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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우스 오른쪽 버튼 눌러서 반복 켜주세요 --


 ○ (음악 꼭 틀어주세요.)


 ● (내용에 어울린다고 생각함.)


 ○ (일단 나는 좋아서 올렸는데 켜지 않아도 좋을 거 같음.)


 ○ (별로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음…. 찾기 쉽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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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챙 튕기는 소리와 곧 리타가 창을 떨어트리며 뒤로 밀려나갔다. 대충 A~A+급 정도 되는 카운터인 리타지만, 순수 카운터론 오직 나유빈만 이런 상황에서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마법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다루게 된 지아나, 성수의 유산을 상속한 엘리자베스, 애초부터 발키리로서 카운터 이상의 존재였었던 힐데나, 오로치의 그릇으로 취급되는 치나츠는 순수 카운터가 아니었다.


 카운터가 아닌 전력들을 고려해도, 무기에 따라서 화력이 변동하나 애초 본체부터 막강했던 관리자의 올림피안, 마지막으로 양자컴퓨터를 통한 회피기동을 쓰지 못하더라도 성수 시무르그의 힘을 완전하게 수복시킨 호라이즌만이 확정된 승산을 보장할 수 있었다. 달리 말해, 레지나 정도의 카운터여도 패배의 순간을 늦추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게 바로, 마왕이다.


 에덴의 화염검을 사방에 펼쳐내면서 불타는 천옥의 광휘를 펼쳐내던 여자가, 하나의 검을 손에 잡고는 다가가면서 말했다. "당신에게 죄는 무엇이었습니까, 리타 아르세니코?"


 놓쳤던 창을 오메르타로 바꿔 자신에 불러들였던 리타가, 그것을 방패로 전환해 세라펠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때에 그녀가 취할 수 있던 유일한 정확한 판단이었다. 만일, 반격하려 했었다면 그녀는 여기서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압도적인 파워에 밀려버리며, 리타는 다시 뒤쪽에 나가 떨어졌다.


 "으윽…!" 피가 날듯이 입술을 씹어 고통을 참는 리타와, 그걸 보곤 당황하여 달려가서 잡는 카린. 다만 세라펠은 침묵의 살인마와 같이, 냉혹한 인상을 주면서 불타는 칼날을 빛낸다.


 "리타, 괜찮아요?! 이런…!" 카린은 눈으로 세라펠을 노려보며, 숨겨놨던 드론들로 하나하나 플라즈마 빔을 쏘았었다. 하지만 그녀는 단지 그것들을 전부 맞으면서 걸어와 진정한 타천사의 위엄을 드러냈다.


 미키가 대신성체 저격총을 쏴맞추기 전에는….


 리타를 부축하려고 앉았던, 자신을 올려다보는 카린의 얼굴을 자신의 그림자로 드리워, 신의 심판과도 같이 에덴의 화염검으로 내려치려고 했었던 세라펠은 갑자기 느껴지는 고통에 손을 움찔거리며 칼을 떨어트렸다. 애초 신성으로 몸이 이루어진 천사였고, 반신성적 성질을 가졌던 탄환이 뚫자마자 그냥 분쇄됬던 것이었다.


 '방금 그건… 맞아, 이런 성능의 스나이퍼 라이플, 미키 씨가 갖고 있었어.' 눈으로서 미키였단 것을 확인하진 못했지만, 동료들이 사용하는 장비를 평소에도 눈여겨 보던 카린은 대충 그런 정도만 보고서도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지휘관에겐 필요한 능력이었다.


 '이쪽에 있었던 한솔 군과 미키 씨가 도와주러 온 것이겠지. 그렇다면….' 카린은 리타를 억지로 잡고서, 눈은 세라펠을 향한 채로 단지 뒷걸음쳐 물러나기 시작했다. 함선 내부의 상황이 전혀 어떤지 몰랐던 그녀였지만, 과격하고 극단적인 증오에 불타오르는 퀴에투스를 다루는 한솔과, 그 토미 제리 미키 셋 중 하나였던 미키가 뒤쪽에 있다하면, 당연히도 안쪽의 적은 처리됬다 짐작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기에.


 하지만 세라펠이 자신의 옆에 떠도는 다른 화염검을 잡으며 읊조렸다. "우린 서로 닮았습니다… 리타 아르세니코. 어둠에 물들어 타락했으면서 순수함을 동경했습니다. 당신이 그 소녀를 거두어 줬었던 이유도 거기에 있겠죠."


