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a's Note 모음













 "......"







 "왜 그렇게 시무룩해 있어?"






왜 냐니요... 그야 당연히 당신 때문이죠...






라고 이렇게 순진하게 물어보는 사람 앞에서는 말할 수 없지...







 "그냥요. 제 자신이 너무 초라한 것 같아서요..."







 "기운 내. 세 마리나 잡았으면 훌륭한 거야."






본인은 카운터도 아닌 몸으로 10마리 씩이나 잡았으면서...






...비틱인가?







 "이데아 씨는 못하는 게 없는 것 같아요. 일도 잘하고, 싸움도 잘하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아니야, 나도 못하는 게 무지 많은 걸?"







 "뭔데요?"







 "음...자기 관리?"






...비틱 맞네.







 "그리고 아까 전에 말했듯이 난 강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곳에 있었어. 전투를 하는 법도, 잡일을 하는 법도 다 그때 배운 거야."







 "그렇다고 해도 카운터도 아니면서 침식체를 도륙 내는 게 가능한 거에요? 저같은 저등급 카운터는 1종 잡기도 벅찬데."







 "침식체를 상대하는 법도 그때 배웠어. 그래봤자. 나도 1종 정도밖에 상대하지 못해. 2종 이상은 버틸까 말까 하는 수준이지."







 "일반인이 2종 상대로 버티는 거 자체가 말이 안되는 건데요..."







 "그런가? 하긴 네 말이 맞기는 해."






이데아 씨는 그 말을 끝으로 침묵 상태에 들어갔다.






마치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처럼.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세요?"







 "...아, 잠시 옛날 생각."






옛날이라...






그러고 보니 이데아 씨의 과거 이야기는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네?






이참에 한 번 물어볼까?







 "훈련을 다 끝마치면 원하는 거 하나 들어주기로 하셨죠?"







 "응, 그랬지?"







 "이데아 씨의 과거 이야기가 듣고 싶어요."







 "......내...과거를...?"






잠시 고요한 정적이 흐른다.






아름답게 미소 짓고 있던 이데아 씨는 어느새 나를 경계하는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아무래도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린 것 같다.







 "농, 농담이었어요! 그냥 아이스크림 하나 사주시면..."







 "아니, 네가 그걸 원한다면 가르쳐 줘야겠지. 언제 까지고 감추고 있을 수 만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야."






비장한 표정으로 말하는 이데아 씨다.






말하기 싫은 걸 억지로 말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싶어 조금 미안해진다.







 "다만 지금은 너도 피곤할 테고... 나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니 밤 9시에 공원으로 나와. 거기서 이야기 해줄게."







 "네, 네!"












밤 9시다.






고요한 공원에는 밝은 조명들만 가득했다.






사람이 없어서 한산하다.






그리고 난 이데아 씨와의 약속 장소로 간다.






이게 뭐라고 긴장이 되냐...






벤치에는 이데아 씨가 앉아서 먼저 기다리고 있었다.







 "왔어? 여기 앉아."







 "네에..."






...내가 남자였으면 좋아한다고 바로 고백 갈겼을 거다.







 "저어...근데 정말 괜찮으신 거 맞죠?"







 "응? 뭐가?"







 "아니, 그게, 뭐냐... 말하기 싫으신데 억지로 이야기 하시는 거 아니신가 해가지고..."







 "...확실히, 누군가 내 과거를 안다는 게 환영할 일은 아니지.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럴 거야."







 "...죄송해요."







 "아니야, 넌 그저 나에 대해 더 알고 싶었을 뿐이잖아? 그렇다면 난 알려줄 수 있어. 그렇지만 알려주는 것에도 범위란 게 있어. 그 정도는... 너도 이해해줄 거지?"






 "네! 물론이죠!"







 "좋아, 그럼... 내가 알려줄 수 있는 선까지 나의 과거를 알려줄게."






누구에게나 숨기고 싶은 과거가 있기 마련이다.






아니, 애초에 자신의 과거를 알려 달라고 하는 행위 자체가 굉장히 무례한 짓일지도 모른다.






과거는 한 인간이 살아왔던 삶 그 자체니까.






그것을 이야기로 만들어 나에게 알려 달라고 한다면 나는 굉장히 귀찮고 짜증 날 것 같다.






그런데 이데아 씨는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 해준다. 하기 싫었을 텐데도.






역시 대단한 사람이다.







 "내 본명이 이데아가 아닌 건 알고 있지?"







 "네? 이데아가 본명 아니었어요?"







 "...이데아는 고대 그리스의 학자 플라톤이 정의한 유명한 개념이야. 이 이름은 르네 님이 지어 주셨어."







 "그렇군요... 그럼 본명은 어떻게 되는 데요?"







 "내 본명은 없어."







 "없다...고요...?"







 "어렸을 적에는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없어진 지 오래야."






그렇구나...







 "이데아 이전에 쓰던 이름은 있었어."







 "뭔데요?"







 "비올라(Viola)"







 "비올...라?"







 "Viola mandshurica...제비꽃에서 따온 말이야."







 "어째서 꽃에서 이름을...?"







 "왜냐하면......






 "내가 멘션에서 자란 꽃들 중 한 송이 였으니까."















이데아의 정체가 다음 화에 밝혀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