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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악 꼭 틀어주세요.)


 ○ (내용에 어울린다고 생각함.)


 ● (일단 나는 좋아서 올렸는데 켜지 않아도 좋을 거 같음.)


 ○ (별로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음…. 찾기 쉽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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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사장들은….


 관리자는 쉘터 최하층의 지휘실에 앉아 모두를 불렀다. 지아, 린시엔, 에디, 찰리, 제시카, 지수, 베로니카, 세실리아. 모니터들 중 하나에는 여러 차량이나 심지어는 비행기에 탑승하여 오는 맨션 마스터의 메이드들이 관찰됬다.


 옆의 관리국의 타이탄이 기익기익 거리면서 움직이는 와중, 관리자는 세실리아에게 물어봤다.


 "세실리아 양, 자네는 어떻게 하고 싶은가?"

 "……."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로, 단지 지아의 옷깃만 잡고 있다.


 퀭한 눈동자엔 단지 상실감만 비춰졌다.


 "고모님, 우리는 시간이 없어요." 그렇게 말하는 지아의 목소리를 듣고서, 세실리아는 마치 이전 클론들을 떠올리며 다시 눈을 떴었다가, 이내 자신이 알던 지아들은 세상에 없다는 것을 알고서 다시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모르겠구나."

 "그딴 침식체 따위에 정을 너무나 주었군."


 베로니카는 왠지 그것이 자신이 알던 상냥한 점잖은 관리자의 모습과 차이가 심하다고 느껴졌다.


 세실리아는 냅다 소리를 질렀다.


 "그딴 침식체라고?! 네가 뭘 알아?!"

 "존재의 본질을 알지 못하고 너무나 많은 생각과 감정을 투자하니까 그렇게 되는 것이다. 그걸 뭐라고 부르는지 아는가? 어리석다고 하는 거지."


 "잠깐, 사장님…!" 지아도 왠지 베로니카와 같이 이질감을 느끼면서 말을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관리자는 멈추질 않고 이어서 말했다.


 "그것들은 처음부터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걸 알고, 제대로 된 현실을 다시 보아라."

 "사장님, 고모님은 정신적인 충격을 받으신 상태예요. 좀 더 부드럽게 말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이대로 놔두면 혼자서 계속 고민하다가, 더욱 깊은 죄책감과 상실감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할 수도 있어. 지금 세실리아 양은 무엇보다 현실을 다시 봐야만 하네."

 "그렇지만…."


 그러자 세실리아가 말했다.


 "어떻게 잊으라고 말할 수 있니? 그 아이들은 나에게…! 나에게 얼마나 큰…!" 그러며 말을 잇지 못했다.


 "잊으라고 하지 않았었네. 그걸 자신 스스로서 마주하라 말했었지. 언젠가 다시 보아도 아무렇지도 않게 될 때에 당신은 자신 스스로에 다시 완전하게 돌아올 수 있겠지."


 "이… 이… 이이익…!"


 깍지를 끼고 너무나 냉정하게 말했던 관리자에게, 베로니카가 말했다.


 "주인님…."

 "뭔가, 베로니카 양?"

 "주인님은 훌륭하신 분입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사람이 주인님 같진 않아요. 다른 사람들은 당신을 따라가질 못합니다."


 베로니카와 눈을 마주했던 관리자는 힐긋 돌리면서 중얼거렸다. "그럴지도 모르겠군."


 그리고 세실리아를 보면서 다시 물었다. "세실리아 양, 그래서 지금의 자네는 결국 누군가? 베타트릭스의 회장인가, 아니라면 지아 양의 혈족인가?"


 "…모르겠구나."


 "그렇다면 이렇게 말하도록 하지. 자네가 싫어하는 짓들을 강요했었던 그들에게 돌아가 다시금 협력하고 싶은가?"


 "절대… 그러고 싶진 않구나."


 "그렇다면, 자넨 결국 여기 있을 수 밖에 없네."


