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ArtStation - Snake Illustration, Anabel Martínez Baños
(7) 독에 물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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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의 맹독은 살았고, 날선 어떤 검보다도 예리하며,
혼과 영을 뚫고 관절과 골수를 쪼개기까지 하며,마음의 생각과 뜻을 판단하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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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에어리어
나나하라 대저택
p.m. 01:40
CSE 현상은 저택에서 1km도 채 떨어지지 않은 지점에서 일어났다.
차원 계면들이 무너졌다. 현실의 공간이 찢어진 자리에 붉게 황폐화된 침식지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죽은 자들 가운데에서 유령들이 벌떡 일어서듯, 침식체의 군체가 침식지대에서 북적거렸다.
사방으로 침식체들이 물밀듯이 밀고 내려왔다. 대부분이 1종이나 2종이었고, 3종 급의 위험한 개체들의 수는 적었다.
저택을 지키고 있는 가문연합 소속의 카운터들은 많이 잡아봐야 1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그에 반해 몰려오는 침식체 군단의 수는 눈으로만 봐도 저택을 한 번에 집어삼키고도 남을 정도였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좌절스럽기 짝이 없다. 대충 따져봐도 6배는 가뿐히 넘는 병력 비율이다.
인해전술을 눈 앞에서 본다면 이런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침식체 군단의 진격은 위협적인 광경이었다.
합중국 정도 되는 국가의 군대가 오지 않고서야 그들을 막는 것은 요원해보였다.
그러나 저택에 머물고 있던 가문연합의 병력들은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재빠르게 전투 태세를 갖추었다.
"전원, 전투배치! 맡은 구역으로 이동한다!!"
"실제상황이다! 빨리빨리 움직여!"
갑작스레 시작된 CSE 레벨의 상승과 침식체들의 공세에 당황할 만 한데도, 모두가 각자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마치 다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저택을 지키는 병력들은 여섯 가문의 가주들이 엄선한 최정예 카운터들이었다.
대부분이 최소 B랭크거나 A에 준하는 인재들이었고, 그들을 보조하기 위한 하급 카운터들 여럿이 한 소대로 움직였다.
작전의 핵심 축을 맡고 있는 이들이 베테랑이었으니, 상황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그리고 하나 더.
나나하라 저택에는 침식체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알지 못할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키에에에-!!!
그어어어어어어어-!!!!
크아아아!!!
침식체 군단의 3분의 1 정도가 저택 근교까지 거의 도달했다.
3종인 비스트 타입은 무리 가운데 섞여서 진군나팔을 울리는 것처럼 괴성을 질러댔다.
거대한 그 몸체의 밑으로 모래알같이 많은 침식체가 모래사장을 이루어 진군한다.
전열에 있는 바이터와 데몰리셔 무리가 저택 정문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어 몸을 부딪히려고 들었다.
본래라면 침식체가 전력으로 달려와 부딪힌 구조물은 무게나 가속도에 의해 부숴져야 정상이다.
그러나, 몸을 날린 바이터와 데몰리셔들이 저택의 문이나 벽을 부수는 일 따위는 없었다.
침식체들의 몸은 무언가에 부딪히지 않았다.
반대로 그 너머에 빨려 들어갔다.
마치 대문이 환상이라도 된 것처럼, 침식체들은 너무나도 손쉽게 저택 안으로 날아들었다.
왼쪽과 오른쪽 방향에서 진격해오는 침식체 군단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 역시 벽을 무너뜨리는 대신 벽 너머로 통과되었다.
살육본능에 몸을 맡긴 채 저돌맹진하며 달려왔던 침식체들은 어리둥절하며 속도를 줄였다.
본능이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경고했다.
번쩍-!!
키에에에에아아아아!!!
순간, 땅 속에서 푸른 빛의 선이 회로처럼 얽히며 데몰리셔 한 마리를 꿰뚫었다.
땅 속 뿐만이 아니었다.
건물 외벽, 기둥, 사방 곳곳에서 푸른 실선들이 회로를 이루며 침식체들을 꿰뚫어 공중에 고정시켰다.
키에에?!
뀌익! 뀌이익??
그어어어어어!!
몸이 꿰뚫린 침식체들은 공중에 뜬 채로, 신체 부위만을 격렬하게 흔들어댔다.
그 모습이 마치 낚싯바늘에 걸린 물고기가 발버둥을 치는 꼴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침식체들이 괴성을 질렀다.
아마 녀석들에게 언어가 있었다면 보통 난리도 아니었으리라.
뒤이어 고풍스러운 대저택이 요란스럽게 요동쳤다.
