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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악 꼭 틀어주세요.)


 ○ (내용에 어울린다고 생각함.)


 ● (일단 나는 좋아서 올렸는데 켜지 않아도 좋을 거 같음.)


 ○ (별로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음…. 찾기 쉽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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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식체 니드호그의 독이 휩쓸고 지나간 광기에….


 그 날, 코핀 컴퍼니의 주위에는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고, 관리국은 로봇들을 동원하여 재건활동에 착수했다. 옅은 파란빛의 하늘에 비행기가 하얀 길을 만들면서 떠다니고, 건설 장비들과 인부들이 자재들을 운반하고 쉴틈없이 작업하는 까닭에 도시는 원래의 모습을 빠르게 되찾고 있었다.


 그리고, 귀환한 아슈세이버. 다른 누구도 아닌 관리자 본인이 그들을 맞았다. 하지만….


 "수고했네. 유빈 씨, 리타 양. 잠깐… 저건?"


 제일 먼저 호라이즌, 그리고 유빈과 리타에 이어 같이 내리는 도미닉.


 관리자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자 유빈이 말했다. "소울리스 원을 스스로 막으려고 하다가 이쪽으로 건너온 도미닉 준장입니다."


 도미닉은 악수를 청하며 말했었다. "키도 크고 훤칠하군, 당신의 코핀의 사장님인가? 신세 좀 지면 좋겠군, 이곳의 델타 세븐에 다시 접촉할 때까지 잠깐 동안 부탁하지." 관리자는 손을 꽉 잡고 대답했다. "델타 세븐엔 카린 대령이 있어. 일이 끝나면 내가 그녀에게 직접 연락하도록 해보겠네."


 "…카린? 그건 누구지? 이쪽의 세계엔 안토노프 중장님이 계시지 않는단 것인가?"

 "아니, 전사하셨다네."

 "전사하셨다고?"


 관리자는 눈길을 힐긋 돌리며 설명했다. "여기 오는 동안, 로스트 쉽들이 각지에 박힌 것을 봤을 거야.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 델타 세븐은 노력했었지만… 역부족이었지."


 "……." 도미닉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도대체 어떤 녀석이…?"


 "리플레이서. 인간과 침식체의 혼종을 신인류로 칭하면서 현인류를 보완하겠다고 설파하는 집단이네."

 "인류가 이면세계에 위협을 받을 동안에 감히 이런 짓을 하다니…!"


 그것을 들으며 관리자는 매우 혼란스럽게 느껴졌지만, 손을 놓으며 말했다. "어쨌건 이 세계에 온 걸 환영하네, 도미닉 준장. 자네의 세계에 되돌아갈 방법은 없을지 조사해보겠네."


 "…부탁하지."

 "하지만 그전에, 잠시 이곳의 사람과 대화를 해보는 것은 어떤가? 자네가 이곳의 도미닉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자네와 얘기하고 싶은 사람들은 많을 거야. 또한, 지금 한국에선 낮이지만 아메리카에선 새벽이야. 자네도 억지로 그녀를 깨우는 것은 원하지 않겠지?"


 도미닉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관리자가 유빈에게 말했다. "가지, 자네들이 제일 늦게 와버렸군." 그러자 유빈이 말했다. "그런가요? 위저드도 오로치도 빨리 끝났군요."


 "레지나 양도 엘리자베스 양도 자네와 견줄 정도로 유능해서 말이네."

 "하하… 왠지 질투심이 생기네요."

 "뭘, 농담은 관두게."


 그리고 코핀 컴퍼니로 걸어가는 도중, 갑자기 정문이 열리며 대시가 뛰쳐나왔다. 그리고 호라이즌에 달려가 바로 안기는 그녀. "대표니이이임!!!" 호라이즌은 말없이 그녀를 받아주었다.

 뒤에는 팔에 붕대를 감은 지수와, 에이미가 나와 언니처럼 웃고 있다. 리타가 지수를 보고서 물었다. "지수 씨, 그거 어떻게 된 거야?"


