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덥고 끈끈한 바람이 거대한 건물들에 막혀 열섬을 이루고 있는 섬에는 덥다고 하소연 하는 사람들과 과열된 CPU를 식히려 애쓰는 쇳덩이들로 가득찼다.

뻗치는 열을 관리국의 기상조절기를 탓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른들 속내는 모르는 철없는 꼬마아가씨가 뛰놀고 있었다.


“슈웅~슈우우우웅~~~”


둔탁한 기계와 함께 일렁이는 꼬마아가씨는 어른들 사이를 정신없이 지나가면서 뛰놀고 있었다.


“이야아아~관리국 공인 최종병기! 공중의 왕자~~썬더볼트~! 간다아아~~~”


어른들의 짜증섞인 눈초리는 아랑곳 하지 않고 썬더볼트라 칭하는 종이비행기를 들고 이리저리 쏘다니며 사무실을 난잡하게 헤집다가 이내 아담한 벽 앞에 막혔다.


“시그마니이임!!!”


그라운드원의 아름다운 푸른바다를 담은 눈동자와 비교되는, 애써 에센스로 찰랑거리게 하려 했지만 푸석함을 잃지못한 머리카락이 있는 김하나 관리부장이 시그마를 막아섰다.


“아아, 안돼에에! 썬더볼트가아!”

“적당히 하세요! 다들 바쁜데 여기서 뭐하시는거에요!!”


시그마는 구겨져버린 선더볼트를 매만지며 말했다.


“그치만…동화책 읽어줄 사람이 없잖아.”

“동화책 정도는 혼자서 읽어주세요! 지금 저희 다 바빠서 정신이 없어요 실장님!”

“으에엥…동화책도 가져왔는데 부장님이 읽어주시면 안 돼?”


시그마는 초롱초롱한 한 쪽 눈을 뜨며 불쌍한 눈빛을 보냈지만, 어른의 냉혹한 눈빛을 이겨 낼 수 없었다.


“안돼요. 바쁘니까 저기 들어가계세요!”

“으아앙!! 나쁜 마귀할멈이야!”

“누가 할멈이래요!!”


김하나가 시그마를 내쫓자 시그마는 밀리지 않을려고 버텼으나, 어른의 힘은 시그마를 능가했다.


“으아아아앙!!!아빠아아아!!!”

“사장님 출장 가셨어요!”


관리부의 철문이 닫히고 시그마는 밖에 덩그러니 서있다 씩씩거리며 다른방으로 들어갔다.


“나빠! 못 된 마귀할멈! 으이잇!”


시그마가 컴컴한 방에 꺼져있던 불을 키자 보지 못했던 인영이 순간 나타났다.


“와앗! 누구야?”


시그마가 놀라는 표정을 짓자 방에 있던 아리따운 여성이 답했다.


“어…누구신지…?”

“어, 언니는 누구야? 왜 방에 불을 꺼놓고 있었어?”

“아, 잠시 쉬고 있었어요.”


그리고 여자는 일어나 없는 치맛자락을 잡고 예법에 맞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이 곳에 온지 얼마 안되어 잘 몰라서 돌아다니다가 쉬고 있었어요.”

“그렇구나~엣헴~”


시그마는 당당한 포즈를 취하며 답했다.


“언니는 새로와서 모르겠지만! 나는 시그마라고해!”


여자는 두 손을 모으며 싱긋 웃었다.


“시그마양이시군요~정말 반갑습니다.”

“동시에! 아빠 딸이라구! 엣헴!”

“아빠…딸…?”


여자는 곰곰이 생각하다 깨달은듯이 놀랐다.


“혹시 사장님의 따님이신가요?”

“오~예리한데~~”


시그마는 신나서 여자를 앉히고 옆에 같이 앉았다.


“엣헴~나는 이 회사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미래전략실장이다~!”

“와…와아…?”


시그마는 근엄한 목소리를 흉내내며 말했다.


“이 회사에 들어왔으면! 무조건 나에게 해줘야 하는것이 있도다~”

“그런건 못들었는데요…?”

“방금 만들었니라~!”


시그마는 우쭐대며 여자의 앞에 책을 들이댔다.

여자는 일렁이는 공기에 깜짝 놀라 뒤로 주춤거렸으나 시그마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자! 여기! 동화책 읽어줘 언니! 헤헤~”


시그마가 헤실헤실 웃으며 여자에게 책을 들이댔다.