끼기기긱, 기기긱, 츠즈즈즈즈, 하고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공간이 구부러든다.
저택의 구성요소들이 폴리곤 덩어리처럼 분해되며 푸른 실선들을 낳았다.
푸른 선들은 회로처럼 모여들어 저택의 요소들을 재구성한다.
지붕이 있던 곳에는 벽이 올라서고, 안뜰이었던 곳에는 벽이 들어선다.
물리 법칙으로 있을 수 없는 구조를 자아내며, 저택 부지 전체가 기계장치처럼 움직였다.
외벽, 지붕, 대청마루, 안뜰, 대들보, 다다미, 저택 부지를 이루고 있던 모든 요소들이 쉴새없이 뒤섞여가며 하나의 거대한 미로를 만들어낸다.
- 적성결계 積城結界
환상의 나라 Schein•welt
저택을 매개로 쌓아올려 만들어진 대결계.
내부에 들어온 존재를 파리지옥처럼 속박함과 동시에, 출구 없는 환상의 미로로 안내한다.
치나츠가 고용한 결계술사, 루시아의 결계가 침식체들을 저지하기 시작했다.
침식체들은 사방에서 솟구치는 푸른 빛의 결계들에 꼬챙이가 되어 포박되었다.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 없게 된 채로, 시시각각 바뀌어가는 미로의 구조에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하나의 살의를 갖고 몰려온 군단의 중심에는 하나의 혼란이 자리했고, 군단은 분열되어간다.
군과 군의 전투에서 적을 가장 손쉽게 섬멸하는 법은 바로 군을 와해시키는 것이다.
군(軍)은 곧 무리(群). 하나의 목적을 위해 움직이는 전체.
그 하나의 목적을 없애버리거나, 목적을 생각할 수 없게 만들어버린다면, 더이상 군이라고 부를 수 없다.
"걸려들었군. 지금이다!!!"
"전원. 작전 개시!"
침식체 군단이 혼란으로 크게 무너지자, 결계 속에 숨어있던 가문 연합 카운터들의 공세가 시작되었다.
◇
저택을 지키기에는 가문연합 측의 인원이 압도적으로 부족하다.
그러니 지켜야 할 저택을 매개체 삼아서 별도의 공간을 만들고, 거기에 침입자들을 한데 모아 일거에 격멸한다.
그것이 치나츠와 루시아가 함께 고안한 저택의 방어책이었다.
뱀은 바깥에서 침식체들을 일으켜 나나하라 대저택을 급습할 의도로 일부러 모습을 드러냈지만, 치나츠 역시 만만치 않았다.
침공을 역이용하여 나나하라 대저택을 하나의 사냥터처럼 만들어버린 것이다.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포로는 필요없다!!"
"자비도 없다!!"
기합소리와 무기로 무언가를 베어내는 소리, 인간의 것이 아닌 비명소리가 곳곳에서 울려댔다.
검과 방패, 둔기와 너클 등의 무기가 공중을 호쾌하게 가른다.
침식체용 특수 탄환이 빗발치며 침식체들의 대열을 맹렬하게 강타했다. 탄에 맞은 침식체들은 몸에 바람 구멍이 나며 비명을 질러댔다.
온갖 종류의 카운터 능력들이 만들어내는 불꽃놀이가 화려하게 전장을 수놓았다.
검은 화염에 맞은 침식체들은 고통스러워하며 온 몸을 바닥에 뒹굴었다.
거대한 돌이 투포환처럼 날아가 침식체들을 깔아 뭉겠다.
쏘아진 화살 하나가 거대한 태양을 만들어내 침식체들을 덮쳤다.
제멋대로 움직이는 총알이 여러 마리의 침식체를 고꾸라지게 했다.
누군가가 일으킨 매서운 칼바람이 휘말려든 침식체를 도륙내고, 육편이 공중으로 튀었다.
침식체들도 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생명체보다도 살육에 능통한 그들이다.
그러나 침식체들이 행동을 취하려 할 때마다 어딘가에서 루시아의 결계가 날아와 몸을 꿰뚫었다.
푸른 결계가 만들어낸 거대한 킬링필드 속에서, 속박당한 침식체들은 공중에 뜬 채 하염없이 죽음을 기다려야 했다.
카운터들과 싸우는 침식체들도 언제 어디서 날아온 결계 때문에 속박당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침식체 군단은 그 규모에 어울리지 않게 무력한 모습만을 보여주었다. 그들은 거의 2초에 한 마리 꼴로 죽어나가고 있었다.
"후하하하하!! 이 오오가미 마사키님의 「검은 화염」 앞에 쓰러져라!!"
"젠지로. 신나보이는건 알겠는데 조심해!"