 관리자가 이어서 말했다. "일단 우리는 자네의 처우를 지금 정하지 않으면 안 돼. 나는 자네를 포로로 대하고 싶지 않아. 알고 있는 것을 전부 말하게나. 투항한 것으로 받아들이겠네."


 "……."


 세실리아는 잠시 고민하다 결국 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베타트릭스의 회장이긴 했었지만, 그렇게 많은 것을 알지는 못했더구나. 가은이의 장난감에 불과했어."


 그러자 지아가 놀라며 말했다. "잠깐, 가은 씨요?"


 "그래. 우리 친족이자 어릴 때에 그로니아까지 다시 돌아간 그 아이가…. 지금 사건에도 관련됬어."


 관리자가 말하였다. "그 침식체들은 세계수에서 피어난 망상이니, 가은이 자네를 그것에 데려다 줬겠지."


 "전부다 알고 있구나…. 사장 말이 맞아. 가은이는 지금 코핀의 전력이 빈 걸 알고 맨션 마스터란 여자하고 함께 습격하기로 했단다."


 하지만 관리자는 그것만 듣고선 전혀 석연치 않았다.


 '올림피안이 여기 있는 걸 알고도 왜 공격을 건 것이지?'


 이건 저들에게 있어 질 수 밖에 없는 싸움이다.


 미국에서 윌버하고 싸웠던 직후에, 검은색 타이탄의 전투력은 분명히 저들에게 알려졌을 것이다. 제4종 침식체와 동급으로 추정되는 전력이 여기에 있는데, 양성하기 어려운 전투원을 그냥 죽으라고 쏟아붓는다고?


 '가은은 바보가 아냐. 본인은 나서는 것인가?'


 '그 여자의 카운터 능력은 관측 불가능하게 숨는 것이었지. 정면에서 맨션 마스터의 전력들이 시선을 끄는 동안에 기습하려 하는 건가? 하지만 그 정도라 해도….'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딱 봐도 결국 악수 밖에 없는 것. 적을 무시하고 방심하지 말란 얘기가 있어도: 마치 카이사르가 왔노라 보았느라 이겼느라 말했던 그 전투와 같이 애초 상정할 다른 전술이 없을, 노림수도 둘 수 없는 상황이다.


 관리자는 모니터를 보고 말하였다.


 "맨션 마스터의 보병들이 오고 있군. 저 정도의 화력으로 뭘 하려는지 짐작도 안 되지만."


 그리고 관리자는 모두를 둘러보며 지시했다. "준비하게. 일층에는 내구력이 높은 경비 로봇들을 배치하지. 적이 돌파하려 할 때 기체 자체로서 막기 쉬울테고. 이층에선 지아 회장님이 위협적인 적을 저격하면 좋겠는데."


 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맡겨주세요." 그리고 시엔에게 말했다. "린 씨, 저랑 같이 가요."


 팔짱을 끼고 있었던 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간만에 싸움다운 싸움을 할 수 있겠군."


 "에디, 머신건과 바주카를 가져가게. 공중으로 오는 적은 로켓으로 상대하고, 지상으로 오는 적엔 탄을 뿌리도록."


 "언제나와 같이 나쁘지 않은 작전이군."

 "헤, 그렇다면 탄약 걱정하지 말고 마음껏 쏴도 된다는 거겠지?!" 찰리가 물었다.


 "그렇게 하게나."

 "역시, 사장님은 통이 커서 말야! 진짜 마음에 들어, 하핫!"


 제시카도 살짝 웃으며 말했다. "요즘 진짜 살판났어, 찰리 녀석." 그리곤 팔을 걷으며 중얼거렸다. "하긴, 나도 코핀 컴퍼니가 맘에 들어. 돈 걱정 안 하고 그냥 화끈하게 싹 뿌리면 되니까."


 "…사장, 나는 어디로 가면 좋겠어?" 지수가 머리를 넘기며 물었다.


 "옥상으로 가서 에디들을 호위하게."


