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ttps://arca.live/b/counterside/28924420
모음집
"오늘부터는 네가 나나하라가의 당주로서 연합을 이끌거다. 할 수 있겠지?"
"물론입니다 아버님."
치나츠의 떨린 목소리가 방을타고 울린다.
"왜 그런표정을 하고 있느냐. 만남이 있다면 이별이 있는법. 인생이란 바람과도 같은거란다."
"......."
"치후유를 잘 이끌어주려무나. 아직 너라면 좋은 언니가 되어줄거라 믿는다."
"알겠습니다."
뱉어내지 못한 슬픔이 치나츠의 몸속에서 쌓여간다.
"고맙구나 자리를 지켜줘서."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기침소리와 함께 하얀 침상에 검붉은색이 번져간다.
"억지를 부려서 미안하게 생각한다."
한마디 한마디 말을 할때마다 곧 아버지의 마지막이 다가옴을 치나츠는 직감했다.
하지만
"하지만 너라면 분명 '매듭'을 올바르게 해결할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버지의 말을 들을 수 있는건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확신이 들어 말릴 수 없었다.
"고맙다."
"......."
이윽고 병실에는 고요함만이 남았다.
".......님?"
바람소리가 치나츠의 귀를 따갑게한다.
"치나츠님? 괜찮으세요?"
"아 제가 추태를 보였군요. 죄송합니다."
짧았던 과거의 바램은 바람을타고 다시금 자신에게로 돌아왔다.
치나츠가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자, 미나토와 치후유가 걱정되는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혹시 그 검을 받고서 무슨 문제가 생기셨나요?"
미나토가 걱정스런 말투로 치나츠에게 말했다.
"잠시 과거의 일이 떠올라서요. 이제는 괜찮습니다."
"음...알겠습니다."
"그나저나 내일이 연합주 선출회의가 있는 날인건 알고 있으신가요?"
"네? 당장 내일이요?"
"네. 저번 가주회의에서 어째서인지 연합주 선출을 빠르게 진행하자는것으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미나토는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가요...그런데 연합주는 어떤식으로 선출이 되는건가요?"
"자신이 연합주가 될만한 인물이란것을 증명한다면 선출이 되는 방식입니다."
치후유가 치나츠를 대신해 대답했다.
"그래서 전대 연합주께서는 압도적인 무력을 통해 다른 가주분들의 인정을 받아냈다고 전해집니다."
"신기한 방식이네요..."
"다만 그때는 한창 침식체와의 전쟁중이었기에 힘으로 증명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아마도 지금은 방식이 바뀌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렇군요. 그래도 전 치나츠님께서는 잘 하실거라 믿고 있어요"
미나토의 갑작스런 발언에 치나츠의 얼굴에는 붉은 홍조가 생겼다.
"혹시 열이라도 있으신가요?"
"아...아뇨. 문제없습니다."
치나츠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보자, 옅은 남색이었던 하늘이 짙은 칠흑이 되어있었다.
"그러면 미나토님. 시간이 늦었으니 내일 연합주 선출회의때 뵙겠습니다."
"네. 그러면 내일 뵙겠습니다. 치나츠님 치후유님."
그들은 서로에게 인사를 마친 후 자리를 떠났다.
"재밌게 되어가는군."
그림자에서 그들의 만남을 지켜보던 무언가가 조소를 흘렸다.
"어젯밤에 무리를 했나..."
미나토는 아침에 일어나 자신의 몸상태가 이전과 달라진것을 깨달았다.
마치 조부에게서 처음 워치른 받은 그때처럼
'분명이 이 감각에 익숙해진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들어올린 오른팔은 이전과는 다르게 무게감이 배로 느껴졌다.
'달라진거라고는 가보를 치나츠씨에게 건넨거밖에 없는데....'
하지만 그런 불편함도 잠시, 미나토는 이내 적응을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10시라고 했었지.'
손목에 있는 워치를 보자, 시침은 10에 가까워져있었다.
미나토는 옷걸이에 걸어져있는 교복을 대충 걸쳐입고는 방을 나왔다.
회의실로 향하자, 이전처럼 그 입구에는 치후유가 서 있었다.
"좋은 아침이에요. 치후유씨!"
"아...네 좋은 아침입니다. 미나토님."
치후유는 생각에 잠겨있었는지 미나토가 근처에 와서 말을 걸어서야 반응했다.
"지금 회의장에 들어가도 되는거겠죠?"
"물론입니다. 자리는 당주님의 옆자리로 착석하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치후유씨."