"마사키다!"
언제까지 내 이름 햇갈릴래!? 라며 나나하라 가문의 카운터, 오오가미 마사키는 목소리를 높였다.
활을 든 소년, 나유카 미나토는 공중에 뜬 침식체를 하나 더 화살로 쏘아 맞추며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수가 많은데, 날뛰다가 다치지 말고!"
"문제 없어. 침식체 놈들은 보이는 족족 그 사람이 설치한 결계에 묶이고 있다고."
마사키의 너클에서 검푸른 빛깔의 화염이 아른거렸다.
"숟가락만 들으면 된다며 밥상을 차려주는데, 그걸 마다할 이유가 없지! 또 간다!!! 「멸신염무 - 연옥」 !!!"
CRF를 너클에 응집시키자 화염이 격렬한 폭발을 일으키며, 화산처럼 뿜어져 나왔다.
마사키가 호랑이와 같은 기세로 침식체들에게 달려들었다. 보랏빛 화염을 머금은 주먹이 거대한 폭력이 되어, 무자비하게 침식체들을 흽쓸었다.
저돌적으로 싸우는 마사키와 달리 미나토는 정 반대였다.
마사키처럼 전투의 흥분에 흽쌓이는 대신, 멀리서 정확한 조준사격으로 침식체들을 화살 한 발에 절명시키는 식으로 싸웠다.
슉-
그아아아어어어!!!
신중하지만 빠른 속사. 발사된 화살이 침식체의 미간을 꿰뚫는다.
명중. 이대로 한 발 더.
그어어어어어!!!
빠르게 발사된 소리 없는 살의가 이번에도 미간을 꿰뚫어낸다.
화궁 아오스이의 힘 덕분에 미나토가 쏜 화살에 맞은 침식체들은 푸른 빛의 불꽃에 타들어가며 죽었다.
다음 목표를 향해 미나토의 눈이 빠르게 침식체를 찾고, 그보다 먼저 손이 활시위에 화살을 건다.
"미나토!!! 뒤!!"
"?!!"
한창 주먹을 휘두르다 말고 마사키는 미나토의 뒤에서 그를 노리는 침식체 한 마리를 보자마자 소리쳤다.
적을 좇느라 눈이 매우 바빴던 탓에, 미나토는 자신의 뒤에서 달려드는 바이터와 니들러 세 마리를 뒤늦게서야 확인하고 말았다.
아뿔싸.
루시아의 결계가 침식체들을 효과적으로 저지하긴 해도, 능동적으로 움직이게 설정해둔 결계는 반응 속도가 좀 느린 편이다.
그것을 상정했어야 했는데. 목표물에 너무 정신이 팔린 나머지 스스로의 안전을 더 신경쓰지 못한 것이다.
극도의 긴장감 속에 미나토의 몸이 빨리 피하라며 위험 신호를 울린다.
"나유카 군, 옆으로 피하세요!"
성숙한 여성의 목소리와 함께 보랏빛의 빛줄기가 미나토의 등 뒤를 아슬아슬하게 흽쓸고 지나갔다. 광선에 맞은 침식체 네 구는 흔적도 남기지 않고 지워졌다.
헉. 헉. 간발의 차로 살아난 미나토는 가까스로 숨을 고르고는 뒤를 바라보았다.
나나하라 가문의 시종장, 하야미 사나에가 그녀의 무기인 '다리미' -에너지 캐논이지만 그녀는 그렇게 부른다- 를 겨누고 있었다.
"다친 덴 없습니까?"
"더, 덕분에 살았습니다. 하야미 시종장님!"
"저격수는 항상 노려지기 마련입니다. 조심하세요."
"네!!"
미나토를 구해주자마자 사나에는 다른 곳을 향해 바쁘게 뛰어갔다.
그녀는 가주인 치나츠를 대신하여 전장 곳곳을 뛰어 다니며 현장 백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가문 내에서 가주 다음으로 서열이 높은 것은 시종장인 그녀다. 치나츠가 없는 지금, 나나하라 가문 측 인원을 효율적으로 지휘할 수 있는 것은 그녀였다.
[긴급보고! 시종장님! 소(そ) 구역에서 최소 3종같이 보이는 침식체가 나타났습니다!]
[결계가 먹히지 않습니다! 이 침식체는 뭔가 이상합니다!]
루시아가 만든 이 결계에 속박당하지 않는 침식체가 있다고? 3종 이상의 강함을 갖고 있다면 그럴 가능성도 있었다.
능력이 아직 온전히 성장하지 못했다면, 규격 외의 침식체에게는 그녀의 능력이 먹히지 않을 수도 있다.
