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취!"


"풉"



시영양은 내가 기침을하자 재미있다는듯 웃어보였다



"그래서, 만족하십니까?"


"그럼요 이정도면 충분하죠."


"그런데 카운터도 감기에 걸리나봐요? 처음 알았지 뭐에요."


나는 이불을 뒤집어쓴채 애써 떠는 몸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도대체 카운터를 뭐라고 생각하는겁니까?"


"음....글쎄요~?"



방금전 시영양과의 승부는 완패였다

그래서 결국 마지막으로 수영으로 종목을 바꿨지만 결과는 보는대로 감기에 걸린채 몸을 녹이는 결과가 나와버렸다


"그나저나 카일씨치고는 대단했어요. 저는 적당히 이기고서 놀려먹으려고 했는데 좀 무리해버렸지 뭐에요?"


따뜻한 코코아를 홀짝거리며 말을 건네는 시영양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군인으로서 실격이다


"음? 왜 아무말도 없어요? 분명 카일씨라면 비전투 손실이니 뭐니 할줄 알았는데."



"겸허히 받아들이죠. 승부는 저의 패배입니다."



"아하하~ 그걸 마음에 두고 계셨어요?"



"윽...."




"그럼 제가 이겼으니까 제 소원하나 들어주시는거 맞죠?"




"소원...말입니까?"



"그래도 불가능한걸 들어달라고 하지는 않을테니 그런표정을 지을필요는 없고요."



그래도 일단 들어보는게 맞겠지


"알겠습니다. 그래서 소원은 무엇입니까?"



시영양의 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간다


"옆에서 제 얘기를 들어주는거 가능하세요?"



"그걸로 괜찮겠습니까?"


"다시 생각해보니 말이죠 제가 조금은 심술궃었던거 같아서요. 어때요?"



"그정도라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조금 의외였다

내가 생각한 주시영이라는 여자는 조금 더 심술궃은 장난을 칠거라 생각했었는데


"좋아요. 그럼 제가 잠시 얘기하면서 마실걸 가져올테니 기다려주시겠어요?"

시영양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얕은 샴푸향이 내 코끝을 간지럽힌다


"아니지 정신차려."


어디까지나 난 그녀에게서 정보를 얻어내려는 목적뿐 사적인 감정은 배제해야만 한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알 수 없는 감정이 자리를 잡고서 서서히 자라나는중이었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서 얼마지나지 않아 시영양은 김이 새어나오는 코코아를 내게 건네줬다


"코코아 좋아하시죠?"


"싫어하지는 않습니다."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녀는 웃으며 이야기의 운을 떼었다



"전 사실 델타세븐에 있었어요."


그렇게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충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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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는 장난입니다 시영양."


카일씨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이름만 같은 단체인걸요? 실제 조직도는 여기있는 델타세븐과 많이 달라요."


".....그런셈치죠."


그가 코코아를 홀짝거리는 소리에 그만 웃음을 터트렸다

"왜 갑자기 웃습니까?"

"아뇨. 가까이서 보니 꽤나 귀여우신거 같아서요."


"...얘기는 언제 시작합니까?"



고개를 살짝 돌리는걸보니 계속 놀리고 싶어진다


그래도 얘기는 마저 해야지



"그곳에서는 여기랑은 다르게 모두가 살기위해 발버둥치는게 전부였어요"


"그렇군요."


"음...그냥 얘기는 여기까지 하죠."


"네?"


"그냥 얘기할 기분이 아니었다고 할게요~"

아직은 아니야


"뭡니까? 갑자기 끊는건 좀 심한 결례라고 생각합니다만."


"뭐 어때요. 카일씨도 지루하셨던거 아니었어요?"

그럴리가

지금 그의 얼굴에는 애써 지우지 못한 아쉬움이 묻어있다

"그러면 소원은 이걸로 끝입니까?"


"에이 그런게 어디있어요?"


"이미 끝낸이상 두번은 없습니다."


애써 아쉬움을 담은 연기를 한다


이 사람과 같이 있다보니 정말이지 나도 같이 이상해진거 같다

"그럼 내일은 어디로 갈까요?"


"내일은 복귀일입니다. 시영양."

"장난이에요 장난."


"그럼, 내일 다시보죠."


"하아...."


스위치를 누르자, 탁하는 소리와 함께 방에는 어둠이 가득찼다


"말해야겠지."

언젠가는 당당하게 말할 기회가 올거다

그때가 된다면 먼저 떠난 카린씨의 말도 이해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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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줘서 땡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