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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rca.live/b/counterside/33479142
대공 훈련에서 매우 우수한 평가가 나온다는 이유로 카린양은 특수 상황 후방 지원 배치를 받았다. 실망하는 카린양에게 부사장님은 관리부의 사무업무도 일부 보조해 줄 수 있냐는 거의 반강제적인 권유를 했다. 그것 마저도 도움이 된다면 기쁘다며 흔쾌히 수락하는 모습이 나는 이해되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느껴 지는 게 있었다. 항상 골수까지 빨아 먹을 기세의 업무 지시를 해왔던 부사장님이 태스크포스 업계에서 절하고 데려간다는 B급 카운터를 후방배치한다? 누군가의 입김이든 뭐든 아마 '엑자일러'라는게 문제가 됐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단순히 외부 유출이 금지라는 이유일 수도 있을 것이다. 뭐, 사실상 카린양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는 델타세븐 쪽만 조심해도 되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
사실상 월요일을 마지막으로 기술훈련 같은 것만 빼고 카린양과 나는 회사 내에선 마주치기 힘들었다. 그라운드원 외곽의 침식체들의 행동패턴이 심상치 않아서 결국 나도 언제든 출격 할 수 있도록 작전 대기상태에 들어갔다. 원래대로라면 이번 주 내내 붙어 있어야하지만... 이미 빠르게 배치까지 받은 이상 하나씨에게 관리부 업무를 배우는게 메인이 됐으니까.
"...선배!!!"
"네? 미나양? 그렇게 큰소리로 안 불러도 잘 들려요-"
"무슨 소리야? 계속 불러도 멍만 때려서 소리 지른거라고. 못 들었어? 지금 가야해."
"아~"
"아~는 무슨 여자랑 붙어 다니더니 물러 터져서는..."
"스승님. 비즈니스 모르시나요. 비즈니스-"
"비즈니스 같은 소리하네. 빨리 일어나 지금 당장 가야하니까."
확실히 요즘 주변에서 이상한 소리를 하는 걸 보니 내가 물러 진건 맞는 것 같다.
... 지금처럼 멀어지다 보면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을까. 조금 아쉽긴 하지만.
"주시윤."
"네."
"저번에도 말했지만..."
"정 붙이지 말라고요?"
"... 뭐, 젊은 남녀 사이에 고나리질 해봤자 붙여 놓으면 정분 날 수 없긴 하다만."
"... ..."
"됐어. 이미 니네 둘이 알아서 해. 사고만 치지마."
"스승님이 연애 충고까지 해주 실 줄은 몰랐네요?"
"시끄러워. 충고는 무슨 일종의 경고니까 흘려 듣지마."
딱히 경고 같지 않은 말을 들으니 괜히 반발심이 생겼다. 생각이 복잡해진다.
*
"카린양. 저번에는 부상상태 였기 때문에 사장님이 이터니움 정제를 투약해서 고통이 덜했을 겁니다만... 이번에는 자고 일어나면 많이 고통스러우실 수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과분한 호의를 배풀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래요. 카린양 같은 인재라면 이 정도는 사내 복지라고 할 수 있겠네요. 곧 사장님이 오셔서 해주실겁니다. 한숨 푹 자두도록 하세요."
내가 썼던 그 병실과 같은 곳에서 링겔 바늘을 꼽고 누워있다. 이렇게 까지 베푸는 호의에 보답하려면... 열심히 일해야겠지. 시윤씨의 말대로라면 여기는 이익 집단인 것 같으니까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시야가 어두워진다. 멀어지는 의식과 소리도 점점 멀어져 갔다.
"잠들었나?"
"네, 지금 막 수면 상태에 들어갔습니다."
... ...
...
-
'미쳤어요!!!? 뭐하는거에요!!!'
'이대로 네피림을 초고심도 이면 세계로 끌고 가겠습니다!!! 제가 끌고 가지 못한 침식체 들을 부탁합니다. 시영씨!'
'카린!!!!!!!!!!!!!!!!!!'
"....으윽..! 아...!"
"깼나? 미안하네, 부작용이 얼마나 심한지 알아봐야해서 말이야. 지금은 진통제를 투여할수가 없군."
"윽...누구시죠...?"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는건 처음이군. 코핀컴퍼니의 사장일세."