 "뭐? 나도 일층에서 같이 싸워야 좋지 않겠어? 보면 알겠지만 나는 검사야."


 "아니, 일층에선 타이탄과 경비로봇들로 충분하네. 적은 정면 입구가 쉽게 뚫리지 않는 걸 보고, 공중에서 동시에 접근하려 하겠지. 하지만 에디들은 카운터가 아니야. 만일, 적이 화망을 뚫고 옥상으로 낙하해서 들러붙기 시작하면 오직 도망쳐야 할 수 밖에 없어. 그렇다면 옥상은 뚫리게 되겠지. 하지만 자네가 위에 있다면 전열을 유지하거나 수습하기에 쉬울 거야."


 무능력한 사령관은 그런 상황에서 아군에게 계속 억지로 버티라고 지시를 하겠지만, 관리자는 그렇지 않았다.


 애초에, 직접 싸우는 관점에서 보면 그럴 때에는 무조건 도망쳐야만 하는 것이 정상이란 것을 알고 있으니까.


 "…의심스럽지만, 어쨌거나 따라주지. 대장도 당신 말을 들어라 말했으니까."


 "또, 옥상에 배치된 전투원이 불가피하게 도망쳐야만 할 때, 자네가 뒤를 좀 막았으면 좋겠는데."


 "마구 부려먹고 있군… 좋아, 그렇게 하겠어. 어차피 여기 있느라 이 사람들이랑 정도 들었고."


 지수는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제시카는 그런 지수를 보고서 피식 웃었다.


 '역시, 이런 전술적인 방향성은 인간의 머리에서 나온 거야.' 에디는 관리자를 조용히 바라보며 생각했다.


 관리자가 말했다. "그럼, 각자 위치로 가게."


 그리고 모두 나가는 도중, 베로니카가 물어보았다. "주인님, 저에게 따로 하실 명령은…?"


 "베로니카 양은 여기에서 대기하게. 만약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일어난다면, 자네를 그쪽으로 보내야만 하니까."


 쉽게 말해 리저브다.


 "알겠습니다."


 관리자는 깍지를 끼면서 몸을 앞으로 밀고는, 노려보듯 진지한 눈빛을 지었다.


 베로니카는 그의 옆에 서서 총을 들고 있고, 세실리아는 단지 옆의 의자에 앉아 아무것도 보질 않으면서 멍하니 있었다.


 삼 분 뒤에….


 코핀 컴퍼니의 정문에 서있는 올림피안. 맨션 마스터의 시종들이 총을 쏘며 접근하자 역으로 런쳐를 쏘면서 반격했다. 뿐만 아닌, 옥상에선 미니건이 흩뿌리듯 쏘아졌고, 이층에선 지아의 분신들이 저격하고 있다.


 애초부터 싸움이 제대로 되지도 않았다.


 사격전은 지형하고 화력에서 우위가 결정된다. 게다가 이 회사는 외벽부터 장갑을 증설시킨 건물.


 메이드가 유탄을 쐈지만 데미지도 없다. 요새를 끼고 싸우는 상황에서, 지아 본인의 질량 클론들보다 숙련도가 낮은 시종들이 이길 수 있는 방법이란 아예 없다.


 관리자는 단지 가은이 어디서 오는지 그것만 찾으려고 스크린을 주시했다.


 그러다가, 예상대로 리플레이서의 수송기가 메이드를 태워 옥상으로 오고 있다.


 사격 실력만은 허세가 아닌 찰리가 바주카를 쏘며 한 기 격추했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모니터 너머로 엄청나게 좋아하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디냐… 가은. 대체 어디에 있냐.'


 '메이드들이 다 죽어버려야 나타날 것인가?'


 '내가 너라면 지금 모두가 메이드를 쏘며 집중할 때에 뒤에서 몰래 나타나 용병들부터 죽였을텐데….'