이만한 수준의 대결계를 구사한다지만, 루시아 테일러는 사나에 자신과 비교했을 때 고작해야 18살 남짓한 어린이였으니까.
[알겠습니다. 바로 갈테니, 무리하지 말고 거기서 이탈하도록 하세요.]
[수신 완료!]
소(そ) 구역이라면 작전구획의 최외곽 부근이다. 군단을 이곳으로 진입시키고 그 침식체 혼자서만 별동대 역할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침식체와 마주한 이들이 무사히 도망쳤기를 빌며, 사나에는 소(そ) 구역을 향해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
나나하라 대저택 결계
소(そ)구역
p.m. 03:18
"저것인가...?"
교신이 왔던 장소에 도착한 사나에는 2종 침식체인 뫼비우스 만한 크기의 침식체를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주변에 침식체가 하나도 없었기에 사나에는 그것이 통신으로 보고된 침식체임을 직감했다.
그 침식체의 모습은 정말 특이했다.
전신은 거무칙칙한 흑색 바탕에 검붉은색이 가미되어 있었다.
놈의 하반신은 뱀의 모습이어서, 움직일 때는 뱀처럼 꼬리를 통해 기어다녔다.
하반신은 뱀인데 비해 상반신은 인간의 것이었다. 아니, 이걸 인간의 상반신이라고 불러야 하는걸까.
그것의 상반신은 어디가 머리인지, 어디가 가슴 부위인지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그로테스크하게 뒤틀려 있었다.
그나마 상반신 어딘가에 붙어 있는 일그러진 입 모양으로 미뤄보아 어디가 얼굴인지는 구분되었다.
그것이 숨을 내쉴 때마다 꼬리를 제외한 상반신 전체가 살아있는 심장처럼 우렁차게 꿈틀거렸다.
상반신이 조잡한 고기 누더기처럼 생긴 주제에 팔은 양 쪽이 다 달려 있어서, 바닥과 벽을 계속 더듬거리고 있었다.
신화 속에 나올 법한 형상. 혹은 자신이 소속되어 있던 구 관리국 시절에나 봤을 법한 형상.
정말 괴악하기 짝이 없는 모습에 사나에는 절로 두 눈을 찌푸렸다. 저 생명체를 볼때마다 인간으로써의 본능적인 거부감이 느껴졌다.
루시아의 결계는 침식체라면 즉시 포착하여 속박시키려 든다. 저택 지붕으로부터 푸른 빛의 선이 날아와 놈을 꿰뚫으려 들었다.
그러나 쏜살같이 날아오던 결계는 그 기세가 무색하게도, 실뜨기용 실이 풀어지듯이 찰랑거리며 무력화되었다. 보고의 내용대로였다.
기, 기이이, 이이이에에-
"?!!!"
순간, 사나에가 있는 쪽으로 놈이 그 트럭만한 몸체를 움직여왔다.
육중한 거구임에도 하반신이 뱀처럼 꼬리가 달려 있어서 그런가, 속도가 굉장히 빨라서 위압적이었다.
놈은 앞이 안보이는 맹인처럼 양 팔로 사방을 마구 짚으며 기어왔다. 거대한 팔로 짚는 곳마다 땅이 패이며 파괴의 상흔이 남았다.
놈의 위압적인 돌진에 사나에는 재빨리 몸을 움직여 피하려고 했다.
"어이쿠~!"
누군가의 탄성과 함께 키잉! 하는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육탄전차처럼 질주해오던 침식체는 무언가에 가로막힌 것처럼 저만치 튕겨져 나가 바닥에 몸을 뒹굴었다.
사나에의 눈이 놀라움으로 물들었다. 단신으로 트럭 크기의 침식체를 보기좋게 날려버리다니!
홈런의 주인공은 길쭉한 붉은 빛의 도신을 가진 검을 어깨에 걸친 채, 헤실헤실 사람 좋은 미소를 하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택 경호 임무를 맡게 된 그라운드 원 출신의 손님, 주시윤이었다.
"시윤 씨! 은혜를 입었군요. 감사드립니다."
"여긴 제가 맡죠. 시종장님은 다른 분들을 먼저 도와주세요. 아직도 침식체가 사방에 많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루시아 양의 결계능력이 통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최소 3종 이상의 괴물입니다."
주시윤은 자신이 애용하는 단검을 공중에서 한 번 회전시켰다가 역수로 쥐었다.
"그럼요~ 시간 끄는 거, 제가 제일 잘하는 것이라서요. 스승님이 오실 때까지 녀석은 제가 맡고 있겠습니다. 걱정 말고 얼른 가세요."
