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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우스 오른쪽 버튼 눌러서 반복 켜주세요 --


 ○ (음악 꼭 틀어주세요.)


 ● (내용에 어울린다고 생각함.)


 ○ (일단 나는 좋아서 올렸는데 켜지 않아도 좋을 거 같음.)


 ○ (별로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음…. 찾기 쉽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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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오자마자 아슈세이버에 추적장치를 증설시켰으며, 곧바로 마타도르에 잡힌 호라이즌을 위해서 나선 유빈과 리타. 마타도르는 추적할 수 없지만, 시무르그 실루엣의 플랫폼이 남겨놓은 전자신호를 추적하는 방법으로 쫓았었다.


 자동운행장치에 맡기고 난 뒤에 딱히 할 것도 없어진 둘은 단지 전함이라는 이름의 호텔에 묶는 듯한 생활을 하게 되었다. 초조히 기다려고 어쩔 수 없지 않냐며 책을 읽거나, 음악을 틀거나, 영화를 보거나 했다.


 처음에는 왜 빨리 가지를 못하나 초조해하며 속으로 짜증을 낸 리타도, 이후 유빈하고 체스를 두거나 같이 대화를 하거나 그러면서 어느정도 자연스레 친해지게 됬다.


 역시나 시간의 흐름은 이면세계에서 달랐고, 추적은 몇 일 걸렸다.


 그러던 어느날….


 새벽에 자고 있었던 유빈은 갑자기 함선 내부 시스템의 알림을 받았다.


 마타도르를 드디어 포착했었다.


 그러자, 대충 얼굴을 씻고, 냉장고에서 캔커피를 꺼내 마시면서, 리타를 깨우곤, 자신은 먼저 불타는 적빛 주황색의 날개를 펼치면서 밖으로 나갔다.


 유빈이 날라오자 마타도르는 그곳에서 멈추더니, 시무르그 폼의 호라이즌이 밖으로 천천히 날아왔다. 리타도 자신의 오메르타를 날개로 변신해 이쪽으로 오고 있었는데, 두 사람은 그녀를 보고서 놀랐다.


 "호라이즌? 설마 탈출한 겁니까?"

 "탈출한 것이 아니라 저쪽에서 잠시 당신들을 만나게 허락해준 것입니다, 그리고…."


 다가온 리타를 보면서, 그녀답지 않게 환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보이면서 말했다.


 "부탁한 대로… 그래요, 무사하군요. 잘했습니다, 휴먼."


 "도대체 어떻게 됬던 거야, 대표? 쟤들은 널 왜 쫓는데?"


 "……."


 호라이즌은 잠시 망설이더니, 그냥 조용히 말했다. "곧 돌아가겠습니다."


 "뭐?"


 "잠시만 시간을 주시죠. 리타는 걱정말고 돌아가도 됩니다."


 "아니, 여기까지 와줬는데 그런 말로 보낼려고? 대시도 걱정해. 나보고 그 아이의 실망한 얼굴을 보라는 거야?"


 그러자 호라이즌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저도 이쪽 일은 무조건 마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호라이즌은 계속 뜸을 들이더니 넌지시 물었다. "하지만 곧 끝나니… 저희들이랑 잠시 동행한다면 어떻습니까?"


 리타가 말했다. "저들은 이면세계의 해적들이야."


 갑자기 왜 이러는 거지?


 게다가 밑도 끝도 없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뭔가?


 "뭔가 말의 논리가 매우 비약적이지 않아? 도대체 뭐 때문에 그러는 건지 설명을…."


 "솔직하게, 저도 모릅니다."


 "…하아?"


 유빈은 조용히 생각했다.


 '이볼브원… 말했듯이 자신의 진화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존재. 그것을 생각한다면 그녀가 뭘 하고 싶어하는지 쉽게 추측할 수 있어져. 하지만, 그녀는 호라이즌을 잡고서, 지금까지 아무런 위해를 가하질 않았다.'


 '끝나면 갈 수 있다니, 대충 이볼브원 본인의 요구를 듣는다면 호라이즌을 다시 놔주기로 한 것 같군.'


 '그건… 자신의 힘 외부에 있는 무언가에 집착하고 있나? 자신이 닿질 못하는 무언가를 원한다는 것인가? 기계는 진화하지만 기계가 도달하지 않는 영역에 있는 무언가…?'