팔랑거리며 넘어가질 종이책을 기대하고 있던 시그마였지만 여자는 약간의 당혹을 담아 익숙한 설명을 했다.


“어…죄송합니다만, 저는 앞이 보이지 않아요 시그마양.”

“어???”


시그마는 잠깐 허둥지둥 거리다 불쌍한 눈빛으로 여자를 올려봤다.


“괜찮아? 시그마가 호 해줄까?”

“호…후훗…”


여자는 초점을 잃은 눈을 감으며 시그마를 쓰다듬었다.


“괜찮습니다. 이미 익숙한걸요.”

“우으…언니 불쌍해.”

“아니에요.”


시그마는 처음겪는일에 당황하며 어쩔줄 몰라하다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묘수를 떠올렸다.


“그래! 이렇게 하자!”

“뭘 어떻게요?”


여자가 걱정되는 눈빛으로 일어선 시그마를 올려다보자 시그마는 다시 한 번 여자에게 빨갛게 빛나는 눈을 들이댔다.


“언니는 책을 못 읽으니까! 내가 동화책 읽어줄게!”

“네? 동화책을요..?”

“응! 언니는 동화책 안 읽어봤지?”

“음…기억이 나지 않네요.”

“거 봐! 내 말 맞지?”


시그마는 다시 한 번 우쭐대며 책을 펼쳤다.


“아직 못 읽은 부분이 있어서 언니들한테 읽어달라고 했는데 다들 바쁜가봐! 아빠가 읽어줬으면 좋았을텐데~”


시그마는 여자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시그마는 착하니까 언니한테 읽어줄게! 재밌을꺼야~”


여자는 어쩔수 없는 표정과 함께 마음을 내려놓고 웃었다.


“그래요, 좋아요 시그마양.”

“자 그럼 간다~”


시그마는 동화책을 빠르게 스캔하고 읽어내려갔다.


“옛날~옛날에~아리따운 마녀가 있었어요~”

“마녀는 마법을 다룰 줄 아는 위대한 마녀였지만~사람들은 마녀의 힘을 두려워 해서 마녀를 내쫓았습니다.”

“어머…저런…”


여자는 적당히 맞장구 쳐주면서 안타까운 표정을 짓자 시그마는 여자를 바라보고는 다시 읽기 시작했다.


“모두에게 쫓겨난 마녀는 숲에서 마법연구에 몰두했습니다. 언젠가 사람들을 돕기 위해 쓰기로 결심했죠.”

“그러다 어느날! 서쪽에서 나쁜악마들이 마녀가 살고있던 왕국을 공격했답니다! 우아아!”


시그마가 우아아! 하는 소리와 함께 여자를 겁을 주자 적당히 무서워 하는 표정을 지었다.


“우아아…무서워라.”

“사람들은 뿔뿔이 흝어졌고! 전쟁에서 패배한 왕자는 숲을 헤메다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시그마는 갸우뚱 거리며 계속해서 읽어갔다.


“끝없는 숲에서 헤메다 쓰러진 왕자를 구한건 마녀였습니다! 마녀는 왕자를 데리고가 왕자를 보살펴주고 마법을 가르쳐줬습니다.”

“어머…마녀는 정말 착하네요.”

“그치? 마녀는 착한사람이야!”


시그마는 동화에 이입하며 책에 들어갈것처럼 읽었다.


“시간이 지나고 악마들을 무찌를 마법을 배운 왕자는 마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지도 못한채, 왕국을 지키러 마녀의 집에서 나왔습니다. 마녀는 슬펐지만 왕자가 이기길 바라며 혹시모를 약들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왕자는 마녀의 집에 다시 찾아왔습…니다?”


시그마는 스캔하며 내려가다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계속해서 읽어내려갔다.


“마녀는 왕자를 맞이하러 나갔지만, 왕자는 실성하여 마녀를…찔렀습니다??”


시그마의 표정이 점차 어두어지기 시작했다.


“왕자는 악마들에게 조종당해 자신들을 물리칠 마녀를 찔러버렸습니다. 왕자는 울음을 터트렸고 마녀는 슬피울며 왕자에게 말했습니다.”