사나에를 뒤로 하고, 주시윤은 그로테스크하기 짝이 없는 침식체의 동향을 차분히 살피기 시작했다.
주시윤의 눈가에서 미소가 사라지고 날카로운 시선이 침식체를 꿰뚫어본다.
놈의 생김새, 놈의 신체적 특징, 놈의 행동 패턴, 모든 시각적인 정보를 담고 분석하기 위해 새끼 뱀의 사고가 번개처럼 움직인다.
이 침식체는 여타 침식체와는 달리 인간을 향한 적극적인 공격을 펼치지 않는다.
주시윤 입장에서는 마치 적의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아까 사나에를 향해 달려든 것은 사람으로 치면 그냥 다른 곳으로 걸어가던 것이리라.
이상했다. 주시윤은 지난 18년의 삶을 돌아봤을 때, 인간에게 적의를 품지 않은 침식체를 본 적은 없었다.
힐데를 따라 코핀 컴퍼니에서 침식체의 머리통을 따고 다녔던 횟수만 족히 만 번은 넘어가는데, 그 어떤 침식체도 먼저 덤벼들지 않는 놈이 없었다.
이상하긴 하지만 주시윤에게 나쁜 일은 아니다.
전투에서 적의를 갖고 있지 않는 적을 만났다면 그저 손쉬운 먹잇감일 뿐이니까.
기, 기기기, 이이우에에에이이이-
"????"
침식체의 얼굴로 추정되는 부위에서 붉은 눈이 희번뜩 떠졌다.
얼굴에 붙은 눈이라 하기에는 그 크기가 너무 커서, 저걸 더 이상 얼굴이라고 부를 수 있나 싶은 수준의 괴랄한 생김새를 자아낸다.
휘릭, 휘릭, 눈동자가 이 일대의 풍경을 담기 위해 역동적으로 움직였다.
하늘에 떠있는 집터, 외벽을 이루고 있는 지붕 기와, 풀어진 실처럼 주변에 남은 결계,
그리고 마지막으로 담은 것은 주시윤의 모습이었다.
기기, 기우이이, 기우에에아!! 기기우우아아아!!!
"읏?!"
생물이 맞나 싶을 정도의 소리를 질러대며 놈이 주시윤을 향해 죽일 기세로 달려들었다.
아까 사나에를 향해 이동해왔을 때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격렬한 움직임에 주시윤은 깜짝 놀랐다.
그래봤자 단순한 몸통 박치기에 불과하다. 주시윤은 가벼운 움직임으로 놈의 돌진을 가뿐하게 피해냈다.
놈이 거대한 두 팔로 바닥을 짚을 때마다 바닥이 포탄을 맞은 것처럼 패였다. 주시윤이 방금까지 서 있던 곳은 흔적도 남지 않았다.
"뭐지....?"
침식체는 멈추지 않았다. 괴성이 끊이지 않고 대기를 울렸다.
꼬리가 쉼없이 뒤틀리며 폭발적인 근육운동을 자아내고, 양 팔은 주시윤을 잡기 위해 분쇄기처럼 휘둘러지며 사방을 헤집고 다녔다.
이 저택이 결계화된 공간이 아니었다면 놈의 격렬한 행동에 의해 나나하라 저택은 이미 반파되고도 남았으리라.
어렵지 않게 침식체의 움직임을 피해내거나 맞받아치면서도, 주시윤의 마음 속은 계속 의혹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이 침식체가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놈이 눈을 떴다는 것과 그 눈이 계속 자신에게로 고정되어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그러나 놈에게서 느껴지는 관심 속에는, 여전히 적의가 보이지 않았다.
사람을 죽이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그냥 목표를 쫓아다니느라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 계속해서 들었다.
어떻게 침식체로부터 적의가 느껴지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이 불가사의를 어떻게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이에에, 에에, 기우으아아, 아아아아아-!!!!
그런 의문들에도 주시윤은 한 가지는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다.
이대로 놈에게 잡힌다면 결코 좋은 일이 일어나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그렇기에, 제압할 생각이 없다면 이쪽에서 먼저 제압한다.
손에 들린 단검을 꽉 쥐고 이번에는 주시윤이 먼저 놈을 향해 질주했다.
놈도 옳다구나 싶어 양 팔을 크게 벌려 주시윤을 향해 똑같이 질주해왔다.
체구만 놓고 보면 정면 충돌은 승산이 없다. 주시윤에게는 힐데나 이수연처럼 이런 거구의 침식체를 날려버릴 만큼의 무력은 없으니까.
하지만 싸움은 무력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주시윤에게 있어 싸움이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사용하여 적의 빈틈을 만드는 것'.