"...원격 조종을... 하시는 분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은 했습니다..."
"역시 똑똑한 친구구만. 일단 지금은 통증이 심할테니 말하지 말고 쉬게나."
처음 보는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기기화면을 들여다 보고 있다. 기기 뒤에서 조종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갑자기 실물을 보니 조금 당혹스러웠다.
밀려오는 고통에 다시 침대에 머리를 붙였다. 마치 몸을 움직이려 할 때마다 움직이지 말라는 듯 옥죄는 것 같았다. 거기다가... 잠시 잊고 있었던 그때의 상황을 꿈으로 꾸었다. 꿈 속에서 다이브 직전 보았던 시영씨의 표정이 다시금 머릿속에 떠오른다.
"음... 지금은 어떤가."
"조금 괜찮아진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신 건가요?"
"이터니움 실드랑 비슷한 원리지. 위상차가 심한 아예 다른 차원으로 왔으니."
"이해했습니다."
"물론 이 방법도 영구적이진 않아서 계속 방법은 찾고 있다네. 찾을 수도, 찾지 못 할 수도 있지. 엑자일러를 묶어두는 기술을 개발하진 않아서 말일세."
"... ..."
"유능한 인재를 놓칠 순 없으니. 되도록이면 반드시 방법을 찾아주겠네."
"... 감사합니다."
여전히 내 앞날은 낙관적이지 않은 건가. 희망도 절망도 주지 않는 애매한 답변에 고개를 떨궜다. 역시 너무 크게 희망 갖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저 ... 지금의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게 좋겠지.
"이제 됐다네. 고통에 대한 회복도 빠르군. 혹시 이전 세계에 신체재생능력이라도 있었나?"
"아니요. 그런 능력은 없었습니다."
"...그렇군. 그렇다면 혹시 모르니 조금 쉬다가 귀가하는 걸 권장하네. 그리고 곧 카린양을 찾는 손님이 올테니 말이지."
"손님이요?"
"그 친구에게 내 모습은 비밀이라네. 카린양은 똑똑하니 비밀을 지켜줄 거라고 믿고 이만 가도록하지."
"...? 감사합니다."
한참 기기 화면 만을 보던 사장님은 병실 밖으로 사라졌다. 시계를 보니 오후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혼자 남은 병실은 쓸쓸했다. 왼쪽팔에 통증이 느껴져 오른쪽 손으로 왼팔을 잡았다. 다시 다이브를 시도하던 그 순간이 떠올랐다.
... ...
*
다들 현장에서 바로 퇴근 할 때 나는 본사로 돌아왔다. 공식적으로 카린양을 케어 하는 일도 오늘이 마지막이니 마지막까지 시킨 건 해야겠지 싶어서 말이다.
거기다가 오늘은 추가적으로 시술을 받는 날이라 했으니 더더욱 그래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건 핑계가 아니다.
익숙한 복도를 지나서 늘 마주쳤었던 그 병실 앞으로 갔다. 노크를 했는데 아무 반응이 없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침상에 앉아있던 카린양이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나를 보더니 눈에 고여있는 눈물이 떨어졌다. 울고 있는데 웃으면서 나를 반긴다.
"오셨네요. 고생하셨어요."
"왜 울어요."
"시술이 아파서요. 이번엔 진통제 못 썼다고 하시더라구요."
대충 옷 소매로 눈물을 닦길래 각티슈를 뽑아주었다. 사람 울 정도로 아프면 놔줘야 하는거 아닌가? 그게 아니라면... 다른 이유겠지.
"뭔 일 있으셨나보네요. 함부로 물어보면 안되겠죠?"
"...이미 물어 보신 것 같습니다."
"하하- 그런가요?"
지난번처럼 간이 의자를 끌어다가 앉았다. 한참을 닦더니 진정이 좀 됐는지 가만히 있다가 입을 열었다.
"꿈에 제가 마지막으로 초고심도 다이브를 하던 순간이 나왔어요."
"... ..."
"그때는 함선과 같이 네피림을 끌고 가겠다고 정신이 없었는데, 꿈에서는 주변 사람들의 얼굴이 생생하게 보이더라고요."
"신기하네요. 꿈이란 게 자신의 기억을 기반으로 하는 거 일텐데."
"네. 시윤씨는 시영씨를 기억하시나요?"
