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통합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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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상하구나."
"그러게 말입니다."
덜컹거리며 흔들리는 차량의 좌석에 몸을 반쯤 파묻은 로자리아와 주시윤은 공통된 의문을 품고 있었다.
오늘도 새벽부터 작전이 시작됐지만 이렇다 할 수확이 없었다.
토벌작전을 개시하고 사흘이 지났다. 지금까지의 결과를 정리하자면 허탕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나나하라 가문은 첫날부터 직속 카운터 오십여명을 동원해 과할 정도로 촘촘하게 색적을 위한 포위망을 펼쳤다.
그림자가 출몰하지 않을 경우를 생각해서 다이브용 함선까지 수배에 나섰다고 들었다.
의심되는 모든 포인트에 병력을 배치했다. 그들의 임무는 그림자의 위치를 특정하는 것이었다.
토벌의 주전력은 사나에가 이끄는 가문의 정예들과 자신들 펜릴 소대가 될 터였다.
적을 찾아내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여러 차례 발견했다.
그림자는 보란 듯이 포위망을 펼친 카운터들 앞에 나타났다. 적당히 교전을 펼쳤고, 적당히 이탈했다가 다른 포인트에서 다시 부상했다.
곳곳에서 아군이 당하고 있는 이상 토벌조는 당연히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피해가 누적된다면 토벌조도 나눠야 할 판이었다.
운전석에 연결된 통신 채널은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들로 시끄러웠다.
여기는 포인트 C. 그림자를 확인했다. 신속히 지원 바람. 부상자 발생. 중상 1명...
운전중인 카운터와 펜릴 소대원들 모두 통신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첫날의 긴박했던 분위기는 이미 사그라든지 오래였다.
로자리아는 꾸벅꾸벅 졸면서 고개를 기대오는 유미나를 손가락으로 밀어냈다.
첫 날엔 미처 생각하지 못했고, 이틀째는 의심이 싹트는 단계었다. 사흘째가 되자 꽤 명백한 의도가 느껴졌다.
움직임이 너무 노골적이었다.
"이건 마치, 유인하고 있는 것 같지 않으냐?"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럴 이유가 없는데요."
"그건 그렇지."
"뭐, 슬슬 결판이 나지 않을까요. 그림자를 묶어두기 위해 예비대까지 전부 동원했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흐응."
상식적으로 생각했을때 그림자가 자신을 토벌하러 온 세력을 이렇게 나서서 끌어들일 리가 없었다.
물론 로지리아와 사나에는 그림자의 뒤에 도사린 또다른 적을 추정해두었기 때문에,
아군을 이쪽으로 유인하고 본진인 나나하라 가문이나 봉인 자체를 공격하는 경우의 수도 생각했다.
두 사람은 이 문제로 어젯밤에 대화를 마쳤다.
우선 봉인지를 향한 공격 가능성은 배제했다.
열쇠가 없으면 풀 수도 없거니와, 뱀의 봉인이 모셔진 사당의 위치를 아는 것은 대대로 당주들 뿐이었다.
그렇다면 이 유인책을 통해 노리는 것은 저택을 향한 직접 공격이었다.
'저택은 결계로 보호되어 있나이다. 나나하라의 핏줄이 아닌 이상, 절대 통상적인 방법으로 이면세계에서 직접 부상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하야미 사나에는 단언했다. 뱀의 사도는 불가능하겠지만 지금 상대하고 있는 그림자는 강습해 올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그림자의 정체를 아는 당사자들은 그녀와 사나에 뿐이었다. 이미 당주에게 거짓을 고한 이상 여기서 말을 바꾸기는 곤란했다.
우선 코핀 컴퍼니와 나나하라 가문 간의 거래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사나에가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안전장치로서, 그림자와 대등히 겨룰 수 있는 나나하라 치후유를 저택에 남겼다.
나나하라의 피가 결계를 우회할 방법임을 적이 알아냈음은 기정 사실이었다. 가문의 최심부에 있었던 남자를 그림자로 만들었으니까.
그래서 믿음직한 호위를 남겨두었고, 언제라도 돌아갈 수 있게 준비도 해두었다.
하지만 자꾸 무언가 걸린다. 적도 생각하지 못했을 리 없는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 시간끌기만 사흘째라.
"잠깐."
적은 마왕의 끄나풀이다. 목줄이 채워져 몸부림치는 자신의 주인을 풀어주는데 혈안이 된 것들이다. 의미없는 짓을 반복할 리가 없다.