 리타가 말했다. "지금의 넌 인간보다 더 비약적인 거 알고는 있어? 뭔가 알아야 긍정이던 부정이던 할 거 아냐."

 호라이즌이 말했다. "저도 뭔지 모른다고 했습니다, 리타. 그냥 가시던지, 아니라면 따라오라 말한 것입니다."


 평행선에 달리는 대화를 들으면서 유빈은 계속 생각했다. '아냐, 호라이즌 또한 머신이다.'


 '진화는 항상 하나를 얻고 하나를 포기하는 게임이다… 어쩌면 특수한 실험을 통해 대조하길 원한 건가?'


 다만, 어쨌던간, 스캐빈저가 딱히 리플레이서 일당과 협력 관계에 있단 소리는 듣질 못했다.


 이후의 상황이 어떻게 되건, 일단 지금은 그냥 맞춰주도록 할까.


 유빈이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습니다, 그냥 그렇게 하죠."


 "잠깐, 유빈 씨?!"


 지금 이 상황.


 리타가 이렇게 거부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납치 당했던 가족을 결국 몇 일 만에 만났는데, 자긴 해적들과 같이 있다 돌아오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가당키나 할까, 알까 보냐. 그냥 얘를 잡고 도망치는 것이 최선이다. …다들 그렇게 생각할 거다.


 하지만….


 "호라이즌이 고집 쎈 건 리타 씨가 저보다 잘 안다고 생각해요."


 "뭐, 너무 잘 알지…." 리타는 한숨을 쉬고는 호라이즌을 째려봤다. "어쩔 수 없지. 대표, 어리광을 받아주는 것도 지겹지만 지금은 봐주겠어."


 호라이즌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가서 엠버한테 말하도록 하죠."


 그렇게 호라이즌이 함을 향해서 손을 움직여 신호를 보내자, 마타도르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유빈은 아슈세이버를 향해서 손짓해, 마타도르를 비슷한 속도로 따라가게 명령했다.


 날개가 달린 셋은 마타도르의 안으로 들어가, 이후 엠버가 기다리고 있는 함교까지 갔다.


 일반적인 로봇들에 비해서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는 이볼브원. 관리자의 올림피안과 비슷한 크기다.


 "…재미있는 친구들을 사귀었군, 호라이즌."


 이볼브원은 덜컹거리며 호라이즌을 향해 말했다. 호라이즌은 짜증내며 대답했다.


 "당신이 저를 멋대로 잡아와서 도우려고 날아와준 고마운 친구들이죠, 엠버."

 "엠버란 이름은 지금의 나와는 어떤 관계도 없다. 정보처리능력이 부족한가?"

 "됬고, 왜 당신들을 쫓아서 여기까지 와야 했나 저들에게 설명해주시죠. 저 휴먼도 리타도 그것을 모르니까."


 "그렇군… 소울리스 원, 아니, 시무르그의 유산에 도달하기 전까지 서로 말해줄 것이 남았을지도 몰라." 이볼브원은 유빈을 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유산? 이곳의 시무르그는 마왕의 사도가 아니란 겁니까?"


 그러자 이볼브원은 마치 고개를 숙이는 듯이 움직이고는 다시 치켜떴다.


 "역시… 너는 다른 세계로부터 왔어. 너의 세계에선 시무르그가 침식체가 되었거나 마왕의 사도가 되었나?"

 "아뇨, 그게 아닙니다. 저 또한 이 세계가 원래의 고향입니다."

 "음?"


 "저는 단지 다른 세계의 관리자와 만나서, 많은 데이터를 봤습니다. 거기에 시무르그는 사도라 적혀있었고요."

 "다른 세계에도 관리자가 있나? 하지만 넌 이곳의 관리자와도 협력하고 있는 관계가 아닌가?"


 "그냥… 발이 넓다고 해두죠."


 마타도르와 아슈세이버는 마치 밤하늘을 가르듯이 아직 개척되지 않은 수많은 별들을 지나갔다. 지금 지구에서 자신들을 보면 어떻게 보일까, 형형색색의 얼음 조각들이 흩어 뿌려진듯한 우주의 저편을 보다가, 이볼브원이 이어서 말했다. 곧, 자신들이 말했었던 고치와 시무르그의 유해가 보였었다.


