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전장을 뛰더라도 일반 용병과 카운터는 여러가지가 달랐다.

카운터의 피부엔 얕은 생채기를 내는 것이 고작일 하급 침식체의

발톱 공격도 일반 용병들에겐 생사를 넘나들만한 데미지를

주기에 전투에 임하는 자세도 판이하게 다를 수 밖에 없으며,

고등급 카운터가 혼자 발휘하는 전투력은 제아무리 최신 병기와

기술로 무장한 용병이라도 맞먹기 힘든 수준이라 업계 대우가

다른 것 또한 당연했다.


개중엔 카운터의 존재자체를 시기하는 자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용병들은 고등급 카운터가 자신과 같은 임무에 투입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무래도 일반인만이 가득한

부대에서 살아남는 것보다, 한명이라도 능력자가 섞인 무리가 

생존확률도, 임무 수행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리라.


에이펙스 프레데터 용병단이 드라코를 대하는 태도도 처음에는

그와 같았다. 왠 소녀가 스스로를 A급 카운터라고 소개한 때는

반신반의했으나, 그녀와 함께 임한 전투에서 직접 실력을 확인하고 

나니 그것은 말 그대로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온 격이었다.

하루하루 살아남아 입에 풀칠하는 게 고작이었던 용병단은 그녀의

합류이후 수익도 제법 불어나고, 무엇보다도 안정성이 대폭 확보된

것이 고무적이었다. 어느새 그녀는 용병단장보다도 더 중요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통신병 아저씨, 아직 신호 없어?"

"그,그게.. 이번 임무 수임료로 통신기를 바꾸려고 했는데.."

"안 된다는 거잖아? 쓸모 없어. 쳇."




하지만 그녀는 너무, 너무나도 건방졌다.

어린 나이에 과분하게도 강력한 힘을 갖춘 탓일까?

삼촌, 아버지뻘인 용병단원들에게 격의없이 하대하는 것도 모자라

매번 허접, 개웃기네 등의 무시하는 발언을 내뱉기 일쑤에다

경박한 옷차림을 주의하는 조언을 해줘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는 등의 안하무인적 태도를 고수하는 드라코였다.


그녀의 합류초기엔 철이 덜 든 조카딸 정도로 넘어가던 단원들도

언행이 점점 도를 넘자 알게 모르게 불만이 쌓여갔지만, 용병단의

재정적, 심신적 여유에 그녀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였기에 속으로만 골머리를 앓고 있던 중이었다.




"아, 목마르다. 덩치 아저씨, 물 남은 거 없어?"

"없다. 네가 아까 가져간 한 통이 마지막 한 통이었어."


드라코는 대꾸없이 고개를 돌렸다. 

아무리 안하무인의 태도를 고수하던 그녀라도 지금의 조난에

자신의 지분이 적지 않다는 걸 느끼고 있어서일까.




에이펙스 프레데터 용병단이 이면세계에 조난당한 지 6시간이 흘렀다. 

단원들은 사건의 화근인 드라코를 향해 불만섞인 눈빛을 흘깃거렸지만, 

드라코는 그것을 본체만체하며 기어이 사냥에 성공한 침식체만 뚫어져라 

바라볼 뿐이었다.


지금 용병단의 눈 앞에 죽어있는 이 침식체를 사냥하던 중, 

도망치는 침식체를 처리하겠다며 진형을 깨고 뒤를 쫓던 드라코를 

서포트하느라 휘말려들고 나니 차원 함선에서 멀어져 길을 잃었고, 

갖고 있던 구식 통신기로는 이 정도 심도의 다이브에선 통신이 아예

불가했기에 이렇게 된 것이었다. 

용병단원들은 그간 아니꼽게는 보였지만, 그 불만이 실적에 가려졌던 

이 '구세주' 카운터가 원망스러워 보이기 시작했다. 


"이봐, 드라코. 뭐라고 말이라도 해보지 그래?"


먼저 포문을 연 건 평상시 늘 그녀에게 돼지아저씨라 불리우던

방패병이었다. 드라코는 늘 그의 배를 툭툭치거나 만지며 조롱하는것을 

일삼고 있었다.


"하? 뭐를 말야?"

"네가 멋대로 진형을 붕괴한 통에 너를 서포트하느라 이 많은

인원이 다 이면세계에 뼈를 묻게 되었단 말이다."

"개웃기네, 어차피 나없으면 이터니움 하나 못 챙겨가잖아?

어디서 허접들만 모여가지고. 날 엄호하는 게 아저씨들 임무

아니야? 임무 수행중에 죽음 정도도 각오안한거야?"


방패병은 이를 악물었다. 물론 처음 용병단에 들어왔을 땐 하루하루가 

생사의 줄타기였다. 드라코가 합류하고 나서 급격히 안일해진 탓일 뿐. 

하지만 그녀에게 불만이 쌓일대로 쌓인 지금, 입에 발린

사과조차 하지 않는 드라코가 고깝게만 보였다.


"우,우리는 늘 죽음을 각오했었어! 그런데 그 죽음이 모든 걸 다 바친 전장이 아니라 철부지 꼬맹이 뒷바라지하다가 찾아온다는 게

너무 억울하다는 것 뿐이다!"