로자리아는 피로에 찌든 머릿속으로 가정 하나를 떠올렸다.
자신들이 너무, 인간의 상식으로 생각한 것은 아닐까?
그녀의 사고가 첫 날의 작전으로 되돌아갔다.
그림자는 거의 세 시간에서 네 시간 간격으로 나타났다.
이틀째는 조금 더 잦아졌고, 오늘은 거의 시간 간격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점점 빨라지고 있다.
첫 날보다도 공격성이 늘어났다는 보고도 들어왔다. 바보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과격하게 아군을 도발하고 있었다.
침식체, 특히 고위급 그림자와 마왕의 권속인 사도는 쉽게 죽지 않는다. 그렇다면 가령 사도가 몸의 체액 전체를 그림자와 바꾸었다면?
혹은, 사도가 자신의 육체 자체를 그림자를 바탕으로 '재구성' 해버렸다면?
인간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 괴물들은 그런 '뒤섞기'를 능히 해내왔다.
이 사흘의 시간이 그것을 통해 결계를 우회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시행착오를 겪는 시간이었다면?
최악의 경우의 수가 떠올랐다. 놈이 만일. 성공했다면?
이런 씨발. 바보같이. 왜 이제야 생각한거지. 이 가증스러운 것들을 그토록 오래 상대해왔는데.
"주시윤!"
"예?"
"본가와 통신이 되고 있는지 확인하라고 시종장에게 전하거라! 어서!"
* *
"소식은 아직인가요?"
"예. 오늘도 다를 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평온한 오후였다. 오전에는 침식전과 관련된 가문 내 협의가 있었다.
연합 내부의 군소 세력들과 나나하라의 먼 분가들은 더 많은 몫의 토벌구역을 원했다.
그 치들은 연합의 의무에 헌신함으로서 명예를 드높이고 싶다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치나츠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명예는 개뿔. 실은 더 많은 이터니움을 원하는 것이겠지. 속물들.
본가의 곳간은 충분했다. 때문에 그녀는 자신의 체제에 도움을 줄 만한 가문들 위주로 후보를 추려두었다.
이미 몇 번의 회의가 있었다. 거의 정리가 끝나가고 있었다. 이제 당면한 문제는 하나 뿐. 토벌조로부터 길보를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정원은 오늘도 변함없이 화사했다. 색색의 꽃들을 감상하며 치나츠는 지난 밤의 대화를 떠올렸다.
'서로에 대한 마음은, 말로 전하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어.'
며칠동안 그녀는 짧았던 그 밤의 대화가 남긴 흔적에 골몰하고 있었다.
틀린 말은 아니지. 하지만 이미 너무 오랜 시간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는 일을 피해왔다.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녀도 알았다. 누가 어떤 말을 하건 결국, 기나긴 고민의 끝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은 자신이었다.
사고가 깊게 파고 들어갈수록 불안이 커져갔다. 숨이 가빠질 것만 같았다.
항상 최악을 가정하는 것은 그녀의 나쁜 버릇이었다.
"저기, 치후유."
"예."
새파란 수정을 깎아 만든 것 같은, 그녀와 같은 빛깔의 눈동자가 치나츠에게 향했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았다. 그저 가라앉은 푸른 색. 동생은 항상 그리 많은 감정을 드러내는 법이 없었다.
역시 오늘은 그만두자.
그녀의 소심한 도전은 시작부터 폐기됐다. 대신 감사를 전하기로 했다. 가끔씩 해 왔던 말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기분 탓인지 꺼내기가 조심스러웠다.
"...고마워요. 항상 곁에 있어줘서."
"무얼. 당연한 것입니다. 저는 언니의 검이니까요."
평소대로의 답이었다. 좀 더 다정한 말을 돌려주지 않는 것이 아쉬웠다.
이 무뚝뚝함을 그녀는 자신을 대하기 어려워하는 동생의 감정이 드러난 것은 아닐까 생각하곤 했다.
"으응. 그냥, 전하고 싶었답니다."
"...그렇습니까."
토벌조는 계속해서 교전 보고를 올리고 있었다. 그림자는 쉽게 잡혀주지 않았으나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다.
이번 사태는 곧 해결될 것이고, 그 외에도 그녀의 자리를 흔들어왔던 여러 사건들도 거의 마무리 되기 전이었다.