 "작은 불찰이지… 대적자와 싸웠었어. 제법 강하더군, 녀석…."

 그러자, 유빈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잠깐, 대적자와 싸웠다고 했습니까? 가은이 드디어 움직인 겁니까?" 그리고 관리자를 향해 돌아봤다.


 "그래. 어떻게든 격퇴하긴 했었지만…."


 그렇게 중얼거리는 관리자의 말은 대시의 고함에 묻혔다. "보고 싶었어요, 대표님!!!" 호라이즌은 대시를 쓰다듬으며 어르듯이 조용히 말했다. "…저도, 보고 싶었답니다. 대시."


 "…일단 우린 들어가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군. 리타 양도 대시 양과 호라이즌과 함께 밖에서 점심이나 먹고오는 것은 어떤가?" 사장이 지갑에서 많은 카드들 중 하나를 주며 말했다.


 리타는 이런 호의를 받아본 적이 없어서 어색하게 느꼈는지, 오히려 머뭇거리며 물었다. "사장님, 우린 그냥 사채꾼들이야. 이렇게까지 해주는 이유는 뭐지?"


 "남에게 친절을 베푸는데 이유가 필요한가?"

 "그런 말은… 내가 살던 세상에선 지옥으로 보내기 위한 선의에 불과했지."

 "그렇다면 앞으로 받을 도움에 대한 선금으로 생각하게. 숨길 것도 없이, 나는 자네들의 힘을 필요로 해."


 리타는 카드를 받으며 말했다. "후… 나도 참. 미안해, 사장님. 기분 나빴을 것 같은데…. 항상 쓰레기 같은 녀석들을 상대하다보니 진짜 좋은 사람들도 있단 것을 까먹었어."

 "괜찮아. 신경쓰지 않네."

 "고마워, 나중에 파스타라도 직접 만들어줄게."


 사장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파스타… 그것도 좋겠지. 그러면, 저녁 때까진 들어오게나."


 정문으로 들어올때 에이미가 부탁했다. "저기, 사장님. 리타 씨가 파스타 만들면 나도 불러줘." 관리자가 대답했다. "그래, 그때까지 기억하면 불러주지."


 "아? 그거 안 부르겠다는 거 아냐?"

 "나는 자신의 기억력이 나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네만…."

 "뭐야, 그런 거야?"


 그리고 에이미는 잠시 걷다가 왠지 심심한듯 말했다. "저기, 사장님은 앞으로 뭐할 거야?"


 "엘리자베스 양과 치나츠 양을 만나서 테라사이드 사태에 대한 회의를 해야 하는데."

 "아~ 지루해! 난 그냥 지수랑 같이 햄버거 먹으러 가도 되지?"

 "막지 않겠네."


 하품을 하던 에이미는 신난 표정을 지으며 지수를 잡아끌었다. "좋아! 지수야, 알파트릭스 사이버 테마파크로 햄버거 먹으러 놀러가자! 영화도 보고, 게임 센터도 가고!"


 지수는 당황해하며 말했다. "자, 잠깐, 에이미! 대장은 바쁘게 일하고 지금 돌아오셔서 회의도 참석하는데…!"


 "그딴 거 누가 신경쓴다고, 빨리 가자!"

 "아니, 그보다 나는 환자다! 옷 잡고서 끌지 말라고!"

 "많이 먹어야 낫는 거라니까, 빨리 가자, 빨리!"


 몸으로도 말로서도 재촉하는 에이미를 이길 수가 없었던 지수는 그대로 끌려갔다…. 유빈은 묘하게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관리자에게 말했다. "저 둘… 가끔 보면 진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다니까요."


 "…왠지 알 것 같군."

 "다른 세계의 저희도 전부 이럴까요? 아니면 어떤 세계에선 저희가 딱히 서로 만나진 않았다거나?"

