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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 스토리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내용이 길 수 있습니다.









 "......"



"조금 진정이 되었니?"



 "......응."



내 앞의 선생님은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내 머리를 쓰다듬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내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지 않았습니다.



내가 한 잘못을 혼내지 않았습니다. 아니 나에게 잘못이 없다고 했습니다.



나를 동정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내가 하는 말을 들어줬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공감하고 위로해 줬습니다.



그건, 내가 그 소녀에게 해주지 못했던 것.



...조금 더 빨리 알았으면 좋을 걸 그랬습니다.



 "...선생님"



 "왜 그러니?"



 "...내가 정말 옳은 선택을 한 걸까?"



 "...확실히 도덕적으로 봤을 때는 이건 옳은 선택이라 보기 어렵지. 하지만 현실적으로 봤을 때 네게 도망쳤다고 책임을 물을 사람은 없단다.

그들은 널 죽이려 했고, 넌 그들에게서 살려고 했으니 말이야. 그러니까 말이다. 살아남은 걸 자랑스럽게 여겨도 좋아. 난 네가 살아서 정말 다행이구나."



 "...다, 다행?"



 "그럼, 다행이고 말고."



 "...맞아. 다행이야. 난 선생님의 보물이니까."



 "어, 맞아. 그랬지. 그러니 슬퍼하지 말 거라. 예쁜 얼굴에 주름이 생기잖니."



선생님이 한 손으로는 머리를 쓰다듬고, 한 손으로는 볼을 잡아당기며 말합니다.



보물이니까, 이렇게 쓰다듬는 것 이겠죠.



하지만, 어째서 일까요.



매일매일, 언제 어디에서나 선생님의 손길을 원합니다.



이게 보물의 마음인 걸까요?






선생님에게 배웠습니다.



어떤 것이 맘에 들거나 만족스러우면 그걸 좋아하는 거라고



 "선생님."



 "응?"



 "나, 선생님이 좋아."



 "그래, 나도 너를 무척 좋아한단다."



야호. 선생님도 나를 무척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



아뇨, 이건 아닙니다.



좋아한다고 했지만 뭔가 아닌 것 같습니다.



내 마음은 아직 뭔가 채워지지 않았으니까요.



무엇보다 내 가슴에 알 수 없는 두근거림이 머리를 쓰다듬을 때부터 멈추지 않습니다.



아뇨, 이 두근거림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계속 멈추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에게 물어보면 답을 알 수 있겠지만 물어보고 싶지 않습니다.



선생님은 답을 알고 있기에 물어보고 싶지 않습니다.



그 대신, 다른 걸 물어보도록 하죠.



 "선생님, 난 선생님이 좋아."



 "그래, 나도..."



 "정말... 정말 좋아해. 다른 무엇과도 비교 할 수 없어. 이 세상을 다 준다고 해도 선생님이 좋아. 세상이 망하고 선생님을 살린다 해도 난 선생님을 살릴 거야. 내 목숨을 바쳐 선생님을 구할 수 있다면 선생님을 구할 거고 어...또..."



 "그만 그만, 이제 됐다. 하하하."



 "하여튼 이만큼, 아니 이 이상으로 선생님이 좋아. 선생님은... 어때? 내가... 좋아...? 대답해 줘..."



언젠가 선생님이 들려준 이야기의 여주인공이 이런 식으로 사랑 고백을 했던 것 같습니다.



닿았을까요?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이야기 속 티끌에 불과한 나도 이 순간 만큼은 주인공이 되면 좋겠네요.



선생님이 좋습니다. 선생님을 갖고 싶습니다. 영원히 선생님 곁에 있고 싶습니다.



내가 이야기 속 주인공이라면 이런 기적들이 일어나겠죠.



 "......네가 날 이 정도로 생각해 주는 지는 전혀 몰랐구나. 정말 감동인 걸? 그래, 나도 네가 정말 좋단다. 하지만 선생님은 아직 네 진심에 답할 준비가 덜 된 것 같구나. 이래 봬도 겁쟁이라서 말이야.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 주겠니?"



 "응, 기다릴 게. 걱정 마."



역시 주인공이 되기에는 아직 멀었나 봅니다.



 "밤도 깊었으니 이제 자려무나."



 "응, 알았어. 잘 자. 선생님."



실컷 울어서 그런지 몸이 몹시 피곤합니다.



그래도 선생님과의 이야기 덕분에 더 이상 괴롭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은 나의 잃어버린 것을 되찾아주는 구원자입니다.



...선생님이 슬퍼하지 말라고 했어.



그러니 작별이야, 소녀. 더 이상 아무 의미 없이 슬퍼하는 건 그만 둘래. 이따금 추억 속에서 다시 만나자...






.

.

.

.

