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유우우우우우.





"휘유우우우...웃,"




"켈록...켈록...!"





씨발.



왜지?

왜 이렇게 된 거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해가 안 간다.

아니, 알 것 같긴 해.

근데 이건 씨발, 너무 하잖아.


싸웠잖아. 다른 사람들, 메이즈 전대 전부 다. 살기 위해서 싸우고, 그리고 제대로 된...




' … 그래. 네 소망대로. 너는 여성의 가슴을 강하게 움켜쥐고, 여성기 안에 사정할 때까지. 죽을 수 없다. 죽지 않는다. 어디 한 번. 잘 해보도록.'




알고 있어.

알고 있었어.



그래도...



겨우... 겨우, 뭔가.

사람답게...



아니, 애초에 씨발 그럴거면 발레리는 뭔데?

왜 내 발 밑에 있는건데?!


이러라고 해놓은 거 아니야?

그렇게 판을 짜둔 거 아니냐고.




씨발...씨발...!



싸웠다고. 다들. 살기 위해 죽으려고, 싸웠다고...!

내 곁을 어루만지듯이 따스하게, 그리고 포근하게, 마지막으로 순식간에.



싸늘히도 식어간 그 온기를 느낀다.

전장에 나는 서 있었다.


나도 모르게 왼손의 팔목을 움켜쥐고서, 허리를 굽힌다.

너무하잖아. 씨발. 젖보똥이 뭐길래. 그럴거면 이렇게 수작질하면 안 되는 거잖아.

눈 앞에, 아직 선명한 전대원들의 분투. 죽어가면서도 싸우던 사람들.



"하...하하...하하..."




겨우, 제 정신을 차린걸지도 모른다.




"존나 잘난 척하더니, 야. 쟤 좀 봐라 크크크크"

"이열~ 올림피아드 출신 87점~"

"병신."




"아무것도 하지 마라 너는"





하, 하하하하하하.... 하.. 하하ㅏ하하하ㅏ하하ㅏ하하





그 말 그대로네.

아무것도 하지 말 걸.


아아.



아아아...






아~ 너무 열심히 살 생각은 마

죽은 거 같아 보이니까.

-36












주변은 눈보라.

멈추지 않고, 바이저 옆의 패러미터도 요동치고 있다.

뭐, 다 깨져서 뭐가 뭔지 알아볼 수도 없지만.


분명히 쓸 때까지는 멀쩡했던 시스템 아나운스, 모네카. 그러니까 지아링의 목소리도 서서히 깨져가고 있다.

조작법은 몇 번이고 죽어가며 배운 탓에 숙지하고는 있지만 만질 기운도 안 든다.


그저, 눈보라에 치이면 치이대로 발만을 움직인다.

가만히 있으면, 괜한 환청이 또 들릴 거 같아서.


어쩌면 도망치려고 그런 것인지 모른다.

어쩌라고 씨발.




"..."




주변은 온통 흰색.

검은색 바탕을 용서하지 않겠다는듯 불어드는 회색.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왼손이, 팔목 언저리가 욱신거려서 오른손으로 꽉 쥐어봐도 변하는 건 없다.

불끈불끈, 용암이라도 타고 흐르는 것처럼, 웃기게도.


장갑 위로도 느껴지는 맥동. 살아있다는 증거. 하지만 진짜 웃기네.

흐, 흐흐흐.



아무것도 안 했다.

아무것도 안 했으니까, 이제와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당연한데.


간신히 정신을 차린다.



할 수 있는 거라고는 할카스 달리는 거랑 카사챈에 분탕 치는 거 말고 없잖아.

아, 하나 더 있지.




엄마를 괴롭히는 거.




흐, 흐흐흐흐. 흐흐흐ㅡ흐흐흐흐ㅡ흐흫






"하, 씨발새끼야 뭐라도 된 것마냥...!"


"결국 넌 씨발 알렉스 젖통 어쩌고하는 추한 씹덕이거든?!"


"이제와서 그 년 흉내내던 씹련 하나 죽었다고 뭐라도 된 것 마냥!"


"개씨발 씹덕새끼야!!!"


"넌 니가 씨발 뭐라도 된 것 같지?! 어차피 빌려온 힘이잖아!"







흐, 흐흐흐흐. 흐흐흐흐, 흐흐흐흐흐.


맞는 말이다.

존나 맞는 말.

도붕이 새끼 예리해. 

헤헤, 헤헤...




구해? 누가? 내가? 제가요?



"호, 호호...호호..."



어떻게요?

나 스스로도 못 구해서 그 모양이었는데?


아무것도 못해서, 아무것도 안해서, 아무것도 마주하지 않았는데

뭘 어떻게요.

나는 관리자가 아니야.


나는 그냥 거북목 유방단. 추한 분탕.

하...흐....





발걸음은 멈춘다.

톡, 하고 헬멧이 철판에 부딪히는 소리.

눈 앞에는 어느새 새까만 철제 장갑.

그 표면을 타고 흐르는 보라빛의 무언가. 이 눈보라 속에서도 사라질듯 말듯 빛깔을 내보이고 있다.