 전투에서 사상자가 나온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그렇기에 관리자는 여기서 자신의 실수로 누군가를 잃지 않기 위해서도, 계단과 복도에 방호벽을 쳐놓고서 봉쇄하고 계속 눈을 돌리면서 가은을 찾고 있다.


 하지만….


 대적자 가은은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


 사십 분 뒤….


 "이런 즐거운 감각… 오랜만이군. 안심하고 방아쇠를 당기는 상황이 얼마 만인지도 모르겠소." 린이 탄을 갈아끼며 혼잣말을 했다.


 '그나저나… 알파트릭스의 회장이 고작 삼류 기업의 사장에게 명령을 듣는다. 둘은 무슨 관계이지?'


 보통은 반대가 아닌가?


 이제까지 했던 대화들로 유추하면 둘 중 사장에게 우위가 있는 것처럼 보여졌다. 하지만 빈틈 없는 회장을 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이렇게 명령할 수 있는 건가?


 '…허어, 어쩌면 그냥 회장 아씨가 반한 걸지도 모르오.'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게 맞을지도. 둘의 분위기가 그런 느낌이기도 했다.


 어쨌던간, 적이 없는 것을 보자 린이 물어봤다. "회장, 일은 끝난 것 같소만…."


 지아는 왠지 혼자서 생각을 하다, 그녀에게 중얼거리듯 대답했다.


 "아마, 아직 끝나지 않았을 거예요."

 "뭐? 하지만…."


 지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도 관리자와 같은, 적이 목적조차 없이 병력들을 쏟아붓는 멍청한 전술을 쓸리 없다고 느꼈던 거다.


 설명할 순 없지만, 분명 뭔가 있다….


 "……."


 지아는 계속 밖을 봤다.


 건물들 사이에 부딪쳐 파괴된 수송기… 그런데, 매우 이상한 광경을 보았다.


 수송선으로부터, 메이드들이 계속 쏟아졌었다.


 총도 쥐지 않은 채로.


 단지, 비척비척 걸으면서 주위 민간인의 목을 물어 뜯고, 그런 피해자도 쓰러졌다 다시 일어나며 다른 사람들을 물어뜯고 있다.


 "저건…?!"


 좀비…?


 놀란 지아는 즉시 관리자를 향해 회신을 열었다. "보고 계신가요?!"


 "나도 보고 있네!"


 "저걸 어떻게 해야만 하죠? 이대론 도시에 피해가 확산되어버려요!"


 "나도 아네. 다만 우리만으론 저걸 전부 제압하질 못해…."


 "그, 그렇다고 해도…!"


 저기에는, 누군가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다.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안 돼, 그렇지 않으면 슬픔이 더욱 크게 퍼질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지아다.


 관리자는 검은색 타이탄을 앞에 움직여서, 되살아난 메이드를 찢어발겼다. 그리고서 시체에 렌즈를 대고선 비추며 물질을 검출했다.


 '이건… 니드호그의 독.'


 다시 보고서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보통 이런 좀비 혹은 좀비형의 침식체를 공성전에 투입해도 어떤 의미조차 없다.


 왜냐하면 조종하질 못하니까.


 성을 공격해야 하는데도 통제하질 못하니까 병력들의 길만 막는 장해물에 불과하다. 더욱이 아군을 공격할 위협도 있었다. 성벽 앞에 배치하면 되는 수비전과 달리 공격전엔 트릭키한 전술을 요구한다.


 다만, 만일 좀비들이 명령을 들을 수 있을 경우엔?


 쓰러지지 않는 성을 두고서도 계속해서 달려드는 보병이 되는 것이다.


 신화 시대부터 그런 방법은 꾸준히 연구가 되었다. 이 니드호그의 독도 그 중 하나.


 아무래도 가은은 좀비들을 확산시켜 수가 충분하게 모인다면, 다시 이쪽으로 집합시켜 코핀 컴퍼니에 총공세를 퍼부을 생각인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방법도, 독의 근원이 죽을 경우에는 파훼되져. 어쩔 수 없군… 내가 니드호그를 죽일 수 밖에.'