“ ‘아들아…다녀왔구나…’ ”

“왕자는 울었습니다. 왕자는 악마들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을 보살펴준 마녀를 쓰러뜨릴수 밖에 없었기에 더욱 슬퍼하며 울었습니다…”


시그마는 울지못하는 눈동자를 일렁이며 글썽였다.


“이게 뭐야…동화책이 왜이래…”


시그마가 울상인 표정으로 더는 읽기 싫어 책을 덮으려고 하자 여자는 시그마의 손을 붙잡았다.


“시그마양, 더 읽어주세요.”

“시러어…이런 이야기는 읽고 싶지 않아…”


여자는 시그마의 얼굴을 돌려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


“괜찮아요, 읽어주세요. 제가 듣고싶은걸요.”

“하지만…이런 이야기는…”

“괜찮아요, 시그마양.”


여자는 애써 시그마 앞에서 웃으며 말했다.


“슬픈이야기지만, 아직 이야기의 끝을 듣지 못했는걸요. 여기서 끝내면 제가 많이 슬플거 같아요.”

“정말? 언니 슬퍼할거야?”


여자는 고개를 가만히 끄덕였다.


“그것도 아~주 많이요.”


시그마는 하는 수 없이 책을 다시 폈다.


“언니가 슬퍼하니까…계속 읽을꺼야?”

“네, 계속 읽어주세요.”


시그마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읽어갔다.


“슬퍼하던 왕자에게 마녀는 마지막으로 악마를 무찌를 마법을 알려주고 악마의조종을 풀었습니다. 왕자는 슬픔을 떨치고 악마에게 달려갔습니다.”

“마녀의 마법으로 왕자는 악마에게 이길 수 있었고, 왕자는 다시 새로운 왕국을 세웠습니다…”


시그마는 마지막을 확인하고 메마른 목소리로 읽었다.


“그리고…왕자는 왕이되어 부인을 맞이하고 백성들과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시그마는 울먹이며 책을 덮었다.


“결국…마녀는…마녀는…”


울지 못하는 시그마가 울음을 터트릴려고 하자 여자는 시그마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다른손으로는 시그마의 손에 포개었다.


“시그마양, 아무래도 이 이야기는 잘못된거 같네요.”

“우으…아니야, 이건 동화가 아니야.”

“맞아요, 제가 읽었던것과 전혀 다른걸요?”


시그마는 깜짝 놀라며 여자를 얼굴을 봤다.


“으엥? 정말로?”

“그럼요, 눈이 멀기전에…이 동화책을 본 적이 있어요. 아무래도 끝부분을 안적은거 같네요.”

“진짜? 어떻게 되는거야? 마녀는? 마녀는??”


시그마가 희망차고도 초롱한 눈으로 여자를 보았지만 여자는 보지 못했지만 시그마의 목소리에 잔잔하게 웃었다.


“왕이 된 왕자는 숲으로 들어가 마녀의 집을 찾았습니다, 자신을 아낌없이 보살펴주던 마녀의 집을 정리하러 들어가자. 왕자는 깜짝 놀랐습니다.”

“어? 설마? 설마??”


여자는 두 팔을 벌려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짜잔~사실 마녀는 죽지않고 살아있었답니다~”

“우와아아!!어떻게? 어떻게 살은거야??”

“마녀는 악마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잠시 죽은척을 했고 왕자에게 모든것을 알려줬었습니다. 그리고 왕자가 행복하길 바라서 숲에서 계속 왕자를 기다리고 있었던거였죠.”

“우와…마녀 최고야.”

“그리하여 마녀는~왕자와 함께 사람들의 환대를 받으며 오래오래~아주~”


시그마는 헤벌쭉 웃으며 이어갔다.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와아아~~~”


여자는 시그마의 손을 깍지끼고 기쁨의 손짓을했다.


“마녀도 행복하고~왕자도 행복하고~모두가 행복해! 그치!”

“네~모두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와아…언니 최고야. 언니 덕분에 마녀가 살았어!”


여자가 싱긋 웃고 다시 시그마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방문이 거칠게 열렸다.


“시그마! 여기있었…”


문을 박차고 들어온 은발의 여자는 말을 잇지 못했다.


“어! 알렉스 언니! 언니 왔구…”


시그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알렉스는 살의에 가득찬 눈으로 일그러진 얼굴과 함께 앉아있던 여자의 목을 거칠게 잡고 뒤로 끌고갔다.


