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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악 꼭 틀어주세요.)


 ○ (내용에 어울린다고 생각함.)


 ○ (일단 나는 좋아서 올렸는데 켜지 않아도 좋을 거 같음.)


 ● (별로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음…. 찾기 쉽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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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다.


 이 여자가… 이 세계의 대적자.


 마침내 가은과 싸울 수 있게 된 지수. 칼을 뽑으며 그녀를 보았다. "그럼… 대적자님의 실력이 어디까진지 볼까?"


 설령 대적자라 해도 결국 한 명의 카운터에 지나지 않는다… 그럴 것이다.


 그때 관리자는 동시에 두 장소를 보며 생각했다.


 '타이탄이 쓰는 캐논과 미사일의 화력이 낮은 것이 문제지만, 올림피안의 기체 자체가 애초 강력하기에 니드호그와 힘싸움을 하면 밀리지는 않아. 문제는 가은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저기에 있는가….'


 관리자에 있어 신가은의 전투력은, 아직 미지수로 남아있다.


 '갑자기 사라질 수 있으며, 그때엔 어떤 공격도 맞추질 못하고 감지도 안 돼.'


 '녀석이 나타날 때 반드시 죽인다는 각오로서 치명적인 공격을 맞춰야만 이길 수 있다.'


 어쩌면 가은은 지금 상태로도 마왕도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약점은 있는가?


 '얼핏보면 무적이자 만능이라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엘리자베스나 유빈과 달리 날지도 못해.'


 '녀석의 존재를 느끼고 바로 벨 수 있는 검사….'


 다른 세계, 나나하라 치후유는 거기까지 도달했다.


 '예측하여 공간에다 결계술과 봉인술을 쳐서 움직임을 봉쇄할 수 있는 봉인사….'


 다른 세계, 나나하라 치나츠는 거기까지 도달했다.


 '그 둘이 최적의 말과 같을테지.'


 하지만 이 세계의 둘은 아직 거기까지 스스로의 잠재력을 끌어내지 못하였다. 무엇보다, 둘은 아직 일본에 있다.


 '지수는 양쪽의 기술을 어느정도 쓸 수 있긴 해도, 대적자를 상대하기에 충분하진 않을지 모른다.'


 관리자는 모니터를 주시했다.


 옥상 위에 마주선 둘.


 가은이 중얼거렸다. "육익의 이지수… 내가 한 번 사라지면 어디에서 나타날지 모르기에 옥상의 지형 자체를 이용해서 대비할 생각이군."


 "……!"

 "…귀보? 무신호장? 역신? 그걸 써서, 자신 또한 상승하고…? 백야천주살로 내가 나타날 때 벤다…?"


 사실 가은은 상대의 생각을 읽을 수 있긴 해도,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게는 살짝 취약한 성질도 있었다.


 마치 상대의 머릿속을 책처럼 읽어도 글귀만 봤다고 그게 뭔지 아는 것은 아니듯.


 하지만 어쨌거나 자신의 계획이 전부다 읽힌다는 것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지수.


 '뭐지…?! 저 녀석은 생각을 읽을 수 있나?'


 어떻게 그런 사람이 존재한단 말인가?


 이제까지 많은 카운터와 침식체를 봐왔지만, 정말로 생각을 읽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단지 감으로 상대의 판단과 반응을 찍는 정도라면 모를까, 인간의 생각이 무엇인지 고려하면, 타인의 사고 자체를 읽는 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독심술…?! 실재하는 기술이 아니라 허황된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


 지수가 칼을 돌리며 외쳤다.


 "설지화란!" 옥상 전체가 갑자기 눈에 뒤덮였다.


 "…눈? 내 발자국을 잴 생각인가? 어리석군."


 "아니, 그냥 버릇이지."


 지수는 피식 웃고는, 이어서 외쳤다. "귀보를 쓰면 읽힌다… 그러면 용매삼격!"


 눈을 밟아, 가은에게 달려갔다. 가은은 단지 팔을 들어서 첫째 일격을 막고, 오른쪽과 왼쪽에서 잔상처럼 내리치는 지수의 칼날을 막아냈다. 지수는 땅을 발로 차면서 뒤로 물러났다.


 지수가 가은을 노려보며 말했다. "호오… 몸도 튼튼하군. 독심의 재능에 더해 좋은 카운터 워치를 갖고 있어."