이터니움 합금이라고 하나. 이걸.





"아, 그랬지."




여기서 타라스크를 타고, 류드밀라를 저격했던가.

그렇게 해서 어그로를 끈 뒤에... 저번에는...


저번?


그럼, 이번에는?



모르겠다.

하지만 습관일까.

어쩌면 이 지경까지 왔는데, 아직도.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지.



올라탄다.

수동조작용 콕핏. 아니지, 원래는 메인테너스용 콕핏이다. 수동조작이 가능할 뿐.

메이즈 전대의 기갑은 모두 독립형 AI 이오가 탑재 되어있고, 그게 통합 지휘망에 연결 되어서

전부 자동으로 움직이니까.



지이잉, 하는 소리와 함께 해치가 열리고, 간신히 한 사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에 몸을 집어넣는다.

콕핏 안의 시트는 사람을 태우는 걸 상정하지 않은 딱딱함. 뭐, 어차피 수트를 입고 있어서 그런 촉감따위는 아무래도 좋다.

그런 뒤에 해치가 자동으로 올라가고, 닫힌다.

순식간에 정적이 잦아든다. 간간히 눈발이 장갑을 톡톡하고 때리는 소리만이 울리고, 아직 살아있는.

그러니까 류드밀라가 정비한 시스템 OS만이 웅웅하고 돌아가고 있다.


그 구동음만이, OS의 액정 백라이트만이 이 철제공간 안에서 유일한 빛이자 소리.



헬멧을 집어 던지듯이 벗는다.

캉, 하는 소리와 함께 시트와 콕핏 내의 좁은 공간에 튕겨 날아가지도 못하고 끼여버린다.

우습네.



진짜로 우스운 건 나다.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는데.



알렉스 젖보똥 먹겠다고 이뤄진 계약.

그러지 않는 이상 안 바뀐다는 거 알고 있었잖아.


씨발, 씨발.


뭐라도 된 양.


도붕이 그 새끼 말이 맞다.

씨발... 씨...



"읏...으...으윽...으하..."




반박할 수 없어.

하지만, 동시에.




어째서일까.

목이 뜨겁다. 목 아래에서 부글부글, 이 기분. 처음으로 엄마한테 거짓말을 했을 때.

쓴 소리를 들을 때. 그 때처럼. 천장의 무늬를 세던 그 때처럼.


뜨겁고, 얼굴이 자꾸 타는 것 같이 부글부글.



"아...아악...흐...흐으...흑....하..."




왜? 어째서? 

침식증후군 때문일까. 아니, 머리는 핑핑 잘 돌고 있어.

그럼 이건 뭔데.



"미안....미안... 죄송...합니다..."




누구한테 그러는 건데.

내가 뭘 잘 못했는데?

처음부터 알고 있었잖아. 아무것도 못한다는 걸.


머리를 뒤로 젖힌다. 시트에 머리가 부딪히며 백라이트가 켜진 스크린이 눈에 들어온다.

그 곳에 비춰지는 내 얼굴이 보인다. 엉망이다.

엉망이지만... 어딘가...




"어...?"




깔끔한 턱선.

끝부분이 까만 흰색 머리칼이 볼 언저리까지 자라있다. 새빨간 눈동자.

날카롭게 그려진 눈매는 끝에는 살짝 쳐져 있다. 반쯤 감기듯이 생긴 쌍꺼풀이 자아내는 눈두덩이...




"이건..."




알렉스.


알렉스다.

어째서?


아...



째깍, 째깍.




귀를 기울이면 들려 오는 시계소리.

심장 안쪽, 가슴 왼쪽이라거나 그런 게 아니라.

내 안에서 확연하게 숨쉬듯이 들려오고 있다.




"원래대로 돌아가는 게 아니야...?"




루프가 끝나면, 원래대로.

원래 몸 상태로 돌아가는 거 아니었어?


이건... 알렉스... 그러니까, 도렉스쟝한테 힘을 받아서 내가...!







카운터가 되었을 때.

이 전 상황이잖아.


방금 전 루프.

메이즈 전대와 함께 싸울 때.

그 때의 그 얼굴이잖아.




뭐야...


왜...





삑...

시스템 관리자 명령 확인.

관리자 권한 확인.

전술 통합 지휘망 ONLINE.

현재 지휘망 내의 모든 기갑의 상황 정보를 스캔합니다.




"....뭐야... 이거...!"



갑자기 백라이트가 사라지고 액정 화면에 불빛이 찾아든다.

내 얼굴이 사라지고 텍스트와 함께 AI의 음성이 스쳐간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접속 완료.

시스템 동기화 93%.





"뭐야 이거라니."














"내가 하고 싶은 말이네."



"자네는 도대체 뭐지?"



"왜, 그 곳에 있는거지?"










과... 관남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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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에서 이어질 이야기는 나중에 나옴

35는 프롤로그로 봐주면 카운터 감사합니다.


님들은 좆같겠지만 카붕이가 젖통을 쥐냐마냐의 이야기였자너 이거?

카붕이 시점대로 진행 하는게 맞다 이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