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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낯선 천장이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분명히 모두와 함께 싸우다가 그대로 스러져서...

그렇다면 여긴 천국인걸까. 아니,분명 지옥일 것이다. 그녀들을 그렇게 몰아붙인 나에게 천국은 어울리지 않는다.

온몸이 쑤시긴 했지만 그럭저럭 몸을 움직일 수는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나는 폐건물 안이었다.

아무것도 없이 텅 빈 공간 안애 나 홀로 누워 있었다는 이야긴데 대체 어째서?



"으음...."



고민은 나중이다. 우선은 움직이고,정보를 찾자.

설령 지옥이라 하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항상 별을 찾으라니,바보같네. 그럴 시간에 꽃 한 송이라도 더 가꾸는 게 나아."

"...너의 꽃이 내게 있어선 별이었다."

"우리 애들은 안 넘겨줄 거거든!"

"하아...농담하는 게 아니야."




옛 동료와의 만담이 생각나서 그만 살짝 웃음이 나왔다.

건물 곳곳을 두리번거리며 살펴봤지만 딱히 특별히 눈에 띄는 건 보이지 않았다.

창문도 뚫려있지 않고 오직 보이는 것은 작은 나무문뿐이었다.


이 곳을 나가야만 한다고 종용하는 건가. 가만히 이 곳에만 있는다고 해결될 일은 없다.

나는 문을 벌컥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보인 것은 흰 가면을 쓴 여성들이었다.

순간 나를 노리는 것인가 하고 싸울 자세를 취했지만 그녀들은 따로 노리는 이가 있다는 듯 나를 무시하고 앞으로 향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 방향 앞에 흰 가면의 여성들이 가면을 쓰지 않은 두 여성들과 싸우고 있었다.


퍼억!  퍽!!!



타타타탕!



질리도록 듣던 육체가 뭉개지는 소리와,사격음.

우선은 멀찍이 떨어져 그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양 측 모두에게 들키지 않는 거리를 유지하자니 가면을 안 쓴 여성들의 얼굴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러던 중 특히 더 큰 타격음과 함께 가면을 쓴 여성 두 명이 내 쪽으로 날아왔다.



"어....어라....?!"



허둥지둥 서둘러 그녀들을 받아내었다.

근력이 부족해 완벽하게 잡아내지는 못 했지만 그래도 바닥에 정면으로 부딪히는 꼴은 면했다.


그녀들의 가면이 방금 전 싸움의 여파로 산산히 부숴지고,그 안에 든 얼굴을 본 나는 경악했다.


















"아름다운 머리칼이네."


"저희 부모님은 이 머리색깔,저주받았다고 싫어하셨어요. 핏빛이라 불길하다면서."


"그건 아름다움을 모르는 이들의 망언일 뿐이야. 진정한 예술을 아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너를 이상하다 여기지 않아."


"마스터처럼요?"


"그래. 너도 알잖니,로즈. 장미는 핏빛이지만 그 이유는..."


"사람들을 위해 대신 피를 흘리기 때문에. 맞죠?"


"어머."












"아아....로즈....어째서 네가....이런..."


로즈는 분명히 은퇴해서 좋은 남자와 가정을 꾸렸을텐데. 어째서? 어째서 로즈가 여기에 있는 거지?


하지만 악몽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다른 한 명의 가면이 다시 한 번 부숴지고 그 안에 감춰진 길고 풍성한 분홍빛 머리카락이 드러났다.



"마...스터....도...망...."


"...리체."











"전 왜 리체에요?"


"체리는 너무 귀엽잖니. 맨션의 차가움 순위 1위인 네가 그런 이름이라니,안 어울리지 않겠어?"


"마스터도 이름에 맞춰서 통째로 염색한 주제에 말은 잘 하시네요."


"내 머리카락은 원래부터 보라색이었어!"


"거짓말하지 마세요. 델리온이 말해줬거든요. 마스터가 들어간 조직 리더가 보라색 헬멧쓰고 다녀서 그런 거라고."