 관리자는 세실리아에게 물어봤다. "세실리아, 사람들이 죽고있다. 하나 묻지. 거대한 뱀을 보았던 적이 있는가?"


 "……."

 "세실리아!"


 핫, 표정을 바꾸며 현실에 돌아온 그녀. 관리자의 독촉에 대답했다.


 "그때 보았던 세계수 밑에… 있었단다."


 "그 뱀을 마지막으로 어디서 보았나?"


 "오늘 오전… 내가 항상 있던 동굴에서…."


 날카롭게 눈을 뜨던 관리자가, 경우를 짚으며 생각을 마치곤 말했다.


 '그렇다면 아직까지 거기 있을 확률이 높아.'


 "세실리아, 타이탄의 위에 올라타서 그 동굴의 방향을 알려주게. 지금 그 뱀을 죽이지 않으면 이 근처에 있는 민간인이 전부 침식체로 변하고 말아."


 "에, 엣?!"


 세실리아는 당황했다.


 너무 위험하다. 지금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베로니카도 고개를 살짝 숙이며 부탁하였다. "저도 부탁드립니다, 세실리아 님."


 '자, 잠깐! 무리, 그런 거 무리! 절대로 무리! 무섭단 말야…!'


 하지만.


 모니터 너머로 계속 사람들이 죽어갔다.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 현실이다. 눈을 떼고 도망칠 수 있을까?


 …그녀 자신도 결국, 사람들이 죽는 것에 너무나도 큰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회신 너머로 지아가 말했다. "고모님."


 "……."


 "제발… 저도 부탁해요. 이대로 있으면 모두가 위험해요."


 그렇게 다시 들었던 그 목소리.


 마치… 지아들이 지금 이 모든 일을 끝내달라고 말하는 것처럼….


 …….


 "갈게… 지금 갈 게. 이제 모든 것을 끝내야먄 할지 몰라."


 관리자가 말했다. "자네도 같이 가도록, 베로니카. 만일 가은을 비롯해 더욱 강한 적이 있다면, 지금의 올림피안만으론 어려운 싸움일지도 몰라."


 "맡겨주시길."

 "아, 그리고…."


 관리자는 서랍에서 더블배럴 샷건을 꺼내어 베로니카에 주면서 말했다. "이걸 쓰도록 하게."


 "…이건?"


 "내가 예전에 쓰던 물건이지. 가은이나 니드호그에 유의미한 피해를 주려면 이게 필요할 거야."


 "알겠습니다."


 차갑고 묵직한 느낌.


 "그러면 지금 신속히 움직이겠습니다." 베로니카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고는, 세실리아에게 말했다. "세실리아 님, 이쪽으로."


 세실리아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밖으로 달렸다.


 둘은 정문에 간 뒤, 타이탄의 왼쪽 어깨에 탔다. 그리고, 어딘가를 향해 날아갔다.


 검은색 타이탄이 부스터의 빛줄길 뿜으면서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모습을 보면서, 옥상에 서있던 지수는 중얼거렸다. "진짜 평범하지 않은 밤이군… 이제까지 본 적 없는 침식체도 날뛰고 있고."


 제시카가 탄을 정리하며 말했다. "진짜 세기말이라는 느낌이 확실히 난다니까."


 "정말이다. …리플레이서 놈들이 나타난 이후로 세계 자체가 아예 뒤틀려버린 것 같아."

 "뭐, 그래도 그 세계를 원래대로 돌리기 위해선 열심히 싸워야 하지 않겠어?"


 지수는 훗하고 눈을 감고는, 웃으며 말했다. "흥… 그렇겠지."


 애초에 육익에 들어간 이유도 그거 때문이니까.


 용병하고 이런 평범한 대화도 전혀 나쁘지는 않은 느낌이다.


 한편 가은은….


