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제 스포 조금


5월 7일


 네퀴티아는 셰나의 기척을 느끼더니 그대로 아무말 없이 자리를 피했다.


"...? 아직 중앙에 다 안왔는데 어디로 가시는거지?"


 셰나는 네퀴티아의 행동에 의문을 품었다.


 평소같았으면 위와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애새끼마냥 질질 짜고 달려왔을 터였다. 대부분의 원인은 카르멘이었다. 악의를 가지고 한 팩트가 네퀴티아의 마음을 종종 후벼팠기 때문에.


"그런데 어째 요즘 지휘자님이 '네에에엥! 셰나!' 하시면서 오는 횟수가 없다시피 하단 말이야."


"무엇보다 캬루녀석은 최근들어 보이지도 않고 말이야. 지휘자님좀 잘 돌보라니까 아주 그냥 유기를 해놨구만?"


 카르멘의 용돈을 더도말고 덜도말고 20%만 깎자고 생각하며, 셰나는 네퀴티아의 방으로 찾아갔다.

 노크를 하자마자 안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안돼요, 셰나! 오늘은 제 방에 들어오시면 안돼요!"


"지휘자님...?"


"그러니까 음... 아 그래! 야동을 보고 있는 중이라구요. 이런걸 들키면 굉장히 창피하겠죠?"


"지휘자님 눈 안보이시잖아요."


"셰나. 그런 설정은 이런 콘 문학에서는 따지지 않아도 된답니다. 지금의 전 셰나가 관리국 사장이라는 분과 물고빨고 하면 커다란 육봉이 지퍼를 내린 셰나의 그곳에 들락날락 하는걸 볼 수도 있다구요."


"캐릭터의 근본적인 설정을 부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그 야동 본다는걸 본인입으로 술술 말해도 되는건가요?"


"그... 그러면 음... 아! 그래! 이제 수능도 반년 정도밖에 안 남았으니 모의고사를 풀고 있답니다! 저 이과라서 수학 B형 치시는거 아시죠? 집중력을 떨어뜨리면 안된다구요!"


"지휘자님 고3 아니시잖아요."


"사실 대학교 졸업논문 쓰는 중이었어요. 이제 성체 진딧물이 고온의 조건에서 어떻게 되는지 확인해야하는 중요한 실험중이라구요."


"... 지휘자님 요즘 어린이날 지나고 며칠동안 굉장히 수상하신거 아세요? 최근에 용돈도 달라고 안하시고, 편식도 안하시고, 주사맞을 일 있으면 울지도 않으시고, 청소까지 열심히 하시더라구요."


"저는 한다면 하는 여자. 줄여서..."


"그거 줄이면 영 좋은 어감은 아니니까 줄이진 마시고... 아무튼 요즘 지휘자님이 갑자기 착한 어린이가 되신거 같아서 솔직히 좀 걱정되거든요."


"... 제가 착한 어린이가 되면 좋은거 아닌가요?"


"그게... 사람이 갑자기 안하던 짓을 하면 죽는다고 그러더라구요."


"..."


"저는 사람도 아닐뿐더러 갑자기 죽을 생각은 더더욱 없답니다. 아무튼 셰나. 내일이 되기 전 까진 제 방 출입금지에요. 이건 지휘자로써의 부탁이랍니다?"


"뭐... 지휘자님이 사고만 안 치신다면야 저는 아무 상관없지만요... 그렇지만 요새 저를 대하시는거에서 좀 씁쓸함이 엤는건 어쩔 수 없네요. 그냥 뭐... 그렇다구요..."


 닫혀있는 방문을 보며 셰나는 한숨을 쉬고 소파에 가서 누웠다. 평소처럼 툭 하면 질질 짜는 네퀴티아의 소리가 없으니 고요하고 허전했다. 무음의 거실은 그 자체로 불협화음이었다. 장난친답시고 물총을 얼굴에 쏘는 일도 없었고, 자고있는 자신을 향해 몸을 그대로 날리는 일도 없었다. 평화롭지만 그만큼 허전했다.


"에휴 그래. 조용하면 좋은거지. 어린애 하나 얌전해졌다고 생각하면 되지 뭐."


 셰나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그날따라 네퀴티아의 어리광이 그리운 날도 없었다.

