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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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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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
"그건 그렇고 테스크포스에 메이드는 왜 있는거야?
달은 메이드복을 입고있는 소녀가 활기차게 회사를 돌아다니는 것, 붉은 머리의 또래가 메이드 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물었다. 그 소녀들은 빨래감과 바구니를 들고 회사를 쏘다니고 있었다.
"나도 자세히는 모르는데, 전에 회사에 인력이 부족했던 때 하청을 맡긴 적이 있었는데 무척 일을 잘 했다나? 그 후로 장기계약을 맺었어."
"그래……?"
달은 메이드도 메이드지만 아무리봐도 중학생인 소녀가 일을 하는 것이 신경쓰였다. 불법 아닌가?하고. 달은 자신이 만났던 카운터들과 어제 보았던 로봇사장, 메이드등을 비롯한 작금의 상황을 보며 카운터들은 이상한 사람 투성이구나하고 생각했다.
*
"그러니까. 달에게 처음으로 가르칠 무기가 총이라는 것이냐?"
부사장실. 힐데는 소대원이 모두 있는 장소에서 부사장에게 그렇게 되물었다.
"저 정도의 현실개변력이면 침식체의 공격을 다 맞으면서 걸어가도 왠만한 침식체 무리는 쓸어버릴 수 있을텐데?"
"그건 그렇습니다만, 이건 저만의 판단이 아닙니다. 스승님."
"그렇다면?"
"펜릴소대의 실적은 훌륭하지만 전술적 폭과 균형점에서 한계가 크다는 사장님의 판단이 있으셨습니다."
"듣기 좋은 말은 아니군. 자세히 듣고 싶은데 이수연?"
"펜릴소대의 개인역량이 뛰어나고 야전에서 스승님의 지휘능력은 인정하고 있지만, 너무 개인역량만 이용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작전하고는 적진으로 기동하여 돌파하는 것만 고집하고 있다는 뜻이죠."
그 말에 그녀의 스승은 뾰루퉁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거야 우리 스승님이 앞만 보는 진취적인 사람이니까요."
"선배 그거 칭찬아니지?"
"그리고 이왕 처음 배울 때 여러가지 무길 배워보는게 신입한테도 회사에도 좋지 않겠어요?"
그 말에 소대장은 한발자국 물러나는 듯 목에 힘을 빼며 말했다.
"뭐, 일리있군. 그런데 가르칠 사람은 구한거냐? 신입한테 배우긴 뭣하고."
"내, 내가 왜."
"그거야 미나양은 평소에 멀리 있는 녀석들은 맞추기 어렵다고 침식체 눈 앞까지 가서 총알을 박아넣기 때문이 아닐까요?"
"으으…….,"
유미나의 치명타피해가 높은 이유가 그렇게 밝혀졌다. 이수연은 그런 정신사나운 상황에 별 신경쓰지 않는니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럼요. 워치없는 총검술로 침식체를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회사에 있으니까요."
*
달은 무척 난처한 상황에 있었다. 회사에 있는 메이드들과 자신이 생각하는 메이드들은 썩 다른 존재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얘기 많이 들었어요. 사격과 총검술에 대해 알려줄 베로니카라고 합니다. 플로라메이드서비스의 메이드장이기도 하고요."
"본인짱 CRF와 사격에 대해 알려줄 릴리라고 합니다. 하이롱"
분홍머리의 메이드장이 말할 때까지만 해도 달은 요즘 메이드들은 싸움도 잘 해야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하긴 주인을 지켜야하니까라고 스스로 납득시키는 정도였다. 다만 스스로를 릴리라고 소개한 그녀의 자기소개에서 달은 정신이 아찔해지고 말았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외모와 목소리로 넷카마들이나 쓸 것 같은 단어들을 쓰는 것이 썩 어색했다.
'그러니까……., 베로니카님는 일반인. 릴리님은 카운터라고 했었지.'
"카운터는 다 이상한 사람들 뿐인걸까……..,"
그 일련의 생각이 끝나는 순간 달의 입에선 자신도 모르게 그런 말이 삐죽하고 나왔다.
"네? 작아서 못 들었네요."
베로니카가 부드러운 말씨로 말하자 달은 혼잣말이었다며 그 말을 목 아래로 삼켰다. 메이드와 달의 훈련은 곧장 시작되었다.