사소한 잡음들은 있겠으나 그동안 뿌려둔 씨앗들이 싹을 틔우면,
든든한 조력들에 힘입어 연합 내에서 마침내 나나하라의 권위는 다시금 확실해 질 것이다.
전대 당주가 돌아가시고 바람처럼 일 년이 지났다. 어느새 가을이 눈앞이었다. 몇 주 후면 정원에는 예쁜 단풍이 질 것이다.
곧 그녀를 짓눌러온 무거움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 그때쯤에는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치후유와 솔직한 대화를-
콰릉. 실제로 소리가 들린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불현듯 번개처럼 내리꽂힌 이미지는 행복한 상상에 빠져있던 치나츠의 뇌리를 완전히 뒤흔들어 놓았다.
쨍그랑. 손아귀에서 힘이 빠져나가 놓친 찻잔이 산산조각났다.
"언니?! 무슨 일입니까. 괜찮으십니까?"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메세지들은 다급히 경고들을 보내오고 있었다. 손가락 끝이 덜덜 떨렸다. 말도 안 돼. 불가능한 일이야.
"치후유. 가문에... 지금 가문에 카운터가 얼마나 남아있나요?"
"최소한의 경비만 남기고 모두 출진 중입니다. 그보다 상처는 없으십니까?"
미래가 다시 경고를 보내왔다.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다가와 깨진 찻잔을 치우고, 자신에게 상처가 없는지 확인하는 동생에게 감사할 겨룰도 없었다.
가슴이 답답했다. 일어날 리 없는 일이었다. 3종들이 대도시의 도심에 출현하곤 했던 대정화전쟁 당시에도 가문의 방비는 완벽했다.
하지만, 그녀의 귓가에 바람이 속삭이는 미래는 변함없이 경고를 보내왔다.
"사나에에게 기별을. 당장 복귀하도록 급히 전달해줘요!"
"예? 왜 그러십니까?"
갑작스러운 치나츠의 언행을 이해하지 못한 치후유가 당황한 듯 눈을 껌벅였다. 언니의 눈동자가 불안으로 가득 차 있었다.
"미래가..미래가 요동치고 있어요. 무언가, 불길한 것이 저택으로 오고 있어요!"
"그게 무슨.."
자세히 설명할 여력이 없었다. 가문의 정예들은 모두 저택을 떠나 있었다. 어서 사나에를, 그리고 한국에서 초대한 손님들을 불러들여야-
삑. 삐빅. 삐비빅. 삐비비빅. 삐비비비비비비비비비비...
저택의 정적을 시끄러운 기계음이 찢어냈다.
두 사람의 눈이 같은 곳으로 쏠렸다.
기계적으로 울리는 경고음은, 치후유의 손목에 달린 시계에서 나는 소리였다.
치나츠는 차오르는 공포를 짓누르기 위해 애써 숨을 들이쉬었다. 이를 꽉 악물었다.
이렇게 순식간에, 미래를 따라잡았다고?
쉴새없이 회전하던 시곗바늘은 천천히 느려지다가, 이윽고 절망을 가리켰다.
CSE 레벨 6.
두 사람은 순식간에 몇 배는 무거워지는 공기를 피부로 느꼈다
옆에서 동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믿을 수 없는 듯 떨리고 있었다.
"말도 안 돼."
갑작스럽게 치솟은 CSE 레벨의 여파는 순식간에 찾아왔다.
하늘이 어두침침한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침식파였다. 집안 곳곳에서 비명과 절규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카운터들은 그나마 침식파에 저항할 수 있었지만, 방호 장비가 없는 일반인들에게 이 환경은 순간의 생존조차 담보하지 못한다.
직접 확인해 볼 필요도 없이 몸이 무너져 가며 변이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파국은 미처 대처할 시간도 없이 찾아왔다. 평온했던 오후의 시간은 갑작스럽게 끝을 맞이했다.
나나하라 저택은 가문의 기원부터 함께해온 결계술로 상시 보호되어 왔다.
침식체들은 오직 그들이 외곽에 유도해놓은 지역에서만 현실로 부상할 수 있었다.
그런데 결계가 깨어지고 적이 침입했다.
아니, 틀렸다. 치나츠의 감각에 느껴지는 저택의 결계는 여전히 건재했다.
그런데 적은 가문의 안방에 너무나도 쉽게 침입했다. 마치, 원래부터 들어올 수 있었던 것처럼.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정원 한복판에 불쑥 형체가 솟아올랐다. 함께 터져나온 침식파에 꽃과 나무들이 생명을 빼앗겨 시커멓게 시들었다.