 다음날이 되어 셰나는 네퀴티아가 자기 몸 위에 올라탄 것을 가벼운 충격과 함께 느꼈다. 셰나는 수면안대를 들어올리고 네퀴티아를 바라보았다. 어째서인지 네퀴티아는 의기양양한 표정이었다.


"셰나? 아침식사 시간이에요. 자 얼른얼른 일어나요."


"지... 지휘자님...? 아 죄송해요. 배가 고프시겠군요... 아침식사가 좀 늦어지겠어요."


"아니에요 셰나. 오늘은 제가 직접 아침 식사를 준비해보았답니다. 역시 음식은 음악과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더군요. 재료들의 하모니가 얼마나 잘 되었는지 직접 그 혀로 확인해보세요 셰나."


 자리에 앉은 셰나는 순간 놀랐다. 모양은 조금 엉망이긴 했지만 대부분의 음식들이 셰나가 좋아하는 것이었다. 놀라는 셰나에게 네퀴티아는 숨기던 무언가를 하나 더 꺼내 셰나의 가슴에 달아주었다.


"셰나. 5월 8일이 무슨 날인지 아시나요?"


"음... 글쎄요...?"


"셰나... 5월 8일은 어버이날이랍니다."


"그...렇군요...?"


 그리고 쑥스러워하는 네퀴티아는 셰나의 가슴팍에 색종이로 만든 코스모스를 달아주었다.


"그라고 셰나... 셰나는 제가 다시 부활한 이후 지금까지 저에겐 어머니같은 존재였답니다. 어린이날에 떼를 써서 미안해요 셰나. 셰나가 저를 돌보느라 얼마나 힘든지 저도 잘 알고 있답니다. 그 음... 사... 사랑해요... 엄마..."


 셰나는 가슴에 달린 색종이 코스모스와 네퀴티아의 얼굴을 번갈아 보더니 울컥 눈물을 터뜨렸다. 그리곤 네퀴티아를 와락 안으면서 말했다.


"지휘자님... 지금 저에게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지휘자님이에요... 죄송해요 지휘자님... 전 지휘자님이 제가 싫어져서 피하는걸로 생각했어요... 저도 사랑해요 지휘자님..."


 울고있는 셰나를 토닥여주며 네퀴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셰나에겐 정말 최고의 어버이날이었다.


---후일담 1---

"... 레아야... 어디갔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보고싶구나..."


"... 아니...?"


"오래간만에 다시 만나뵙네요, 늙으신 인간."


"천사님이 왠일로..."


"따님... 께서 저에게 부탁한게 있다보니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오게 되었답니다. 조금 식었을지도 모르지만... 따님께서 평소 늙으신 인... 아니 어머님께 드리고 싶었던 팬케이크라고 해서..."


 네퀴티아가 들고 온 접시에는 여러 과일들이 장식된, 그러나 조금은 투박해보이는 블린이 담겨 있었다.


 

"따님께서는 제가 직접 어머님께 먹여드리는걸 원하는 것 같더군요. 자, 아 해보세요. 맛이... 어떠신가요?"


 조금은 조마조마하면서 네퀴티아는 물어보았다. 루이제는 싱긋 웃으며 네퀴티아의 얼굴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말했다. 따뜻한 손길이었다.


"우리 딸... 천사님 아주 맛있었어요... 정말 감사해요..."


"다행이군요. 그리고 이것도 따님께서..."


 네퀴티아는 루이제의 상의 주머니에 꽃 한 송이를 꽂았다. 예쁜 카네이션이었다.


"어버이날을 축하드려요 어머니...

 따님께서 그 말을 전해달라고 하더라구요. 그럼..."


 네퀴티아는 몸을 돌려 그 자리를 떠났다. 눈물 한 방울, 단 한방울이 네퀴티아의 뺨을 적셨다.


"더 길게 말씀 안하셔도 되나요?"


"... 갈 길이 먼 것 같군요 셰나. 지루하지 않게 말동무나 하면서 갈까요?"


"알겠습니다, 최고지휘자님."


--후일담 2--

"그런데 캬ㄹ... 아니 카르멘은 어디로 갔을까요?"


"캬루는 눈치가 없으니까 주댕이를 나불대면 좀 그렇잖아요? 그래서 그냥 온 몸을 꽁꽁 묶고 지하실에 잠깐 던져놨답니다. 최고지휘자에게 감히 7코 마패라고 한 벌이라구요."


".... 이번 콘 문학은 감동으로 끝내시려는거 아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