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읽기 전에 : 그냥 별 거 없고, 오랜만에 신지아랑 세실리아 고모 생각이 나서 급하게 써본 것일 뿐이다.]
관리국 직할 도시, 그라운드 원. 이곳의 어딘가에는 ‘사상 최강의 기계장치’가 존재한다.
코핀 컴퍼니의 지하에 있는 어떤 특수 기계장치를 제외하고 가장 무서운 거 말이다. 코핀 컴퍼니의 사장은 아마 모르겠지? 설령 안다고 해도 그거를 함부로 건드릴 수는 없을 것이다. 누가 만들었는지, 그리고 누가 설치했는지를 전혀 알 수가 없는 기계. 그라운드 원에 이렇게까지 깊은 지하에 쉘터가 존재했을 줄이야. 지하 쉘터의 설계도를 보면, 그야말로 세상 최후의 날을 위한 설계인 느낌이 든다.
지하 쉘터의 중앙통제실. 이곳에 그 사상 최강의 기계장치가 존재한다. 이 기계장치를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가 없다. 지하 쉘터만 해도 뭐랄까? 지하 1,000m 이상의 깊이에 위치하고 있어서 그야말로 전시 최고 지휘사령부라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라고 할까? 너무나도 깊은 지하에 있는 쉘터라 설령 세계가 멸망하여 이면세계처럼 된다고 해도, 이 쉘터는 멸망 이전처럼 잘 굴러갈 것만 같다.
이곳에 들어오는 이가 하나 있다. 세실리아 신. 구 알파트릭스 바이오닉스의 대표이사다.
세상 사람들은 ‘고모님’ 이라 부르는 분인데, 그런 그녀를 맞이하는 것은 어린애 하나다. 정확히는 고등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애지만. 세실리아 신은 저주하고 싶은 심정일 거다. 아무리 보더라도 자신의 조카인 신지아와 빼닮은 여자 아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소녀는 세실리아를 향해 진심으로 존경하는 태도를 보이고, 일단 이 아이에 대해 알아보잔 생각이 들어 어디 한 번 지켜보기로 한다.
신지아를 빼닮은 소녀는 세실리아에게 모두를 대신해 사과드리겠다며 고개를 숙인다.
“세실리아 님. 이곳을 소개해드리기에 앞서, 드릴 말씀이 하나 있습니다.”
“......?”
“그간에 여러 사정들로 인해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늦었지만, 제가 모든 것들을 대신해 깊이 사과드립니다.”
“......!?”
소녀가 세실리아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사과한다. 조금의 거짓도 느껴지지 않는 진심이 느껴지는 사과에 세실리아는 기겁하지. 그리고는 한 마디를 한다. 너는 도대체 누구고, 네 정체가 무엇이냐는 것. 소녀는 그걸 말해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신의 기억에 이젠 어머니의 존재조차도 희미해졌기 때문이라고. 다만,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자신에 해준 말에는 반드시 꼭 살아야만 한다는 것.
그거 하나만 기억하고 있다고. 자세한 사정을 전혀 모르지만, 그래도 사과를 한 거다.
세실리아 신. 그녀를 이곳으로 부른 이유는 이곳 지하 쉘터에서 어떤 특이하게 생긴 기계장치를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걸 보여주지. 아무리 보더라도 차원의 틈을 연상케 하는 대형 기계장치라 할까? 세실리아는 왜 이걸 자신에게 보여주는 거냐고 묻지. 이걸로 고모의 복수를 하고 싶으면 하란다. 이 기계장치가 자신의 복수를 이루어줄 수 있는 거라고? 소녀는 이걸 ‘최후 심판의 날 기계’라 부른다.
CDD. Counterside Doomsday Device. 카운터사이드 파멸의 날 기계. 라는 뜻이다.
“최후 심판의 날 기계?”
“네. 그리고 이것이 제가 세실리아 님에게 드리는 선물입니다. 이 기계를 작동시키기 위한 스위치입니다.”
“.......”
“그 스위치를 일단 한 번 누르게 되면, 다시 취소시킬 수가 없다는 걸 명심하십시오.”
“취소시킬 수가 없다는 건?”
“이곳 그라운드 원을 포함하여...... 전 세계를 파멸로 몰아넣을 수 있는 기계입니다.”
“저... 저... 전 세계를... 몰살시킬 수 있다고?!”
“네. 저의 친구...... 저의 오랜 친구가...... 함대를 이끌고 와서, 이 세상을 완전히 지워버리게 될 겁니다. 일종의 ‘버스터 콜’ 이라고 해둘까요.”
