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기억을 남자에게 말해주던 리타는 솔리키타티오의 등장 부분에서 오열하기 시작했다.

 

마음이 덧씌워져가던 순간의 뜻을 이루지 못했다는 비통함이, 자신의 손에서 몸부림치던 대시에 대한 감정이 격류처럼 리타를 덮쳐왔다.

 

남자가 리타의 얼굴 앞에 가져다 댄 손수건을 받아 든 리타는, 손수건을 찢을 듯 움켜쥐고 억눌린 소리로 통곡했다.


남의 앞에서 펑펑 울어본 것은 처음이지만, 이 비현실적인 공간에서 함께하는 단 한사람에게 리타는 이상하게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았다.

 

“그건 내가 알고 있는 것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격정에 몸부림치느라 헝클어진 머리를 가까스로 리타가 수습할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린 남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건…크흠, 사건 당사자의 말에 반박하다니 보기보단 멍청한가보네.”

 

갈라지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리타가 말했다. 감정을 쏟아낸 탓인지 그녀의 말소리는 조금은 부드러워졌다.

 

“세상에는 의사에게 내 몸은 내가 안다고 말하는 환자가 셀 수 없이 많지. 하지만 환자를 진단한 의사는 환자보다 환자의 몸을 잘 안다네.”

 

밉지는 않은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

 

“자네는 마왕의 수하가 되지 않았고, 대시양은 마왕의 수하가 된 자네에 의해 재탄생 당하지 않았고, 둘은 기적적으로 구출되었고. 이곳은 그런 세계라네.”

 

이 남자는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며, 어떻게 아직 말도 하지 않은 부분을 왜 알고 있는 것인지. 그런 세계?

 

“자네가 혼동하는 기억은…아마도 대시양이 아티팩트를 통해 들여다본 세계의 기억이 흘러 들어왔거나 한 것 같군.”

 

그 카메라...미래를 보는 아티팩트가 아니라는 말인가. 남자의 안색을 살펴도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는 보이지는 않았다.


물론 자기 자신마저 속이는 멍청하고 위험한 자를 많이 봐온 리타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네가...당신이 뭘 그리 잘 안다고, 환자 앞의 의사 행세를 하는거지?”

 

수트의 남자는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적당한 말을 찾으려는 듯 잠깐 침묵하였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런 질문은 처음 받아봐서 조금 당황스럽군.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많이 아는 것이 있다면...”

 

남자가 손에서 전자기기를 테이블에 내려놓자, 하늘색 장발의 소녀와 눈을 빛내며 무언가를 열심히 먹고 있는 대시의 사진이 리타의 눈높이로 떠오른다.

 

“세상의$%@@!^”


바에, 세상에 둘만 존재하는 듯한 몽롱한 비현실감을 비집어 들어온 사진. 시각 이외의 감각이 차단된 듯 남자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리타는 크게 흔들리는 눈동자로 뚫어질 듯 사진을 수십 수백번 훑다가, 천장을 바라보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윽고, 거대한 충격과 함께 날아간 듯한 감각이 약간의 이명과 함께 돌아왔다.

 

“억지로…”

 

“시끄러워.”

 

남자는 잽싸게 입을 닫았다. 잠깐의 정적.

 

“…자네보다 먼저 회복하고 우리 회사에 몸을 의탁하고 있지. 기특한 아이야. 가는 곳마다 웃음이 넘친다네.”

 

잠시 후 이어진 남자의 말에 비로소 리타가 미소를 지었다.


“보살펴줬다니 빚을 졌군. 언젠가 꼭 갚도록 하지.”

 

상황이 완전히 이해가 된 것은 아니지만, 대시의 사진을 가진 이 남자가 대시를 돌보아주었다는 사실을 안 리타의 목소리에는 완연히 온기가 돌았다.

 

“빚이라고 여긴다면 언젠가 말고 당장 해줬으면 하는게 있는데.”

 

뭐냐고 되묻는 것이 분명한 긴 응시에, 사내는 명함을 꺼내어 리타쪽으로 밀었다.

 

“우리 회사에서 일해주게. 급여는 섭섭하진 않을 정도로 쳐주지, 아마도.”

 

아는 회사다. 태스크포스 코핀 컴퍼니. 멍청한 얼굴의 검은 깡통로봇이 그려져 있다. 그 깡통 뒤에 이런 사내가 있었다니.


갑작스러운 이야기라도, 모두 함께 양지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제안은 고마워. 저 바보는 잊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이미 소속된 곳이 있어서.”

 

리타는 명함을 다시 남자 쪽으로 약간 밀어내며 말했다.

 

“호라이즌 이야기라면 걱정 말게. 그 친구도 곧 우리 회사로 오기로 벌써 결정되어 있어서.”

 

리타의 의심에 찬 시선에 틀림없다는 듯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와 함께 눈동자가 돌아가는 리타를 앞에 두고 남자는 작위적인 호들갑을 떨었다.

 

“머신-갑은 세를 불리는 것을 좋아하지. 다가올 싸움의 적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 유능한 인재면 말할 나위 없고.”

 

현실이 아니라고 들었던 기억. 그러나 자신을 바꾼, 바꿀 뻔했던, 어느 쪽이든 그 적에 대한 증오는 생생했다. 힘이 부족하지만, 쳐죽이고 싶다.

 

“저 바보는 몰라도 우리 사장까지 구워삶았다는게 정말이라면…전혀 못믿을 자는 아닌가보군.”

 

리타는 밀어내던 명함을 손끝으로 주웠다. 마치 계약서라도 써있는 양 이미 더 읽을 것도 없는 명함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럼 당신 회사에서 내가 뭘 하게 되지? 재주가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

 

일개 사채업자 패거리에게 이 남자는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일까.

 

“스카우트되자마자 일거리를 찾다니 우리 부사장이 좋아할 사원이군. 코핀 컴퍼니 사원으로서 자네가 처음 할 일은…”

 

남자가 리타에게 다가가 얼굴에 양손을 가져다 대며 말했다.

 

“우선 일어나는 것일세.”

 

 

 

 

 

 

 

리타는 병상에서 눈을 떴다. 


무거운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올리자, 양손으로 머리를 잡고 있는 인물의 미소가 조금씩 선명해지는 시야를 채워나갔다.

 

“…사…장?”

 

리타가 갈라진 목소리로 말라붙은 입을 열었다. 


혼란과 의문이 가득한 부름에 당신은 미소와 끄덕임으로 답했다.

 

“언니!”

 

그리고 한 소녀가 당신 옆을 지나 병상 위로 튀어올랐다.

 

잠시 자리를 비워주려 병실을 나서며 문을 닫는 당신의 등 뒤로,


짐짓 화난 척 하다가 우는 목소리가 하나,


살갑게 목소리를 높이다 우는 목소리가 하나 들려온다.










과몰입충은 나름대로의 뇌내각색을 통해 리타댕시와 함께 살아가는거야


복각을 맞아서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던걸 대충 써봄 너희도 과몰입하지 않을래?



내 세계에선 이게 정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