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iler ALERT!




시그마의 각성 스토리에 시련이 부족했다는 감상을 듣고 오해하는 분들이 있으신 것 같아서 적어 봄.


우선 한 인물의 각성에 있어서 반드시 사람이 죽는 등의 비극적인 이야기는 필수요소가 아님.
감정도 경험도 모두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는 사람이 죽는 것도 아무렇지 않게 여길 수 있지만 누군가는 단지 하교길에 친구와의 사소한 다툼 하나로 세상이 끝난 듯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음.
따라서 시그마의 각성 이유 자체는 시그마의 성격 상 충분히 납득 가능하고 시련으로서 부족하지 않음.


문제는 연출과 묘사임.


시그마 또한 여타 각성 캐릭터 스토리와 마찬가지로 시련과 갈등, 고뇌가 존재했음. 투기장에서 사람들의 부정적인 감정을 보고 괴로워하는 장면이 바로 그것.
하지만 이 장면 자체가 너무 짧고 단발성이었음.

작중 배경이 배경인 만큼, 시그마가 인간의 부정적인 모습을 보고 안쓰럽게 느낄 수 있는 환경 자체는 충분했음. 하지만 작가는 그것을 작중 내내 활용하지 않다가 각성 직전에야 보여줌.
각성 직전의 갈등도 매우 짧고 각성 과정도 아무런 어려움 없이 매우 순조로움.
예시로 앞선 스토리에서 시그마가 도박장에서 좌절하고 절망하는 불특정 다수에게 연민의 감정을 보내는 장면, 파산하고 모든 것을 잃은 안타까운 사람들을 현실적으로 도울 방법이 마땅치 않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고뇌하는 장면 등이 조금씩만 나왔더라면 이 빌드업은 갑작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었을 것임.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은 이야기의 구조일 뿐만 아니라 인물과 독자의 감정선이기도 함. 시그마의 발단, 전개, 위기는 절정 직전에서야 갑자기, 한번에 찾아왔고 시그마가 그것을 느끼는 주관적인 시간 자체도 짧았음. 그렇기에 독자들이 시그마의 감정과 상황에 이입할 수 있는 시간도 부족했고, 결말에서 느껴지는 독자들의 여운도 짧을 수밖에 없음.

또한 힘을 얻는 과정 또한 빌드업이 부족했음. 만약 이 이벤트 이전에 시그마가 힘이 부족해서 사람들을 도와주지 못해 시무룩해 하는 스토리가 한 번이라도 나왔다면 힘을 얻게 된 과정이 탄탄해지고 힘을 얻었을 때의 감동도 커졌을 것임.



결론은 시그마의 각성 스토리는 플롯 자체는 괜찮았으나 그 과정을 풀어내는 방식이 부족했다고 정리할 수 있음.







사실 이 모든 단점들도 적절한 컷씬 몇번이면 덮을 수 있었을 듯.(나나하라 때만큼만 컷씬이 나왔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