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희 1년(1907년) 지금 서울로 가는 중이오...


우연히 고부를 지나는 길, 무지한 민중들이 그대가 조국을 등졌다기에 경을 쳐 주었소...


최근 그대에 대한 이상한 소문들이 돌고 있어 그저 웃음만 나온다오...


지난 을사년(1905년)에 경복궁을 포위하고 순정효황후의 치마에서 옥새를 강탈했다느니,


혹은 정미년(1907년) 조약 체결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느니 하는 질 나쁜 소문들이오..

(정확히는 군대해산 조문을 건의한 게 그대라는 것이었소...)


나는 털끝만큼도 그런 소문들을 믿지 않소. 그대가 그럴 리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소이다...


분명 뭔가 오해가 있었던 것이오... 그대가 어찌 조국을 배신할 수 있겠소...


혹여 그대도 들으셨거든 너무 심려치 마시오...


나는 역적들로부터 나라를 구하기 위해 13도 창의군의 일원으로서 서울로 향하고 있소..


지난 정미조약으로 해산된 시위대와 진위대의 군인들도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오...


우리는 바람처럼 동대문을 습격해 나라를 구할 것이외다...


일제가 아무리 강하다 한 들 우리의 위치를 모르니 어찌 막겠소이까...


내 반드시 매국노 배신자들로부터 그대를 구해내겠소...


그리고 부끄럽지만 기약이 되면 그대와 다시 만나고 싶구료... 이만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