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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우스 오른쪽 버튼 눌러서 반복 켜주세요 --


 ○ (음악 꼭 틀어주세요.)


 ○ (내용에 어울린다고 생각함.)


 ● (일단 나는 좋아서 올렸는데 켜지 않아도 좋을 거 같음.)


 ○ (별로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음…. 찾기 쉽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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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로자리아의 짧은 연설이 있고, 인파는 그대로 빠져 나갔다. 다만 수도시인 로자리오폴리스까지 왔었으니, 대다수는 이곳에서 몇 일 체류하게 될 것이다. 건국절 축제의 기간은 일주일 정도다.


 모두가 빠져나간 경기장 중앙에 있는 코핀은 지금 이륙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직까지 정신을 잃고있는 아키는 린이 함선의 의무실에 눕혔고, 힐데는 팔짱을 끼면서 함의 바깥에서 달을 보았다. 추운 새벽의 공기에 그녀가 뱉는 입김이 하얗게 검은 밤하늘에 날아 흩어져 버렸다.


 그러는 도중에,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를 들었다. 유스티스였다. 뭔가 쑥쓰러워하며 머리를 긁던 그녀가 자신에게 큰 종이컵에 담긴 커피를 건넸다.


 "음?"

 "그… 너 때문에 정말 살았어. 오늘 갑자기 간다고 하길래 말야… 고맙다는 인사라도 하고 싶었다."

 "……."


 힐데는 주머니에 왼손을 넣고서는, 오른손으로 받아서 홀짝이며 마셨다.


 "…별 것 아니다.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데."


 "커피 따위라 정말 미안한걸. 다음 번에 놀러오면 제대로 대접할테니까, 꼭 와줘."


 "그래."


 그리고 떠나는 유스티스. 그녀의 뒷모습을 보던 힐데는 조용히 밤하늘에 시선을 돌렸다.


 눈을 감았다가 뜰 때, 로자리아가 위에서 내려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힐데는 손에 잡은 커피를 마시면서 말했다. "꽤나 재밌는 이벤트였다, 로자리아."


 의자에서 폴짝 뛰어서는, 양팔을 벌리면서 사뿐히 서는 로자리아. "그랬던가…. 직접 싸우지 못한 게 아직도 아쉽게 느껴지는데." 힐데는 갑자기 궁금해져 물었다. "이걸로 만족해?"


 "……."


 침묵하는 로자리아.


 다 마신 종이컵을 그냥 꼭 쥐는 힐데.


 생각을 정리하던 로자는 눈으로 노려보더니, 그대로 종이컵을 태웠다. 힐데는 피식 웃으며 팔짱을 지었다.


 "뭐… 몇 달 전에는 말이다, 관리국이고 뭐고 전부다 밀어버릴지도 모른다, 특히 에델하고 세라펠과 같이 싸운다면 진짜 역사의 흐름을 꺾을지 모른다… 그렇게 기대도 있었지. 그런데 알 것 같더라. 진짜 그 녀석…"


 로자리아는 관리자의 정체를 힐데에게 말하려다가 멈췄다. "뭐, 정말로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걸 찾았으니까."


 그리고 그녀는 발로 툭툭 바닥을 밟더니, 그대로 붕 뜨면서 의자에 다시 앉았다. "이걸로 만족한다고 물었지? 아직은 아니다. 하지만… 아직도 마음이 들뜨는 것 같아서 말이다. 그래, 살짝 만족했을지도."


 힐데는 눈을 감으면서 차가운 바람을 음미하듯 미소지었다. "…지금의 넌 무언가 좋은 느낌이야."


 "그래…? 흐음…. 이러고 있는 걸 보면, 언젠가 우리가 동맹을 맺을 날이 올지도 몰라."

 "그럴리가."


 로자리아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뭐, 내쪽에서 먼저 해달라고 부탁할 일은 없겠지. 내가 말했던가? 나는 너희를 가지고 싶다고. 너희가 날 주인으로 인정하게 만들면 좋겠다고 계속 생각했으니 말야." 그리고, 그 말을 끝으로 고개를 털고는 그대로 의자를 돌리면서 다른 방향으로 사라졌다.