 "그건… 나도 거기까진 말해줄 수 없을 것 같아."


 관리자는 시계를 잠시 보고는, 전화로 릴리를 불렀다. 몇 분 뒤에 달려온 릴리. 도미닉은 그걸 보고서 왠지 이상하단 듯이 쳐다봤다. '도대체 무슨 회사가 이렇지…? 이젠 메이드까지 있어?'


 관리자는 릴리에게 말했다. "일단 나와 유빈 군은 사장실에 가보겠네. 릴리 양, 이쪽은 도미닉 준장님이네. 쉘터에 방 하나를 준비해 주게나."


 그리고, 관리자와 유빈은 계단으로 올라가며 사라졌다. 릴리가 공손한 말투로 말했다. "환영합니다, 가방을 들어다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도미닉은 순간 그녀가 카운터인 것을 알아봤다. '잠깐만… 카운터가 메이드를 한다고?'


 "저… 불편하신 점이라도 있으십니까?"

 "아니, 그런 건 아냐. 미안하군, 내 짐은 그냥 내가 들지."

 "그렇다면 모시겠습니다. 이쪽으로…."


 그리고 쉘터로 가는 동안에, 도미닉은 많은 사람들을 봤다. 딸이랑 놀아주는 에디와, 의자에 앉아서 코를 골며 낮잠을 자는 찰리, 혼자 모바일 게임을 하는 아키와 선글라스를 쓰고 그녀를 보는 린, 얼음 조각상처럼 혼자 의자에 앉아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있는 레지나, 혼자서 검술 연습을 하고 있는 치후유.

 또한 다같이 영화를 보고 있었던 루시드, 제시카, 도로시, 허수아, 리온, 라이언, 모건, 로이, 미나토, 마사키. 리코리스는 갑자기 급한 전화가 왔는지 바깥으로 나와서 진지하게 통화를 받고 있었다.


 '정말 다양한 사람이 있군… 이런 자유로운 개성적인 분위기는 군에서는 보질 못하는데. 음…?'


 도미닉과 릴리는 멈췄었다. 겨우 룸이 있는 곳까지 오자, 무언가 큰 소리가 들렸었기 때문이다.


 "엄마도 참, 내가 여기로 끌고 오려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기나 해?!"

 "나 때문에 딸이 위험한 짓을 하는 걸 보느니 그냥 죽는 게 낫지…."

 "솔직히 칭찬 좀 하면 어때서? 나도 정말 엄청 힘들어, 그래도 이게 누구 때문에 그러는 건데!"

 "언제 죽을지 모르는 늙은이 놓고 이게 뭐하는 짓이니, 대체. 네가 다치고 아프면 이 엄마는 기뻐하고 싶겠느냐? 응?"


 레아와 루이제가 화내며 서로 소리지르고 있었다. 표정에 어떤 변화도 띄우지 않은 릴리와 달리, 선글라스를 낀 도미닉은 가릴 수 없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루이제가 레아의 뒤에 서있는 도미닉을 보았다.


 "아, 잠깐… 레아야, 비켜드리렴."


 레버넌트는 그제서야 도미닉을 보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계셨는지 몰랐네요."


 "아뇨, 별 것 아닙니다." 그리고 그렇게 지나가는 도미닉을 유심히 바라보던 루이제가 중얼거리다가 말하였다. "저기… 혹시, 안토노프 중장님과 같이 계셨었던… 델타세븐의 도미닉 준장님 아니신가요?"


 도미닉은 잠시 멈춰서 말했다. "맞습니다."


 루이제는 중얼거렸다. "역시 그렇군요…." 그리고 도미닉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저희 같은 힘없는 사람은 용감한 군인분들 덕분에 이런 힘든 시기에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도미닉이 노인의 손을 굳게 잡으며 말했다. "저는 시민의 안전과 인류의 평화를 위해 헌신할 뿐입니다." 그리고 문득 갑자기 궁금해졌다. 이 세계의 자신은 어떤 사람일까? 사장이 말했던 리플레이서란 악당들과 싸우다가 죽었을까? 아니면….