"가슴과 어깨사이 움푹 들어간 부분이 있습니다. 그곳으로 견착을 하는거에요."
청소, 요리같은 것 외에 사무업무나 전투 등도 잘 하는 '만능'으로 회사에서 정평이 나있던 베로니카는 자신의 장기를 가르치는 것 역시 잘했다
"목표를 조준할 땐 잠시 호흡을 멈춰 몸의 떨림을 멈추고…….,"
그녀는 내내 달의 한 발짝 옆에서 혹은 뒤에서 달을 가르쳤다. 그런 까닭에 베로니카의 머리칼은 달을 간지럼피며 샴푸향을 풍겼고, 때때로 몸이 닿을 때도 있었다. 사춘기 남자였던 달은 흥분할 법도 했지만 그러진 않았다.
아니. 달이 흥분한 것은 다른 지점에서였다. 총기에 대한 원리를 새겨듣고 총기를 분해하고 조립해보고 견착을 연습해보며 총구 위에 동전을 올려놓는 훈련을 할 때까진 괜찮았다. 화약을 둘러싼, 차가운 그 쇳덩이를 총에 넣은 이후부터 달은 심각할 정도로 긴장하기 시작했다.
달의 온 근육이 긴장하고 쪼여져 아파왔을 때 쯤 달이 일전에 보았던 붉은 머리의 메이드가 훈련실로 들어왔다.
"메이드장? 사장님이 부르는데?"
"아 그런가요? 잠시 갔다올게요. 달군."
"예. 여기 있을게요."
연이어선 표적을 향해 총을 쏘고 있던 중 베로니카는 리코리스의 이끌림에 훈련실을 떠났다.
"잠시 쉬고 계세요. 전 표적지를 확인해볼테니."
그 말을 듣고 달은 벽에 기대어 앉았다.
"잘 맞췄…….나요?"
어느새 저만치 걸어가 표적에서 표적지를 뜯고있던 릴리에게 달이 물었다. 릴리는 별 말은 하지 않고 표적지를 뜯어보았다. 달은 그 행동의 뜻을 금새 눈치챘다.
"잘 못 맞췄구나. 그런거죠?"
"하와와. 그런거시야요."
달은 그런 말투의 릴리가 적응이 안 되었는지 말 대답대신 멋쩍게 웃었다. 릴리는 그렇게 말하고 달의 곁에 앉았다.
"킹왕짱 긴장한게 눈에 보여요. 무서우신건가요?
"솔직히 말한다면 네……., 용감해기로 했는데 쉽지 않네요."
"저도 총을 처음 잡았을 땐 달님처럼 긴장하고 무서웠어요. 극복한거죠. 달님도 할 수 있을거에요."
"릴리님이요? 저도 릴리님처럼 그럴 수 있겠죠?
릴리의 냉정해보이는 외모 탓일까? 아니면 그녀가 보인 사격시범이 너무 완벽했던 탓일까? 달은 그 말을 쉽사리 믿을 수가 없었다.
"구라얌~"
"믿었는데!"
릴리의 말에 화들짝 반응을 하며 릴리는 풉하고 웃었다. 달은 웃었다.
"아, 웃으셨네요. 계획성공입니다. 긴장 좀 푸시라고 농담 해봤습니다. 달님한텐 이런 방법이 효과적일 것 같아서요. 그래도 달님도 해낼 수 있을 거란건 진심입니다."
"고마워요."
달은 무릎을 끌어올리며 얼굴을 묻었다. 그리곤 고맙다는 듯 눈꼬리를 구부리며 릴리를 보았다. 릴리 역시 달과 똑같은 방식으로 달을 쳐다보았다. 그러던 중 달은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릴리님은 몇 살이에요?"
"18입니다."
"동갑이었네요."
그렇게 말하며 달은 천장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곤 한숨을 푹 쉬었다.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다들 대단하구나 싶어서요. 저랑 또래인 다른 카운터인 애들은 대단하게 살고 있었구나 싶어서요. 전 겁쟁이였고 아직도 겁쟁인데."
"아니에요. 그 겁이 달님도 그리고 다른 사람들고 모두 지켜줄거에요."