"델리온은 한 달동안 간식압수네."


"아,맞다. 릴리로부터 정기보고가 있었어요."


"정기보고?"


"네. 이번에 벚꽃이 예쁘게 피었는데 간만에 모두와 기분전환은 어떻겠냐고-"

















머릿속이 멍해졌다. 왜 이 둘이 이 자리에 있는가.

아이들이 이런 가면을 쓰고 있다.
아이들이 끊임없이 죽어나간다.

이곳은 아마 틀림없는 지옥이라는 거겠지.



"아,안 돼...."



끔찍한 결론에 몸이 저절로 움직여졌다. 한시라도 빨리,조금이라도 더 빨리 이 행위를 멈춰야 한다.

설령 지옥이라 하더라도 또 다시 그 아이들을 눈 앞에서 잃을 수는 없다.



"멈춰!!!!"



두 명에게 달려가며 계속해서 소리쳤다.



"멈추라고!!!! 허억...허억..."



그리고 그 두 명의 얼굴을 본 순간 나는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목표를 찾았군요."


"꽁꽁 숨어있길래 찾기 힘들 줄 알았는데 개꿀입니다."




내 가장 큰 실책. 막지 못했던 실수. 그녀들이 도시를 지키겠다고 남았을 때 뜯어말렸어야 했다.

내가 대신 남는 한이 있더라도 그녀들을 죽게 내버려둬선 안 됐는데.




"베로니카...릴리..."


"친한 척 이름 부르지 마십시오. 개극혐입니다."


"릴리의 단어야 그렇다쳐도....그 뜻 자체에는 동감입니다.
한 때 저희를 소모품처럼 사용하신 주제에 함부로 말 걸지 말아주시길. 하물며 이런 상황에서야..."


"어째서야..."


"네?"


"어째서 죽인 거냐고!"


"자신을 지켜주는 이들이 사라지니 감정적으로 된 건가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니. 로즈,리체...."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의 참상을 천천히 바라봤다.



"델리온...크리스...파스크..."



그녀들의 아름다운 신체는 엉망진창이 되어있었다.



"로투스....아이리스...지니아...."



가면 아래에 있는 그녀들은 무시무시할 정도로 딱딱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왜...왜 죽인 거니. 복수를 하고 싶었으면 나한테만 하면 됐잖아! 그녀들은 아무런 잘못도 없었어!"


"당신은 대체 무슨 소리를-!"



내게 총구를 겨누는 릴리를 베로니카가 저지했다.



"잠시만요,릴리. 뭔가 이상해요. 어쩌면 주인님께서 말씀하셨던 경우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우리가 아는 그 마스터가 자신의 꼭두각시들의 이름을 일일히 기억하고 저렇게 슬퍼할만한 인간인가요?"


"....흥칫뿡입니다."



릴리는 결국 총을 든 팔을 내렸다. 베로니카는 완전히 무기력해진 내게 수갑을 채웠다.




"이건...!"


"신체능력 봉인구입니다. 가는 중에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날뛰기라도 하면 불편하니까요."


"정보교환? 난 지옥에 있는 게 아니었던 거니?"


"지옥말씀이신가요? 안타깝게도 아직은요."


"그,그러면 저 아이들도 함께 치료해 주렴! 그렇게 하면 뭐든지 알고 있는 건 전부 말할 테니까!"


만약 이 세계가 지옥이 아니라 또 다른 현실이라면 구할 수 있다.
아니,구해야만 한다.



"....."



베로니카가 릴리를 보고 이거 보란듯 고개를 까딱이고 릴리는 입술을 죽 내밀었지만 그 뜻에 동의한 듯 얌전히 있었다.


"좋습니다. 그럼 우선은 가도록 하죠. 할 이야기가 많으니까요."


















그렇게 또 다른 인연은 다시 한 번 나아가기 시작한다. 2/7


윌버만 세탁 받는 건 억울하다 우우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