“꺄아앗!”


여자는 괴롭고 놀난 얼굴로 알렉스의 손에 갸녀린 목이 잡혀 몸부림쳤다.


“커흐윽…카흑…”

“이게 누구야?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어, 언니? 알렉스 언니 왜그래!”

“시그마! 뒤로 물러나있어! 어서 다른 전대원들을 불러와줘!”

“아…이 목소린…크으윽…!”


알렉스는 듣기도 싫다는것을 몸으로 힘껏 표현하며 여자의 목을 꽈악 쥐었다.


“그래, 제발로 걸어들어왔구나. 오늘 드디어 너를 죽일 수 있게됐어.”

“하지마!! 언니 하지마아!!!”


시그마가 알렉스의 옷깃을 붙잡고 뒤로 끌어당겼으나 익숙하지 않은 질량화 홀로그램은 알렉스를 잡을 수 없었다.


“시그마!!위험해! 뒤로 물러나! 당장 전대원들을 불러오고 이 구역 봉쇄해! 어서!!!”

“카흑…끄흐윽…!”


여자는 갸녀린 팔로 자신을 옥죄고 있는 알렉스의 팔을 붙잡았다.


“오랜…이구나…”

“닥쳐!!! 무슨 꿍꿍이로 쳐 들어온거냐 마에스트로!!!”

“관리국…전대…”

“죽여버리겠어!!!”


알렉스가 모든힘을 써서 마에스트로의 목을 움켜쥐자 뒤에서 불협화음을 내지르는 바이올린이 울러퍼졌다.


“크흐윽!”


알렉스는 반사적으로 몸을 비틀며 파동을 피했고 두 귀를 막으며 분홍머리의 여자에게 발길질을 했다.


“버려진 실패작이 주제도 모르고 감히!”


여자는 다시 알렉스를 바이올린 활로 수차례 찔렀다.


“셰나!!! 마에스트로!!!”


알렉스는 바이올린의 활을 피하며 그 사이에 생긴 파동을 휘어버렸다. 휘어진 파동들이 주변으로 날라가며 역한 반응과 함께 일그러졌고 알렉스는 울러퍼진 회음을 귀에 파동을 보내 다시 막았다.

셰나가 다시 한 번 공격하려하자 뒤에서 마에스트로가 말했다.


“그만하세요, 셰나.”

“지휘자님?”


마에스트로의 상냥했던 목소리는 흔적도 없이 없애고 위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 당신의 공격을 명령한적 없습니다.”

“하지만 지휘자님…!”


셰나는 마에스트로를 바라보다 악기를 거두었다.


“알겠습니다 지휘자님.”

“개자식들이…!”


알렉스가 달려드자 시그마가 알렉스를 막아섰다.


“그만해! 마에스트로언니는 착해!”

“뭐?? 시그마 너…!”


알렉스는 황당함과 배신감이 섞여 시그마를 보았다.


“시그마, 상대가 누군지 알아? 너희 아빠의…!”

“마에스트로 언니는 동화책 읽어줬단 말야! 내가 모르는것도 읽어줬다고!”


시그마가 울먹이며 말하다 끝내 홀로그램에서 데이터처리된 눈물을 흘리며 엉엉 울었다.


“왜…왜 싸우는거야…알렉스 언니 미워어어!!!”

“시그마아!!!”


언성이 높아지고 시끄러운 소란에 전대원들과 다른 사람들이 달려오자 마에스트로는 옷매무새를 다듬고 앞으로 나왔다.


“후훗, 당신에게도 이런 모습 있었는지 몰랐군요.”

“닥쳐…시그마에게 어떤짓을.”

“교양없이 난폭하게 길러진 사냥개…아니 똥개마냥 날뛰어선 사람인지 개새끼인지 구별도 안가는데, 허울뿐인 기세는 접어두시죠.”


마에스트로는 자신을 죽이러 달려온 메이즈전대와 앞에 서있는 전대장 류드밀라에게 인사를 올렸다.


“인사드립니다. 우리와 같은 메이즈전대장 류드밀라양.”

“...”


류드밀라는 저 멀리 달려오는 김하나부장의 발소리를 듣자 전대원들과 알렉스를 자신을 그림자공간으로 불러들였다.


“아니 이게 다 무슨일이에요? 세상에 방이…!”


