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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아침에 일어났을때 느끼는 몸의 피곤함.


회사에 출근했을때 날 맞아주는 사람들.


책상위에 쌓인 서류를 바라볼때의 답답함.


퇴근시간 직전일때의 기대감.




매일 상시로 느낄 수 있는 감각들.


그것을 우리는 일상이라고 부른다.



그런 일상은 항상 느끼기 때문에 사람들은 특별한것을 찾는다.


그러나, 그런 일상이 아예 사라진다면 사람들은 절망한다.



그렇기에 지금이야말로.

정말.

최악이다.







정신이 희미하다.


햇살이 느껴진다.


이곳은 어디지?


여긴... 공원 벤치다. 내가 여기 왜 있지?



그래... 복구 프로토콜을 진행했구나.


미완성인 긴급 위험상황 복구 프로토콜.

그건 생각보다 단순하고 무식한 물건이다.


세계를 옮길 때 원하는 정보를 저장하기 위해 만든 세계 이전 프로토콜을, "나만을 저장하고" 나머지를 전부 "과거의 데이터로" 설정하는 프로토콜.


그렇기에 과거의 데이터를 재현하는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고, 그 부분은 실제 과거가 아닌 시뮬레이션 상의 과거이기 때문에 현실과 다른 부분이 일부 존재할 수 있다.


더군다나 미완성 프로토콜이었던 지금이라면, 분명히 세계의 어딘가는 내가 아는것과 다를것이다.


아마도 그렇겠지.


우선 위치를 파악한다. 이 공원은 평소에도 자주 산책을 다니러 오던 공원이다. 코핀컴퍼니까지는 걸어서 20분.


그 쪽 세계에서 넘어올 때 가지고 온 물건은 없기에, 일단 거리가 좀 있더라도 걸어서 가자.







'정말 죽을맛이군...'


평소 몸을 쓸 일도 달리 없었기에, 난 조금 걷는것만으로 지쳐버렸다.

이럴 줄 알았다면 프로토콜에 관리자 기능 강화같은것도 좀 넣을걸 그랬나...



도착했다. 코핀컴퍼니. 평소라면 사장실 비밀 출입을 위해 만들어둔 뒷문으로 들어갔겠지만, 보안키를 두고 나왔다.


아무리 세계 제일의 해커 "GAP DARK"여도 백도어도 서치 프로그램도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선 자신이 만든 테크레벨 5급 보안장치를 뚫진 못하리.


아무렴 어때, 어짜피 손님 접대를 주로 맞는 김하나양도 내 얼굴을 아니, 별 상관 없겠지. 정문으로 들어가자.




"띠링 띠링 띠링"



코핀컴퍼니. 깔끔한 입구와 머신갑 화보 1면이 크게 걸려있는 액자가 눈에 들어온다. 역시 잘 찍었다니까...


"어서오세요~ 코핀컴퍼니입니다~ 무슨 일이신가요?"


가장 먼저 나를 맞아준건 레나 멕켄지 양. 지금 시간대면 아직 리플레이서와의 접전 이전이니, 본사에서 타 업무를 맡고있을만 하다.


"아, 김하나 부장좀 만나게 해주게. 볼일이 있어서 말이야."


"앗, 넵! 김하나 부장님 자리로 모시겠습니다!"


좌측 통로를 꺾어, 계단. 3층에서 나와서, 우측통로 바로 앞. 바로 관리부실이다.


"하나 부장님! 찾으시는분이 계십니다! 잠시 나와주실수 있으신가요?"


"아, 네! 금방 나가볼게요~"


"잠시만 기다리시면 금방 나오실거에요."


김하나 부장과 만나, 사장실까지의 인도를 받아야 한다. 그러고 난 후 세계의 어디가 손상되었는지 체크부터 해야겠지. 우선...


"어... 무슨일로 저희 코핀 컴퍼니를 찾아주셨나요? 혹시 절 따로 찾아오신건가요?"


뭐?



뭐라고?


김하나 부장은 분명 내 얼굴을 알 터였다. 근데 왜 날...


'처음보는듯한 말투지?'


왜?



아니 잠깐...


"어... 저희 혹시 예전에 만난적이 있던가요? 그렇다면 죄송합니다! 잘 기억이 안나네요..."


진정해.


너무 당황했다.

기억을 못하는걸수도 있지.


우선 대처부터 하자.


"아... 예전은 아니고, 다름이 아니라 이수연씨를 만나러 왔습니다. 김하나란 분께 가면 만날 수 있는걸로 아는데요."