 "시계가 아니라 반지지만 말야."

 "시계이건 반지이건, 내겐 상관없는 얘기!"


 그리고 위를 향하여 공중에 점프한 지수는, 그대로 외쳤다.


 "오의, 용매허격!"


 갑자기 지수의 몸이 세 개가, 그리고 다섯 개가 되면서 가은에게 날라갔다. 잔상들은 서로가 가은이 서있던 자리에다 칼로 베어내려 했었지만, 가은은 검격을 맞기 직전에 사라졌다. 결국 잔상들은 서로 챙, 소리를 내며 허공을 찌르면서 칼날들을 부딪치곤 희미하게 흩어졌다.


 지수는 땅으로 착지하며 생각했다.


 '포위해도 갑자기 사라질 수 있으니 쓸모가 없군… 애초에 주술로 이길 상대가 아니었나?'


 '다만 검술로도 이길 수 있는 상대처럼 보이지가 않아…. 잠깐…!'


 계속 주위를 경계하며 주위를 둘러보던 지수는 건물의 밑을 흘깃 보고는 기묘한 발상을 떠올렸다.


 지금 지수가 베질 못하는 이유는 단순히 가은이 아공간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물질적인 법칙에 제한을 받지 않는 악령이면? 어쩌면 그녀에 붙어 저주를 걸며 방해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런 방법까지 사용하는 것은 부끄럽지만… 아마도 나에게는 이게 최선이지.'


 지수는 갑자기 문 앞에서 칼을 꽂고는 외쳤다. "방마염진!" 악령이 자신에 들러붙지 못하게 방지하기 위한 셋업이다. 바닥에 박혀진 검을 중심으로 불길이 원을 그리며, 옥상에 덮어졌던 눈도 녹여냈다.


 그러자, 갑자기 앞에서 총알이 날라왔다. 지수는 간신히 팔을 들어내 막았지만, 현기증을 강하게 느껴 쓰러질 뻔햇다. 지수는 정신을 가다듬으며 칼을 붙잡고 간신히 자세를 유지했다.


 "이… 이건…? 그냥 총알이 아냐?"


 애초 카운터인 자신은 총을 맞아도 죽지 않으니까 움직임을 멈추는 주술을 사용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냥 한 방 맞아줘도 상관은 없겠지, 하지만 그것은 최악의 판단이었다.


 "대카운터 전용 불릿이지. 꽤나 오래전부터 베타트릭스에서 제조되었다."


 "……!"


 "그래… 내가 개발했다. 그러고 보니, 예전 서윤이란 했었던 애송이가 코핀 컴퍼니를 박살내려고 한다길래 푼돈 받고 저격총의 탄을 넘겨준 적도 있었지. 지금 생각하면 딱히 미련한 투자는 아니었군. 발키리도 그걸 맞고 반죽음이 되었으니."


 "발키리면 설마 힐데 소대장을 말하는 것인가…?"

 "그녀 말고 발키리가 누가 있지? 어쨌건 문에서 비켜라. 너는 이제 졌으니까. 아니면 왼쪽 눈도 멀게 해줄까?"


 "후, 후후, 후… 넌 내 눈이… 아니, 됬어. 중요한 것도 아니지. 마지막 주술은 이거다… 악령쇄도!" 그렇게 말하는 지수의 등 저편에 갑자기 그림자가 길게 펼쳐졌다.


 지수는 동시에 쓰러졌다.


 수상함을 느낀 가은은 발을 튕겨내며 다시 투명화를 썼었지만, 그 그림자들은 자신을 쫓아왔었다.


 '뭐지, 이것들은?' 투명화를 쓰는 상태에선 평범한 사람 정도의 신체능력을 가지는 가은. 그래서 악령들이 날아오는 속도에선 도망칠 수 없었다.


 그리고 곧, 그것들이 자신의 몸을 감쌌다.


 사십명도 넘는 원혼들은 그들이 일생에서 느꼈었던 모든 고통과 고뇌를 가은에게 덧씌우며 토해냈다. 하지만….


 "…하찮군."


