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ー다시 말해, 인간의 경험이 없어도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실증주의 과학철학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그들이 강조하는 「경험 세계」라는 개념은 인간의 경험을 세계의 본질적 속성으로 여겼습니다.

이것은 인간의 감각경험에 포착된 것안을 세계에 존재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는 뜻입니다. 인간중심주의적 존재론이라고 할 수 있지요.

사실 근대와 현대의 철학은 대개 인간중심성, 즉 휴머니즘을 기저로 전개되었습니다.

인간이 없으면 세계도 없는 걸까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인간이 없어도 우주는 그저 거기에 존재할 것입니다ー"


단상의 교수가 뭐라고 말하고 있든, 태현의 정신은 이미 강의실을 벗어난 지 오래였다.

'방금 뭔가 중요한 내용이었던것 같은데, 어차피 녹화해두고 있었으니 상관없겠지?
근데 이걸 나중에 돌려보는것도 고역이란 말이야... 그냥 방금 제대로 들을걸 그랬네. 이럴 생각할 시간에 지금 강의에 집중하는게 나을텐데'

하는, 의미없는 사색의 바다를 부유하기를 수십 분, 태현은 앞자리 학생이 일어나는 소리를 듣고서야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두 시간 분량의 공허함을 느끼며, 태현은 태블릿 하나가 달랑 든 가방을 들쳐메고 철학과 건물을 빠져나왔다.

바깥 공기를 맞으며 기지개를 펴자, 맞은편 건물의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기적학부」.
300여년 전, 흔히 초능력자라고 불리는 인간, 현실조정자가 세계 곳곳에서 대거 보고되었다.

인간은 그들의 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기적학이라는 분야를 개척했고, 그 성과는 인간사회의 대격변을 불러왔으며 사회를 지탱하는 기둥이 되었다.

81번 지구(구 통일대한민주공화국)최고의 대학 서울대학교의 기적학부는 그야말로 엘리트의 상징이었다.

여느 철학과 학부생이 드렇듯, 태현은 자신은 돈이 아닌 학문을 위해 이곳에 왔다고 생각하면서도 내심 기적학부에 열등감 내지 부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수학과 다음으로 초라한 건물 맞은편에 저런 초 호화 시설을 지어놓은 것은 분명 누군가 높은 분의 악취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태현은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뗀다.



"왁!" 하며 누군가가 태현의 어께를 치며 소리친다. 갑작스러운 습격에 숨이 멎을 뻔했던 태현은 놀란 티를 내지 않으려 따분하다는 표정으로 뒤를 돌아본다.

그곳에는 키 160정도의 기적학부 과잠을 입은 소녀가 땅에서 1m쯤 떨어져서 부양하고 있었다.

"너 오늘 공강 아니었어?"

"어머나, 내 시간표까지 외우고 다니는거야? 너 나 좋아하니?"

"지랄, 뭐가 좋다고."

"아하하! 농담이야~ 사실은 학부장님이 꼭 이시간에 와야 한다면서 와달랬거든. 무슨 검사같은거 좀 해보더니 가봐도 좋다더라고? 난 또 대학원에라도 끌려가는건 아닌지 쫄았다니깐~"

"걱정도 많으시네. 너는 실험체 전형이라도 있는게 아니면 대학원에 발 들일 일은 없으니까 걱정 마셔'

"파하하! 지는 뭐 다른 줄 아네. 뭐, 그건 그렇고, 너 저녁 안먹었지? 밥이나 먹으러 가자."






태현이 굽는 배양돈육을 구워지자마자 낼름 집어먹는 소녀는 그와 같은 고등학교 출신의 신유림이다. 그녀는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81번 지구 최상위권의 현실개변력(RDA, Reality level difference induction Ability)의 소유자로, 기적학부 현실조정자 전형 수석입학생이다.

고교 시절에는 마주친 적도 없던 둘이었지만, 요즘같이 친구 사귀기 힘든 삭막한 세상에서 고교 동창이라는 공통분모는 둘을 서로 의지하게 만들었다,

"야! 그거 아직 안구워진거야!"

"아, 히히, 옐로존에선 볼 수도 없는 음식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옐로 존, 그것은 에테르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위험지역을 이르는 말이다.

현실조정자의 출현과 함께, '사도'라고 불리는 이계의 존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에테르라는 물질을 방사하며, 그것에 노출된 지역을 '성역화'시키고 인간들을 사도와 같은 모습으로 변이시켰다.

사도에게 완전히 장악된 성역과 인접한 지역은 '레드존'이라고 부르며, 언제든지 사도가 출현해 성역화가 진행될 위험이 있기에 매우 기피되는 지역이다. 따라서 이곳의 치안은 사실상 무정부 지역과 같은 수준으로 사회의 최하위 계층이나 도망자 같은 부류들만이 거주한다.

한때는 육지의 9할을 차지했던 옐로존은 지금은 5할 정도로 줄어들었으며, 에테르 농도가 높아 잠정적으로 레드존 전환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말한다.

이곳 또한 레드존과 다르지 않은 생활수준이지만, 적어도 공권력이 유지된다는 점에서 레드존보다는 훨씬 낫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지금 태현이 있는 이곳, 그린 존은 극히 드물게 에테르 농도가 매우 낮은 안전지역으로, 서울대에 합격함으로서 태현은 이곳에 거주할 권리를 얻을 수 있었다.

구워진 고기를 몇 점 집어먹으며, 태현은 텔레비전으로 주의를 돌린다.

[정부는 전주시 일대의 성역화 진행을 저지하는 데 실패했다고 발표했으며, 인접한 8개 자치구에를 레드 존으로 전환하였습니다.