처음 나타난 것은 뱀의 얼굴을 형상화한 가면이었다. 눈이 위치해야 할 곳에서 불길한 녹색 불꽃이 피어올랐다.
상체는 인간의 몸과 흡사했으나 하체는 비늘이 흉측하게 드러난 뱀의 몸통과 같았다.
음산한 목소리가 공기를 찢어 발기며 새어나왔다.
"이 역겨운 색채들. 틀림없도다. 참으로 고통스러운 현실이구나."
치후유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언니는 충격을 받았는지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물론 그녀 역시 크게 놀란 상태였다.
그녀는 단 한번도 저택 안에서 침식체와 싸우는 것을 예상한 적이 없었다.
보조 무장인 소태도들은 준비하지 않았다. 방호장구도 전혀 갖추지 못했다. 멍청하긴. 치후유는 자신의 우유부단함을 자책했다.
이 CSE 레벨은 그녀가 단 한번도 겪어본 적 없는 수치였다. 피부가 따끔거렸다.
며칠 전에 겨루었던 그림자보다 더 강력한 적임이 분명했다.
힐끔 워치를 확인했다. 보잘것없는 그녀의 CRF가 말도 안 될 정도로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챙. 애용하는 검을 뽑아든 그녀는 치나츠를 감싸듯 앞으로 나섰다.
지금 상태로는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기껏해야 5분 남짓일 것이다.
그렇다고 물러설 수는 없었다. 자신은 나나하라의 심장인 당주를 지켜내는 호위.
명백한 적의를 드러내는 적이 여기 있었다. 그렇다면 그녀는 그저. 정해진 일을 할 뿐.
"언니. 여기는 위험합니다. 우선 몸을 피하십시오!"
저택의 이상을 만일 토벌조가 깨달았다 해도 돌아오는 데는 삼십분 이상이 걸린다.
시간이 택도 없이 모자랐다. 적어도 언니를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킬 시간이라도 벌어야 했다.
어디가 안전할까? 잠시 생각해보았으나 확실치 않았다.
어찌되었든, 치나츠는 이곳에서 시급히 떠나는게 맞았다.
적은 가문의 무방비한 심장부에 완벽하게 침투했다. 목적은 필경 당주임이 분명했다.
"아, 치후유. 안 돼요! "
만류하는 언니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치후유는 적에게 쇄도했다. 그녀에게 주어진 한계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망설일 시간조차 아까웠다. 처음부터 혼신의 힘을 다해 몰아붙여야 한다.
다리에 한껏 힘을 담아 땅을 박차고 질주한다. 그녀의 접근을 포착한 침식체가 두 팔을 활짝 벌렸다.
불길한 녹색 광선이 쏟아졌다. 공격 자체는 빠르지 않았다.
허리를 틀어, 고개를 숙여 피하며 나아간다. 마지막 일격은 검을 비스듬히 세워 처리한다.
순식간에 침식체에게 접근한 치후유는 자신의 장기를 펼쳤다. 곧게 세운 검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적은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거의 동시에 퍼부어지는 이연격과 숨겨진 마지막 일섬. 그녀가 수십만번은 반복한, 거의 눈감고도 펼칠 수 있는 신속한 기술이었다.
파팍. 역겨운 냄새를 풍기는 체액이 쏟아져 옷을 적셨다. 몇 걸음 물러섰다.
세 갈래의 참격을 받아낸 침식체는 가슴팍이 크게 십자로 베어져 쓰러졌다. 흉측한 내용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해치웠나. 그럴 리가 없겠지.
한번에 CSE 레벨을 5까지 상승시키는 괴물이다. 이렇게 쉬울 리가 만무하다. 방심은 금물이었다.
그녀는 빠르게 검을 회수하며 자세를 재정비했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커흡. 학."
치후유는 속에서 울컥 치밀어 오르는 것을 급히 뱉어냈다. 시꺼멓게 죽어버린 피였다.
무릎이 탁 풀리려는 것을 억지로 힘주어 버티고 섰다. 눈앞이 어질거렸다.
CRF 수치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긴 했으나 안전 범위였다. 그렇다면, 침식파 때문이 아니었다.
흔들거리는 검을 똑바로 세우며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악의가 느껴졌다.
단 한번의 일격도 허용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독, 인가."