 "……." 힐데는 아무런 말도 하질 않고서, 그대로 코핀의 안으로 들어갔다. 안쪽에는 유나하고 에블린이 엄청나게 많은 마법서들을 잔뜩 들고와서 큰 책상에다 놓아줬다. 찰리도 뭔가 궁금한지 잠깐 펼쳐서 보고 있었다. 그 옆으로 세실리아가 힐데를 힐긋 보고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달려오는데, 마치 화사한 꽃이 그녀의 주위에 피어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힐데, 힐데!"

 "…왜 그러지?"


 자신을 이렇게 친하게 불렀던 적은 없었다. 세실리아는 마치 소녀처럼 달려와서 갑자기 눈을 감고 뭐라고 중얼거리고는, 손가락을 휙 뻗어내며, 그 끝에 밝은 불빛을 비췄다.


 "어때, 대단하지?! 지아가 가르쳐 줬단다!"


 힐데는 슬쩍 보고는 말했다. "이건… 기초마법이군."


 "응, 이제 나도 마법사야!" 그녀는 왠지 대단하지 않냐는 듯이 허리를 쭉 피고는, 눈을 감은채 머릴 치켜들면서 자랑스럽게 말했다. 힐데는 살짝 웃으며 받아줬다. "잘했다, 세실리아."


 그리고 매우 좋아하는 세실리아를 뒤로하며, 힐데는 유나와 에블린이 갖다 준 책들을 훑어보던 지아에게 물었다. "회장, 이게 다 뭐지?" 지아는 힐데를 보자마자 웃으며 말했다. "혹시 참고할 마법서를 줄 수 있는지 물어봤어요. 저는 현실개변력을 카운터 능력으로 쓸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다른 이면세계에 가도 CRF를 마력으로 치환해서 마법을 쓸 수 있을테니까요."


 아….


 과연, 그렇겠지.


 "…그래, 생각해 보니 그렇게 될 수 있겠군."


 진짜, 이 여자에게 한계란 있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는 힐데를 보며 지아가 말했다.


 "그러니까 이 마법서들을 천천히 독학한다면… 단순히 물질만 만들어내는 제 능력을 보다 넓은 폭으로 향상시킬 수 있을 거예요!"


 정말 대단한 여자다… 그런 생각을 하며 유나와 에블린을 보았다. 유나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에블린은 양팔을 가볍게 교차하며 물었다. "마법을 배우고 싶다는데, 전 마법학교 교사로서 도와주지 않을 수 있어야지… 후후. 게다가, 전쟁이 끝나면 회장님에겐 신세 좀 질 수 있을 것 같고."


 "신세라니?"

 "그 왜, 엄청 부자라며? 저쪽의 뷔페나, 옷가게나 영화관도 한 번 가보고 싶고… 또, 은퇴하면 카페나 하나 차리면 어떨까나~."

 "확실히… 저쪽에는 재밌는 것도 많이 있으니."


 "그렇지? 그러니 지금 여기서 빚을 지워두는 거야." 에블린은 그렇게 말하고는, 잠시 지아를 흐뭇하게 쳐다보다 그대로 빗자루를 툭툭 땅에 털어내곤 말했다. "어쨌거나, 당신들이라면 할 수 있을 거야… 나중에 세상이 좀 더 평화로워지면 서로 걱정않고 즐겁게 놀 수 있을지 모르겠네. 그럼!" 그리고 유나도 자신의 빗자루를 잡곤, 살짝 웃으면서 인사하곤 바로 에블린을 뒤따라 날아갔다.


 긴장이 풀리는 느낌을 받으며, 힐데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다가 물었다. "…그런데, 오로치랑 치후유는 어디에 갔지? 혹시 아나?"


 "아! 말씀드리는 걸 잊어버렸네요. 힐데 소대장님에겐 먼저 가보라고 하셨어요. 본인은 카나데란 분하고 천천히 얘기를 마치고 돌아가시겠다고…."

 "녀석답군."

 "네?"


 힐데는 팔짱을 끼면서 미소짓곤 말했다. "아니, 아무것도 아냐." 그리곤, 함문에 손짓하며 닫고는 이륙을 시켰다. 로자리아는 에델하고 세라펠이 졌었다고 말하였다. 그렇다면… 분명 자신들이 도착할 땐, 마왕들과 이미 한 번 싸워 전력이 상실된 리플레이서들과 최후의 결전을 치루게 될 것이다.