김하나가 소스라치며 놀라자 마에스트로는 앞으로 나와 다시 인사를 올렸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마에스트로 네퀴티아입니다. 사장님의 요청으로 처음 그라운드원으로 방문했습니다. 편하신대로 불러주시길.”

“아! 네퀴티아님! 혹시 여기 무슨일이?”

“음…저는 눈이 안보여 모르겠군요.”

“세상에 이게 도대체 무슨일이야…CCTV를 돌려봐야곘네, 아이 참 진짜 일도 바쁜데!”


김하나는 구석에서 울먹이며 쭈구려앉은 시그마를 찾았다.


“실장님! 여기서 뭐하고 계세요? 설마 이거 실장님께서 하신거에요?!”

“아니…훌쩍, 아니야.”

“세상에…우시는거에요? 누가 우리 실장님을…”


네퀴티아는 소리가 난 방향으로 말했다.


“음…저도 잘 모르지만 누군가 소란을 피우고 가버려서 우리 시그마양이 놀란것 같네요.”


네퀴티아는 당혹스런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제 눈이 보이기라도 했다면…”

“아니에요, 도대체 누가 이런 못 된 짓을…실장님 뚝! 그만 우세요! 괜찮아요.”

“우으…후으…마에스트로!”


시그마는 네퀴티아의 품으로 달려들었다.


“무서워…왜…왜그러는거야…”

“시그마양…”


네퀴티아는 시그마를 꼬옥 안으며 말했다.


“오래오래…행복하게 살다보면 가끔 이런저런일도 있는거에요.”

“그치만…이건 행복하지 않은걸, 서로 슬프고 아픈걸.”

“후훗, 시그마양.”


네퀴티아는 보이지 않는 두 눈으로 시그마를 바라봤다.


“가끔, 이따금 아프더라도. 그래도 결국에는 모두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니까요.”

“우응…”


시그마는 네퀴티아의 품에서 잠깐 부비적거리다 전력이 많이 소모돼 미래전략실로 돌아갔다.

김하나는 망가진 시설물을 확인하며 네퀴티아와 뒤에있던 셰나에게 사과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사장님의 초청으로 오셨는데 이런 꼴을 보여드려서.”

“아닙니다, 저는 괜찮은걸요.”

“음~혹여나 우리 지휘자님의 옥체에 털끝하나라도 다쳤다면.”

“셰나?”


네퀴티아가 셰나를 잡고 묻자 셰나는 익살스런 표정으로 김하나에게 말했다.


“농담이에요, 사장님께선 언제 도착하실련지요?”

“아! 곧 도착하실거에요! 마중나가야하는데 참!”


김하나는 서둘러 마무리 하고 공항으로 갈 헬리콥터를 준비하며 나갔다.


네퀴티아는 다시 다소곳이 앉아 셰나를 불렀다.


“셰나.”

“네, 지휘자님.”

“앞으로…일이 참 흥미로워지겠어요. 실패작과 같이 후훗…”

“지휘자님의 깊고 웅장한 뜻을 실패작이 알리가요.”

“그래요…그리고 그 년과 우리를 길들인…”


네퀴티아는 숨을 고르쉬고 탄식했다.


“아아…관리자님…”


보이지도 않고 적으로 돌렸던 남자를, 네퀴티아는 자신의 마음속에 깊게 물들였다.

이어질것 같지 않았던, 닿지 못할 평행선을 달리던 그 남자를, 의태에 씌여서 덮어진 기억속에 남아있던 사랑이란 감정으로 물들였다.

사모하고, 또 직접 보고싶던 남자를 곧 만나게 될 자신을 상상하며 어떻게 인사를 올릴지, 자신의 인사가 예법에 어긋나지 않을지 생각하며 네퀴티아는 자신의 헝클어진 마음속으로 빠져들어갔다.

깊은 상상으로 빠져들어간 지휘자의 마음을 달래줄 셰나는 두 눈을 감고 자신의 지휘자이자 주인에게 무해한 음률을 연주했다.

경쾌하지도 빠르지 않고, 느릿느릿하며 익살스런 운명을 노래했지만, 그 사이에 순간순간 담긴 슬프고도 웃긴 감정을 담은 음들이 네퀴티아의 마음속으로 침몰하다가, 이내 잠겨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