"뭐... 아무리 또 다른 나라지만 귀찮은 여자라는거 밖에는?"
"...꿈의 끝자락에서 시영씨의 표정과 목소리가 들렸어요."
"... ..."
"... ...이제는 만날 수 없겠지만. 어쩌다 보니 살아서 똑 닮은 사람 옆에 와있네요."
씁쓸한 표정으로 웃으며 내 쪽을 바라본다. 마지막 말이 마음을 시리게 했다. 묻고 싶은 게 생겼다. 지극히... 아주 개인적인 질문을 하고 싶어졌다.
"카린양."
"듣고 있습니다."
"저랑 그 여자랑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편안하다고 느끼시는 건가요."
카린양이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정적이 흐른다.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는 대답에 조금씩 그게 맞다고 생각 할 때 쯤 그녀는 대답했다.
"모습은 닮았지만. 저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때 미나씨에게 했던 대답 중에 편안하다고 말한 건 정말로 진심이었습니다."
"... ..."
"비록 시영씨와는... 그렇게 헤어져 버렸지만. 그렇다고 시윤씨를... 시영씨 대하듯 하고 있진 않아요. 각오하고 했던 일이기도 하고요. 시윤씨 덕에 저는 여기에 무사히 정착 할 수 있었으니까요. 좋은 사람임은 변하지 않아요."
가끔 화나게 하기도 하지만요-라고 말하며 그녀가 미소 짓는다. 몸에 잔뜩 들어갔던 긴장이 풀렸다. 서있었으면 아마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 앉았을지도 모르겠다. 뭔가 마음이 간지러운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도 시윤씨가 오지 않았더라면 저는 그 때의 기억에 갇혀서 하루 종일 울지 않았을까요?"
이어지는 대답에 나도 말없이 미소 지었다. 갑자기 그녀가 놀란 눈을 하더니 시선을 피한다. 왠지 어색해진 것 같다.
"크흠. 고마워요. 카린양. 오히려 제가 위로 받은 기분이네요-"
"...충분한 답변이 되셨다면 다행이에요."
여전히 눈을 보진 않는다. 이야기 주제를 돌려야겠다. 어색한 건 질색이니까.
"...이제 괜찮아지셨으면 퇴근할까요? 혹시 모르니 집까지 바래다 드릴께요."
"아! 네-"
-
[시윤씨. 내일도 점심 같이 드실래요?]
카린양을 바래다주고, 나도 집 앞에 도착했을 때 메시지가 날아왔다. 이거 완전...
[데이트 신청 하는 거에요 카린양?]
[싫으시다면 어쩔 수 없네요.]
생각보다 단호한 반응에 한 수 접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없는 웃음을 내며 답장을 썼다.
[저번 주에서 만났던 사거리에서 12시에 봐요.]
[알겠습니다. 편안한 밤 보내세요 시윤씨.]
주말은 항상 온갖 잡생각에 시달린 기억 뿐이라 금요일과 주말이 싫었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편안함과 나른함이 몰려온다. 가끔씩 괴롭히던 두통조차도 지금은 없다.
내일은 무엇을 먹을까. 매운 음식은 빼자. 후식은 저번에 아메리카노 잘 마시는 것 같던데 무난한 카페로 가야겠다. 색다른 옷을 좀 입어볼까. 애초에 다른 옷이 별로 없네. 내일은 다른 옷을 좀 사야겠다.
다른 건 잊은 채 내일을 생각하는 고민들을 가득 안고 저녁 시간을 보냈다.
-
"안녕?"
나를 닮은 여자가 웃으며 인사한다. 여전히 날카로운 날붙이를 내 목에 갖다댄채로.
나는 무장이 없으니 일단 항복이라며 양손을 들었다. 여자가 미친 듯이 웃는다.
"기억 안나나보네? 동생?"
"전 외동이라서 누나가 없거든요. 당신은 누구시죠?"
"아쉬워라. 뭐 상관없어."
여자가 칼을 거두고 멀어진다. 눈물 자국이 가득한 얼굴로 날 보며 정신을 놓은 듯 웃어 댄다. 그리고 갑자기 뚝 그치더니 입을 열었다.
"드디어 찾았다."
"...!"