이에 구민들은 반발하며 방위군 책임론을ー]

뉴스가 갑자기 끊기며 화면 조정을 알리는 원색의 컬러바가 나타난다.

주변의 모든 휴대전화가 일제히 부저음을 울리며 긴급재난문자를 수신한다.

텔레비전은 이제 파란 원색 배경에 흰 글씨로 '긴급대피명령' 이라는 문구가 쓰인 화면을 내보내고 있다.

옐로 존 출신의 태현과 유림은 수십 번도 더 겪어본 익숙한 상황이었지만, 이번에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이곳은 그린존이다. 성역화는 커녕 성역화 경보조차도 발령될 수 없는, 아니 발령돼서는 안되는 안전지역이다.

그런데 성역화 경보라니, 뭔가 오류가 있었음이 틀림없다. 곧 경보가 해제되고 오류에 대한 속보가 방송될 것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이라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는 듯이, 온 사방에서 불길한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한다.

어느샌가 텔레비전 화면은 빨간 바탕에 구조를 기다리라는 글씨를 띄우고 있었다.

태현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것은 태현도 처음 겪어보는 상황이었다. 가까스로 정신을 가다듬은 태현은 그 빨간 화면의 의미를 기억해냈다.

그것은 지금 이 장소가 성역화되었으며, 화면을 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곧 끔찍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었다.

이미 식당 안의 몇몇 사람들은 자신의 몸에서 돋아난 십수 개의 팔에게 피부를 뜯겨지고 있었다. 그는 곧 스스로에게 먹혀 사도화된 후 주변 생존자의 피부까지 벗겨버릴 것이다.

지금 당장 멀쩡하다고는 해도, 순식간에 그린 존을 성역화시킬 정도의 에테르 농도라면 수 시간 내에 태현도 같은 최후를 맞을 것이다.

그것을 깨달은 태현은 생각하기를 그만두기로 했다. 그 순간








아직 한참남았는데 일단 힘들어서 여기까지만 옮겨적음...

현실개변력은 현실조정자 주변에서 발생하는 '현실성 준위차'에 의한 것임.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의식을 투영하는 다른 작은 허수차원(세계)와 페어링되는데, 현실조정자가 초능력을 쓰면 자신 주변에 그 허수차원을 불러오게 됨.

이때 기준세계(정수차원)와는 다른 불러와진 허수차원의 물리법칙을 따름으로서 초능력이 동작하는거임.

이때 '그 허수차원의 물리법칙이 얼마나 기준세계와 괴리되어 있는가'와 '허수차원을 얼마나 온전하게 기준세계에 불러올 수 있는가'를 척도로 현실개변력(RDA)를 측정함

근데 사실 이때 에테르와 유사한 물질이 불러와진 허수차원을 통해 유입돼서 오히려 에테르 농도를 더 높여버리게 됨.

이 우주는 존재하기 위해서 우주를 인식해 줄 다른 지적 존재를 필요로 하는데, 그것이 우주임. 그리고 허수차원들마다 각각 페어링된 인간이 있듯이 이 우주도 자신 안에 사는 어떤 인간과 페어링되게 되는데, 대충 카사의 대적자랑 비슷한 애임.

처음 나왔던 인식론이 이 소설의 주제인데,

사실 우리가 암흑 에너지라고 부르는게 이 소설의 에테르임.

암흑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면 우주 팽창 속도가 빨라지고, 결국엔 그 속도가 빛보다 빨라져서 밤하늘에 별이 안보이게 되잖아?

이게 에테르의 영향임. 고립되게 만드는게 바로 에테르의 영향.

아래는 사실 반전으로 하려고 했던건데 어차피 쓰다 만 소설이니까 끄적여봄.

에테르는 신계, 또는 이데아의 세계라고도 불리는 상위 차원에서 유입되는 물질로, 접촉한 대상의 '본질'을 구현함.

본래 모든 존재는 다른 존재와의 관계를 통해서만 그 존재를 증명할 수 있음.

그런데 이 본질이 구현된 존재는 더이상 관계로서 정의되기를 구하지 않으며, 스스로 존재할 수 있게 됨, 그러나 본질이 구현되면 이전의 모습을 잃고 '사도'화되게 됨.

원래는 에테르 농도가 높아져서 멸망했어야 하는 지구이지만 '키레오티테스' 라는 비밀결사가 에테르의 쌍입자를 생성하는 장치를 개발해 세계 곳곳의 대도시에 배치했기에 그린 존이 존재할 수 있었음.

이 키레오티테스는 고대부터 존재한 단체인데, 사실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가 아닌 전 인류를 사도화 시키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음.

사도는 그 강함에 따라 1품~9품으로 나뉘는데, 에테르에 의해 사도화된 인간은 9품 사도밖에 될수 없음.

그러나 스스로 존재하고자 하는 의지가 극에 달하면 에테르 없이도 사도화할수 있는데, 그러면 더 높은 품계의 사도가 될 수 있음.

대적자 비슷한 포지션인 주인공 태현은 우주의 의지를 투영하는 역할을 하는데, 키레오티테스는 태현을 키레오티테스의 사상에 빠져들게 해 역으로 태현의 의지가 우주에 반영되게 하는 식으로 그들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로 써먹으려고 함.

그런데 히파소스라는 다른 비밀결사가 사도화의 심각한 부작용과 우주 전체의 에테르 농도가 높아지게 되면 우주가 존재하길 그만두게 된다는 사실을 알려줌.

결국 만물은 스스로 존재할 수 없고, 다른 존재와의 관계로서 비로소 정의되며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은 태현이 키레오티테스에 대항하다가 종막엔 우주에 유입되는 에테르를 모두 없애고 그 유입을 막으면서 끝나게 됨.

이제보니까 이게 고3때 쓴거라그런지 입시관련 요소가 많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