 바깥 상황을 전부 알게 된 맨션 마스터는 책상을 쾅 치면서 가은에게 화내었다. "도대체 이게 다 뭐지? 내 작품을 저 괴물덩어리로 만들고 모욕을 하다니?!"


 삶과 죽음이란 것에 대한 그녀만의 철학이 있는 것일까, 시체들을 되살리는 것을 보곤 여주인은 참을 수 없단 표정을 지으며 역정을 내었다.


 하지만 가은은 얼어붙는 듯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저들이 리플레이서였다면 이렇게 무능하진 않았겠지."

 "뭐?!"


 "준비가 부족했던 너의 잘못이다. 네 하녀들이 뭘 했었지? 하지만 기뻐하는 것이 좋아. 도미닉에게 내세울 공로가 필요하지? 지금 내가 만들어 주고 있다. 넌 그냥 네가 했다고 말하면 되는 거다."


 "지금 장난쳐? 내가 고마워할 것 같아?! 또, 왜 진작에 리플레이서로 만들지 않았었냐고? 도미닉의 그딴 야만적인 센스를 누가…!"

 "너야말로 미친 망상을 미학인듯 꾸미고 자랑질하지 마라. 보기 역겨우니까."


 이제 쓸모가 없어진 맨션 마스터를 보면서, 가은은 찌르듯이 말했다.


 여주인은 단지 부들거리면서 말을 잇지도 못했다.


 "너… 너… 이 녀석…!" 그리고 맨션 마스터는 부들거리며 소매에서 총을 꺼내어 쐈다. 탕, 하는 소리. 하지만, 가은은 갑자기 사라져, 바로 자신의 뒤에 나타났다.


 "정말 날 죽일 수 있을거라 생각했나? 아니… 말하지 마라. 나에게 네 생각을 읽게 허락해봐라. 흐음…." 그리고 여주인의 머리에 총을 대고선 그대로 중얼거렸다. "분하군, 그리고… 지금은 무섭군."


 그 정도면 운 좋은 짐작이라고 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가은은 정말로 생각을 읽었다.


 "매우 혼란스러워 하고 있어. 메이드들이 전부 사라졌으니 자신이 도미닉에게 쓸모가 있을까. 자신도 그냥 버려지는 것은 아닐까."


 "만일 코핀에게 투항하면 지금 자신을 받아줄 순 있는가. 베로니카에게 부탁하면 어떻게든 살 수 있진 않나."


 "…하지만 그렇게까지 자존심을 버려가면서 살 의미가 있는가."


 "너, 너…!" 마음까지 완전히 읽혀버린 맨션 마스터는 얼굴을 빨갛게 비틀면서 소리를 지르려고 하다가, 이내 현기증을 느끼면서 털썩 의자에 앉았다.


 가은은 그런 그녀를 비웃듯이 말했다.


 "역시… 너는 처음부터 그랬었다. 읽을 가치조차 없던 존재였지." 그리고는 사라졌다.


 다만, 그것이 정말 진짜로 비웃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왜냐면… 그녀의 목소리 자체가 애초부터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였기에, 역으로 그녀로부턴 어떠한 감정도 생각도 읽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무와 뱀과 여자는 그곳에 남겨졌었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은폐장을 켜놓고 멀리서 그들을 지켜보던 리벳은 웃으면서 여주인에게 들리지 않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사이가 정~말 안 좋네! 응! 그런 거 같아!"


 그리고 검지를 펴서 입술에 대고는, 그대로 윙크하며 말했다. "보니까 죽음을 각오한 것 같은데… 미안해, 맨션 마스터. 딱히 원한은 없지만 말야, 나는 레지나의 편이거든? 게다가 사장도 딱히 내가 싫어하는 타입이 아니라서… 내가 이래도 너무 미워하지마?" 사실 맨션 마스터는 리벳이 누군지도 모른다. 그냥 리벳이 혼자 이러는 것.


 어쨌건, 리벳은 누가 왔는지 모르게도, 다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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