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ttps://arca.live/b/counterside/44311501
내 능력을 깨닫고 며칠간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
처음엔 나를 설득하려던 트래디 씨였으나 내 설명을 듣고는 다행히 아무런 말 없이 그저 거리를 유지해주고 있었다.
루미에게 선물받은 휴대용 패드,아니 이젠 내 카운터 워치가 되어버린 그것을 들어올려 내게 온 메세지를 확인했다.
하나의 동영상 파일뿐.
2050.1.23.mp4
영상을 몇 번이고 전부 보려 했지만 불가능했다.
단순한 영상이라 웃어넘길 수도 있었지만 내 능력을 알게 된 이상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구역질이 난다. 이런 능력,누가 가져간다고 하면 냉큼 주고 싶다.
갈라진 목소리로 트래디 씨를 불렀다. 이 이상 최악의 일은 없으리라 생각하면서.
방에 혼자 갇혀서 질질 짜는 것도 할만큼 했고.
그리고 트래디 씨와의 재회는 최악이었다.
"그래서 나진 군,자네의 능력은 정확하게 뭐지?"
대시를 비롯한 사무소의 일행들을 내보내고 트래디 씨가 물었다.
"만진 사람의 평행세계의 염사요."
"평행세계의 사이코메트리라. 악랄한 능력이로군. 자네한테나,타인한테나."
"......"
"영상의 시점이나 길이는 고정되지 않았나?"
"길이는 5분이고 시점은 제각각이에요. 제가 실력이 좋아지면 시점까지는 컨트롤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가. 그렇다면 나진 군. 겨우 방 밖으로 나오자마자 미안하지만 자네는 싸울 각오가 되어있나?"
"싸울 각오요?"
"그래. 원래라면 나진 군은 그저 내 곁에 머물며 평범한 생활을 이어가는 이여야만 했다네. 말하자면 엑스트라지. 극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지만 거꾸로 극에 어떠한 영향도 줄 수 없는."
"잠깐만요. 엑스트라라니 무슨 사람 이야기를 게임처럼...."
"음. 미안하네. 하지만 어찌 됐건 이제 미래의 변곡점은 금세 찾아올 걸세. 본래의 세계에선 자네가....후. 말이 꼬이는군."
트래디 씨가 손을 내밀었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 손을 마주잡아 악수했다.
"능력을 사용해주게."
"싫어요. 그런 거 또 보고 싶지 않아요."
"영상을 보지 않아도 된다네. 난 자네한테 기회를 주고 싶은 거야."
"기회요?"
"자네가 자네 누나의 안식처가 될 수 있는 기회."
헛웃음이 나왔다. 누나는 결국 죽으라는 건가.
하트베리와 만나며 들떠있던 기분이 사라지며 현살을 자각했다.
"까짓 거 보죠. 영상. 뭐가 나와도 지금 제 기분상태보단 덜 끔찍할 것 같네요."
착각이었다.
"우웨에에에엑."
"괜찮은가?"
"욱,우우욱......"
트래디 씨를 염사하고 온 영상은 그의 과거영상이었다. 그리고 악으로 깡으로 5분의 영상을 보고 나는 화장실에서 구역질을 하고 있었다.
"하아....하아....."
"자네는 영상의 주인과 정신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그런만큼 정신적으로 상처를 입을 수 있는 건 당연한 건데....내가 미숙했군."
".......구할 겁니다."
"음?"
"방금 그 영상을 보고 깨달았어요. 그거,회귀 전의 세계죠? 평행세계같은 게 아니었어."
"그 말은 맞지만 동시에 틀리다네. 회귀 전의 세계가 보인 것은 자네가 능력을 쓴 것이 나였기 때문이라네. 회귀자인 나는 미래에나 과거에나 '나'라는 존재 하나로 존재하지."
"그러니까 트래디 씨의 영상은 하나로 고정된다는 건가요?"
"이해력이 빠르군."
트래디 씨는 회귀자기에 미래는 그에게 있어서 오히려 과거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의 미래 영상을 결코 볼 수 없다.
과거 영상 또한 그는 회귀를 반복해왔기에 평행세계의 '트래디'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회귀를 했기에 서로 다른 세계에 동시에 존재하는 셈이니까. 때문에 내가 트래디 씨를 만지면 영상은 항상 회귀전 세계, 과거로 고정된다.
"그 영상에서 누나.....아무것도 못하고 그냥..."
"혹시나 해서 자네의 누나를 죽인 이에게 복수할 생각이라면 참게. 유능한 전력이거든.
전에도 말했지만 자네의 누나는 구할 수 없다네."
"하. 그러니까 저는 세계를 위해서 누나를 죽게 내버려두고, 누나를 닮은 기분나쁜 꼭두각시가 누나 행세를 하며 죽는 걸 지켜보라는 건가요?"