그리고 그 빈틈을 놓치지 않고 한번에 물어 뜯는 것.
시간이 확 느려진 것처럼 세계가 천천히 움직인다. 침식체와의 거리는 엎어지면 코 닿을 정도까지 가까워진다.
발을 내딛으며 단검 대신 길다란 도신의 검을 치켜든다. 붉은 기운의 CRF가 주시윤의 몸을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침식체와 주시윤 주변의 공간이 손으로 신문지를 구긴 것처럼 순간적으로 강하게 일그러졌다.
CRF를 이용하여 자신 주변의 공간을 일그러뜨린다. 그러고 나서 적과 자신 사이의 공간을 압축시키고, 일거에 뛰어넘는다.
동시에 앞을 향해 검을 내지르고, 오른쪽 위로 뽑아내듯이 휘두른다.
예전에 한 번, 평행세계로부터 온 자기 자신이 썼던 힘을 흉내낸다.
그때 본 기억으로는, 대략 이렇게 하는 거였으리라.
-공간 돌파
키이이이잉!!!!
고막을 울리는 시끄러운 파열음과 함께 주시윤은 침식체를 뛰어넘어 그것의 뒷편으로 돌진해 있었다.
놈의 거구는 공간을 돌파하면서 주시윤의 검에 의해 시원하게 갈려 찢겨진 상태였다.
트럭만한 몸체로부터 검붉은 체액이 스프링쿨러처럼 사방에 흩뿌려졌다.
이런 식으로 능력을 사용해본 적은 없지만 그녀도 자신과 같은 계열의 능력자다. 검을 휘두르는 방식만 흉내낸다면 그 뒤로는 능력을 응용하면 가능하다.
주시윤은 뒤를 돌아봤다. 놈의 처참한 사체가 체액을 질질 흘린 채로 그 자리에 멎어 있었다.
몸의 코어 부분이 찢겨나갔 죽었을 텐데도 놈의 거대한 눈은 크게 뜨여진 채였다.
동공의 움직임이 없는 걸로 봐서는 눈도 감지 못하고 쇼크로 죽은 것 같았다.
싱거웠다. 3종만한 거구여서 처음에는 꽤 긴장을 했건만, 적의도 느껴지지 않는 개체여서 처리하는 것은 1종을 잡는 것만큼이나 간단했다.
주시윤은 길다란 검 대신 다시 평소에 애용하던 단검을 꺼내들었다. 확인사살을 할 생각이었다.
작전 중에 침식체를 상대할 때는 완전히 죽음을 확인하기 전까지 죽었다고 단정지어선 안된다. 침식전의 기본 교리였다.
"그럼 마무리를 지어볼까요~"
주시윤은 혼잣말을 하며 놈의 사체를 향해 터벅터벅 여유롭게 걸어갔다.
그러질 말았어야 했다.
기이, 이우아.... 아아아아....
"무슨?!!"
기다렸다는 듯, 죽었을 터였던 놈의 몸이 갑자기 꿈틀거리며 움직였다.
날카롭게 경종을 울리는 위기감에 주시윤은 카운터 능력을 이용하여 놈의 곁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그러나 침식체의 행동이 한 발 더 빨랐다. 놈은 고깃조각이 되버린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빠른 움직임으로 주시윤을 향해 달려들었다.
거대한 팔 대신 몸에서는 어느 새 뱀의 꼬리들이 자라나 있었다. 그것들은 일제히 주시윤의 몸을 단단하게 고정시키며 바닥에 내리꽂았다.
"윽-?!"
침식체의 큰 눈이 주시윤의 얼굴을 망막에 담았다. 놈의 동공에 주시윤 자신의 모습이 비춰져 보였다.
얼굴로 보였던 부분이 꿈틀거렸다. 피부가 벗겨지고, 세포가 분열되며, 기존의 얼굴이었던 부분이 살아 움직이는 별도의 생명체처럼 역동적으로 움직였다.
침식체의 몸에서 무언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마치 탈피하려는 것처럼.
몸을 변형시키면서도 기기기 하는 괴성은 멈추지 않고 주시윤에게 또렷히 들려왔다.
잠깐. 탈피라고??
순간적으로 주시윤의 머릿속에 소름 끼치는 상상이 떠올랐다.
이 뱀을 닮은 녀석이 지금보다 더 강한 형태를 취하려는 것이라면, 그를 위해 힘을 흡수하려고 자신을 포박한 것이라면, 그 때는 끝이다.
스승님이나 루시아가 오지 않는다면, 하다못해 다른 지원군이 누구라도 오지 않는다면 이 결계가 놈에 의해 통째로 무너질지도 모른다.