지금의 이 세계관을 완전히 초토화, 잿더미로 만드는 걸로 모자라 최후의 한 명, 그리고 최후의 한 마리의 동식물까지도 전부 없애버리게 될 거라는 것. 소녀가 말하는 자신의 오랜 친구가 누굴까? 자기 휘하의 함대를 동원해서 전 세계를 멸망시키게 될 거라니. 도대체 얼마나 강한 친구라는 거지? 세실리아는 이 스위치만 누르면, 자신의 인생을 완전히 망쳐놓은 검은 평의회에 복수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고 보니, 세실리아는 이볼브 원에 의해 자신의 뇌수를 완전히 빨리게 되었고, 나아가 이면세계의 어딘가에 버려지게 되었지. 물론 누군가에 의해 구출되어서 병원으로 실려 가게 되었고, 결국은 지금 이렇게 살아있는 몸이 되었지만. 지금 이 스위치를 보면 당장에라도 버튼을 눌러서 검은 평의회를 비롯해 자신을 이렇게까지 밑바닥으로 추락시킨 조카 신지아, 그리고 알파트릭스 그룹을 멸망시키고 싶다.
하지만, 자신의 복수를 위한다고는 해도 전 세계를 멸망시키는 것이 과연 합리적일까?
“너...... 이름이 뭐지?”
“죄송합니다. 세실리아 님. 저는...... 이름이...... 기억나질 않습니다.”
“......뭐?”
“......저는 모든 거에 절망하고, 모든 희망을 버렸습니다. 그 결과로 제 이름마저도 잊어버리게 되었죠.”
“네 어머니가 누군지 정말 궁금하군. 혹시 네 어머니의 사진도 없어?”
“네. 사진이라도 있었으면 가끔씩이라도 보면서 떠올렸을 텐데...... 죄송합니다.”
자신의 어머니도 기억을 못하고, 심지어는 자기 자신의 이름조차도 잊어버린 이 소녀.
세실리아는 이 녀석이 뭐랄까? 자신의 조카, 신지아를 빼닮았다는 점이 심히 불쾌하지만 그래도 왠지 모르게 동정심을 느낀다. 애가 도대체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자신의 오랜 친구를 거론하면서도, 그 친구의 이름을 언급하진 않는 것으로 보면 뭐랄까? 그 친구 이름조차도 이젠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봐도 되겠지. 세실리아는 이 스위치를 정말 누를까? 누르기만 하면 복수를 이룰 수 있는데?
그런데도 왜 여태 누르지를 못할까? 세실리아가 혹시 뭔가를 고민하고 있는 것인가?
[그걸 누르면 곤란하네. 세실리아 신.]
“이 목소리는...... 코핀 컴퍼니의 사장?!”
“워, 워. 진정하게. 그 스위치가 둠스데이 디바이스의 지령서. 라는 건 알고 있다네.”
“둠스데이 디바이스의 지령서?”
“또 다른 표현으로는 ‘버스터 콜 실행 버튼’ 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네. 그렇잖은가? 소녀여.”
“세실리아 님은 당신을 코핀 컴퍼니의 사장이라고 불렀습니다. 저를 아십니까.”
“당연히 알고 있다네. 자네의 진짜 이름과... 자네가 잊어버린 모친의 이름까지도.”
코핀 사장은 자신은 다 알고 있다고 하면서도, 자네가 원치 않는다면 어쩔 수 없단다.
세실리아에게 그 스위치를 누르면, 그토록 원하던 복수를 단숨에 이룰 수 있다고 하면서도 네가 진정으로 소중히 여기는 거까지도 전부 다 잃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세실리아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 그거까지도 전부 잃게 될 거라고. 세실리아는 사장에게 그 때에 자신을 구해줬던 거는 감사히 생각하지만, 자신은 복수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에 사장은 그게 아니라도 복수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하지.
최후의 한 명까지도 죽일 수 있는 파멸의 날 기계. 사장은 자기 자신의 체면도 부디 살려달라는 부탁과 함께, 세실리아에게도 다시 재기해서 자신 만의 복수의 방법을 찾으라고 한다. 이런 스위치에 의존한다면, 당장은 기분이 좋을 지도 모르지만, 최종적으로는 뭐랄까? 지금 이곳 쉘터에 있는 우리들을 제외한 나머지 세상 사람들 모두가 전부 죽는 결말만이 있다며 차라리 새로운 복수를 개발하라고 한다.
“새로운 복수?”