 전부다, 가은의 내면에 짓눌려 삼켜져 버렸다. 애초 영혼이 존재하는 것조차 의문인, 마치 심연의 화신과 같은 대적자에게는 이따위 평범한 사람들이 가지는 절망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가은은 그것들을 비웃으며, 눈길을 돌려서 쓰러진 지수를 향해 읊조렸다.


 "악령들을 이용한다… 한낱 무당치고는 괜찮은 발상이었다. 인정해주지."


 한쪽 모니터를 보며 니드호그를 지치게 만들었던 관리자는, 다른 한쪽 모니터에 지수가 쓰러진 것을 봤다.


 '그런 정도인가.'


 그리고 옥상에서 내려오는 가은.


 "드디어 우리가 만나게 되었군… 대적자."

 "설마 관리국의 관리자가…? 무슨 생각이지?"


 빌딩 전체에 울려퍼지는 목소리. 가은은 주위에 있는 카메라를 총으로 쏴서 맞췄다.


 "내가 올 줄 알고 기다렸나? 어째서 네가 숨어있던 곳을 벗어나 여기에 오게 되었나?"


 "물어볼 게 있었다."

 "뭐지?"


 "전부다."


 관리자는 천장과 벽과 바닥에 있던 터렛을 일으켜 탄을 가은에게 쐈다. 그녀는 사라졌다가 다시금 나타나며 기계를 차례로 부쉈다. 이런 와중에, 관리자는 계속 타이탄을 조종하여 저편의 침식체 니드호그를 도발하는 동시에 그 공격을 계속 피하고 있다.


 "모든 대적자는 애초부터 정해졌던 운명이나 숙명이란 것이 존재하지. 그렇기에 대적자라 불렸었던 것이니까. 이것은 카운터사이드가 있었던 모든 세계에서 정해졌던 룰이었다. 너는 그렇지가 않아."


 "내가, 너의 편이길 바라는 건가?"


 대충 마왕들을 상대하는 대적자가 있는 세계란 그런 구도다.


 "딱히 아군으로서의 너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지금 네 모습 자체가 이 세계에서 너에게 주어졌던 운명이거나 숙명일지도 모르지."


 "그러면 이 대화엔 무슨 의미가 있지?"


 "나라는 존재는 이미 인과에 발을 들였다. 그럼에도 아직 너와 어떤 방법이건 관계되지 않았었지."


 "그런가, 결국은 너도 나라는 여자를 이기기 위해서… 하, 하하하하!! 아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


 광기어린 웃음을 지으면서, 가은은 밑을 보았다.


 경비로봇들은 뒤로 물러나서 좀비들을 향해 계속 발포하고 있고, 코핀 컴퍼니의 건물 전체에 깔린 오토 터렛들은 몰려오는 침식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있는 중이었다.


 터렛을 자신이 부수질 않으면 침식체의 진격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가은은 옆을 보았다.


 지아의 질량 클론들 네 명. 빠르게 총을 쏘아서 넷을 모두 없앤 뒤에, 멀리서 터렛을 향해 겨누고 쏘았다.


 그것이 곧 터지고, 좀비들이 점점 앞으로 갔었다.


 …….


 가은은 잠시 고민을 했다.


 원래라면 지금 뚫려야만 했다. 애초 위그드라실에 의해 만들어진 사념체가 회사 내부에 침입해 코핀 컴퍼니를 내부부터 정지하고, 그걸로서 수월하게 끝내야만 했다.


 백업 플랜으로 독을 맨션 마스터의 메이드에 전부 발라놓긴 했었지만: 애초에 굳이 그걸 쓰지 않아도 이길 수 있다 짐작한 것이다.


 하지만 사념체들을 보낸단 계획은 너무나도 쉽게 막혀졌다. 왜지?

 그리고 메이드들을 보낸단 계획도 너무나도 쉽게 막혀졌다. 왜지?


 놓고 보면….


 마치 자신이 누군지 아는 것 같았다. 그리고 무슨 수단을 사용할지도.


 그렇기에 모두 대비했고, 그렇기에 모두 막아냈던 것이니까.


 도대체 이 남자는 누군가?


 '어차피, 생각을 읽어보면 알 수 있을테지….'


 그렇게 생각하며 가은은 말을 걸었다. "너는 내가 대적자의 운명과 숙명을 거부했다 말했지만, 그건 달라."


 "그렇다면?"


 "타락한 대적자여도 결국은 대적자다."


