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물들이 무너져내린 폐허속을 분홍빛 머리를 한 여성이 힘겹게 걷고 있었다
"빌어먹을..."
힘겹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자 그곳에는 푸른색도 검은색도 아닌 피처럼 붉은색이 하늘을 가득채우고 있었다
"아하하...거기 있었구나."
소녀의 시선 끝자락에는 부서진 방벽에 등을 기댄채 하늘을 바라보는 소년이 있었다
"야 괜찮냐?"
하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소녀는 부러진 다리를 질질 끌며 필사적으로 소년의 곁으로 향했다
"야 괜찮냐고."
소년의 곁으로 오자 소녀는 더이상 그가 대답을 하지 못하는 상태인걸 알아챘다
그의 시선은 한없이 넓은 붉은하늘을 작은 눈동자에 담고 있었지만 눈은 닫히지 않았다
그제서야 소녀는 소년의 손에 쥐어져있는 총신이 터져버린 소총을 보자, 그의 최후를 짐작할 수 있었다
주위에는 온갖 종류의 침식체들이 널부러져있었고 개중에는 3종도 있었다
"너도 참 멍청해. 차라리 도망치지 그랬어."
소녀는 힘겹게 소년의 곁으로 다가가 그의 눈을 닫아줬다
"내가 이런말을 하는것도 웃기긴 하네..하하"
싸늘한 느낌이 들어 복부에 보자, 대충감았던 붕대는 붉게 물들어있었다
"휴가나 미리 받아둘걸."
손 끝의 감각이 서서히 무뎌진다
"그거 알아 카일? 난 네가 그리 싫지 않았어."
소녀는 소년과 똑같이 부서진 방벽에 등을 기댄 뒤, 계속 말했다
"그런데 자꾸 너를 놀려먹는게 재밌었던거 있지? 넌 항상 진지했었으니까."
소녀는 자신의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는걸 직감했다
길어야 5분
무리하게 걸어온 나머지 상처부위에서 피가 계속해서 흐르고 있었다
어째서 였을까
소녀는 지혈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채 소년을 찾으러 왔다
그 감정은 죄책감이자, 전우애였다
"너도 참 멍청해. 멋있게 뒤를 맡기겠다고 말 해놓고서 결과가 이거라니."
소녀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다 했다는듯 눈을 서서히 감았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보는게 너라서 다행이야."
그 말을 끝으로 소녀의 세계는 끝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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