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모음집

첫화  이전화








"...그런 이유로 절 부르신겁니까?"


"그래~ 그래, 여기계신 나유빈 오라버님께서, 운전을 못하신다네? 그래서 내가 아는사람중에 유일한 휴가자를 부른거지."


"하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자신의 상사를 운전수로 부려먹는것은 대인관계에 있어 결코 추천되는 행동이 아닙니다 실비아씨. 제가 마침 휴가를 다녀오라는 명령을 받아서 다행이지..."



"아~ 됐어됐어됐어됐어, 여행간다는데 잔소리 할래?! 우리가, 니 짐까지 싸놨으니까 빨리 운전석 타기나 해!"


확실히. 눈앞의 이 카일 웡이라는 남자와 실비아양은, 맞지않는 성격일 법 했다.

그녀는 어떤 시각에서 보더라도 상당히 자유로워 보였고, 카일 웡씨는 계급사회의 본질 그 자체인듯 했으니.


"모두 안전벨트는 하셨습니까?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세사람을 싣고, 차는 움직인다.


자유로운 바람. 나도 이들처럼, 마냥 의미없지만은 않은가 보다.


"야호~ 카 일 웡 바아 보~"


"실비아씨? 달리는 차에서 일어서는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입니다. 더군다나 선루프 밖으로 몸을 내밀다니..."


"잔 소 리 대 마 왕 카 일 ~"


"...하아. 실비아씨는 아직도 초등학생에 머물러 있는것 같군요. 그나저나, 이름이 어떻게 된다고 하셨죠?"


"나유빈. 나유빈일세. 편하게 불러도 좋네."


"그렇다면 유빈씨는... 정식 태스크포스 현장직이셨던 건가요? 따로 이름을 들어본적은 없는데..."


"아아, 그게 사정이 있어서 말이야. 이름을 밝히면 보복당할 일이 많기에 가명으로 활동했었네."


"과연. 그런 경우 많이 보았습니다. 대개 정식 태스크포스의 직원이 되면 관리국에 성명정도는 직접 등록을 하는걸로 압니다만..."


"아아 그건"

"관리국에 엄청 큰 연줄이 있대! 그사람이랑 엄~청 친하다던데?"


방금 자리에 착석한 실비아양이, 내 말을 끊으며 대화에 끼었다.


"실비아씨, 나유빈씨와 무슨 관계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렇게 대화 중에 말을 자르며 끼어드는 버릇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에이~ 또 그런다 또! 우리 유빈이 오빠는~ 엄~청 자비로워서! 내가 말을 씹는것정도는 다 이해해줄걸? 그치 오빠?"


"하하. 실비아양이 장난이 심한건 나도 알고 있으니 걱정 말게. 또 과도한 잔소리는 관계에 악영향을 준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자네도 한번 실비아를 이해해보게."


"하아... 그나마 나유빈씨는 절 이해해주리라 생각했건만, 오히려 실비아씨의 아군만 더 키워버렸군요."

"곧 도착합니다. 우선은 머물 숙소에 도착하기로 했으니 주차장 앞에서 미리 내려드리죠."


"오케이~ 오빠, 짐은 부탁할게~"


"실비아씨, 자기 짐을 남에게 맞기지 마십시오. 당연한 사실이지만, 일반인인 나유빈씨보다 카운터인 실비아씨가 더욱 강한건 자명한 사실입니다."


"야! 그렇게 말하면 내가 뭐가돼!"


솔직히, 저 짐들 나 혼자 끌긴 다 무리였는데...

뭐, 이번만큼은 카일의 편을 들어줘야겠지.


"여행까지와서 너무 싸우진 말게. 자, 자! 도착했으니 우린 짐부터 풀고 있겠네. 적당히 주차하고 올라오게나."


"네,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십쇼."


짐을 다 내려놓은 카일이, 열심히 달린 차의 휴식장소를 찾으러 떠난다.

이제 다시 둘.


"우리 이번에 갈데는~ 요기! 요기 보이지? 여기가 주변에 침식 위험지대가 없는 국내 유일한 해변가래~ 요기 백사장에서 좀 놀다가 근처 식당에서 밥먹을거야. 어때?"


해변이라...


마지막으로 여행을 위해 바다를 보러 갔을때가 이젠 떠오르지 않을정도로, 그정도로 오래되었다.


