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https://arca.live/b/counterside/32402858
"시발."
이 세계에 갇혀버린지도 어느덧 한 달.
구관리국의 통솔자이자 수많은 로스트 테크놀러지를 머릿속에 품고 있는 미남의 몸으로 나는 지금......
"어이,청년! 거기 2개 놓쳤잖아! 일 제대로 안 해?"
"죄송합니다!"
상하차 알바를 하고 있다.
"씨발,좆같은 세상....."
"어이,청년!"
"네, 지금 하고 있습니다!"
카운터사이드에서의 관리자는 본래 의문투성이의 인물이다.
분명히 작중언급에 따르면 이 관리자라는 인물은 플레이어 본인이어야만 했다.
그러나 실 플레이어랑은 딴판인 외모에 스스로도 모르는 계획을 미리 짜놨다는 듯한 어투.
또 그 계획을 유창하게 설명해 유저들에게 그게 뭔 소리노 씨발아 를 심심찮게 외치게 만든 인물이기도 했다.
주인공임에도 가장 알려진 게 없는 캐릭터,그것이 관리자다.
덕분에 게임을 하면서 얻은 정보로 꿀을 빨려던 내 계획은 시작부터 막혔다.
'내'가 관리자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기존에 관리자가 가지고 있던 지식과 정보는 전부 내가 가지고 있던 지식으로 치환되었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은 전부 4년 후부터 일어날 일에 대한 것뿐이다.
즉 지금은 손을 쓸 수 없을 뿐더러 어떻게 해야 그 상황이 일어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불행중 다행인 것은 관리자가 가지고 있던 기본적인 지식을 비롯해 자금이 어디에 있는지 정도는 머릿속에 들어있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떵떵거리면서 살 수 있는 부를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내 남은 이성이 그를 붙들었다.
'카운터 범죄자가 몇 명인데 이런 수상한 짓을 하면 백퍼센트 의심받는다'
경찰,아마도 여기서는 내가 아는 그 보랏빛 머리의 여경이 내게 수갑을 채우고 체포됐으니 꼼짝하지 말고 자신한테 순응하라 하겠지.
.........생각해보니 그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어찌됐든 지금의 나로선 어떻게든 평범한 시민인 척 할 필요가 있었고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나로서는 할 수 있는 게 이 일밖에 없었다.
기껏 환생해서도 상하차같은 거나 하고 있자니 자괴감이 장난아니었지만 그것도 오늘로 끝이다.
퇴근 후 나는 내가 묵는 원룸으로 돌아가는 대신 지방으로 내려가는 버스에 올랐다.
이미 늦은 밤을 달리는 심야버스인데다 지방으로 내려가는 버스였기에 사람은 거의 없었고 그들 대부분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휴대전화를 켜 노트앱을 열었다.
짤막한 메모 한 줄.
'반전 아티팩트. xx시 xxxx로 xx-x.
카운터지참x'
아티팩트.
침식체들의 근거지라 할 수 있는 이면세계에서 가끔가다 발견되는 진기한 로스트 테크놀러지이자 구관리국의 산물이다.
누가 만들었는지,어떠한 원리인지도 알려지지 않았지만 확실한 것은 그것들 하나하나가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기왕이면 다른 아티팩트들의 위치까지 전부 알고 싶었지만 원래 이 몸의 주인인 관리자는 어지간히 경계심이 높은지라 메모를 아무리 뒤져봐도 아티팩트 하나의 위치만 찾을 수 있었다.
아마 하나를 찾은 후엔 다음 하나만 새로 기록해놓는 방식이었겠지.
나는 그 위치를 모르기 때문에 이게 유일한 아티팩트지만.
하지만 이것 하나만으로도 관청에 넘기면 떳떳하게 금수저 라이프를 즐길 수 있다.
그럼 이번 세계의 위기는 어떻게 하냐고?
몰라,다음 세계의 내가 아무튼 어떻게든 해주겠지.
이 세계에 오고서 며칠간 살면서 내린 결정이다.
나는 관리자가 될 수 없다.
평범한 사람을 데려다가 전세계를 뒤에서 좌지우지하는 흑막의 역할을 하라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다.
그러니까 난 이거면 됐다. 애초에 내가 맡기엔 지나치게 무거운 짐이었다.
적당히 즐기면서 있는듯 없는듯 살다 가도록 하자.
퍽-!
퍽-!
퍽-!
사람없는 외딴 곳에서 흙을 파기를 30분 가량,드디어 뭔가 삽에 걸리는 느낌이 났다.
허겁지겁 더 파보자 그 곳에는 메모에 적혀있던 대로 작은 상자가 나왔고 조심스레 그것을 열자 고급스러운 반지가 나를 반겼다.
백문이 불여일견. 바로 반지를 끼우자 관리자가 이 아티팩트를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대한 기억이 그대로 흘러들어왔다.
화려한 무대.....열광하는 사람들.....그리고....
춤을 추는 나?
그 이미지와 함께 뇌리에 스친 아티팩트의 요약문구.
반전 아티팩트! 이것만 있으면 당신도 문워크 마스터! 로꾸거 로꾸거~
........관리자 개새끼.
"아오,씨발!"
거칠게 화를 내며 반지를 집어 던지......려다가 도로 끼웠다. 이리 보여도 아티팩트는 아티팩트.
그래도 어딘가 쓸 곳은 있겠지.
그렇다 하더라도 이런 성능의 아티팩트인 것을 알게 된 이상 더욱 안정적으로 돈을 벌 곳이 필요하다.
하루만 더 상하차를 했다간 4년이 지나기도 전에 과로로 죽을 것 같다.
기왕이면 돈과 세금에 엄격한 아시아 쪽이 아니라 좀 더 느슨하고.....돈도 잘 벌 수 있고.....믿을만한 사람들이 있는 직장.....
어?
-이탈리아-
"언니! 여기 사람이 쓰러져있어요! 빠,빨리 구급차를 불러야...."
"됐어. 보아하니까 지쳐 쓰러진 거 같은데 냅둬. 괜히 도와줬다 험한 꼴 볼라."
"언! 니!"
"알겠다,알겠어. 일단 안으로 옮기긴 하겠지만 꼬맹이 너는 너무 달라붙지 마.
뭐하던 놈일지 모르니.
호라이즌! 이 녀석 좀 스캔 해줘."
"진공관 맙소사. 제게 지금 처음 보는 남성의 몸을 구석구석 살펴봐달라는 부탁을 하는 겁니까?
아무리 리타가 경험없는 숫처녀라 해도 제게 그런 것까지 부탁하는 건 좀 깨는군요."
".....내가 말을 말아야지."
보랏빛 머리의 쾌활한 소녀와 그를 바라보는 초록빛 머리의 슬렌더한 여성,
그리고 카붕이를 질질 집 안으로 끌고가는 호라이즌이라 불린 구형스패로우까지.
어딘가 기묘한 조합이었지만 이들이 어려움에 처한 이를 돕고자 하는 마음은 진심이었...
쾅!
호라이즌이 기절한 카붕이를 끌고 올라가던 중 그의 머리가 계단에 세게 부딪혔다.
"으으.........아프시겠다."
"아무튼 제 잘못은 아닌 듯 합니다,리타."
"하아....옮기기나 해."
이들이 어떠한 운명을 맞을지,또 어떻게 변화할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 채로.
이걸 2편을 쓰네. 세상에.
근데 쓰다보니 초큼 재미있을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