"그 철부지 꼬맹이 덕에 지금까지 등따숩고 배불렀던 건 잊었어?"


드라코는 한마디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의 말은 분명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때로는 거짓보다 진실이 상대를 더 기분나쁘게

하는 법이다.


"우리는 죽지 않으려고 스틸레인제 방호복까지 비싼 돈 주고

사서 늘 이터니움 쉴드를 충전한다고! 너처럼 운좋게 워치빨로

튼튼한 가죽을 가진 놈들은 모르겠지, 그러니까 그렇게 날 따먹어

줍쇼하는, 창녀같이 맨살이 드러난 옷이나 입고 다니는 거지!"


혼자서 분을 삭이던 소총병이 벌떡 일어나 일갈했다.

그는 드라코의 셀카봉역할을 맡고 있었다.

드라코는 잠자코 그를 노려보다가, 분노를 삭이며 바닥에 털썩

엉덩이를 내려 놓았다. '첫번째' 항명은 그렇게 끝났다.


"쟤만 아니었어도 지금쯤 집에서 처자식들과 저녁식사중일텐데.."

"오늘은 돌아가서 그녀에게 청혼할 계획이었는데."


조난 된 후 시간이 흐를수록 음울한 기운은 스멀스멀 퍼져서 

용병단전체를 좀먹어갔다. 우는 인간도 있었고, 멍하니 있는

인간도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선-

드라코를 주시하는 인간도 있었다. 


건방진 꼬맹이같은 성격에 늘 익살스럽던 표정에 가려 몰랐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차분해진 그녀는 제법 예쁘장했다.

게다가 아까 소총병이 말했던 것처럼 가릴곳만 겨우 가린 옷차림.

의외로 육감적인 젖가슴과 둔부는 오래 굶주린 남자들에겐

자극이 너무 강했다.


이래 죽나 저래 죽나 어차피 목숨은 한개 뿐.

지금껏 아니꼬왔던 암컷 꼬맹이에게 암컷의 위치는 어디인지

몸에 새겨주고자 용병단원은 조용히 틈을 노리기 시작했다.


***


"야, 그게 말이 되냐? 저래봬도 A급 카운터라고. 눈앞에서 저

꼬맹이 실력을 다 본 건 우리잖아?"

"닥쳐봐, 내가 들은 게 있으니까. 우리는 고심도 다이브에서 

이터니움 쉴드가 깎이잖아?"

"그렇지. 씨발, 이제 얼마 안 남았네. 인생 좆같다."


욕을 구수하게 내뱉은 남자는 담배를 깊게 빨아들였다.

이제 이것도 얼마 안 남았으니 온 몸 깊숙히 새겨 둬야 한다.


"근데 카운터는 뭐 따로 안입잖아? 방호복 같은거."

"그래. 그러니까 저 꼬맹이가 젖탱이랑 빵댕이 출렁이는

비키니같은 거 입고 싸우는 거 아니겠냐. 뭐 게임에서야 노출도가

높을 수록 방어력이 세다던데, 킬킬."

"이 새끼. 끝까지 진지하지 못 하네. 저 젖탱이 한번쯤은 주무르고

죽기로 했잖아? 집중해 임마."

"아 그래서 본론이 뭔데! 나 중졸이라 강의 길어지면 까먹는다."


강의를 하던 남자는 말을 끊고 조용히 오른손으로 v자를 만들었다.


"개새끼.."


담배를 빨던 남자는 소중한 돛대를 그 손가락에 끼워주었다.


"내가 들은 바로는 카운터는 CRF인가 하는 힘을 소모해서

고심도 다이브에서 버텨낸다고 하더라고. 우리가 이터니움 쉴드를

다 쓰면 침식체가 되듯이, 카운터가 CRF를 다쓰면 그림자가 된다더라."

"그래서?"

"중졸 맞네 이 새끼. 카운터는 능력을 사용하면 CRF를 쓰잖아?

그러니까 능력을 사용해서 우리에게 반항하면 그만큼 빠르게

그림자가 된다는 뜻 아니겠냐!"

"어.. 말 되네. 그러니까 우리한테 반항을 하는 건.."

"능력을 쓸 수 없는 그냥 암컷이라는 거지. 지도 빨리 그림자화

되는 건 싫을거 아냐. 구출 될 가능성이든, 침식체의 습격이든 

대비하려면 CRF를 아껴야 하니까."


담배를 빨던 남자의 얼굴에 그제서야 씨익, 미소가 걸렸다.


"꼴리네. 어차피 실패해도 죽는거고, 가만히 있어도 일반인인 

우리는 오래 못버티니까 걸어볼만한 도박이야."

"그치? 고등학교 중퇴가 빛나는 고학력자 두뇌가 어때?"

"존나게 스마트하다. 다른 형님들한테 말하고 올게."


이렇게 말단 둘의 대담에서 발의된 암컷 꼬맹이 드라코를 향한 

'징벌'은 만장일치로 통과되어, 실행만을 앞두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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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코 저 짤 가슴이 생각보다 실해서 꼴리더라

뒷내용은 메스가키 징벌을 원하는 방식으로 맘껏 상상하시면 되겠읍니다 

개꼴린다 드라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