릴리는 그렇게 말하며 몸을 달 쪽으로 기울였다. 그녀는 달의 어깨 위로 머리를 한 번 톡 닿게했다가 다시 올렸다. 곧 베로니카가 돌아왔다. 20발 중 6발이나 과녁을 맞추던 달은 20발 중 19발을 맞췄다.
다음 날부터 달은 릴리에게 무기에 현실개변력을 담는 기교를 베로니카에겐 총에 대한 온갖 것들을 배우기 시작했다.
"검보다 훨씬 어렵네요."
"리얼루다가 그렇습니다."
검이나 몸에 비해 총과 연막탄 등에 현실개변력을 담기 어려운 것은 달의 착각이 아니었다. 다만 이건 기술적인 문제였고, 당연히 검을 쓰는 것보단 총과 탄약을 쓰는 것이 같은 CFR을 쓰고도 더 효율적이고 더 파괴적이었다.
"그래도 익숙해지면 큰 차인 없습니다."
달은 다시 볼을 총에 붙이며 훈련용 머신갑을 조준했다. 총구가 불을 뿜는 동시에 머신갑의 절반은 바스라져 사라졌다.
"무지성으로 힘을 담는다고 되는게 아닙니다. 좀 더 세심하게 쓰는 연습을 해보죠. 분명 사장님도 현실개벽력을 더 효율적으로 쓰길 바라며 총을 배우라고 하신 걸테니까요."
"후우……"
달은 긍정의 의미와 꽤 까다롭다는 의미를 동시에 지닌 한숨을 내뱉었다.
"다시 해보시죠. 제가 지켜보겠습니다."
달은 다시 한 번 숨을 들이마셨다. 조심히 방아쇠를 당겼고 곧 총알은 앞을 향해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달은 가슴이 뛰었다. 그것은 복합적인 이유였다.
*
성실히 배우고 속도도 빠르다. 온갖 총들과 그것들에 대해 온갖 사용법을 가르치던 베로니카와 무기에 현실개변력을 담는 법을 가르치던 릴리가 달에게 내린 공통된 평가였다. 다만 달의 컨디션은 점점 난조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것은 다크서클이 길어지고 어딘가 초췌해보이는 그의 얼굴만 봐도 알 수 있는 것이었다. 달은 계속 부정했지만.
과녁을 향한 총구는 방아쇠를 당기려고 할 때 마다 물결처럼 흔들렸다. 달이 쥔 총이었다. 달이 몇 번 더 그러자 베로니칸 결국 온도계를 가지고 와 달의 이마 앞에 대었다. 38.2도 그의 체온이었다.
"역시……, 요즘 컨디션이 안 좋아보이셨는데, 단순히 안 좋은 정도가 아니었네요. 오늘은 쉬시는게 좋을 것같네요."
"네…….? 전 괜찮은데…….,"
"빨리 소대원들에게 도움이 되고픈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렇게까지 무리하실 것 까진 없어요. 며칠간 열심히 하셨으니 하루정도는 괜찮아요."
달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는 대신 납득하고 싶지 않다는 표정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자 베로니카는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에 문자를 보냈고 곧 달에게 전화를 바꿔주었다.
"애송이? 소대장이다."
"소……., 소대장님!"
달은 깜짝놀라 대답했다. 군기가 바짝 든 모습이었다.
"베로니카한테 얘기들었다. 마음은 알겠지만. 몸이 괜찮아질 때까진 쉬도록."
"하지만……., 적어도 전투에 참여할 수 있는 수준이 될 때까진……..,"
달은 그렇게 말하며 말을 흘렸다.
"휴식도 훈련의 일환이다. 소대장의 명령이다. 쉬도록."
그렇게 말하며 힐데는 전화를 끊었다.
"들으셨죠?"
베로니카는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달을 쳐다보았다.
"요즘 잠이 부족해서 그런가봐요. 조금만 잤다가……., 회사에서 조금만 잤다가 올게요."
"그래요. 잠시 자다 오세요. 부사장님께는 제가 말해놓을게요."
베로니카는 계속 미소를 지은채로 말했다.
*
코핀컴퍼니엔 작은 크기지만 직원휴게실이 있었다. 기습적이고 야근이 많은 테스크포스의 환경 상 만들어진 것이지만, 사원들은 대게 그곳을 쓰진 않았다. 너무 좁았고, 침대등을 비롯한 가구들도 썩 좋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눈을 붙이는 것 보다 깨있는 것이 나은 상황이 대개 많았던 것도 한몫했다.