.





......



소리가 들립니다.



소란스럽습니다.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



쇠붙이가 떨어지는 소리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



사람의 말소리가 들렸습니다.



순간 겁에 질렸습니다.



다시 그 창고로 돌아온 게 아닌가 싶어서



하지만 분위기를 보아하니 아닌 것 같습니다.



팔에 무언가 있다.



느낌을 보아하니 주사 바늘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난 침대 같은 곳에 누워 있었습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여기는...



 "병원...인가..."



자고 일어났더니 병원에 와있습니다.



얼마나 자고 일어났는지 알 턱은 없지만



내가 자는 동안 선생님 혼자 날 여기까지 업고 왔다는 걸 생각하니 조금은 부끄러워졌습니다.



그러고 보니 선생님은?



가장 들려야 할 목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내가 일어났으면 가장 먼저 일어났냐며 말을 걸어올 선생님.



아무래도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머, 일어났구나."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다.



 "아, 맞다. 눈이 안 보인다고 했지. 난 이 병원의 간호사야."



왜 간호사가 왔지? 선생님은?



 "선생님...어디 있어?"



 "어... 의사 선생님을 찾는 거라면 조금 걸릴 텐데... 그래도 최대한 빨리 불러 볼..."



 "그 사람 말고... 내 선생님... 어디... 갔어?"



 "네 선생님? ...아, 그 분을 말하는 거구나. 그 분은 이미..."



 "없어...졌어...?"



손에 꽂힌 주사 바늘을 뽑는다. 곧장 침대에서 나와 달리기 시작합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어디가 앞이고 옆인지도 모르지만... 찾아야 해. 선생님! 선생님!



 "앗, 얘! 안 돼! 그리로 가면...!"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어디 있어? 거기 있는 거 맞지? 나 보고 있지? 나, 앞으로 많이 웃을게. 그러니까 가지마. 나... 나 앞으로도 선생님이랑 같이 있을래..."



선생...님...



 "후우, 같이 오신 분이라면 벌써 떠나셨단다."



 "거짓말...!"



나에게 거짓말 하는 거야. 나를 선생님과 갈라 놓으려고!



 "거짓말이 아니야. 자, 너한테 읽어주라고 하셨던 쪽지란다."



 "쪽지...?"



아... 그렇다면 진짜입니다. 선생님은 마음이 여려서 그냥 버리지 못합니다. 그래서 작별 인사로 쪽지를 남겼다면, 진짜로 떠난 겁니다.



 '말도 없이 떠나서 미안하구나. 하지만 내가 하는 일은 아주 위험한 것들이고, 또 무서운 적들도 많이 있단다. 나와 관계 되어서 널 위험에 처하게 하고 싶지는 않아.'



 "위, 위험같은 거 상관 없단 말이야...! 싫어... 나, 나 방해 안 할 건데... 나도 도와줄 수 있는데..."



 '말했듯이 나는 아주 많은 실패를 겪었단다. 그리고 그만큼 구하지 못한 사람들도 많아. 하지만 이번에는 너를 구하는 데 성공했어. 그러니까 내가 그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게...... 앞으로도, 웃으면서 지내주렴.'



 "흑...흐윽......"



 "......알았어. 나 웃으면서 지낼게. 웃는 거...... 잘 못하지만... 선생님이랑 언제 다시 만나더라도...... 예쁘게 웃을 수 있게."










다시 만나고 싶어요. 선생님.




.

.

.

.

.



'툭'





 "......"



일기장을 다 읽고 난 소감은 생각보다 별거 없었습니다.



일기장을 읽으며 그 당시 있었던 일이 생생하게 그려지거나 하는 일도 딱히 없었습니다.



그냥... 선생님이 더 보고 싶어질 뿐 이었습니다.



 "괜히 읽었나?"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합니다.



이것 마저 없으면 난 정말 아무것도 아니게 될 테니까요.



눈이 보이는 걸 알면 선생님은 어떤 반응을 보일 까요?



아마 아무 말 없이 잘됐다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실 겁니다.



...역시 오늘 하루 만이라도 곁에 있었으면......






눈에 적응하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그 때 편지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건..."



이 편지는 그 날 간호사가 말했던 편지 입니다.



 '아 그리고 편지가 하나 더 있는데... 그건 네가 눈이 보이게 되면 직접 읽었으면 좋겠대.'



그래서 한번도 뜯지 않고 소중히 보관해 두었습니다.



오늘에야 정체를 알 수 있겠네요,



편지를 뜯어봅니다.



안에는 처음 보는 기기와 편지가 들어있었습니다.



밖에 있는 간호사 언니에게 기기에 대해 물었습니다.



 "아 그건 MP3라고 하는 거야. 처음 보지? 그런데 그걸 아직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있나?"