 "…뭐를 말하고 싶나?" 리타는 인상을 찡그리며 물어봤다. 처음, 헛소리 하지마, 이렇게 대답하려던 그녀의 정신은 왠지 모르게 평상시에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것과 닮았다는 감상을 받았기에.


 "저는 당신을 아주 오래전부터 봐왔습니다. 망가진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속죄, 그것은 다른 순결한 존재를 이제는 더럽혀진 자신의 몸으로서 대신 막아주고 지켜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었겠죠."

 "……."

 "보다 정중하게 접근하려 했던 보람이 없지요. 왜냐하면 이제 당신은 그 멍청한 관리자에 붙어버렸으니."


 리타는 오히려 그 말을 듣고선 그냥 웃어넘겼다.


 "하, 하하하…."

 "왜 웃는 거죠?"

 "어쩐지 빌어먹을 인생이 항상 재수가 없더라니… 나에겐 지켜봐주는 수호천사가 아니라, 타락천사가 붙어있었기 때문이었군."

 "……."


 그리고 세라펠은 말했다. "하지만 그것에 대어 말하고 싶더군…. 너를 볼 때 그렇게 느꼈다.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과 비슷하게도, 당신은 지옥에 떨어져 악마로 진화했었었지. 그리고 너도 네가 증오한 존재들과 같이 변했었다."


 그러나 리타는 자신도 모르게 윌버를 떠올리며 그대로 부정했다. "내가? 그럴리가. 땅에 발을 붙이면서 인간의 인생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네가 무엇을 안다고 구름 위에 평온히 앉아서 이렇다 저렇다 지껄이냐… 가소롭기는!" 하지만 세라펠과의 논쟁은 더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그녀가 화염검을 던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 번 뒤틀린 운명은 더이상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넣지 못하였다.


 이 세계에 애초 존재해서는 안 될 극한의 증오에 불타는 초록색 화염의 궤적이 그대로 세라펠의 검을 승화시켰었다. 퀴에투스하고 한솔이다. 거대한 화염 기사의 투구 안쪽엔 불타는 녹빛의 안광이 뿜어지며 세라펠을 노려봤다.


 한솔이 말했다. "가시오."


 "하지만 당신 혼자선…!"

 "……."

 "그, 그렇다면… 네! 이터니움만 보급하고 돌아올테니, 위험해지면 그냥 후퇴하세요!"


 그렇게 말하고 달리는 카린을 보다가, 기사는 고개를 돌리며 세라펠에 눈을 돌렸었다.


 "하나 물어보겠다. 당신의 진정한 이름은 무엇인가?" 한솔의 목소리는 덤덤한 태도였는데, 세라펠은 고개를 살짝 기울여 흔들다가 도리어 물었다. "너희들에겐 마왕 세라펠로서 알려지지 않았었나?"


 "당신 정도나 되는 존재라고 한다면, 특정 지역의 역사나 혹 신화에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르지. 그때마다 다른 이름들을 썼을테고. 그걸 묻고 싶어하는 것이니까."


 그러자 세라펠은 왼손을 옆으로 펼치며 화염검을 공중에 그대로 던지고는 말했었다. "어리석은 남자여, 어째서 내 정체를 묻는 것이냐? 말한다고 한들 알겠느냐? 그렇다면 역으로 물어보자. 존재만으로도 신을 모독하는 그대 반침식체여, 그리고 신을 숭배하지 않는 기사여, 그대에게 있어 죄란 무엇인가? 그걸 말한다면 내가 너에게 나의 영혼을 보여주겠다."


 그딴 질문을 여기서 하는 의미라도 있을텐가.


 "세계가 생겨나기 이전엔 어떤 죄도 없었다. 당신은 그것이 틀렸다 생각하는가?"

 "……."


 묘한 광경. 긴 망토를 두른 강철의 기사와 긴 날개를 펼친 타락의 천사는 단지 격한 전투중에 서서 설전만을 하고 있다. 한솔이 굵게 공간에 울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애초에 죄는 악을 행했던 자에게 돌아가는 몫이다. 역으로 말할 경우에, 애초 세계 위에 어떤 행동조차 하지 않았었던 존재라면 어떤 죄도 돌아가지 않을테지."


 "……."

 "당신이 이 세계를 파멸시키려는 이유도 어쩌면 거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


 마치 영혼 자체를 계속 노려보듯이, 녹빛의 증오에 불타는 두 눈동자는 투구 안쪽에서 일렁거렸다.