 "…너는 대적자를 뭘로 생각하고 있나?"


 "마왕들의 대항마지. 딱히 다를 게 있나?"


 "흐음…."


 가은이 비웃듯 말했다. "착각하지 마라. 그렇다고 해도 너의 친구는 아냐. 다만 나에게 있어 그 사명은 일부다."


 "일부라고? 그렇다면…."


 "전체를 아우르는 하나의 원은 그렇게 완성될 것이다… 하지만…."


 보인다.


 이 남자는….


 아니, 잠깐… 뭔가… 뭔가가 이상해.


 그럴리가?


 어째서야?


 "어? 어…? 어? 왜? 하지만… 어째서…? 도대체? 너는…?"


 가은은 갑자기 식은 땀을 흘리며 머리를 한 손으로 움켜쥐었다.


 그의 존재.


 그의 생각.


 그의 사상.


 그의 철학.


 그의 정체.


 모든 것이, 자신에게 있어 독과 같았었다.


 마치 독버섯을 먹은 소녀와도 같이, 가은은 말을 더듬어 팔을 휘둘러, 떨쳐내려고 했었다.


 "너… 너는… 너… 원래… 이 세계에 있던 사람이 아니야. 너… 넌… 뭐지?"


 "단순히 이 세계에 그냥 놀러온 관리자가 아니야. 너는… 왜? 어째서? 아직도 여기에…?"


 마음을 읽으려던 자신이.


 머릿속에 계속 무언가가 써지고 그려져,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는 무언가가 떠올라.


 마치, 새로운 인격이.


 그대로 자신의 정체성에 덮어지는 것 같았다.


 "뭐를… 다만 이제와서…? 그건… 될 수 없다…."


 "애초에 이곳은, 저주 받은 세계… 시작부터 멸망했던 세계…."


 "그렇다면 나도 이미 멸망했던 세계에서 태어났던 존재…? 그렇지만 그게 내가 원했었던…."


 "나는…?"


 "아냐… 너로부터 만들어질, 그런 미래. 이게… 이게 바로 인류라고…?"


 그리고 가은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며.


 그녀는 미친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릴 뿐이다.


 "……."


 그리고 가은은….


 그대로 창 밖으로 비틀거리며 가더니, 몸을 던져서 유리를 깨며 바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모습을 감춘듯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


 가은은 분명 자신의 생각을 읽었다.


 '다만… 아니. 지금 그건 중요하지 않아.'


 짐작가는 바는 있었지만 지금 신경쓸 문제는 아니다.


 관리자는 어떤 말도 하질 않은 채로, 니드호그 쪽에 집중했다. 방금, 베로니카가 침식체의 양쪽 눈을 샷건으로 쏴서 멀게 했다.


 계속해서 힘을 빼며 지치도록 만든 상태. 이제 아무것도 아닌 사냥감에 불과했다. 타이탄은 머리쪽에 내려앉아 입을 위로부터 억지로 벌려놓고, 기체의 모든 미사일과 런쳐들을 뇌를 향해서 쏟아냈다.


 침식체 니드호그는 그렇게 죽었다. 만일, 가은이 이것을 지키기 위해서 같이 있었다면 더 어려운 전투가 됬겠지.


 하지만 가은은 그러지 않았다.


 딱히 그게 잘못된 건 아니다. 만일 자신이 그런 상황에 있었다면, 관리자도 침식체 니드호그를 보호하거나 혹은 본인이 직접 침식체들이 돌파할 수 있도록 직접 나선다… 상황을 보고 둘 중 하날 골랐을 거니까.


 그리고, 가은의 판단은 딱히 틀리지 않았다. 방금 전까진 결국 니드호그를 빨리 처치하는가, 아니면 가은이 터렛을 전부 부수고 침식체를 보낼 수 있나, 그런 시간 싸움이었다.


 하지만.


 서로 간에 승산이 있던 그 때에, 의외의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 그게 전부였다. 관리자는 이기고도 왠지 떨떠름한 기분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어쨌건, 전투는 그렇게 끝났다.


 침식체들은 니드호그가 죽어버리자 쓰러져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다. 관리자는 마지막으로 세실리아가 스스로 이그드라실을 태우게 허락했던 뒤에, 코핀 컴퍼니로 둘을 싣고서 올림피안을 귀환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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