"실비아양, 자네는 해변을 좋아하나? 자주 와봤나본데."


"그럼! 물론이지. 내가 맨날 방에만 있긴 하지만, 가끔 나가서 쉴 때가 있으면 항상 여길 와. 맨날 눈앞에 있는것만 보다보니까, 가끔씩은 이렇게, 멀리도 봐야 하지 않겠어?"


"뭐. 바깥세상은 좋은것이지. 안좋은 일도 많지만, 좋은것도 충분히 많으니까 말이네."


지난 날들이 떠오른다. 알렉스와의 추억, 험난한 역경들. 모든 계획이 생각대로 흘러갔을때의 기쁨...


뭐, 잊자. 지금에 집중해야 하니까.


"사람이~ 진짜 가끔씩은 뭔가 다른일을 해줘야 하는것 같아. 카일도 좀 다르게 살아보면 좋을텐데..."


띵동, 띵동,


순간적으로 울린 그 벨소리가, 반사적으로 뒤돌게 만든다. 아마 카일 웡 씨거나...


잠깐, 이런 호텔에 룸 서비스가 있던가?


"휴, 워낙 좋은 호텔에 플래그십 점포까지 붙어있다 보니, 주차 자리가 남아나질 않는군요.  한국은... 여러모로 고역이 많네요."


"그건 그래~ 그렇게 고층빌딩이 많은데 뭐이리 자리가 부족해?"


"그나저나, 두분 다 나갈 준비는 마치셨나보군요?"



"그럼 당연하지. 너두 얼른 갈아입어! 너만 준비하면 바로 나갈거야."


아침 일찍 나와, 시간은 점심. 물론 놀만한 시간대란건 인정 한다. 하지만...


"그러고 보니... 그 복장으로 나갈건가 자네?"


그녀의 복장은... 좀... 과감했다.


평소엔 재킷 속에 숨어있던 아름다운 라인을 가감없이 뽐내기라도 하는듯, 그녀의 몸에는 얇은 비키니 몇장만이 걸터있는 상태였다.


"에이, 이정도는 다 입지~ 그리고 해변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어딨더라..."


그녀가 준비한 캐리어에 있는 옷을 주섬주섬 꺼낸다.


"짠!"

"이렇게~ 수영복 위에 입을 셔츠가 따로 있단 말씀!"


확실히, 이렇게 보니 해변가 앞에서 있을 복장으로는 충분해 보이기도 했다.


"카일 웡. 착복을 완료했습니다."


"어머, 얘좀봐. 내가 너 이거 어울릴 것 같다고 했지?"


조금은 클래식해보이는 래시가드를 입고 나타났다. 그녀는... 마음에 드는듯 하다.


사실 이 복장은 출발하기 전에 구입한 것이다. 자신은 필요 없다면서 만류했지만, 실비아가 조금 억지를 부려 구매하게 한 듯 하다.


"몇번이나 말하지만, 전 물에는 들어가지 않을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구매는 별 의미가..."


"있지! 멋있잖아. 기껏 해변에 놀러왔잖아? 자신의 멋짐을 막 뽐내보라고!"


"그럼 나가도록 하지. 시간이 좀 늦었는데, 밥부터 먹고 갈텐가?"


"그럼 아까 말했던 식당을 지금 가고, 저녁에는 요 앞에 맛집 알아둔데 있는데... 거기로 가자!"


"좋습니다. 실비아씨는 뭐 먹으실건가요?"


"나는 거기..."







"여긴 맨날먹어도 맛있는거 같애. 안그래?"


"확실히. 실비아씨는 이런곳은 또 신기하게 잘 알아내는군요. 맛집 탐방같은걸 다닐 성격은 아니던데. 지인의 추천입니까?"


"어머, 얘는... 내 지인이라고 부를만한것중에 그런 애들이 있을거 같니? 요샌 리뷰가 없는 음식점이 없다구~ 좀 기계와 친하게 사는건 어때?"

"그래서, 우리 나 유 빈씨. 감상평을 한줄 읊자면?"


"음... 육질의 신선도가 심히 인상적이었네. 가격을 고려해본다면 더더욱."