잠에서 깨자마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또 뭐 때문인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머리가 또 지끈거린다. 남는 두통약이 있으니 또 먹어야겠다. 핸드폰의 시계를 보니 10시. 아침을 먹기에는 조금 애매한 시간이었다.
일단 세수부터 하고 생각하자. 아침은 오늘의 점심 식사를 위해 대충 빵으로 때워야겠다.
-
역시 옷을 좀 미리 사뒀어야 하나 싶었다. 어제랑 똑같은 다른 옷을 입고 나왔다. 저번 주의 카린양처럼 나도 옷이나 봐 달라고 해볼까 싶었다.
저번에 눈이 온 것이 무색하게 따뜻한 봄바람이 분다. 계속 눈알을 굴리면서 사람들을 본다. 횡단보도 반대편에서 익숙한 형체가 보인다. 나를 발견했는지 살짝 손을 흔들어 보인다. 나도 보답하듯이 손을 살짝 흔든다. 아쉽게도(?) 내가 선물해 주었던 옷은 입지 않았다.
보행자 신호에 초록불이 들어오고 카린양은 빠른 걸음으로 건너왔다. 나도 천천히 다가갔다.
"에이- 제가 선물한 옷은 안 입으셨네요."
"아, 아직 입기엔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서요."
"마음의 준비?"
"그런 게 있습니다!"
옷 입는데 마음의 준비도 필요한가? 어깨를 으쓱-하는 나에게 얼른 먹으러 가자며 재촉했다. 뭐 그 말은 언젠간 입는다는 뜻이겠거니 생각했다.
"이거 완전..."
"네?"
"회사 사람들한테 걸리면 놀림 당하겠는데요~"
"...!!"
카린양의 얼굴이 빨개졌다. 내가 웃으면서 농담이라고 하니 마구잡이로 주먹을 날린다.
"어이쿠~ 아파요, 아파-"
"진짜 그만 놀리세요!!"
"대공 특화고 뭐고 근접전 훈련 받아 보시는 건 어때요?"
"아!! 정말!!"
맞고 있는 부위가 아프지만 즐겁다. 욕심 내길 잘한 것 같다.
적어도 지금은?
-
둘러보다가 카린양이 고른 곳은 평범한 여자들이 좋아할만한 파스타 집이었다. 또 놀리려다가 정말로 주먹이 얼굴로 날아올 것 같아서 참았다. 예쁘게 플레이팅 된 음식들을 보고 눈을 반짝이는 게 정말 영락없는 소녀의 모습이었다.
먹으면서 회사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스승님이 생각보다 무섭지 않다는 둥, 미나양과 있으면 어린 시절 친구를 만난 것 같다는 둥... 긍정적인 이야기들이었다. 내가 카린양이 모르는 걸 알려줄 때마다 그런 사람이였냐고 놀라는 모습도 볼 만 했다. 내심 내가 아니어도 타인들이랑 잘 지내는 모습에 또 다시 다행이라고 느껴진다.
"앗! 제가 계산할게요!"
"됐어요- 원래 받는 거보다 적게 받는다면서요?"
"그건..."
"이제 카페가서 커피 한 잔 사주는 걸로 퉁치죠~"
계산하려는 카린양을 가로막고 점원에게 카드를 건넸다. 카린양이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낸다.
"괜찮다니까요. 어차피 혼자 살아서 돈 나갈데도 별로 없어요."
"... 알겠습니다. 대신 커피는 꼭 제가 살게요."
"그래요~"
그렇게 가게 밖으로 나오는 순간 갑자기 거리 전체에 경고음이 퍼졌다.
[그라운드 원, 도시관리국에서 알려드립니다.
지금 현재 긴급하게 카운터사이드 이펙트 경보를 발령합니다.
시민 여러분들은 안내에 따라 안전한 장소에 머물러 주시고....]
급하게 CSE레벨을 확인했다. 3레벨이면 일반인은 긴급 대피해야 하는 수준이다.
"갑자기 CSE레벨이 이렇게 오를 수가 없는데 말이죠..."
"저희 세계에서도 이런 건... 없었는데..."
서로 당황스러워하는 찰나에 긴급 통신이 들어온다.
"들리십니까. 전투 가능 인원 전부 함선으로 가능한 빨리 집합해주세요."
"함선으로 오라고요?"
"네, 수송기 좌표는 각 소대 별로 전송하겠습니다. 카린양은..."