 "이 세계에는 과거 일본의 오로치, 인도의 가네샤, 브리타니아의 드래곤 같은 고대종이 힘을 합쳐 마왕들과 싸웠던 역사가 있었지. 너는 그것을 아나?"


 "…정말입니까?"


 뭐야 그게…?


 "시무르그는 그들과 협력한 존재였었지."


 "잠깐… 시무르그는 신성을 가진 성수는 아니었을텐데요?"


 "시무르그는 기계였었지. 매우 특별한 시스템을 탑재한 머신. 정확해. 신성을 취한 고대종: 성수. 시무르그는 그들과 달랐었으며, 기술력이 월등하게 발전됬던 다른 평행세계에서 날라왔던 존재였지."


 "그럼 지금 호라이즌이 가진 몸은…?"


 유빈은 호라이즌을 보았다.


 그리고 이볼브원은 고개를 끄덕이듯이 움직이고는 말했다.


 "저것은 원래 우리 세계에 활동했었던 시무르그의 기체였다. 1999년 7월, 공포의 대마왕, 그리고 이 세계에 강림한 첫번째 마왕인… 앵골모이스와 이면세계에서 싸워 공멸했었지. 메인 컴퓨터를 비롯해서 많은 파츠들은 회수하질 못했었어. 다만, 나머지 쓸 수 있었던 부품들은 어떻게든 재조립해 호라이즌에 달아주었고."


 리타가 말했다. "앵골모이스…? 1999년 7월? 잠깐, 그거 엉글모아 아냐?" 유빈도 거들어 말했다. "그건 프랑스어라 묵음으로 쳐야해요. 앙골모아라고 불러야 할 겁니다."


 "인간들의 언어는 불편하군…."


 그러자 옆에 있었던 호라이즌이 한심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아니, 당신은 원래 인간이었지 않았습니까, 엠버."


 "어쨌던간." 이볼브원은 이어서 말했다. "지금 우리가 보는 저것은… 우리 세계에 오지 않았었던, 침식체로 변해버린 다른 시무르그의 말로. 하지만 그것은 우리에 있어서 모든 걸 바꿀 기회와 같다."


 마타도르를 착륙시키며 이볼브원은 모두와 함께 내렸다.


 그리고 가는 도중에 유빈은 혼자 생각했었다.


 '성수 급의 머신들을 다른 평행세계에다 보내 도움을 주려고 했다면… 그 남자가 떠올라. 하지만 지금 이것과 관계가 있을까…?'


 게르마니쿠스는 카운터 워치를 역설계하고 그것의 힘을 다른 세계에 보내었다.


 하지만 그 이상의 방법은 취하질 않았다. 본인조차 간섭을 꺼려했고.


 하지만 저것이 다른 세계에서 왔다고 한다면, 어디서 온 것인지….


 "시무르그는 특유의 조닝 앤 이모셔널 레인지 오밋드 시스템을 통해서 성수들을 지휘했다 알려졌지." 이볼브원이 이어서 말했다. "하지만 앙골모아와의 전투 당시에 결국 자폭했어. 한때 미래를 읽을 수 있다 알려졌던 시스템은 영원히 사라졌지. 그리고 다시는 찾을 수 없다 생각됬고… 지금까진."


 "……."


 "이것은 원형을 거의 보존하고 있는, 다른 시무르그의 잔해."


 소울리스 원의 시체를 옆에 두고 있는 채로, 고치를 바라보고 있는 이볼브원, 호라이즌, 유빈하고 리타.


 호라이즌이 물었다. "설마 연산장치 교체를 위해서 여기까지 저를 불러온 겁니까?" 이볼브원은 고개를 젓는 듯이 움직여 말했다. "정확히 이게 뭔진 나도 몰라. 양자 컴퓨터라 할 수 있나? 다만 이걸 사용할 수 있는 존재는 결국 둘 밖에 없겠지. 나와… 그리고 너, 호라이즌."


 그리고 고치를 뜯으며 자신의 짐작이 맞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시무르그의 날개와 팔은 단순한 무기들에 지나지 않아. 기술력이 지금보다 발전하면, 인류는 그것보다 더한 것도 만들게 되겠지. 사실, 지금도 과거 시무르그의 힘에 필적할 병기들은 쉽게 찾을 수 있어. 다만 이 장치, 시스템은 달라."