놈의 몸체는 고깃조각이 된 채 그 이상 변화하지 않았다. 변하는 것은 오직 얼굴 뿐. 주시윤이 상상했던 최악의 상황은 다행히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주시윤이 곧 마주해야 할 현실은, 차라리 원래 상상했던 상황이 일어나길 바랄 만큼 끔찍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기기기기, 기이이에에에, 우우우-!
꾸물꾸물거리던 얼굴 부분은 이제 분명한 얼굴의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그것은 확실히 사람의 얼굴이었다.
귀신과도 같은 붉은 눈동자를 껌뻑이며, 놈의 얼굴이 주시윤과 눈을 마주쳤다.
주시윤은 소스라칠 정도로 깜짝 놀랐다. 숨을 쉬는 방법조차 잊어버릴 만큼 크게 놀라 입을 닫질 못했다.
능글맞게 웃고 있던 실눈은 어디가고, 눈을 크게 뜬 채로 경악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니야.
이건 거짓말이었다. 거짓말이어야 했다.
자신이 눈에 담은 광경은 현실이 아니어야만 했다.
차라리 놈이 새로운 육신을 얻기 위해 자신의 힘을 흡수하는 결말을 맞는 것이 나았으리라.
말도 안 돼.
있을 수 없어.
속으로 몇 번이고 부정해봤지만 눈 앞에 보이는 광경은 분명한 현실이었다.
주시윤은 그 얼굴을 알고 있었다.
"어머....니.....?"
어떻게 잊겠는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는가.
검붉은 바탕으로 칠해진 그것의 얼굴은 6년 전에 힐데에게 살해당한 주시윤의 어머니. 연화였으니까.
기이이, 우운, 아아아-
기기이, 규유우, 으아아아-
침식체의 기이한 괴성이 계속해서 울려댄다.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듣다보니 마치 뭔가를 계속 해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혹시 이 괴성은 하나의 언어가 아닐까. 어떤 근거에서인진 몰라도 주시윤의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괴성은 언어가 맞고, 단지 놈에게 사람의 얼굴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알아듣지 못했을 뿐이라고.
시기이이이, 유우운, 아아아아-
시이이이, 유운, 아아아....
괴성이 들려올수록 의미와 발음이 확실해졌다.
놈이 계속해서 외치고 있던 것은 의미 없는 괴성 따위가 아니었다.
시, 윤, 아.
"하... 하하.... 마, 말도 안 돼..."
주시윤은 허탈한 웃음을 흘리며 눈 앞의 현실을 부정했다.
놈이 부르짖고 있던 것은 자신의 이름이었다.
그리고 그 이름을 되뇌이는 목소리는 자신의 어머니, 연화의 목소리였다.
시윤아.
시윤아-
어머니?
어머니의 그리운 얼굴이 순간 떠오른다. 그 모습이 눈 앞의 침식체가 취하고 있는 얼굴과 교차되었다.
어머니는 눈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얼굴 전체가 피칠갑을 하고 있었다.
침식체의 검붉은 얼굴은 귀기어린 붉은 눈을 하고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시이, 이이이, 유운, 아아아아, 어엄, 엄마아아, 우우우으리, 아드으으, 으으을-
침식체가 취하고 있던 연화의 얼굴은 다른 사람의 형상으로 바뀌어가기 시작했다. 골격이 재배열되며 침식체의 몸에 새로운 얼굴이 떠올랐다.
이번에는 주시윤의 아버지, 주한의 얼굴이었다.
시이, 이이이, 유운, 아아아... 아아아- 브으아아아, 아바아아아아, 시유우우-
아버지의 얼굴을 한 침식체는 마치 진짜 자신이 주한이라도 된 듯 쇠를 긁는 듯한 괴성을 내며 주시윤의 이름을 계속 부르짖었다.
"아... 아아, 아니야.... 그럴리가, 그럴리 없어.... 이건, 이건 아니야....!!!"
말도 안된다.
이건 꿈이다. 주시윤은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연이어 저어댔다.
어떻게 돌아가신 부모님의 얼굴을 이 침식체가 알고 있을 수가 있는가?
말이 안되잖아?
그러니까 꿈이 분명하다.
꿈이어야만 한다.
꿈이 아니라면, 나는 눈 앞에 나타난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테니 말이다.
놈의 얼굴이 다시 꿈틀거린다. 어머니인 연화의 얼굴과 목소리로 주시윤을 부르짖는다.
놈의 얼굴이 또 꿈틀거린다. 아버지인 주한의 얼굴과 목소리로 주시윤을 찾는다.