"시윤씨랑 같이 있습니다!"
"...? 그럼 일단 한시가 급하니 펜릴 소대와 같이 합류하세요. 이상입니다."
통신이 끊기고 날아온 좌표로 우리는 급하게 이동했다. 뛰는 내내 카린양은 눈에 띄게 불안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카린양. 괜찮아요. 여기는 관리국이 인증한 태스크포스들 뿐만아니라 다른 태스크포스...."
"아뇨. 그게 아닙니다. 이 느낌..."
"...?"
"너무 익숙해요. 희미하지만... 느껴본 적 있는 기분 나쁜 침식파입니다."
"... ... 일단 빨리 합류하죠."
-
"그라운드 원 외곽에서 갑자기 나타났던 침식체를 기억하십니까? 카린양을 발견했던 곳이기도 하죠. 그때는 차원 균열이 열리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닫혔었습니다. 사실상 이제 더 이상 열릴 수 없는 균열이 됐죠. 하지만 이번엔 그때 열린 균열과 가까운 다른 위치에 차원 균열이 생겼다고 하더군요."
"이미 생긴 균열을 찢고 나오는게 아니고?"
"네. 전혀 다른 곳에서 균열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그 균열을 닫을 수 있는 핵심의 위치가 계속 빠르게 움직입니다. 애초에 식별 되지 않고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 한 걸 보면 새로운 타입의 그림자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아니 잠깐, 균열을 찢고 나오는 그림자라고? 차원 계면 융해로 현실세계에 부상한 게 아니고?"
"네. 그런 그림자라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 그림자를 처치하면 균열이 닫힐거라고 관리국이 알렸습니다만. 단지 계속... 지금도 그 균열을 통해 침식체가 밀려 들어오는 상황입니다."
"골치 아프군."
말도 안되는 상황에 함선 내 사람들이 모두 경악했다. 스승님 조차도 처음 겪는 일이라는 듯 질겁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식으로 현실세계에 나타나는 그림자라면 족히 4종 그 이상이다. 카린양을 돌아보니 아까보다 더 크게 불안해 하고 있다.
"저희는 일단 다른 태스크포스가 3종 이하 침식체들을 상대하는 사이에 균열의 핵심으로 추정되는 그림자를 찾아 처치하는 것 입니다. 4종 이상으로 추정되는 만큼 굉장히 위험하니 주의 해주시길 바랍니다. 여차하면 저까지 출격해야 할 정도니까요. 수색 범위는 지금 화면으로 띄워 드리겠습니다."
평소보다 배로 위험한 작전에 나도 긴장이 된다. 2, 3소대는 1소대가 수색하는 동안 1,2 종의 주변 침식체를 상대하고, 1소대는 그림자를 찾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되 3종도 보이는 대로 처치. 카린양은 2,3 소대의 후방 서포트를 맡았다.
브리핑을 마치고 강하 직전 정적이 흐른다. 평소 같으면 다들 시끌시끌할텐데 오늘 만큼은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는다. 레나씨의 통신이 들려온다.
"램프도어 개방 준비 완료 되었습니다."
"강하 후 각 소대 위치로 산개 한다. 함교 램프도어 개방."
"램프도어 개방합니다!"
-
CSE 레벨은 여전히 3을 웃돈다. 함선에서 관제하며 타깃을 계속 추적하지만 쉽지 않다. 관제상으로 빠르게 움직인다기보다 점멸 한다고 말하는 걸 보면 기습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계속 시간이 지체 되면 돌이 킬 수 없는데, 아침에 먹은 진통제의 효과가 빠졌는지 점점 두통이 일어난다. 그때와 똑같다. 머리를 붙잡고 정신을 가다듬는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또 쓰러지면 위험하다. 조금 멀리서 3종을 찍어 누르고 있던 스승님이 이상을 느꼈는지 정신 바짝 차리라며 소리를 친다. 머리가 울린다. 간신히 머리를 부여잡고 있던 그때. 갑자기 등 뒤에서 불쾌한 기분이 느껴져서 뒤를 돈 순간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안녕! 또 만나네
동생?"
+) 딱 원하는 곳에서 끊을려고 오늘은 좀 길어졌음...
긴글 읽을때 지루하지 않게 쓸려고 노력했숨!!
이번에도 읽어줘서 고마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