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리슬쩍 퇴근하려다가 걸린 주시윤은
비참하게 부사장에게 귀를 잡혀 자리로 돌아왔다.
"십분 일찍 퇴근하겠다는 것도 봐주지 않으시는 군요."
새삼스럽게 조기퇴근을 노리다니, 그것도 코핀컴퍼니에서 말이야.
"끼니라도 제 때 챙겨먹고싶으면, 안짤리게 성실하게 일해라, 제자야."
"들들 볶이는 건 부사장님께 당하는 것 만으로 충분합니다, 스승님."
아스모데우스와의 만남 이후, 힐데는 업무에 집중하지 못했다.
유독 이 능글맞은 제자앞에서 더욱 심했다. 언제 이리 거슬리게 컸는지.
"저를 그렇게 빤히 바라보시다니, 부끄러워 몸둘바를 모르겠네요, 하하."
"배짱도 좋구나, 주시윤. 스승을 놀려먹다니."
신체적으로 훌쩍 커버린 주시윤은 어느덧 꼬맹이가 아닌, 성인 남성이었다.
하, 내가 이게 무슨꼴이람. 자식같이 기르던 제자를 그런 눈으로 보다니.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건, 남성이 아니라 꼬맹이 제자다.
마음을 다잡고 다시 독수리타법으로 문서를 치던 힐데 앞에,
라면이 놓였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녀석으로.
"일단 이거나 드시고 하시죠, 스승님. 끼니는 제 때 드셔야죠."
방금 했던 말을 되돌려 주다니, 반격하나는 기깔나는 녀석이다.
적어도 이녀석 앞에선 편하게 있을 수 있다. 나이도 정체도 숨김 없이.
"소대장으로서, 내가 밥을 사야했는데 미안하다. 고맙다고는 해두지."
"통일을 이유로 항상 선 데리버거 단품 시키시는 분이 사는 밥이라."
"말이 많군, 데리버거가 좋아서 시킨거야. 눈치를 주는게 아니라."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후 주시윤은 제자리에 앉아 라면을 먹었다.
진라면 순한 맛, 힐데가 소년 주시윤에게 끓여주던, 그녀가 좋아하는 라면.
'짜식, 은근히 세심하다니까.'
소년시절의 주시윤이 힐데의 눈에 겹쳐짐과 동시에, 그녀의 가슴에
통증이 가해진다. 내가 이 소년의 부모를
해쳤다. 이 소년이 보는 앞에서.
제일 원망스러울 사람을 스승이라 부르는 아이의 심정을 떠올리니
발작이 일어날 것 만 같았다. 꿈에서도 시달리는 그녀였다.
정말 미안하다, 시윤아. 나를 미워해라. 원망하고 살아남아줘라.
신을 믿지 않았지만, 그녀는 늘 시윤의 행복을 빌었다.
차갑게 식어가던 그의 부모에게도 약속했던 일이다.
리플레이되는 그날의 기억, 힐데는 고통스러워 눈을 질끈 감았다.
"고민이라도 있으신가요, 스승님. 안색이 심상찮으신데 말이죠.
믿음직스럽진 못한 제자더라도, 공유는 해주시죠."
"음식이 맛이 없어서 그런 것 뿐이다. 네놈 요리는 늘질 않는구나."
"에너지 보충만 할 수 있으면 되는 겁니다. 밥이란건. 하하."
"보는 눈 없다고 침식체 가루나 뭐 이딴 거 넣은 건 아니겠지?"
답이 없이 실실 웃기만 하는 주시윤. 이 자식 설마...!
"해는 없을 겁니다. 아마도..? 하하하."
줘패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죽이며, 힐데는 업무로 눈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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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고 싶진 않았는데 이렇게하고나니까 뭔가 개운하다
문장이 좀안어울리고 그럴수 있는건 스비가 ㅈ같아서 욕넣어서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