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을까.

앞이 제대로 안보이기 시작한건


당연하게도 보이던 것들이

당연하게도 흐릿해진게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게된 첫날은 엄청나게 넘어졌다.


너무 아프고 서러웠다.

나를 버린 부모님이

나를 버린 세상이

너무나도 미워서

그저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앞이 잘 안보이게 된지 16일째

이제는 손으로 짚으며 다니게 되었다.

매일 있던 상자 안의 자리는 내가 만들어둔 표식으로 거의 찾아갈 정도.



42일차

누가 상한 음식을 준건지 배가 너무 아프다.


이제는 예민해진 청력으로 주위사람들의 목소리가 너무 잘 들린다.


'어머 불쌍해라.'

'눈도 안보이나봐'

'저러다가 죽는거 아니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내게 내밀어지는 손도.

내게 주어지는 음식도

다시. 다시 나는 매일 있던 자리에서 울음을 삼켰다.


몇일인지도 모르던 어느날

나는 그 곳에서 도망쳐나왔다.

아니 잘 보이지 않았지만 맞을거야.

무서운 아저씨들이 날 때렸어.

그러다가 뭔가 큰 울음소리가 나자

아픔이 사라지고 내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었지

이윽고 그 소리가 침식체의 소리라는걸 깨달은 나는 그저 평범한 집에서 태어나게 해달라고 그저 빌었어.


그 순간 내 눈은 안개처럼 흐릿한데

밝고 따스한 빛이 내 손을 잡았어.

선생님이라는 따스한 빛이

선생님은 많은걸 할 수 있었어.


그리고 우리는 어느새 국경이란곳에 있었나봐

얼마지나지 않아, 병원을 갈 수 있었어.

거기서 나의 눈을 선생님이 고쳐주기로 하셨어.

수술 전날에 간호사 언니가 나에게 일기라는걸 줬어.

내 소중한 걸 적는곳이라고 하나봐.

꼭 선생님과의 추억을 다 적을거야


눈에 안대를 감자 세상은 그 무엇도 안보였지만

그 어느때보다 따스했어.

그리고 선생님의 손으로 암흑이 사라지자, 나는 이제서야 세상을, 선생님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되었어.

선생님은 일이 있어서 떠나야 된다고 하셨어.

분명 다시 만날거라고.

그 말만을 남기고 떠나셨어.


하지만 난 반드시 선생님을 찾아낼거야

오늘은 목요일

흐릿했던 나의 세상에 빛이 들어온 날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