 "그런 것은 지금 상황과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당신은 어째서 당신들의 신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기사라는 것을 자처하나 말하였지. 숭배라는 것은 무엇인가? 종교는 오직 현실을 설명할 수 있을 때 그것의 전체를 볼 수 없어도 진실이 그에 있다고 생각해 의존하게 되는 것이었다."


 "진실이라…?"

 "당신은 자신 스스로 선과 악을 알 수 없다 생각하는가? 또한 그것만이 아냐. 신이 만든 최초의 인간이 죄를 졌다 하여서 이곳 에덴에서 쫓겨났다 말한 설명이, 너희로부터 나왔던 것이다. 그게 당신들의 신이 가진 태도인가? 모두가 의문을 표했다. 이 세계에 어떤 영향도 끼칠 수 없는, 후대 사람들이 단지 낙원에서 살아볼 권리도 얻지를 못하고 쫓겨나…."


 딱히 안타까운 감정은 느껴지지 않는, 또렷한 목소리로 기사가 냉담하게 내려보며 말했다. "현세에도 어떤 노력해볼 기회조차 갖질 못하고 서윤들과 똑같이 쓰러지는 그런 단순히 고통과 고뇌를 받기 위해서 삶을 받은 존재들이 있단 것은? 아담의 때에 이 세계 위에서 어떤 몸도 가지질 못한 그들에겐 어떤 영향력도 없었는데, 이런 인과들을 후대 개인들에 전부 돌아가는 몫이라고 하는 것은?"


 "…그렇다면?"

 "그러니까 사실 기억나지 않더라도 전생에서 죄를 지어 지금 고통받는다고 설명하는 힌두교에 비해서도 전혀 설득력이-"


 혼자서 계속 말하던 한솔이 갑자기 세라펠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자, 마치 영혼을 아예 불태우려는 것처럼 노려보았다.


 "……."


 세라펠은 그대로 덤덤히 말했었다. "왜 납득이 가질 않는다 생각하는 것이지? 너흰 단지 신의 실패작이다. 불타는 지옥에 던져지기 이전에 뉘우칠 기회를 줬지만, 세상은 너무나도 악했어… 그러니까, 나도 같이 사라진다 하더라도… 더이상 더럽혀지는 어떠한 다른 천사도 없는, 그런 세계를 만들어야만 한단 거다."


 "…이제 네가 누군지 알 것 같군, 나약한 정신이여. 스스로서 자신이 무엇인지 볼 수 없으니까 그따위 죄와 같은 하찮은 고뇌에 빠지는 것이다."


 사실 묘하게도 세라펠이 지금 말했었던 것은 그녀의 진심과 같았다. 몇천 년이 넘게 망가진 자신의 생을 저주하며, 차라리 지금 악의 근원인 세상을 부수고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을 천사를 다시는 나타나지 않게 한다는 것이, 지금 그녀에게 있어 유일한 안식을 주는 방향성이었다.


 "웃기지 마라, 자신이 뭔지도 모르는 주제에 망상에 잡혀서 날뛰는 괴물이!" 세라펠은 그리 말하면서 공중에 떠도는 화염검을 그대로 날렸다. 한솔은 검이 날라오는 방향에 막으려고 퀴에투스를 갖다 대었다. 그것은….


 "……."

 "칫…!"


 계속해서 불타오르는 초록색의 증오는 그대로 세라펠의 화염검에 붙었더니 완전히 터트려 버렸다. 한솔은 그대로 퀴에투스를 고쳐 잡고는, 그대로 허공을 가르며 다섯 투사체를 날려 버렸다.


 바로, 세라펠은 몸을 뒤로 물리면서 여러가지 마법들을 영창했다.


 보라색 오망성에서 여러개 쇠사슬들이 묶으려고 펼쳐 나와, 또한 세라펠의 손가락의 끝에 보라색 성소가 모이며 거대한 구체가 만들어지더니 그것의 중심에서부터 여러발 빔들이 쏘아져, 또한 그녀의 날개 그림자에서 깃털이 휘날리다가 아예 허공과 같은 색채가 되었다가 찢어가르는 바람처럼 날았다.


 거대한 기사는 침묵하며 단지 가만히 서있을 뿐이다.


 "……?"


 달려오는 쇠사슬이 먼저 기사의 갑옷과 칼에 닿았지만 이내 소멸되며 전부 증발했다.

 함선의 내벽에 괴수의 손톱이 긁듯이 바람이 자국들을 내며 달려오다 집중해 부딪쳤다.