목례를 하는 치후유를 뒤로하고 미나토는 연합주 선출이 이루어질 회의장의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말을 하던 이들이 말을 멈추고 지금 막 들어온 미나토를 주시했다.
치나츠가 있는곳은 가장 상석
하지만 그녀는 지금 차가운표정으로 앉아있었다.
'치나츠님의 옆자리. 라고 하셨었지.'
미나토는 애써 어색한 분위기를 뒤로하고 치나츠의 옆자리에 착석했다.
치나츠는 미나토를 한번 보고는 회의장에 있는 이들에게 통보했다.
"이제 한분빼고 다 모이셨네요. 그렇다면 연합주 선출에 관한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치나츠가 품위있게 자리에서 일어나, 말을 이어나갔다.
"먼저 연합주를 선출하는 방식에 대해 얘기를 나누도록 하죠. 의견이 있으신분은 손을 들고 말해주시길."
말을 마치고 치나츠가 앉았지만 회의장내에 있는 그 누구도 서로의 눈치를 볼뿐 손을 들어 말하는 이가 없었다.
"아무도 없으신가요...그렇다면 제가 의견을 내고 싶은데 괜찮으시겠죠."
이번에도 그녀의 말을 듣고 대답하는 이가 없었다.
"전 이번 연합주 선출의 방식으로 연합에 가치있는 일을 하는걸로서 증명하고자 합니다. 어떠신지요."
이번에도 치나츠의 말이 빈 회의실에 울리는가 싶더니 문이 열리고
"가치의 증명 좋지요. 저는 이번 연합주 선출의 증명은 그것으로 하는것이 좋다 생각합니다."
전보다 흰색이 짙어진 머리를 가진 나가야마의 가주가 말을 받았다.
"대신에 저도 여기 계신 모두께 한가지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만 괜찮겠지요?"
나가야마의 가주는 치나츠를 힐끗보고는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말을 이었다.
"이번에 새로운 나유카가의 가주께서 아직 취임식의 시험 마지막 단계를 마치지 않았다고 하여 이번 연합주 선출과 함께 진행하려 합니다만. 괜찮겠지요?"
치나츠의 말이 끝날때와는 다르게 그의 말이 끝나자 치나츠를 제외한 모든 이가 손을 들어 긍정을 표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걸보니 따로 생각해둔게 있으신가보네요."
치나츠는 그들의 행동에도 표정을 변하지 않고 그대로 나가야마의 가주에게 말했다.
"네. 저희 연합의 숙적. 큰뱀이 봉인되어있는 초원에가서 봉인을 보수하는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그의 말을 들은 치나츠는 여태까지와는 다르게 무표정으로 일관했던 얼굴이 굳어졌다.
"물론 이 일은 나유카가의 가주께서는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불허합니다. 현재 그곳은 급속 침식재난이 발령되어 CSE 5레벨에 근접한 지역이 되어있습니다. 저희 연합에서도 상황을 살피러 가셨던 열분이 돌아오지 못했어요. 그런곳을 나유카의 가주 한분만을 보내겠다고 하시는건가요?"
"전통입니다. 나나하라가의 당주님은 어리셔서 잘 모를지도 모르겠지만 여태까지 모든 가주는 시험을 마치고서 연합의 일원이 되었지요. 단지 이번에는 그 시험이 시대에 맞게 바뀌었을 뿐."
"그런건...말도 안됩니다!"
미나토는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장내의 분위기에 눌려 아무말도 하지못했다.
하지만
"도대체 이렇게 함으로써 가주께서 얻는게 무엇이란 말입니까!"
치나츠가 자신을 대신해 열심히 말해주고 있다는것만큼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군요. 여기에서는 다수결로 결정하도록 하지요. 나유카의 가주께서 시험을 하는것에 동의하신다면 손을 들어주시지요."
이번에도 그들은 여지없이 손을 들었다.
그때서야 치나츠는 한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러면 이 안건은 통과된걸로 알고 있겠습니다."
그들은 권력에 미쳐 서로를 헐뜯고 견제하던게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연합주 선출의 시험을 바라시는 분 있으십니까?"
단지 그렇게 연기하고 있었을뿐 모두가 한통속이었다.
".....제가 가겠습니다."
그렇다면 하다 못해
"치나츠님?"
나를 믿고 따라준 이를 위해 희생도 마다하지 않으리라.
"저 나나하라가의 당주 나나하라 치나츠가 나유카가의 가주와 함께 뱀의 초원에서 가치를 증명해보이겠습니다."
다시금 어둠속에서 검은뱀이 웃음을 지었다
==================
이제 다음이 마지막
읽어줘서 땡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