"호오라."
쓰러져있던 침식체. 뱀의 사도가 스르륵 꼬리를 휘감으며 일어섰다.
그녀가 베어냈던 부위는 깨끗이 메꾸어져 있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공격이 성공적으로 들어갔었다는 증거는 바닥에 지저분하게 퍼진 체액 뿐이었다.
슬그머니 절망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 단 한번의 공격으로 치후유는 깨달았다.
격이 다르다. 자신은 이 침식체를 해치우지 못한다.
"즉사하지 않았다니. 놀랍구나. 계집. 보잘것없다 생각했거늘 나나하라는 나나하라인가."
"치후유!"
"어,째,서.."
"말하지 말아요. 우선 몸부터 돌봐요."
돌풍을 타고 치나츠가 전장에 내려앉았다. 어느새 키보다도 큰 장도를 뽑아들고 있었다.
동생의 등에 손을 짚어 재빨리 몸에 파고든 독을 정화했다. 해독할 수 있는 종류였다. 다행히 내장은 아직 상하지 않았다.
진탕이 되어버린 동생의 내부를 치유하며 치나츠는 이를 악물었다.
그녀는 적이 저택을 공격해 올 가능성을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생전 기억에 사로잡힌, 원한으로 가득한 그림자 하나만이 당면한 위협이라고 생각해왔다.
헌데 여기 미지의 적이 나타났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를 추측할 때가 아니었다.
영특한 그녀의 두뇌는 며칠동안 토벌조가 올렸던 보고와 지금의 상황을 순식간에 연결시켰다.
적은 하나가 아니었다.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가문의 전력을 외부로 유인했다. 그리고 유유히 가문의 심부로 침투했다.
단순한 침식체가 아니었다. 과거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숙적이었다. 목적은 분명했다. 이들은, 뱀의 봉인을 노리는 자들이다.
완벽히 자신의 실책이다. 너무 안일했다. 더 의심하고 확인해야 했다.
치나츠는 치솟아 오르는 감정을 억눌렀다. 지금은 자책할 시간이 아니었다.
적이 나타났다. 봉인을 지키는 자로서, 당주로서 의무를 다해야 한다. 등을 돌릴 수는 없다. 싸워야 한다.
동생의 몸을 응급처치한 그녀는 다시금 능력을 끌어올려 이번에는 주변을 감싼 독기를 몰아냈다.
기운을 갈무리한 치후유가 벌떡 일어났다.
"왜! 왜 도망치지 않으셨습니까!"
"당신을 두고 갈 수 없어요."
"제 목숨은 감히 언니에 비할 가치가 없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그런 말은 관두죠. 어차피 도망칠 수 없어요. 적이 여기까지 침투한 이상 안전한 곳은 없다고 봐야겠죠.
치후유. 전력이 돌아올때까지 버텨야 해요. 이 쪽이 차라리 가능성이 높아요."
"하지만.."
"치후유."
두 시선이 허공에서 날카롭게 부딪혔다. 강한 질책을 담은 동생의 눈길을 치나츠는 단호히 밀어냈다.
그녀는 능력을 끌어올려주는 장도를 꽉 움켜쥐어 완전한 거절의 의사를 드러냈다.
"나는 나나하라의 당주입니다. 보호받아야 하는 어린 아이가 아니에요. 해야만 하는 일. 있어야 할 장소는 스스로 정합니다."
더는 실랑이를 벌일 시간이 없었다. 적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치후유는 현 상황을 빠르게 다시 정의했다. 언니가 고집을 꺾지 않는다면 방도가 없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후방 지원만을. 몸을 보전하셔야 합니다."
"내가 알아서 할 일이에요. CRF는? 싸울 수 있겠어요? "
"아직은 가능합니다. 길게는 버틸 수 없겠습니다만."
"적어도 치후유가 계속 싸울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해야겠군요. 우선 보조할게요. 해보죠."
자매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사도는 별다른 공격을 가하지 않았다. 완연히 여유로운 기색이었다.
저택의 소란이 계속되고 있었으니 당장 지원은 기대하기 힘들었다.
게다가 현실적으로 지원이 온다 해도 도움이 될 지도 미지수였다. 이 저택에서 가장 강한 카운터는 치후유였다.
그런 그녀조차 지금 이 상황에서는 유효 전력이라고 말하기 힘들었다. 적은 자신이 절대적으로 유리함을 알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쪽이 당주겠군."
