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스러운 불빛을 발하는 카운터워치....


그 애트모스피어는 아까와는 사뭇 다르다. 전체적으로는 차분하게 가라앉았으나 그 속에 숨은 악의와 살의가 더욱 거칠게 흘러나오고 있다. 아니, 이제 숨기지조차 않는다! 보라, 보란듯이 살육의 희열에 고양되어 비틀린 저 입가를!


"도, 도모..... 오르카=상. 리플레이서 폰입니다."


리플레이서 폰=상은 간신히 오지기를 마쳤다. 그는 실금을 가까스레 참아낸 것이다. 압도적인 CRF 출력에 CRS반응*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이다! 그저그런 산시타 침식체였다면 이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그 자리에서 쇼크사했을 것이다. 무서움!

*Counter Reality Shock의 약자. 침식체가 고등급 카운터를 마주하게 되었을 때 일으키는 쇼크증상의 일종. 나는 지능지수가 높아서 잘 안다. 알겠지?


"아아... 뺨을 할퀴는 바람도... 코끝에 맴도는 피비린내도... 너무도 오랫만이고... 너무도 달콤하군...."


적을 앞두고 감상에 빠져있다. 이 무슨 오만함! 그러나 리플레이서 폰은 그런 무방비한 오르카=상을 앞에 두고도 섣불리 공격할 수 없는 것이다. 사츠바츠하다는 말로도 충분치 않은, 형언할 수 없는 불길함이 그를 짓눌렀기 때문이었다. 간신히 CRS반응을 떨쳐낸 리플레이서 폰=상은 쥐어짜내듯 소리쳤다.


"괴물놈... 그걸 피했단 말이냐? 아무리 고등급 카운터라도 그럴 수는 없다! 이 무슨 부조리!"


"닥쳐라, 버러지. 부조리가 도리를 죽인다.... 그것이 인과응보일지니! 이얏ㅡ"


리플레이서 폰=상에게 일갈과 함께, 부서졌던 데이건의 도스대거가 오르카=상의 주변에서 불현듯 출현! 그 수, 자그마치 6발! 모종의 사이키네시스 능력이라도 담긴 것인지, 도스대거는 아크로바틱한 궤도를 그리며 리플레이서 폰=상의 갑피를 찢어버렸다. 


"끄악ㅡ"


"침식체는.... 죽인다!"


붓다! 이쿠사 배틀이 시작되었는데도 이죽이고 있다! 그 꺼림칙한 미소에서는 침식체슬레이어=상의 잔재조차 찾을 수 없다.... 오르카=상 덕분에 가까스로 위기에서는 벗어났지만, 침식체슬레이어=상은 실제 더 큰 위기에 빠진 것이다. 에디=상을 만나기 전, 침식지대를 떠돌며 이성없이 오르카=상에게 끌려다녔던 악몽같은 날들의 재현이 가까워진 것이다!


오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