MP3? 그건...



간호사 언니에게 사용법을 배우고 병원의 공원으로 나왔습니다.



벤치에 앉았습니다.



밤하늘이 보입니다. 이제는 보입니다.



재생 목록을 확인합니다.



곡은 하나밖에 들어있지 않습니다.



곡을 재생합니다.



 





"어...... 이거..."








아름다운거다.





전에 같이 들었던 음악



선생님이 들려 준 음악



그것이 편지 봉투에 편지와 같이 들어있었습니다.



볼 수 있는 날에 들을 수 있는 걸 주는 선생님도 참 신기합니다.



편지를 읽어봅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직접 읽기를 원했던 편지를






 '불꽃에 대해서 알고 있니?



불꽃은 날아갈 때에는 매우 볼 품 없이 날아가지만



피어날 때가 되면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할 정도로 아름답게 피어나고 사라진단다.



너와 불꽃을 보지 못하는 건 참 아쉽구나.



단, 불꽃과 너의 다른 점이 있다면



불꽃은 한 번 피어나고 사라지지만



너는 한 번 피어나면 영원히 그 아름다움이 유지된 다는 거란다.



눈은 좀 어떠니. 잘 보이니? 잘 보이니까 이 글을 읽고 있는 거겠지.



세상에는 네가 보지 못한 아름다운 것들이 아주 많이 있단다.



그것들을 전부 보고, 듣는 거야.



네 미소는 사람들에게 큰 빛이 될 거란다.



그러니 네 감정에 솔직해 지거라.



슬프면 울고, 화가 나면 화를 내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웃는 것도 할 수 있을 거야.



네가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을 때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구나.



자, 그럼. 선생님으로써 내 역할은 여기까지다.



앞으로는 학생인 네가 스스로 살아가는 거다.



선생님은 네가 잘할 거라 매우 믿고 있으니까.



모든 우리의 기억이 언제나 너의 추억이 되었길 빌며



앞으로도 열심히 하렴.











......



뭐야 이게



결국 작별 인사를 다시 한 거잖아...



음악과 편지를 보낸 목적은 자신을 떠나보내라는 뜻이였습니다.



왜 자꾸만 멀어지려 하는 걸까요?



나는 다가서고 싶은데



사실은 선생님은 멀어지려 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닿지 않을 곳에 있는 것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난 만나고 싶어.



노래를 듣고, 편지를 보고 확신이 들었습니다.



선생님을 보고 싶어.



나의 소원은 계속 진행중이야.



선생님을 만나고 싶어.



만나서 손을 잡고 싶어.



선생님에게 쓰담쓰담 받고 싶어.



선생님이 하지 말라는 것을 하는 나쁜 아이가 돼도 좋아.



만날 수만 있다면



노래를 들으며 하늘을 바라보고 편지를 쥐며 생각에 잠깁니다.



어딘가에 있을 선생님



계속해서 손을 뻗었지만 닿지 않았던 선생님



이제는 내가 다가갈게요.



닿지 않는 다면 닿을 때까지



거리가 멀다면 좁혀질 때까지



왜냐하면 선생님은 내게 큰 도움을 줬잖아.



도움을 줬으면 갚아야 한다며



그러니까 이건 그거야. 은혜를 갚는 거야.



선생님은 반드시 나에게 은혜를 갚을 기회를 줘야 해.



즉, 반드시 만날 거야. 만나서 손을 잡을 거야.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고 할 거야.



당신은 언제 까지나 내 선생님이고 난 선생님의 보물이니까.



내가 선생님 많이 좋아하니까.



내가......반드시 찾아 가겠어요.



어디 까지고... 언제 까지고...



그 날이 올 때까지



부디 안녕히 기다려주세요.



내가 그리워하는 당신



내가 좋아하는 당신



언젠가 다시 만날 



그대여.



Fine







후기

팬픽(?)이란 건 살면서 처음 써보네요. 그런데도 생각보다 다들 재미있게(?) 읽어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사실 재미있는 주제는 아니잖아요. 한 인물의 성장 스토리란게. 

가은 카운터케이스 보자마자 걍 쓰고 싶었습니다. 가은이가 그로니아에서 이런 일이 있지 않았을까, 가은이가 관리자를 선생님이라고 계속 부르는 데에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글을 썼습니다. 

그런데 쓰다보니 이런 걸 누가 보나 싶더라고요. 다들 재밌는 거나 보러 가지.

저도 그냥 재미있는 주제 골라서 쓸 걸 그랬습니다. 하여튼 개운이가 문제야. 그리고 제목에 말장난 써놨는데 아무도 못 알아봐서 슬펐음.

어찌됐건 봐주셔서 감사하고 다음에 더 재밌는 글로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