 한편 사장실에….


 하품을 하는 유빈을 보고 관리자가 물었었다. "자네도 많이 피곤한 것 같군." 유빈은 입을 가렸던 손을 내리며 말했다. "요새 낮과 밤이 뭔지도 모르겠군요."


 "하하, 그건 나도 그렇다네."

 "그러고 보니 니드호그의 독이라던가… 저 없을 때 정말 이상한 게 많이 있었더군요."

 "자네만 있었어도 쉽게 풀렸겠지. 그래도 대충 수습은 했으니까 괜찮아. 어쨌건…."


 관리자는 볼펜으로 무언가 많이 적었던 흰 종이를 들어보며 말했다. "오늘은 이 정도로 괜찮은가…."


 방 안. 조용히 눈을 감고서 허리를 펴는 유빈. 녹차를 마시는 엘리자베스, 홍차를 마시는 치나츠, 두 여성에게 차를 대접하는 베로니카. 조용히 창 밖을 보는 지아. 평소처럼 서있지만 이제는 왠지 진중한 엄숙한 기사와 같은 인상을 주는 한솔. 관리자는 정리했던 사안들을 다시 훑어보며 읽다 치나츠에게 물어보았다.


 "치나츠 양, 하나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데…."


 "무슨 일이시죠?" 홍차를 마시던 치나츠가 손을 멈추면서 말했다.


 "혹시 내가 자네의 수호신인 오로치와 대화를 해봐도 되겠나? 다만, 만일 그녀가 원하지 않으면 그걸로 괜찮네."


 "저…." 치나츠는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지금 제 안의 오로치님은 주무시는 중이세요. 죄송하지만 다음에 말씀하시면…."


 "그런가." 그러다 관리자는 지아가 왜 밖을 보고 있는지 궁금히 여기며 같이 보았다. 바깥에는 세실리아가 보였었다. 턱을 괴고 잠시 다시 서류를 보던 관리자는, 그대로 펜을 놓으며 말했다. "짧지만, 오늘은 이 정도만 말해도 괜찮겠지. 다들 수고했네."


 한솔은 가볍게 사장에게 목례하고 말했다. "그러면, 가보겠습니다." 관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지아가 한솔을 지나치며 그보다 빠르게 방문을 열고 나갔다. 그걸 보고 신기한 듯이 엘리자베스가 중얼거렸다. "어머, 지아 씨가 저렇게 서두르는 모습은 전혀 본 적이 없었는데요."


 녹차를 다 마셨던 엘리자베스가 손짓했다. 베로니카가 그걸 보고 공손하게 찻잔을 채웠다.


 턱을 괴고 창 밖을 보던 관리자는 중얼거리듯 대답했다. "누구에게나 그럴 때가 있겠지." 그러자, 유빈이 기지개를 피면서 물었다. "사장님도 그럴 때가 있는지요?"


 "음? 서두르는 것 말하는가? 왜 없겠나."

 "놀랍군요. 모든 것을 알고 항상 계획한단 느낌이었는데."

 "나도 실패할 때가 많다네. 힐데를 지키지 못했던 것이나… 뭐, 여러가지. 아무튼 그게 중요한 건 아니네."


 관리자는 치나츠를 힐긋 보면서 말했다. "모두에겐 화려하고 운치있는 곳에서 저녁을 대접하고 싶은데, 어떠한가?" 그러자 그녀가 물었다. "네? 어디로요?"


 "이 근처의 훌륭한 레스토랑을 예약해놨네. 지아 회장이 소개시켜줬지. 베로니카 양도 그곳이면 괜찮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리고 사장은 베로니카를 향해서 물었다. 베로니카는 기품있게 미소지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 "감히 말씀드리자면, 엘리자베스 님도 치나츠 님도 만족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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