놈의 얼굴이 한번 더 꿈틀거린다. 부모님의 그리운 얼굴과 목소리가 주시윤에게 보인다.
얼굴이, 목소리가, 어머니가, 아버지가, 얼굴이, 목소리가, 어머니가, 아버지가, 얼굴이, 목소리가, 어머니가, 아버지가, 얼굴이, 목소리가, 어머니가, 아버지가, 얼굴이, 목소리가, 어머니가, 아버지가, 얼굴이, 목소리가, 어머니가, 아버지가, 얼굴이, 목소리가, 어머니가, 아버지가,
시윤아, 시윤아, 시윤아, 하고.
우리아들, 우리 멋진 아들, 우리아들, 하고.
아들아, 시윤아, 시윤아, 시윤아.
시이이이, 유운, 유우우우, 우아아아, 우이이이이, 아아, 아아드으으-!!
시이이이이, 유우우, 우우, 아아아, 슈우우우, 으으으으, 아아아아-!!
"아니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주시윤은 미친 사람처럼 괴성을 질러댔다. 붙들려있는 몸을 죽을 힘을 다해 내동댕이치다시피 하였다.
보고 싶지 않던 현실이 가장 끔찍한 형태로 기억을 더럽히는 것을 소년은 견딜 수가 없었다.
침식체는 주시윤을 향해 거대한 몸체를 더욱 앞으로 기울여 하중을 실었다. 그 무게에 짓눌려 주시윤은 더욱 옴짝달싹 못하게 되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주시윤은 미친듯이 괴성을 토해내며 몸부림을 쳤다.
죽여버릴 것이다. 기필코 죽여버리고 말리라.
감히 누구의 얼굴을 갖고 이딴 삼류 연극을 벌여?
용서할 수 없었다. 부모님의 얼굴을 침식체가 연기한다는 것도 토악질이 나오는 경험이다.
부릅뜬 주시윤의 눈이 붉게 빛나기 시작했다. CRF가 무시무시할 정도로 뿜어져 나오며 대기를 압박했다.
CRF 말고 그에게 숨겨진 '용혈의 힘' 또한 스멀스멀 흘러나왔다.
이거 놔.
죽어버려.
놓으라고!!!
무의식적으로 주시윤은 용혈을 이용해 침식체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발산하는 힘의 어마어마한 기세에 침식체의 거구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주시윤을 묶고 있던 놈의 하중과 뱀의 꼬리들이 점점 그 힘을 잃어갔다.
하지만 침식체는 쉽사리 죽지 않았다.
침식체의 가슴 부분에서 뱀의 꼬리 모습을 한 길다란 촉수 같은 것이 뻗어져 나왔다.
촉수는 주사를 놓는 것처럼 주시윤의 가슴팍을 꿰뚫고 들어갔다.
푸욱-!!!
"?!!!!!"
꿰뚫린다는 감각은 느껴졌지만 고통은 없었다.
고통 대신 무언가 다른 것이 촉수를 통해 주시윤에게로 들어왔다.
눈 앞에 빛무리가 번지며 희뿌옇게 시야가 물들었다.
촉수에서 주입된 것이 머리를 향해 직접 들어가는 화끈거림과 이물감이 느껴졌다.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스승인 힐데, 새로 사귄 친구 루시아, 나나하라의 두 자매, 같이 저택을 경호하던 사람들,
부사장 이수연, 후배인 유미나, 서윤을 포함한 알트 소대원들, 머신 갑의 바보같은 기계 몸체,
어머니와 아버지의 얼굴.
그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 펜으로 빗금이 그어졌다.
생각이 점점 옅어져갔다. 내가 나로 있기 위한 무언가가 더러운 물을 뒤집어쓰는 것만 같았다.
머리가 터질 것만 같이 아파왔다.
마지막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침식체의 숨이 끊어졌는지 움직임이 굼떠지는 것.
놈이 흉내내던 부모님의 얼굴이 녹아내려가는 걸 보면서, 주시윤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
전투 종료.
나나하라 대저택 결계
소(そ)구역에서 트럭 크기의 침식체 사체 발견.
주시윤의 생존 확인.
p.m.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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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까 길게 써버렸는데 이거 저택 싸움에서 끊기엔 분량이 너무 적어서 그냥 쫙 적어다가 올림
주시윤이 맞이할 가혹한 진실은 지금부터 시작이야. 슬슬 갈등에 불을 지필 때가 왔다.
7편씩이나 쓰고 이제 본게임 시동거는데다가 이거 7편 쓰는데 3달인가 걸렸네? 난 병신인가????
12000자나 되지만 이 불쌍한 사람을 위해 부디 열심히 읽어주세요 제발 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