"얼~ 표정이 항상 비슷비슷해서 '그저 그렇네.'같은 딱딱한 반응이 나올줄 알았는데, 반응 좋네? 이러면 데려온 맛이 나지~"

"어, 갈매기다! 우와아~"


얘기를 마칠 시간도 없이, 그녀가 뛰쳐나간다. 이럴때 보면, 아직 어린아이같기도 하다.


"잠깐, 실비아씨!"


갈매기 한가운데로 돌진하려는듯한 실비아양을 막으러, 카일 웡씨가 뛰쳐나간다. 고생이 많으시군.


물론 지체할 틈도 없이 갈매기들은 움직이기 시작했고, 곧 날개를 휘두르기 시작한다.


"아, 꺄앗?!"


물론 그 사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듯한 그녀의 움직이었으니, 어찌보면 놀라는것도 무리는 아니지.


한바탕 소동이 지나간다.


"으으... 이게 뭐야 저 나쁜새[]들! 감히 내 몸에 깃털을 날려?"


"하아... 그러니까 실비아씨, 눈 앞에 호기심있는 물체가 있다고 해서 무작정 나가면 안됩니다."


"이씨.. 이게 뭐야, 다 망쳤네."


"이번만큼은 자네의 호기심이 강했다는걸 인정할 수 밖에 없군그래."


그녀의 머리에 남은 깃털들을 정리해주었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얼굴에 가볍게 홍조가 돌았다.


"아아아아 됐어!... 이제 안해줘도... 돼..."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아~ 그럼 다시 바다로 가보실까?"


당황한 목소리가 여기까지 느껴진다. 이렇게까지 당황할줄은 몰랐는데.


"휴우... 그래요, 저도 같이 가드리죠. 평소엔 물에 잘 들어가지 않지만... 이번만입니다."


다행히 카일은 그녀의 상태를 모르는듯 했다. 비밀로 해야겠지?


"그래애에~ 그래. 너도 같이 가자고. 오빠도 들어갈..꺼지?"


"그래. 우리 실비아양을 위해서라도 같이 들어가줘야겠네."


"그럼 나부터... 으앗 차가. 너무 늦게왔나? 바닷물이 좀 차...지 않네. 좀만 나가도 따뜻하네?"


"바닷물이 차가워지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습니다. 천천히 즐기시죠."


확실히, 첫발만 차가웠을 뿐이었다. 이런 반응이 나오는것도 무리는 아니지.


"그럼 들어왔으니... 받아랏!"


실비아가 숙련된 솜씨로, 물장구를 날린다. 카일이 뒤집어썼다.


"호오... 물장난 승부입니까? 저도 질수는 없죠. 이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저희 델타세븐의 최첨단 기술력이 들어간 전용 물총을!"


"뭐? 야, 너 그거 반칙 아니야?"


"훗, 먼저 장난을 친게 누구신데요. 받으십쇼!"


"꺄악! 으... 좋아... 그렇게 나오겠다? 가라! 오빠! 카일웡에게 물대포 공격!!"


후... 중력장을 만드는 무형의 아티팩트를, 이런식으로 쓸줄은 몰랐는데.


"그래비티건!!!"


"대체 무슨엎"

"...허푸. 어푸푸. 이게 대체 뭡니까? 물들이 유빈씨 손에서 거대하게 뭉치더니..."


"훗 훗 훗. 이른바 결전병기란거지. 가라!! 물대포 두발째!"


"어... 이말을 못해서 미안한데 실비아양? 방금 그거 한발이 끝이라네."


"...뭐? 잠깐! 그럼 내 계획은 어떻게..."


촤아악. 물줄기가 다시 실비아를 강타한다.


"꺄아아악! 카일 내가 미안해 잘못했어!!!"


"후후후... 제가 먹은 물만큼 맞아주셔야 겠습니다 실비아씨!"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결론적으로는 셋 다 지쳐, 미리 준비한 파라솔에서 쉬기로 했다.


행복하다.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걸까.


"하아... 좋다... 오랜만에 진짜 신나게 논것같네. 안그래 카일?"


"확실히... 이렇게 가끔 놀러나오는것도 좋은휴식이 되는군요. 참고하겠습니다."


"아유 그래, 그래, 이 누님은 니가 잘 쉬었으면 됐다~"

"나유빈 오빠도, 몸이 약하다는거 드립 아냐? 엄청 잘놀던데?"