"아! 그런거라면 제가 이수연 부사장님께 연락드리겠습니다! 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이름. 그것은 내 모든 감춰진 정보중에서 가장 의미없는것이다.


그러니 알려줘도... 별상관 없겠지.


"■■■ 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우선 사장실까지 안내해드릴게요!"


사장실은 이곳에서 바로 위 층이다. 얼마 걸리지 않겠지...


다만, 대체 왜 김하나 부장이 날 잊었는지에 대해서는 주시할 필요가 있다.


과거 시뮬레이터를 돌릴때 김하나 부장에게 내 얼굴을 보여줬다는 현상을 인지하지 못한건가?


세계에서 손상된 부분이 이런식으로 나타나는건가?


뭐, 어찌됐든 이정도 정확도라면 굳이 이수연 부사장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그녀와 나의 접촉은 필수 불가결한 상황이었을테니.


"이수연 부사장님? ■■■씨가 찾으러 왔다고 합니다. 들여보낼까요?"


"누구? 우선 들여보내, 이야기정도는 들어봐야 하니까."


"들어가시면 됩니다. 전 이만 내려가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 세계의 손실도가 생각보단 적은거 같다. 그러니 우선 변경사한부터 빠르게 체크해야겠지...


"이수연 부사장? 날세. 잠시 일이 생겨 급하게 정문을 통해 왔네. 혹시 지금이 무슨 단계인지..."


"네? 무슨 말씀이시죠? 전 당신과 오늘이 첫 대면입니다만?"


"뭐?"


"혹시 전에 대면하신적 있으십니까? 그렇다면 죄송하지만 언제, 어디서 만났는지 언급해주시죠."


아니, 잠깐.


대체 왜?


아니 우선... 이 상황은 위험하다. 대처해야 한다.


"아... 죄송합니다. 제 동료중에 이수연이라는 사람이 사장을 맡은 회사가 있어 좀 헷갈렸나 봅니다... 초면에 반말한 것 죄송합니다. 그럼 안녕히..."


빠르게 사과하고 나는 헤집듯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무언가 이상하다.


그녀가 나와 모르는 상태라면, 코핀 컴퍼니가 세워질라가 없다. 내가 없었다면, 나유빈이 육익으로써 일대를 파괴했을리가 없다.


대체 어떻게, 그녀가 나를 모르는것이지?


"저기... 혹시 길 잃은거니?"


익숙한 목소리다. 날 모른다.


설마.


그녀만은 안돼.


제발...


"혹시, 누구 찾으러 온거야? 그럼 관리부실로 가면 되는데."


젠장.


알렉스다.


롤백 전, 누구보다 가까웠던.


가장 의지했던.


가장 사랑했던...


그녀가, 이젠 나를 모른다.


그런 그녀와 함께할 수 없는 현실이... 너무 싫다.


정말. 최악이다.



일단 나가야 한다... 목소리가 떨려온다.


"아... 죄송합니다. 나가는 길은 압니다. 나가보려 했습니다."


"그래... 무슨일 있으면 다음부턴 관리부실로 가보라고."


너무나 큰 충격이 내 정신을 후려왔다.


이런 느낌... 겪은적 있었지. 희미하지만...


600년 전, 그때와 똑같다.


유미나양을 잃었다는 그 슬픔.


절망.


상실감.


그렇게 600년간 잊어왔던것들이 하나하나 떠오르며, 점차 감정의 파도에 휩쓸려간다.


그 후로, 3시간.


세시간동안 나는, 근처 공원의 벤치에 넋이 나간채로 앉아만 있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모든걸 다시...


아니, 어쩌면 더 심각할 수도 있겠지.


잠깐, 그렇다면. 현재의 주거는 어디가 되는거지?


원래 임시 거처용으로 사둔 곳은 있지만, 이정도로 나라는 존재가 지워졌다면...


불안한 마음을 다잡고 우선 임시거처로 가본다.


혹시 모르니, 벨부터 눌러보자...


"띵동"


"네~ 누구세요?"


망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다.


"아... 주소를 착각한 모양입니다... 죄송합니다~"


문이 닫히고 나니, 겨우 잊혀졌던 절망감은 배가되어 돌아온다.


이 세계에 나라는 존재는 없다.


하지만 모든것이 잘 돌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대체 왜 이곳에 있는거지?


갖은 생각을 가지고, 마땅히 갈 데가 없어 결국은 그 벤치로 돌아왔다.


난 대체 무엇을 위해...


"어... 저기, 아까부터 지켜봤는데, 무슨일 있는거야? 여기 계속 앉아있네."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이 목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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