"대답할 필요가 있을까. 침식체."
"그래, 어차피 다 알고 온 것이니 숨길 필요 없다. 순순히 주인님을 풀어줄 제물이 되어라."
제물? 무언가 더 있는 것인가. 적어도 그녀의 가정이 하나는 들어맞았다. 이 침식체는 봉인을 노리고 이곳에 왔다.
"개소리는 그쯤 해둬."
"좋다. 어디 즐겨보자꾸나. 발버둥 쳐 보거라. 미물들."
독기가 가득 담긴 녹색 광선이 퍼부어졌다. 이에 맞서서 치나츠의 발치에서 거센 바람이 일어났다.
그녀는 직접적인 전투에 특화된 카운터는 아니었지만 CRF 출력은 거의 A급에 준했다. 수비와 서포트에 있어서는 믿음직했다.
자신들을 감싸는 든든한 돌풍을 느끼며 치후유는 검을 납도했다. 지근거리에서의 공격은 그녀에게 더 큰 피해로 돌아왔다.
그렇다면 다른 방식으로 공격한다. 그녀가 할 수 있는 한 최장거리에서의 공격.
"언니, 잠시 방호를 부탁드립니다!"
"맡겨주세요!"
호흡을 정돈하며 적과의 길이를 가늠한다. 두 걸음, 아니다. 세 걸음이야. 그녀는 적절한 공격의 때를 기다렸다.
사도가 뿜어낸 광선과 치나츠가 불러일으킨 바람의 장벽이 충돌했다. 거센 기류가 일어나며 시든 꽃잎들이 휘날렸다.
치나츠의 방어는 효과적이었다. 적의 공격은 그들에게 도달하지 못했다. 공격의 틈 사이로 치후유는 질풍처럼 튀어나갔다.
정확히 세 걸음. 쨍. 눈으로 미처 좇기 힘든 섬광이 번쩍였다. 그녀의 또다른 장기, 발도술이었다.
침식체는 무의식적으로 두 팔을 들어올려 목을 가렸다.
소용없었다. 검이 직접 닿지는 않았으나, 치후유가 뿜어낸 매서운 검기는 확실히 적에게 닿았다.
쩍, 하는 소리와 함께 막으려 들어올린 팔 째로 베어졌다. 머리가 날아간 사도는 힘없이 옆으로 쓰러졌다.
"해치웠을까요?"
"아닐겁니다."
여러 번 펼치기는 힘든 기술이었다. 효과가 있으면 좋을텐데. 그런 치후유의 바램을 비웃듯이 사도가 금세 일어섰다.
머리와 팔 모두 순식간에 재생되어 멀쩡했다. 가면 속에서 눈동자 대신 타오르는 녹색 불꽃이 비웃는 것처럼 아른거렸다.
"재밌구나. 재롱은 끝났느냐?"
"큿."
이렇게 되면 공격할 방법이 없었다. 적과 심하게 상성이 좋지 못했다.
치나츠는 공격이 장기인 카운터가 아니며, 치후유 자신은 거리 안으로 들어가 공격할때마다 백파이어로 심각한 데미지를 입는다.
수비에만 전념하며 구원을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었다.
"자아. 솟아라. 솟아나라. 잔해들아. 증오스러운 이 족속을 청소해라."
사도가 팔을 벌려 허공을 비틀었다. 거칠게 휘저어지는 손짓에 결계에 균열이 생겼다.
틈새로 수 마리의 침식체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작은 것이 둘이었다. 다음은 두 배인 넷이, 그 다음은 여덟이 뛰쳐나왔다.
이미 엉망이 된 정원을 더욱 망치며, 괴성을 지르는 짐승들이 먹이를 갈구하듯 뛰쳐나왔다.
후퇴해야 한다. 치후유는 눈짓으로 퇴로를 확인했다.
"길을 열겠습니다. 이동하죠!"
"알겠어요."
기합을 지르며 검을 휘둘렀다. 기술이랄 것도 없었다. 크게 호를 그린 참격은 달려든 침식체들을 깔끔하게 베어냈다.
시체를 짓밟고 바로 다음 파도가 들이닥쳤다. 검을 몇 차례 더 휘둘렀다. 수가 너무 많다.
사도는 팔짱을 낀 채 관망하고 있을 뿐이었다. 나설 필요조차 없다는 것인가.
"어서 가요!"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언니?"
"우선 창고로! 우리 CRF를 생각해야 해요."
