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를 시작한지 1년차인 나에겐, 세리나가 없다는 사실이 곧 고통이였다.
길을 걸어도, 밥을 먹어도, 일을 하고 돌아와도,
곧 인권이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며 하루하루를 비웃음 속에 살 뿐이였다.
이런 나에게 이번 픽업은, 바퀴벌레가 인간으로 승격할 찬스라고 할 수 있을까.
과연 세리나를 뽑는다면, 이런 비열한 나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을까.
알 수 없었다. 꿈을 잃은 사람은 인생을 이기더라도 승리할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나는 이미 패배하고 만 것이였다.
나는 꽤 잘나가는 직장인이였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주말을 보내는 것이 곧 내 삶이고, 하루하루 자기개발을 하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쳤지.
그렇기에 연인도 있고 친구도 많은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었다.
매일같이 도서관울 들락거리는 고풍스러운 취미로, 세리나가 없다는 사실을 숨기고 살았다..
"어? 저사람 세리나가 없네?"
"아니 딱봐도 귀티나보이는 사람이던데 세리나가 없을리 없잖아"
"없어 ㅋㅋㅋ 없다고 ㅋㅋㅋㅋㅋ"
하지만 어느 날, 실수로 카사를 킨 핸드폰을 두고 화장실을 다녀오자, 도서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세리나가 없는 인간 이하의 쓰레기가 있다는 소식에,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다같이 모여 내 핸드폰을 구경하고 있던 것이였다.
"세리나가 없는게 사람새끼야? ㅋㅋㅋㅋㅋㅋ"
"야 저기 니 남친 지나간다 ㅋㅋㅋㅋ"
"미친 새끼가 할 말이 있고 안할 말이 있지 시발련아"
애써 고풍스러운 채를 하던 내가 세리나가 없는 인간 이하의 쓰레기였다는 사실에, 조소하고 있는 수많은 눈빛이 보였다.
바퀴벌레를 가지고 노는 어린 아이의 웃음마냥, 악의없는 적의가 온 사방에 깔리기 시작했다.
난 내 관리부 창을 켜두고 온 내 자신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쯧. 젊은 사람이 세리나가 없다는게 말이 되나? 에잉..."
"너는 저렇게 크지 마렴... 제발 저런 어른만은 되지 마렴..."
"세리나가 없는 사람이 불법으로 인권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기자들이 모여들고 소문이 퍼져나가며, 난 수많은 사람들에게 혐오의 대상으로 낙인찍혔다.
핸드폰에 가득 울리는 절교의 메세지, 연인의 해어지자는 이야기. 인터넷에 돌아다니기 시작한 내 신상들이 그 증거였다.
그렇게 단 하루의 실수로 인해, 나는 사회에서 매장당하고 말았다.
나는 세리나가 없다.
인권이 없어 변호사도 선임하지 못하고, 재산을 압류당해 길거리에 나앉아 있다.
직장에서는 잘린지 오래다.
처음부터 세리나 픽업에 전 재산을 투자하지 않았던 내가 원망스럽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고 말았고
이제와서 세리나를 뽑는다 한들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을 안다.
애써 저항하려 하지 않는다. 난 쓰레기가 맞았으니까.
여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