 이볼브원은 기체로부터 와이어에 달린 장치들을 시무르그의 연산장치에 연결해, 그것을 읽듯이 가만히 서있었다가 이내 마타도르로 향해 돌면서 말했다. "나는 데이터만 복사하면 됬다. 너에게는 본체를 남겨주지… 그리고 다음에 우리가 만나게 될 때, 너의 진정한 운명과 숙명에 말해다오."


 "잠깐… 엠버?" 갑자기 그렇게 혼자 떠나는 이볼브원을 보면서, 호라이즌이 뭐라고 말하려 했었다. 하지만 이볼브원은 끊듯이 말하고는, 부스팅을 하면서 마타도르로 날았다. "작별이다."


 "……."


 남겨진 유빈과 리타와 호라이즌. 마타도르는 그대로 어디론가 워프하며 사라졌다.


 "역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군요. 지난 번처럼 자기 할 말만 하고 사라지다니."

 "……."


 유빈이 물었다. "호라이즌?"


 "내키진 않지만…. 역시 엠버가 하란 대로 하는 게 좋을 것 같군요."


 불완전한 자신을 완벽하게 만들 부품.


 손해는 안 보는 거다.


 찝찝하지만, 어쩔 수 없지.


 호라이즌은 자신의 손을 고치에 감싸져있었던 장치에 대었다.


 그리고, 같은 기체라서 호환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던간 봉황의 꼬리처럼 생긴 부품들은 호라이즌에 붙어지며, 그쪽에도 불빛이 들어왔다.


 그리고 시스템에서 음성이 울려퍼졌다. "이모탈 시스템, 작동."


 곧, 호라이즌의 손에 거대한 창이 만들어졌다.


 "저… 저건? 창? 그게 뭐야?" 리타가 놀라며 물었다.


 유빈이 말했다. "저건… 본 적 있습니다. 아후라 마즈다의 창이라 불리는 무기."


 게르마니쿠스가 자신에게 준 자료에서 봤다.


 호라이즌은 잠시 하얀색 신창을 보더니 이내 말했다.


 "조사 프로세스 결과, 이것은 양자 컴퓨터에 의해 구현된 물건입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정보는 없군요. 휴먼, 혹시 저에게 추가 데이터를 제공하실 수 있습니까?"


 "그것은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미립자로 분해됬다 다시 사용자의 손에 발현하는 기능이 있다고 했어요. 또한 그걸 활용하여 화살처럼 쓰였다고 하더군요."


 호라이즌은 백색의 창을 돌리며 말했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나 없는… 그런 성질을 이용한 신창. 하지만 저는 이것이 왜 시무르그와 관계있는지 모르겠군요. …아후라 마즈다라는 이름은 대체 어디서 나온 겁니까?"


 "조로아스터교의 신입니다. 지혜의 신이라 불리죠. 시무르그 기체들은 그 무기를 그렇게 불렀다고 하더군요."


 "……." 한참 신창을 보던 호라이즌은 이내 손에서 그것을 연기로 만들며 말했다. "어쨌거나, 귀찮게 굴던 엠버도 사라졌으니… 이제 돌아가도록 하죠, 휴먼, 리타… 음? 리타, 거기서 뭐하고 있는 겁니까?"


 떠날 준비를 하려던 호라이즌은 밑에서 시무르그의 잔해를 들려고 하는 리타를 보며 말했다.


 리타가 위를 향해서 소리쳤다. "호라이즌, 좀 도와줘! 옷이 까매서 침식체 색깔이랑 구별이 가질 않았는데, 여기에 사람이 깔렸어!"


 유빈은 다가가며 말했다. "…사람? 그럴리가…."


 그럴리가. 여긴 어딘지도 모를 고심도의 이면세계.


 하지만 어쨌건, 그가 리타와 함께 데브리를 올려 그의 얼굴을 봤을 때, 놀라며 외쳤다. "잠깐, 이 사람은?!"


 "으… 으음…."


 그 남자는.


 "사람이… 어떻게 여기에? 아직 나는 살아있나? 그럴리가. 훗…… 지금까지 봐온 망상들 중에 제일 생생한걸."


 바로 도미닉 킹 레지날드… 아직 리플레이서 킹이 되지 않은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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