"....알겠습니다."
침식체들은 지붕과 담벼락을 타고, 큰 것들은 몸으로 때려 부수며 자매를 추격했다. 사도는 급히 쫒아오지 않았다.
가로막는 침식체를 베고 또 베어낸다. 위에서, 옆에서 달려드는 것들은 치나츠의 돌풍이 밀어냈다.
몇 걸음 나아갈 때마다 저택은 역겨운 침식체들의 피로 물들었다.
"허억, 헉, 하앗."
"콜록, 콜록. 흡..."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체감상 한 시간은 싸운 것 같았지만 이동한 거리로 생각컨데 실제로는 삼십 분도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가쁜 숨을 정돈했다. 조금만 더 가면 정제된 이터니움을 보관하는 저장소였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는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치나츠의 능력 덕에 심각한 부상은 없었으나 자잘한 상처를 입었고 무엇보다 체력의 소모가 심했다.
치후유의 CRF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슬슬 두통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신경질적으로 눈을 비볐다. 조금 전부터 이상한 소음들이 들려왔다.
어린아이의 재잘대는 소리, 청년의 고함, 여인의 새된 비명, 노인의 신음소리. 그것들은 입을 모아 속삭였다.
경배하라. 무릎 꿇어 진리를 경배하라.
두 손으로 힘껏 뺨을 갈겼다. 정신이 번쩍 들지는 않았으나 조금 나았다.
창고는 사실 후퇴하기 좋은 장소가 아니었다. 침식체들에게 금방 포위될 것이 뻔했다.
목적지가 이곳이었던 이유는 고작 그녀의 CRF를 위해서였다. 약한 자신 때문에 소중한 언니가 막다른 곳에 몰리게 되었다.
다른 곳으로 도망쳤다면 지금보다 상황이 나았을 지 모른다.
으르렁대는 침식체들이 몰려들었다. 그것들은 자매들에게 들이치지 않았다. 천천히 포위를 좁히며, 창고로 몰아넣었다.
먹이를 앞에 둔 포식자들을 물린 사도가 앞으로 나섰다. 비웃는 기색이 목소리에 확연히 드러났다.
"이걸 너희들 식으로 말하면 독 안에 든 쥐라고 부르던가. 미물들아? 도주극은 끝났는가?"
"시끄럽네요. 우리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치나츠는 지친 몸을 일으켜 돌풍을 불러냈다.
처음보다 기세가 많이 약해졌지만 잠시나마 적과 자신들 사이를 차단해 줄 것이다.
가슴을 꼭 쥐고 호흡을 정돈했다.
평소에도 수련을 거듭해온 치후유와는 달리 치나츠는 체력이 강한 편이 아니었다.
여기까지 후퇴하며 능력도 아낌없이 사용해왔다. 한계가 가까웠다.
"치후유, 치후유? 괜찮은가요?"
".....예에. 갠찮읍니다."
그러나 그런 자신보다도 치후유의 상태가 훨씬 좋지 못했다. 대답이 즉시 돌아오지 않았다. 눈이 흐리멍텅했다.
CRF가 다 떨어져 침식 증세가 시작되고 있음이 명백했다.
이터니움을 충전하면 어느정도 상태가 호전되겠지만 미봉책이다. 이대로는 몇 분도 버티지 못한다. 둘 다 죽을 뿐이다.
얼마나 더 버텨야할지 확실치 않다. 창고까지 후퇴하는 동안 두 사람은 살아남은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그래도, 앉아서 죽을 생각은 없었다. 무엇이라도 해야 했다. 머리가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머릿속에서 파편화된 가정들을 조립해 하나의 도박과도 같은 가설을 완성했다.
침식체가 만약 봉인의 비밀을 알고 있다면, 해주에 나나하라의 '살아있는' 피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안다면.
절대 자신을 죽일 수 없다.
여기서 저항해봤자 죽음을 잠시 늦추는 것에 불과하다. 차라리 도박을 걸어야 한다. 그 쪽이, 동생을 살릴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나나하라의 당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자신보다 호위를 우선하다니. 무책임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당주이기에 앞서서 그녀는 나나하라 치후유의 언니였다. 이건 온갖 기대를 짊어지고 살아온 그녀의 마지막 고집이었다.
생각해보면 과거에도 그랬다.
그 시절의 치후유는 호위조차 아니었다. 그냥,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건 가문의 사람들에게 그런 것일 뿐이었다.