".....어쩔 수 없는 일이야."
"그렇겠죠. 당신한테는 겨우 사람 한 명일 뿐이니까. 세계를 구하려면 여고생 한 명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죠."
"......."
내 비아냥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자 아니꼬와진 나는 한 마디 더 던졌다.
구역질을 해서 그런지 속이 부글거렸다.
"말해보세요. 절 구한 것도 제 능력이 도움이 되서였나요?"
"아니! 그건 내 선택이었어. 결코 널 이용하려던 건-"
"그럼 끝까지 책임을 져야지!"
나도 모르게 소리가 커졌다. 나는 계속해서 쏘아붙였다.
"자기 멋대로 살려놓고선 뭐? 누나가 죽는 걸 지켜보라고? 그럼 도대체 저번 세계랑 차이점이 뭐죠?"
말하면 말할수록 속에 있던 울분이 터져나왔다.
"그저 독선적인 자기위안? 난 그래도 이 아이를 살렸다는 그런 하찮은 자기변명의 대상?
이럴거면 처음부터 그냥 그 자리에서 죽는 게 나았어! 이 위선자!"
트래디 씨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내 말을 듣고만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갑자기 죽었다 살아나고,설명이란 설명은 듣지도 못했는데 갑작스레 이런 과거를 보여주다니.
이런 거 그냥 협박이잖아. 나보고 누나를 포기하라는 것밖에 더 돼?"
나는 숨을 골랐다.
"하아.....그래도....당신이 했던 말 중에 딱 한 가지 맞는 말은 있네."
나는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아직도 머리가 울렁거렸지만 걸을 수는 있었다.
"난 그 자리에서 죽는게 훨씬 나았어."
"소개시켜주겠네."
"네?"
"자네의 울분을 해결해줄 수 있는 사람들."
"하. 회귀자인 당신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있을리가 없잖아. 뭘 하든 먼저 앞서가면 그만인데."
"그들....아니 그는 다르네. 세계를 위해서 싸운다고는 해도 나와 방식은 전혀 다르지."
"계속해봐.....요."
"그들에게 협력하게. 관리자가 보냈다고 하면 알아들을거야. 그들은 희생을 개의치 않고 나보다 훨씬 더 급진적이지."
하지만 그렇기에 나와는 다른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거야. 그것이 내가 그들을 용인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
"........"
"나는 내 방식대로 세계를 구하겠내. 자네는 자네의 방식대로 행동하게. 위선이라.....확실히 맞는 말이지."
트래디 씨의 그 말을 끝으로 우리 사이엔 조용한 침묵이 흘렀다.
며칠 후,나는 트래디 씨 앞에 다시 섰다.
매일 트래디 씨의 과거영상을 보고 각오를 다지며.
"이것마저 세계를 위한 사소한 희생이라는 것이 밝혀지는 순간,전 자살할 겁니다. 사람은.....당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체스말이 아니야."
"새겨듣도록 하지."
트래디 씨는 내게 쪽지를 내밀었고 위치를 확인한 나는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었다.
그라운드 원. 나는 한 마을의 동사무소 앞에 서 있었다.
동사무소 안은 민원을 제기하러 온 사람들로 시끌시끌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는 내가 찾아야 할 인물을 찾아냈다.
둥근 안경태에 선량해보이는 외모. 하지만 트래디 씨에게 들은 설명에 의하면 그와는 정반대인 인물.
나는 그대로 그에게 다가가 능력을 사용하기 위해 집중 후 그를 만-
"지금 뭐하는 거지?"
누군가가 내 손을 잡아채고 나는 능력 사용을 위해 집중하고 있는 상태였기에 곧바로 내 능력이 발동했다.
띵동!
나를 가로막은 건 안대를 한 흑발의 늘씬한 미인이었다. 원래라면 감탄할 정도의 미모였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그녀에 대한 설명또한 들은 상태였다.
나는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내리고 다시 한 번 남자에게 다가가 말했다.
"관리자가 보내서 왔는데요."
남자는 잘못 들었다는 듯 웃으며 되물었다.
"네? 누구요?"
"육익."
조용히 속삭인 말에 남자는 숨을 멈췄다.
"혹시 신규회원도 받나요?"
와....전개 개조졌노. 나진이 어떻게든 떨어뜨리려다 보니까 너무 급전개네.
원래는 막 적당히 서브에피니 뭐니해서 잔뜩 쓸 생각이었는데 현타도 오고 나진이가 세계를 구한다 되는 것 같아서 빨리빨리 플룻진행함.
원래부터 나진이가 육익들어가면 챕터3에서 달라지지않을까? 란 생각으로 쓴 건데 그거전에 연중될까 허겆지겁 썼다....
미안하다! 그치만 이건 댓이랑 개추랑 관심을 안 준 카붕이들이 나쁜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