“그렇다네. 꼭 누군가를 죽이는 것만이 복수는 아니지 않은가?”
“.......”
이름 없는 소녀의 봉인되어버린 기억. 정확히는 사실상 소멸된 거나 마찬가지인 기억.
한 여성이 힘겹게 도망치고 있다. 여기저기에 총알이 박혀서 피를 철철 흘리는 모습을 하고 있달까? 그 여성을 천천히 걸어서 쫓아가는 또 다른 여성이 있다. 도망치는 여성은 자신의 두 손으로 엉덩이를 가리고 있는 모습인데, 아무래도 그쪽 부위에서도 피가 나는 모양으로 보인다. 두 손에 피가 묻어 있거든. 한참을 도망치다가 기력이 다했는지 쓰러진다. 추격해온 여성은 이제 숨바꼭질은 끝이라고 하지.
“......끝이야.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으면 기꺼이 들어주지.”
“......부탁이에요. 제 딸에게는 손대지... 말아주세요.......”
“......?”
“저는 분명히 잘못을 저질렀어요. 하지만...... 애한테 무슨 죄가 있겠어요.......”
“......너.”
“저를 싫어하시는 거 정말 잘 알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거 하나만은 부디 들어주세요.”
“.......”
“부디... 제 딸을... 키워주세요. 제 딸이 아닌... 당신의 딸로... 호적을 바꿔버려도 좋으니, 부디......”
그 말을 끝으로 해당 여성은 숨을 거둔다.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한 그녀는 총을 도로 주머니에 넣지. 두 눈을 뜬 채로 숨을 거두었는데, 자신이 얼마나 한이 많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마지막에 예의상 두 눈을 감게 해주자. 그리고 그녀는 어떤 장소로 가서 어느 어린 아이를 데려다가 자신의 딸로 호적을 등록해준다. 설령 이게 ‘입양’ 이라고 해도, 일반 입양이 아니다. ‘친양자’ 입양이다.
성씨도 그 여성이 아닌 자신의 성씨를 갖도록 그렇게 등록했고, 친딸처럼 키웠다.
그 아이는 그녀를 진심으로 따랐다. 자신의 모든 걸 다하여 헌신하듯 그녀를 진심으로 따랐다. 하지만 아이가 고등학생으로 컸을 무렵, 침식체들이 대거 쳐들어왔다. 그녀는 아이를 지하에 숨겼고, 자신은 아이를 지키기 위해 침식체들을 유인했고 결국은 소식을 들을 수가 없었다. 아이는. 아니, 소녀는 지하실에 틀어박힌 채로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서 울기만 했다. 그러다가 어떤 아이템을 발견하게 되었지.
시계로 보이는 아이템에서 빛이 났고, 소녀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지.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라운드 원의 어느 비밀 지하 쉘터인 것이었다. 소녀는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정작 아무것도 기억할 수가 없었다. 소녀는 지금 현재에도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지만, 그 시계로 인해 자신의 거의 대부분의 기억들이 날아가 버렸다는 거다. 자신의 이름부터 기타 모든 사항들에 이르기까지 고루 말이다.
어쩌면 소녀는 앞으로도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 슬픈 현실이다.
[몇 줄 요약 (?)]
1. 그라운드 원의 어딘가에는 지하 1,000m 이상 깊이에 위치하고 있는 극비 지하 쉘터가 존재한다.
2. 세실리아 신. 일명 고모님은 신지아 빼닮은 소녀와 마주하고, 빡치지만 그래도 애는 뭔 죄냐며 애써 참는 중이다.
3. 소녀가 고모에게 건넨 건, 최후 심판의 날 기계 작동 스위치. 누르는 순간, 취소는 없으며 이 세상이 멸망하게 된다.
4. 최후의 한 명, 최후 한 마리의 동식물들이 싹 다 죽기까지 버스터 콜이 계속되는 방식. 그 녀석들에 복수도 할 수 있다고.
5. 고모는 과거에 끔찍한 결말을 맞았지만, 코핀 컴퍼니 사장이 구출해줬고 지금은 이렇게 살아있는 상태.
6. 코핀 사장은 세실리아 신. 고모에게 해당 스위치에 의존하지 말고, 자신 만의 새로운 복수를 찾아서 개발하라고 한다.
7. 소녀가 누군지는 모르나, 소멸된 기억에 의하면 어느 한 여성의 딸이었다. 그녀의 사후, 그 여성은 소녀를 데려다가 자신의 친딸처럼 키웠다. 물론, 자신의 성씨로 바꾸는 식으로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