킹해 자신의 삶에 적용시킨다."

 

"오..."

 

본질을 꿰뚫은 그 날카로운 통찰에 감탄한 듯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금까진 '뭐라 지껄이나 들어나 보자'는 태도였다면 지금은 내 말에 영양가가 함유된 것을 느낀 듯 제법 집중하는 모양새다.

음, 좋은 자세야.

 

"나는 지금까지 일하면서 나름대로 잘 나가는 사람들, 소위 인생 편하게 사람들을 많이 만나봤네. 그리고 그들 사이에 제법 밀접한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

 

"그게...... 뭐죠?"

 

불로장생의 비법을 갈구하는 진시황처럼, 얼굴을 들이민 그녀의 눈이 별빛처럼 반짝였다.

나는 좀 더 애를 태우라는 심정으로 일부러 커피를 느긋히 마시며 머릿속으로 내뱉을 단어를 조합했다.

 

그렇다.

내가 분석한 인생 편히 사는 사람들의 공통점, 그것은ㅡ

 

"일단 마스크가 받혀준다는 거였네."

 

"......네?"

 

"이거. 이게 된다고."

 

나는 얼굴 위아래로 손을 휘젓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그리고 다시금 커피를 한 모금 입에 머금고 그 향을 음미한다.

음, 제법 신선한 원두를 썼나보군.

간판은 보지도 않고 들어온 동네 카페치곤 제법인데.

 

"아니아니아니."

 

그 사이 뒤늦게 (좌우)뇌의 연산 작용이 끝난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정신을 환기하던 그녀가 나를 본다.

어째서인지 먹으려고 사놨다 까먹는 바람에 까맣게 썩어버린 바나나를 음식물 쓰레기통에 던지는 순간의 표정이다.

 

"그러니까, 지금, 제 몸을."

 

"아니, 얼굴. 외모 말한 거였다고 외모. 대체 머리에 뭐가 들었기에 그리 확대해석이 되는건가. 나 몸의 ㅁ자도 안 꺼냈다만."

 

"마스크 할 때 ㅁ 들어갔는데요."

 

"......"

 

"......"

 

이럴 땐 커피를 마셔주면 좋다.

으음, 이 마일드함......

역시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군.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입을 열었다.

 

"뜬금없이 연예 기획사 사기꾼 같은 소리를 해서 당황스러운 맘은 이해하겠다만 진정하게. 난 진지하게 말한거니까."

 

"분명 여기 근처에 봉고차를 세워두고......"

 

"다시 말하지만 난 진지하네. 그리고 그걸 혼잣말 한답시고 다 내뱉으면 뭔 소용인가."

 

나는 경계하는 얼굴로 창 밖을 뚫어져라 응시하는 아직은 순수함을 가지고 있는(?) 소녀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다 각박하고 어지러운 작금의 사회의 일면 때문이다.

그런 혼란 때문에 정직하게 사는 나 같은 사람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지 않나.

 

"보통 스스로를 치켜세우는 사람치고 진짜로 잘난 사람은 못 본 것 같은데요."

 

"자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순 없겠나. 팀에서도 츳코미 담당이었나?"

 

"글쎄요, 제가 했을 때가 따로 있고 다른 팀원이 했던 때가 따로 있던 것 같은데...... 아니, 그것보다 저 아직 순수하거든요? 이렇게 순수하게 생긴 인상 본 적 있어요?"

 

"갑자기 또 무슨 소리하는겐가?"

 

"아뇨, 어디서 절 순수하지 않게 보는 것처럼 폄훼하는 나레이션 같은 게 느껴졌달까...... 아무튼."

 

우리는 그 쯤에서 언제부턴가 안드로메다 직행 열차표를 끊고 가던 대화의 방향을 다시 원점으로 돌리기로 합의했다.

 

"뭐, 원래 뭐든 직선으로 시원하게 가려다가도 돌고돌아 삼천포까지 빠진 뒤에야 원점으로 가는 게 일상이죠."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네. 아무튼 내가 말하려던 건 SNS 모델로 광고를 하면 어떠나, 하는 방향이었다네."

 

"역시 그건줄 알았어요. 전 진작에 꿰뚫어보고 있었다고요?"

 

"그게 방금까지 있지도 않던 봉고차를 찾던 인간이 할 소리인지는 일단 제쳐두고, 냉정하게 말하지. 자네는 외모라는, 불공정한 싸움에서 나름대로의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무기를 지녔네. 그리고 매우 다행히도 세상은 안 그런 척하면서도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해 있는 사회라서 말이지."

 

세상은 결코 공평하지 않다.

바꿔 말하면, 경쟁을 공평하지 않게 하는 치트키가 제 손에 쥐어져 있다면?

망설임 없이 그것을 쓰기만 하면 된다는 것인가.

이 얼마나 편하고 불합리한 방식이란 말인가.

 

"흐음."

 

분위기에 휩쓸려 마주보고 앉은 남자긴 하나 그 눈에 작업을 걸려거나 하는 식의 음흉한 시선 따윈 없는, 순수한 호의이자 진심임을 어느 정도 느낀 듯 그녀도 장난기를 걷어내고 곰곰히 생각해보는 눈치였다.

 

이쯤에서 한 마디 하겠다.

혹 엉큼한 시선을 받게 될까 오해의 소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굳이 한 마디를 덧붙여, 궁극의 미를 추구하며 여인상을 조각한 피그말리온의 마음으로서 말하겠다.

 

히로세 아키라는 이 아이는 꽤나 매력적이다.

비록 그 내용물은 집에서 속옷 차림으로 굴러다니며 몸을 벅벅 긁고 애니나 탐독하는 니트와 다름 없을지라도, 일단 외견상 문제는 전혀 없다.

좌우로 흔들리는 금발, 에메랄드처럼 빛나는 청록색 눈동자가 (입만 다물면) 귀여운 인상을 물씬 풍기는 소녀의 매력을 더해준다.

사진빨을 받으며 모델 일을 한다면 상당한 수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확신이 들 정도로.

오히려 이런 캐스팅을 지금까지 받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인데, 그건 아마 그녀 특유의 게으름과 연관이 전혀 없진 않으리라.

 

그래, 게으름이야말로 그녀의 가장 강한 욕망이니 말이다.




* * * * *

 

 

 

유미나 편


https://arca.live/b/counterside/28064112

 


히로세 아키 편


1)

https://arca.live/b/counterside/28255791

 

 

아키 편 다음 화에서 끝낼 예정.

이 다음으론 레지나나 씨발이(각성 말고 기본) 편 생각하고 있었는데 맨 처음 썼던 유미나 편이 뭔가 부실해보여서 보충해볼까 싶기도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