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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악 꼭 틀어주세요.)


 ○ (내용에 어울린다고 생각함.)


 ○ (일단 나는 좋아서 올렸는데 켜지 않아도 좋을 거 같음.)


 ○ (별로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음…. 찾기 쉽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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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지아는….


 조용히 혼자서 어딘가로 걷고 있던 세실리아를 따라잡았다. 멀리서 손을 흔들며 달려오는 지아.


 "고모님, 고모님! 어디로 가세요?"


 "…응? 아, 지아구나."


 왠지 동화에 나오는 소녀와 같이, 세실리아는 꽃바구니를 들고 숲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 서서 같이 걸으며, 고개를 살짝 숙이며 그녀의 얼굴을 보는 지아. 하지만 세실리아의 표정을 보곤, 굳이 대화하기 싫어하는 지금 그녀의 기분을 읽고서, 지아는 말없이 그녀의 옆에서 같이 걸었다.


 몇십 분 뒤….


 환영의 숲까지 도착한 지아는 그때에 보았다. 자신의 고모가 몇십 개는 되는 무덤들을 만들어 놓았던 것을. 그리고, 세실리아는 그것들마다 꽃들을 올려놓았다. 지아는 말없이 그녀를 지켜보았다. 이내에 세실리아가 입을 열고 말했다.


 "베로니카라는 아이의 말이 아직도 떠오르더구나."


 지아는 그녀의 옆에 앉았다. 세실리아는 무덤을 보면서 눈길을 돌리지 않고 그대로 말했다.


 "맨션 마스터는 결국 자신의 머리에 있었던 이상하고 대화하길 원했다고. 그녀는 베로니카를 원하지 않았고, 대화도 하지 않았고, 인정하지도 않았었다고…. 하지만 궁금하더구나. 나는 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보였었을까? 나도 맨션 마스터랑 다를 것이 없었을까?"


 "…그냥 단순한 악몽이예요, 잊어버리세요. 고모님."

 "정말로 단순한 악몽이었을까? 그렇게 긴 시간 동안에 나는… 아니, 이제 그렇게 그냥 잊어버리면 좋을까?"


 지아는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말했다.


 "왜… 저였었나요?"

 "……?"


 세실리아는 고개를 기울였었다. 지아는 이어서 말했다.


 "고모님은… 할아버님을 좋아하셨죠? 그리고 갑자기 사라지시게 된 뒤, 슬퍼서 우셨죠… 그건 저도 들었어요. 그렇다면, 왜 이그드라실엔 할아버님이 아니라 제가 비춰진 것이었나요?"


 "그건…."


 세실리아는 자신도 모르게 지아에게 고개를 돌렸다. 지아는 묵묵히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어쩌면 지금이, 여태까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던 모든 시간을 다시 되돌릴 수 있었던 때인지도 모른다. 마치, 한 바퀴 돌았던 시계가 이제 곧… 하나의 원을 마치고, 두 바늘이 맞물리는 것처럼.


 "나는 솔직하게 너를 질투했었단다. 예뻤었고, 상냥했고, 똑똑했지. 못하는 것도 하나도 없었어. 그런 사람을 대체 왜 싫어하겠니? 바로…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뺏어갔다고 느꼈기 때문이란다."


 "…저는, 단지 할아버님에게 배워졌던 대로 했을 뿐이예요."

 "그랬었지. 그리고 나는 그렇지 못했었고. 아버님이 누굴 좋아했을지는 나도 알 수 있었단다."

 "그건 아니예요."


 그렇게 단호하게 말하던 지아에게, 역으로 세실리아가 말했다.


 "아니긴 뭐가 아니니? 나도… 나 같은 것보다 너 같은 아이를 더 좋아할 것이라고 알 수 있었는데…."


 무어라고 설득하려 했었던 지아는 오히려 세실리아의 말을 듣고서 그때서야 그녀의 감정을 이해하게 되었다.


 "하지만, 하지만… 고모님은…."

 "그래도 기뻤었단다. 이 아이들은 모두 나에게 있어야 할 자리를 줬었어. 내 것이었단다. 이젠… 사라지게 되었지만."


 그녀의 어리광, 그리고 그녀의 소유욕, 그리고 그녀의 외로움…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지아는 눈동자를 치켜뜨고 말했다. "고모님은… 그 여자랑 달라요."


 "응…?"


 "맨션 마스터는 단지 혼자였던 여자였어요. 누구라도 괘념치 않았었죠… 그녀에게 가장 중요했던 베로니카 씨조차도. 모든 것을 가졌지만, 어떤 것의 주인조차 아니었죠."


 "……."


 세실리아는 말없이 무덤들을 지켜보다가 조용하게 말했다. "아버지가 있었을 땐 너에게서 뺏긴 아버지를 되찾고 싶었단다. 하지만 아버지가 사라진 다음에는 아버지가 남긴 유산인 너를 내 것으로 하고 싶었단다. 후후… 이상하지 않니?" 그리고는 슬픈 목소리로 물어봤다. "그렇지만 나를 보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어. 누군가를 가진다니, 처음부터 그럴 여자조차 아니었단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나를, 받아주겠니?"


 지아는 조용히 그녀의 양손을 잡았다.


 그리고, 말했다.


 "고모님은… 언제까지나 저의 고모님이세요."


 그러고서, 세실리아는 그때서야… 행복한듯이 웃으며, 그리고 울면서… 눈물을 검은색 장갑으로 닦았다.


 서로 팔짱을 끼고, 어둠이 드리워진 환영의 숲을 나가는 두 여성의 뒤로, 바람은 고요하게 불면서 나무들을 흔들었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들과 함께 숲에 드리워진 그림자는 흔들렸다. 그리고… 그 틈으로, 따스한 햇빛이 꽃들이 뉘여진 무덤을 온화하게 비추었다.




-- EP.V END





 이 팬픽은 먼저 썼었던 초판본을 기억에서 거의 잊혀졌던 이후 다시 읽고 편집했던 재판본입니다. 서술자의 리뷰 혹은 해설 및 작법 등에 관련된 내용을 읽고 싶다면은 이쪽의 개인 채널로 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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