 '질 것 같지도 않아, 솔직히….' 그렇게 생각하며 힐데는 창밖을 보았다. 왠지, 앞으로는 어떤 어려움도 없을 것 같은 느낌이다.


 반면, 공원의 의자에 앉아서 같이 얘기하고 있던 오로치와 카나데는 코핀이 떠올라서 부스터를 점화하며 아공간의 저편으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봤다. 옆에 서있던 사나에가 오로치를 계속 쳐다보았는데, 그 시선을 느낀 오로치가 그녀에게 눈길을 돌렸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네?"

 "이곳을 물었던 것이었다. 너희들이 말한 요괴와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이라, 애초에 첩이 만들 수 있던 것이었는지 의심스럽구나. 너와 네 어미는 다르게 생각한 것 같지마는…."


 사나에는 정중하게 대답했다. "제가 오로치 님을 의심했던 적은 없습니다."


 "첩은 이제 너희의 주군이 아니란다. 마지막까지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어."


 "저는 단지… 아닙니다." 사나에는 주위를 돌아보며 말했었다. "그냥, 제가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몸도 요괴에 가까운 것이기는 합니다만, 어쩌면 현세는 인간의 영역이며 그것을 거스르는 것도 자연의 뜻에 위반하는 것은 아닌지…."


 "…그렇구나. 너는 단지 나와 네 어미를 시중들길 원했던 것이었겠지."

 "그렇사옵니다."


 그렇게, 셋은 가만히 아무런 말도 하지를 않고서 바람을 쐬었다. 주위로부터 들려오는 벌레소리와, 멀리있는 강물에서 올라오는 마력의 기운도 그랬고… 왠지 묘하게 시적인 감성에 젖게 했었다.

 오로치는 이곳도 왠지 일본과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느냐고 말하려다가 그냥 그만두었다. 그들을 성공으로 이끌지 못했는데도 마치 이걸로 만족하라는 것처럼 말하는 인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자신의 하얀 머리칼을 쓰다듬던 오로치는, 카나데가 조용히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아봤다.


 "그러고 보니, 나나하라 치후유라 했습니까?"

 "응? 아아, 괜찮은 솜씨를 가졌지. 그렇지 않느냐?"


 치후유의 몸을 가졌었던 오로치가 왠지 기분 좋게 미소지으며 대답하였다. 그것을 듣고 있었던,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서 가만히 있었던 치후유는 무언가 그런 칭찬이 간지럽게 느껴졌다. 지금 그녀가 듣는 걸 모르는지, 카나데가 소녀 같이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진짜 신동이더군요, 그 계집애… 단순히 검으로 저를 그렇게 몰아넣을 수 있다고는 생각치 못했습니다."


 그러자, 장난기가 발동한 오로치가 깔깔거리면서 말했다. "그렇지? 그런데 그 녀석은 엄청나게 우울해하며 고민하더라!"


 "네?"

 "자신은 힐데 녀석과 달리 잉그리드란 소녀나 널 단숨에 쓰러트리지 못했었다고, 혹시 무능한 게 아닌가, 자신의 실력은 거기까지인 게 아닌가 하면서 죽을상을 짓고 있더구나! 재밌는 애 아니냐?"


 그러자, 계속 가만히 있던 치후유가 얼굴이 빨개지며 같은 입을 통해 황급히 말했다. "오, 오로치 님!"


 "응? 왜 그러느냐, 치아가?"

 "그런 말씀을 다른 사람들에게 하시면 저는…!"


 매우 당황하는 치후유는 왠지 카나데와 사나에에 실례되는 느낌을 강하게 받으면서 당황했었지만, 밤바람이 그녀들을 어루만지듯이 지나는 가운데, 카나데는 단지 살며시 눈을 감으면서 웃을 뿐이었다. 이런 정도는 그냥 장난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걸까, 사나에가 말했었다. "치후유 군은, 왠지 저랑 비슷하군요."


 "…네?"

 "저도, 오로치 님과 어머님을 위해 최고의 자객이 되고 싶다고 염원했습니다. 오늘 축제의 대회때 우승한 것도 어머님이 자랑스러워하실 수 있을 것 같아 기쁘게 생각됬었고요."


