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고등학생 때 좋아하던 교회 누나가 있었음. 


막 엄청 예쁘다거나 그렇다곤 할 수 있지만, 그것보단 무척이나 상냥한 성격에 뭐든 포옹해주는 마음씨가 참 좋았음. 좀 짓궂게 말하는 게 없지않아 있기는 했지만..


하지만 당시에는 첫사랑한테 일방적으로 차임 당하고 1년도 안 지났었던데다가 당시의 내 성격이 여자를 보면 제대로 얘기도 못할 정도의 굉장한 쑥맥이었기 때문에 뭐 어필하는 것도 못했도 그렇게 어영부영 시간 흘러가다가 그 누나는 지방의 교대로 진학하고, 나는 고3이 되어서 핸드폰도 정지하고 살아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멀어졌었음.


그러다가 4년 지나 대학교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한참 썩어갈 때 쯤, 그 누나가 고향의 한 초등학교에 부임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건너건너 듣게 되었음. 그 때의 나는 여자를 대할 때 예전만큼 쑥맥도 아니었고 나름 어필도 잘 하는 사람이 되었지만, 당시에 스트레스 때문에 동면 준비중인 곰탱이 마냥 살이 뿔어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그 누나 쪽에서도 만나자고 연락을 해도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었음. 


이왕 만날거면 좀 완벽은 아니더라도 고등학생때 수준으로는 건강한 상태로 만나고 싶었으니까.


그리고 오늘 밥 사줄테니까 만나자고 했을 때, 나는 내심 자신 만만 했었음. 


몸도 나름 '나 건강해요!' 정도는 됐고, 저축금도 좀 있었고, 뭣보다 졸업 이후 갈 직장도 내정 되어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되게 만전 상태였지.


그 누나랑 오랜만에 한참 얘기하다가 문득 옛날 얘기가 나왔는데 그러더라.


'그러고보니 너가 나 많이 좋아했잖아? 티 많이 났었는데~ 나도 그러는 거 별로 싫어하지 않았거든.'


짓궂게 놀리듯이 말하는 건 여전했지만, 웃음으로 분위기를 풀어주려고 하는 상냥한 마음은 예전에 내가 알던 그 누나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





왜냐하면 오늘 누나가 밥을 사주는 이유가 청첩장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었거든.


상대는 같은 학교에서 만나게 된 동료 선생님이라고 하더라, 결혼식날은 바쁠 예정이라 갈 수 없겠지만 사진으로만 봐도 무척이나 행복해보이는 한쌍의 부부같아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음.




뭐, 물론 지금까지 좋아하는 건 당연히 아니고? 지금은 별 생각 없지만? 내가 초등학교 교사보다는 돈을 많이 벌거라는 생각은 하지만? 뭐 어쨌든 별 감흥은 없으니까?!


어쨌든, 완벽하게 작성된 결과를 보고하는 것보단 타이밍 맞춰서 개노 써줬으면 좋겠다는 거지..




카사 이야기) 하랍 씨발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