치나츠에게 언제나 동생은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이었다. 치후유가 사라졌을 때 그녀는 망설이지 않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실패한다면 그녀는 벌레처럼 죽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뒤틀린 무언가로 변하겠지.
상상만으로도 두려웠다. 하지만 여기서 동생을 잃어버리는 것이 몇 배는 더 끔찍했다.
그녀는 언제나 최악을 먼저 떠올렸다. 그러나 지금은 한 줄기 희망을 생각해야만 했다.
두 사람이 모두 살아날 확률은 이쪽이 가장 높았다. 결정을 내리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마음은 결정을 내렸으나 생각처럼 쉽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다리가 벌벌 떨렸다.
'단 둘뿐인 자매잖아. 가족이잖아.'
웃기네. 왜 지금 그 여자의 말이 떠오르는 걸까.
벽에 기댄 채로 치나츠는 실없이 웃었다. 지저분해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래. 우리는 자매니까. 나는 언니니까. 동생을 지킬것이다.
유미나. 당신 말이 맞았네. 미루기만 하다 보니 정말 늦어버렸나 봐.
치후유는 마른 기침을 내뱉었다. 만전의 상태여도 그녀는 이렇게 다수의 적을 상대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지금 이터니움으로 CRF를 회복한다 한들 드라마틱한 반전을 이끌어낼 수 없었다.
머리가 계속 핑핑 돌았다. 잠시라도 생각을 멈추면 의식을 잃기 직전이었다.
목소리들이 속삭였다. 경배하라. 진실을 경배하라.
안돼. 안돼. 입술을 꽉 깨물었다. 비릿한 피 맛이 났다. 날카로운 아픔도 정신을 붙잡아두지 못했다.
자신은 틀렸다. 언니를 지키기는 커녕 짐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기 위해 자신의 몸이라도 던지자. 그녀는 칼을 지팡이 삼아 짚으며 언니를 지키듯 섰다.
돌풍이 사라지면 뛰쳐나가 적들을 끌어들이자. 그렇게 결심했다. 문득 뒤에서 자신을 감싸안은 것이 느껴졌다. 치나츠였다.
"언, 니?"
힘겹게 고개를 돌려 마주 본 언니의 얼굴은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눈은 결의로 굳어져 있었다.
하염없이 방울져 떨어지는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왜 울고 계십니까. 말을 지어낼 입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 사고가 삐걱거렸다.
뿌옇게 흐려진 눈동자에 비친 언니는, 처연히 웃었다.
"미안해. 치후유."
"에?"
"언제나 사랑해. 앞으로도 쭉. 너무 늦게 말해서 미안해."
탁.
"아?"
치나츠는 몸을 빙글 돌려 치후유를 창고 안으로 밀어넣으며 앞으로 나섰다.
외부의 위협을 완전히 거부하듯 돌풍이 치후유를 감싸며 솟아올랐다. 지금까지 치나츠가 불러일으켰던 어떤 방벽보다도 강고했다.
"괜찮아. 치후유. 언니는 괜찮으니까. 제발 살아남아 줘."
"앗, 아, 아에? 왜?"
언니가, 언니가 멀어진다. 가면 안돼. 팔을 허우적거린다. 비틀거리다 어질거림을 이기지 못해 결국 넘어지고 말았다.
잘못 건드렸는지 이터니움 더미가 와르르 쏟아졌다. 제멋대로 워치와 반응하기 시작하며 보랏빛 광채를 피워냈다.
급속히 차오르는 CRF는 그녀의 두통을 한층 심하게 만들었다.
안돼. 정신을 잃어서는 안돼. 언니를 보내서는 안돼. 일어나. 어서 일어나!
아무리 애를 써도 의식이 흐릿해져 간다. 머리를 통째 헤집어놓는 두통에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무력했다. 끔찍한 절망이 나나하라 치후유를 감쌌다.
이번에야말로, 언니를 지키기로 마음먹었는데.
또. 실패하고 말았다.
그녀는 아득히 새까만 암흑속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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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성으로 갈기다보니 넘모 길어진 것 같?워?요 최대한 간추렸는데도 이러네
이직 전에 쉬는기간이라 좀 달리고싶었는데 의욕이 안 생기니께 진도 빼기가 힘들다
아무튼 좋게 봐주고 개추 댓글 달아주는 카붕쿤들 꼬맙워 다 쓸때까지는 런 안할거니까 걱정말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