"뭐... 현장에서 늘은 체력일지도 모르지. 안그런가? 카일군."


"실전에서의 경험치... 라고 할까요, 꾸준히 단련만 하신다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몸 같습니다."


"아 배고파! 리드노프!"


"네 주인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요 옆에 쇼핑몰에 뭐 맛있는데 없을까? 기왕이면 고기가 가득~한걸로."


"검색 결과. 근처 쇼핑몰에서 평점 4.5점 이상인 점포 3군데 발견."


"좋아, 그럼 셋 다 보여줘."

"으음... 오빠, 여기 어때요? 샤브샤브집."


"어, 나?"

"난 아무거나로 좋네."


"에... 그러면 카일! 여기 어때보여? 샤브샤브집이래."


"괜찮아보이는군요. 저기서 저녁을 먹는걸로 하죠."


"좋아~ 그럼 일단 호텔로 올라가서, 옷 갈아입고 쇼핑몰로 가는걸로?"

"결정된거다? 오빠도 불만 없지?"


"어어 그래. 그럼 슬슬 일어나지."


취향...


내 취향이라...









"어머 세에상에. 이 고기들좀 봐 카일! 이거 오늘 우리 다 먹을 수 있는거야?"


"상등질의 고기군요. ...뭐 그동안 쌓인 크레딧은 많으니, 오늘만큼은 제 눈치 없이 맘껏 먹으셔도 좋습니다."


설마 여태껏 여행의 경비를 전부 카일이 내고 있었던건가... 조금 미안하게 되는군.

회사에 남아있을 1억 크레딧이 그리워진다.


"아... 여기 샤브샤브 기본메뉴 세트 하나하고요, 꽃등심 하나랑... 어... 유빈씨도 하나 시키실래요?"


"아, 그럼 사양않고. 기본메뉴에 버섯 추가 조금 해주시고... 소스에다 노른자장을 추가로."


"네, 그럼 기본메뉴에 버섯추가 노른자장 추가... 음료 필요하신가요?"


"아 음료요? 그건..."


"맥주! 맥주로 하자!"


"...네 뭐 맥주로 주세요. 유빈씨도 마실거죠?"


"좋네."


"그럼 맥주 세캔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주문하신게... 기본세트메뉴에~ 버섯추가~ 노른자장 추가~ 그리고 맥주 세캔, 맞으신가요?"


"네! 이대로 해주세요"


가게의 직원이 메뉴표를 들고 주방으로 걸음을 돌린다.


그렇다면 메뉴의 도착까지는 금방.


"우와아... 잘먹겠습니다~"


"감사히 먹겠네 카일"


"사양않고 드십쇼. 제 돈이 허락하는한 무엇이든 드셔도 좋습니다."


"헐 진짜? 그럼 나 이따 옆에서 마카롱 사먹어두 돼?"


"실비아씨는 안됩니다. 이것만 먹으세요"


"히잉... (우물) 와 이거 정말 맛잇담"

"오빠도 이거 고기 함 무어바. 소스가 엄청 맛있어!"


그녀의 말은 어느정도 사실이었다. 단순히 우리가 배고팠기에, 무슨 음식이든 평소보다 더 맛있기 때문에.


뭐, 그래도 지금 맛있으니 상관 없겠지.






그렇게 행복한 시간이 흘러간다. 이후로는 뭐, 쇼핑몰에서 카일의 옷을 잔뜩 맞춰주고 (그녀의 말로는, 카일이 매번 전투용 정장복만 입는게 아쉬워서였단다.)

간식을 이것저것 먹은 뒤, 호텔에 돌아가 지친 몸을 이끌고 각자의 침대에서 자는 일이겠지.


침대에 누웠다. 푹신하다. 여태껏 움직이지 않던 몸 양껏 움직인만큼, 그만한 피로감이 몰려온다.



... 이렇게 암흑속을 바라보니, 다시한번 지나간 일들이 떠오른다.


이수연 부사장은, 지금도 잘 하고 있을까. 아니, 이제 사장이려나?


클로에양은 아직도 부적을 팔까? 처음엔 회사의 사장에게도 부적을 팔려는 모습이 당당해보였는데 말이야.


알렉스는... 잘, 있을까?


... 뭐 상관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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