달은 외투를 벽에 걸린 옷걸이에 걸곤 누웠다. 핸드폰으로 3시간짜리 알람을 맞추었고 부드러운 ㅁ담요를 끌고와 덮고 정자세로 누웠다. 어두운 방. 눈을 감으면 나타나는 심연.
*
1시간 반 이후 문이 열렸다. 그것은 꽃의 속삭임처럼 조용하고 조심스러운 것이었다. 그럼에도 거꾸로 누워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달은 인기척을 느끼곤 잔뜩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문을 연 누군가. 그녀를 향한 말이었다.
"베로니카 선생님이에요? 감시하러왔구나."
"릴리 선생님이야."
"아……., 미안."
달은 몸을 돌려 릴리를 쳐다보았다.
"왜 잠을 자고 있지 않은거지? 뭐지? 자기과시?"
평소에 말을 잘 듣던 달에게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너무 긴장하고 있어서 그런가봐……., 너는 무슨 일이야?"
"메이드장님의 말을 듣고 와봤어. 내가 숙면담당이었거든."
"그런 것도 있었구나……..,"
"응…….,"
대화를 나누며 릴리는 점점 달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걸음은 그녀가 문을 열었던 것 처럼. 꽃의 속삭임 같았다.
"내가 도와줄게. 자는 것도 숙명의 일환이니까."
릴리는 그렇게 말하며 달의 침대 위에 걸터앉았다. 릴리가 다가오자 달은 바깥쪽으로 살금 누운 몸을 움직였다. 그런 달에게 멀어지지 말라는 듯 릴리는 달의 옷을 살짝 꼬집었다.
"도와줄게. 나 잘 재워."
릴리는 그렇게 말하며 여기 누우라는 듯 자신의 허벅지를 손바닥으로 톡톡 쳤다.
"부……., 부담스러워……."
달이 그렇게 말하며 거꾸로 돌아눕자 릴리는 다시 달의 옷을 잡고는 살짝씩 끌어당겼다. 그런 실랑이에서 진 건 달이었다. 달은 결국 릴리의 두 허벅지 위로 머리를 뉘였다. 릴리는 한 손으로 달의 머리를 쓸기 시작했다. 그 행동이 달은 퍽 부담스러우면서도 가슴 한 켠에서의 부드러움 내음을 느꼈다.
"부담스러워할 것 없어. 내가 너의 선생님이잖아."
릴리는 눈을 감고 있는 달을 내려다보았다.
"왜 잠을 못 자는거야?"
"........, 어두워지면……., 그 날이 떠올라. 학원에 있던 중 침식재난이 일어나고, 침식체들이 날뛰고 사람들은, 내 친구들은 끔찍하게 죽어가고. 난 겁을 먹어 어두운 곳에서 숨어있기만 했던 그 때가…….,"
달은 눈을 감은 채로 말을 이었다. 그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다. 릴리는 달을 머리를 부드럽게, 부드럽게 계속 쓸었다.
"너는……., 숙면담당이니까 잠 잘 자겠다. 그치?"
한참을 조용히 있던 달이 힘이 빠진 목소리로 릴리에게 물었다.
"숙면담당이라고 잠을 꼭 잘자는 건 아니야. 나도……., 많이 뒤척여."
"아쉽다. 난 너가 잘 잤으면 좋겠는데."
릴리는 달의 숨소리에 집중했다. 그가 잠에 빠진 것 같자 릴리는 그의 핸드폰에 있던 알람을 취소했다.
*
달이 슬며시 눈을 뜨자 벽에 머리를 기댄 채로 있던 릴리도 눈을 떴다. 달은 벌떡 일어나 핸드폰을 확인해보았다. 새벽 1시였다. 시간을 본 달은 깜짝 놀라 릴리를 보며 외쳤다.
"다리 안 아파?"
릴리가 눈을 비비다 말했다.
"괜찮아. 잘 잤어?"
달과 릴리는 서로 은근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다만 그 둘은 자신들에게 닥친 큰 문제를 깨달았다. 다들 퇴근하며 회사문을 잠가버렸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