 카나데는 피식 웃으면서 중얼거렸다. "정말… 몸만 컸지, 아직 애야." 사나에는 한숨을 쉬면서 대답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저를 언니라고 오해하더군요… 그렇게 나이들어 보이는 걸까요? 왠지 슬펐습니다."


 그런 사나에의 푸념을 듣고서 오로치는 더욱 크게 깔깔거리며 웃었다. 항상 진지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기가 잡혀있던 치후유는 이런 분위기가 적응이 되질 않았다. 어쨌던간, 그런 그녀를 보고 카나데가 말했었다. "과거 저는 뱀 아가씨의 시종이자 오른팔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말이네요… 나나하라 치후유, 당신은 그러한 저를 꺾었습니다."


 "아뇨. 단지 운이었을 뿐입니다."

 "어머, 무사는 그렇게 받아들이는 건가요? 자객은 운도 실력의 일부라고 여기는데."

 "……."


 카나데는 치후유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이제는 당신이 야마타노오로치의 검이 될 차례입니다. 생각해 보면 정말로 극적이군요, 자매가 동시에 신의 무녀와 무사가 된다니… 후후, 당신들은 새로운 전설이 되겠지요."


 "…새로운 전설입니까?"


 그녀가 눈을 진지하게 뜨며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세계는 매우 혼란스럽습니다. 전설 속의 나나하라의 후계자부터, 서쪽의 용의 친구인 펜드래곤, 그리고 발할라의 내전에 살아남았던 마지막 전천사까지… 그것만이 아닙니다. 몇천 년이 넘게 잠잠했던 마왕들을 비롯해서 리플레이서라 불려지는 침략자들까지 나타났죠. 지금이 인류의 마지막 시대가 될지, 아니면 새로운 신화가 될지… 그건 그대들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

 "부디 길운이 당신의 검을 인도해주기를…."


 그리고 그녀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를 않았다. 몇 분 동안 서로를 바라보며 말을 아끼다가, 오로치가 영롱한 색이 감도는 부적들을 꺼내면서 말할 뿐이었다. "로자리아는 바보지만, 이곳은 역시 나름대로 운치가 있어… 카나데, 나중에 또 보자꾸나."


 "……." 뒤돌아서서 그대로 공간이동의 주술을 준비하고 사라지는 오로치를 보면서, 카나데는 그때까지도 복잡미묘한 감정을 지울 수 없었다. 오로치가 완전히 사라지는 그 순간까지도, 카나데는 조용히 머뭇거릴 뿐이었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 비로소 여태까지 들었던 후회스러운 기운이 사라졌던 것은 무엇일까.


 그렇게 생각에 잠길때, 사나에가 말했었다. "…어머님, 이제 들어가시지요. 밤이 늦었습니다."


 "…그러자꾸나."


 어쩌면….


 저들이 평화를 가져온다면, 그들이 만드는 세상을 볼 수 있지는 않을까. 그런 염원과 기대를 하며, 카나데는 조용히 사나에와 함께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신성 로자리아 제국의 수도인 로자리오폴리스에.


 새벽이 됬지만, 아직도 밖에 형형색색의 불빛이 꺼지지 않고서 은은하게 불탔다. 계속이며 북적이며 와글거리는 소리가 저기서부터 계속 들려왔었다. 그리고 곧, 의자에 내려 인파 속으로 들어가, 흥얼거리면서 이 세계를 세운 마왕이 다른 시민들과 함께 더욱 깊어지는 밤과 축제를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는 모습이 보였다. 어쩌면 오랜 숙적과도 같은 악우들과 곧 만나지 않을까 어렴풋이 기대하며.




-- EP.VIII END





 이 팬픽은 먼저 썼었던 초판본을 기억에서 거의 잊혀졌던 이후 다시 읽고 편집했던 재판본입니다. 서술자의 리뷰 혹은 해설 및 작법 등에 관련된 내용을 읽고 싶다면은 이쪽의 개인 채널로 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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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운터사이드 뿐만 아닌 단간론파 및 드래곤볼 같은 다른 것도 언급하기 때문에 스포일러 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