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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윽....!"



남성의 손이 헛되이 허공을 휘저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분명히 남아있었을 그녀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마치 그러고 있으면 소녀가 돌아온다는 듯 멍하니 그 행동을 반복했다.

그의 머릿속엔 한 대화만이 반복해 들리고 있었다.





"미안. 아저씨."

"나는...아저씨만큼 강하지 못했어."

"그러니까 아저씨가...이어받아줘."

"오르카를...이겨줘."





"제길!!!"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남성,제이콥은 울부짖었다.

오르카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를 사악한 용병들에게서 구출했을 때.

그녀의 폭주를 막아섰을 때.


그렇게 여러 사건을 겪으며 자신은 어느샌가 오르카를 구하는 자신에 취해있었다.

그래놓고 정작 그녀가 가장 필요로 한 순간에 그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손을 잡아줬어야 했다.

그녀는 단순한 짐승이 아니라 말해줬어야 했다.

그녀에게 살라고 말했어야 한다.





이미 뒤늦은 후회를 반복하기도 수백 번, 지쳐 쓰러진 제이콥이 눈을 떴을 때 그 눈 앞의 광경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어이,거기 당신. 괜찮은가!"


"여기는..."


"자살이라도 하려 한 건가? 홀로 이면세계에서 위험하게 무슨 짓인가!"



자신을 바라보며 걱정스럽다는 듯 말하는 사내. 각 잡힌 유니폼을 보아 아마도 정규태스크포스 소속이리라.

태스크포스라니,이미 전부 망한 줄 알았건만 아직도 이렇게나 강대한 세력을 가진 곳이 있던가.



"저,저는-"


"됐네. 우선은 타게나. 자세한 이야기는 부상하면서 듣도록 하지."



제이콥이 부상한 현실세계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딴 판이었다.








재앙, 이 쪽의 세계에선 4종이라 불리는 것이 나타난 이후 제이콥의 세계는 아무런 반격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천천히 멸망해갔다.


자신을 비롯한 7인의 '영웅'들이 세계를 바쁘게 누비며 활약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몇 번씩이나 그 영웅이라는 거창한 칭호를 떼어버리고 싶었지만 자신들을 보고 희망을 키우는 이들이 있었기에 그는 그럴 수 없었다.




그러나 상황은 극적으로 바뀌었다.

재앙과의 마지막 결전명령이 전 인류에게 내려진 것이다.

7영웅의 중심이었던 '윌버 더 스타게이저'를 필두로 한 모두의 특공.

그 결과 재앙을 쓰러뜨릴 수는 있었지만 그만큼 인류의 상처도 컸다.

7영웅중 살아남은 것은 자신 뿐. 그리고 그 영웅들을 믿고 따라와 준 이들의 90%가량이 전사했다.


사람들은 그럼에도 재앙을 쓰러뜨린 자신을 치켜세웠지만 그는 그저 모든 것에 지쳐버렸다.

그리고 그의 안식처였던 오르카마저 스스로를 이겨내지 못하자 제이콥은 무너져내린 것이다.





이 세계는 전혀 딴 판이었다. 관리국이라는 조직아래 사람들은 위험하지만 평안한 삶을 살고 있었다.

기술력 또한 제이콥의 세계보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하하하...."



헛웃음이 나왔다. 이런 가능성도 있었다는 건가. 그렇다면 우리 세계는 어째서 그런 일을 겪어야만 했단 말인가.

하지만 어찌됐든 자신은 이 곳에 있다.

자신을 구해준 용병에게 추가적인 도움을 받아 자그마한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구한 제이콥이었다.



그렇게 며칠간을 살며 제이콥은 몇 가지 사실을 더 알게 되었다.


-이 곳은 자신이 살던 세계가 아니다.
-이 곳에서의 나는 이미 죽었다.
-7영웅 또한 자신과 마찬가지로 살아 있다.
-7영웅은 이 곳에서는 영웅이 아니다.



자신은 어째서 이 세계에 오게 된 걸까를 고민해봐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자신의 뒷통수에 총구가 겨누어졌다.




"제보를 받고 설마 했는데 정말 살아있었을 줄이야..."


"거...제보하신 분께는 미안하게 됐구만."



젊은 여성과 둔중한 사내의 목소리.

기억하고 있다. 이들때문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죽어나갔던가.



"더러운 올빼미자식들..."



용병이라는 핑계아래 돈의 노예가 되어 누구든 망설임없이 죽이던 이들이다.

이 세계에서도 용병 노릇을 하고 있는 건가.



"더럽긴 누가 더럽다는 거야. 움직이지 마. 물어볼 게 몇 가지 있으니까."


"네 녀석들한테 말해줄 건 아무것도 없다!"


"흐응? 지금 네 뒷통수에 겨누어진 게 뭔지는 알고 말하는 거야? 우리가 너를 찾아왔다는 건...무슨 의미인지 알지?"


"....크윽! 협조하겠다. 그러니 부디,일터의 사람들에겐 손대지 말아다오. 나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이들이다."



그렇게 말한 제이콥이었지만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이들은 어차피 돈 뿐만 아니라 재미로도 살인을 즐기는 놈들이었으니-



"하아...이거 아무래도 사장님이 말씀하셨던 그 특이케이스 같지?"


"당연하지! 내가 알던 그 놈이라면 결코 저런 말 안 했을 걸."


"그냥...데려가서 물어보면 안 돼?"



이 목소리.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는 목소리다.
제이콥은 고개를 돌렸고 다음 순간,



퍽!



오르카가 날린 주먹을 얻어맞고 기절했다.














저는 창작만 쓰면 글이 길어지는 병이 있어요....








스윗 핸섬 가이 제이콥 행님 보구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