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터니움 정제 완료. 리플레이서 룩 동면상태로 전환...”

 

타인의 과거를 들여다보는 작업을 하는 장치에서 한 남자가 일어난다. 양복을 입은 남성은 안대를 한 외눈의 여성에게 ‘관리자’라고 불리고 있었다.

 

“관리자님, 문제가 생긴 것 같아요.”

“알고 있어.”

“얼터니움으로 정제되자마자 승화하듯 사라지는 경우는 처음으로 보이는데요.”

“오늘은, 반가운 손님이 찾아올 것 같아.”

“미나양이 거액의 거래를 물고 오는 거라면 환영인데 말이죠.”

“하하하, 그런 것보다 더 반가운 손님이 있을 수 있지.”

 

창문과 모니터로 가득한 방에서 관리자는 담배에 불을 당긴다. 하얀 연기가 천장에 접싯물처럼 고인다.

 

“아주 반가운 손님이 말이야.”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띄우고 있는 그를 보며 외눈의 여성은 남은 한쪽 눈을 감고 입을 뗀다.

 

“사내는 전체가 금연구역입니다. 관리자님.”

“...이런.”

 

실낱같이 이어지는 희뿌연 연기가 끊어진다.

 

남자는 눈을 뜬다. 손과 발의 첨단부터 서서히 차가워져가며 눈이 감겼던 것 까지가 그가 느꼈던 마지막 기억이다.

한 소녀에게 “살아줘”라고 이야기하며, 나름 끝에서야 희망을 잡고 괜찮은 삶이라고 생각했던 찰나였다. 마음도 편해지고, 몸의 고통도 무뎌지며 안식을 찾고 있었다. 그렇게 다시 눈을 뜨자, 눈 앞은 온통 어둠이었다.

손 끝 한 마디, 발가락 하나에서부터 서서히 감각이 돌아온다. 숨을 깊게, 폐의 깊은 곳까지 들이쉬었다가 내쉰다. 분명 플라즈마로 입은 화상에 숨을 익어버린 살점들이 엉겨붙어오며 숨을 쉴 때마다 고통을 줄 것이라 생각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 일은 없었다. 오히려 폐에 고였던 뜨끈한 것들이 기침과 함께 뱉어나온다. 그는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이니 그 색이 어떤지는 확인할 수 없는게 아쉽다고 생각했다. 팔과 다리, 목에 힘이 돌아오자 제일 먼저 한 일은 사지를 움직여 자신이 고립된 이 공간이 얼마나 좁은지 확인하는 일이었다.

차가운 감촉이 손 끝에 전해진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것이 분명했다. 남자는 구조신호를 보낼까 생각하던 차에, 이면세계에서 현실세계로 연락할 수단이 자신에게 없음을 자각한다.

그가 세운 계획의 첫 번째는 이 곳에서 탈출하는 것이다. 자세를 고쳐잡고 두 발로 무릎을 굽혀서 바닥에 버텨선 뒤, 두 손과 어깨로 철판으로 추정되는 것을 잡고 힘을 줘 일어나본다. 힘을 약간만 줘도 철판은 쉽게 밀려난다. 운 좋게도 보급상자의 파편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하고 남자는 생각했다.

묵직한 금속이 넘어지는 소리와 함께 빛이 들어온다. 남자는 자신이 밀쳐낸 것의 정체를 확인하고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가 최후를 맞이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전함의 벽 일부가 아닌가. 평범한 인간이라면 지렛대를 써서 안간힘을 다해야 겨우 들어올릴까 말까 하는 그런 것이다.

 

“뭐야, 이거...”

 

속으로 생각할 틈도 없이 경악스러움이 입을 통해 튀어나왔다.

아무튼, 남자의 첫 번째 플랜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 다음 플랜부터는 조금씩 꼬이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없는 고요한 이면세계 한복판에서 그런 큰 소리를 내버렸으니, 침식체들이 모여들게 분명했다.

운 좋게 살아남은 이상, 여기서 벗어나야만 했다.

주변에 놓여있는 군인의 총기들 중 무사한 것을 챙긴다. 탄창과 수류탄들도 넉넉히 쟁여둔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을 품 안에서 꺼낸다.

 

빛 바랜 사진. 피로 얼룩졌지만, 다행이도 같이 버텨준 고마운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 남아있는 흔적.

 

“...아무래도, 만나러 가는게 조금 늦어질 거 같아. 우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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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보고 뽕차서 달린다


이런거 보는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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