 그리고 느리게 사출된 보라색 빔들도, 연이어 추격하듯 추가타를 넣었다.


 하지만 어떤 미동조차 없이, 그것은 철덩어리처럼 그대로 있었다.


 마치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역시 카운터를 초월한 저주받은 존재… 일반적인 공격을 통하지도 않는단 것인가." 세라펠은 양손을 가슴 근처의 높이에 대고서는 손가락을 늘어트려 블랙홀처럼 자신의 몸에서 피어나오는 오라를 빨아들이는 구체를 만들어 내었다. 이것을 사용하는 방법은 세 개 있었다. 첫째로 그냥 이대로 크게 만들어 배리어를 치는 것이었고, 둘째로 이걸 던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세번째….


 "네가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시험해보겠다!"


 갑자기 그것은 없어져 버렸다.


 가뜩이나 침식파에 뒤덮여져 어두웠던 에덴이었지만, 세라펠이 갑자기 삼켜지듯 꾸물거리는 어둠에 들어가더니, 그대로 그것은 커지며 주위에 무수히 많은 새까만, 마치 마귀들과 같은 손들이 표면에 그대로 올라왔다. 안쪽에선 너무나도 강한 바람이 불어 주위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한솔은.


 "……."


 침묵하며, 그쪽으로 자신이 걸어갔다.


 쿵.


 쿵.


 발을 옮길 때마다 땅이 울리는듯한 진동과 소리가 퍼져나갔다.


 침묵하며, 기괴할 정도로 큰 기사는 그대로 안으로 들어갔다.


 사방에서 솟아나는 손들을 몸으로 밀치며, 개미지옥에 빠지듯 한솔은 그대로 내려가졌다. 그 와중에도 적의에 불타오르는 퀴에투스는 그대로 부딪치는 손들을 전부다 녹여 버렸다. 그리고 십몇 초 후에… 공간의 끝에서, 기사는 세라펠이 그곳에 있는 걸 봤다.


 침식파가 느껴지지 않는 세계. 에덴과는 다른 공간으로 들어온 것이 분명했다.


 무엇을 밟고 있는지, 자신은 투명한 플랫폼 위에서, 끝없이 불타는 바닥의 심연을 꿰뚫어 볼 수 있었다.


 "…스스로 걸어 들어오다니?!"


 세라펠은 날개를 펄럭이는 동시에 위쪽에 손을 펼치면서 마소를 응축하던 중이었다. 로자리아가 오로치와 싸울 때에 대조되게 사용했던 기술. 이것은 마소를 가지는 존재 모두가 쓸 수 있었다.


 하지만 타이밍이 문제였다. 차지가 필요한 기술이었고, 본인의 계산으로는 분명히 한솔은 들어오지 않으려고 버티다가, 뒤늦게 삼켜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바보는 그냥 자기가 들어온 것이다.


 '반침식체가 되면서 머리도 망가졌는가?'


 자신은 이겼다.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니까.


 보라색 빛들의 마소가 공중에 뭉치며, 마치 지저세계의 태양처럼 이곳을 비춰냈다.


 …….


 아니, 잠깐….


 세라펠 본인은 옆을 두리번거리고 봐도,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었다.


 "이상해… 어째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


 아니.


 뭔가가 잘못되었다. 지금 유일하게 공간을 비춰내는 붉은 화염들은, 밑쪽에서 갑자기 초록색의 불길로서 바꿔졌다. 퀴에투스의 불꽃이었다. 주위의 변화에 처음엔 당황한 세라펠은 이내 한솔의 검을 보고서는 그제야 인지하며 무언가 중얼거렸었다.


 "말도 안 돼… 네녀석이 나 세라펠을 초월하는 영향력을 가졌다고?! 아니… 잠깐, 그럴리가 없어. 그렇지만… 이곳엔 우리 둘 밖에 없는데?"

 "……."

 "누군가가 숨어있나? 아니라면 그 검…?!"


 그것만이 아니었다. 무한의 마귀와 같은 손바닥들이 모든 방향에서 손바닥을 일제히 뻗었다.


 이러한 손들은 뭔가 황천의 강물에 빠져선 팔을 뻗어 대는 익사자와 같이 보여졌다. 만일, 손으로 소리를 지를 수 있다면 이런 모양일 것이다.


 "이, 이럴 수는 없어…! 아무리 반침식체라고 하여도, 이 정도의 힘이 있을리 없다! 절대로 없을 것이다!"


 곧, 이 거대한 완전한 지옥이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었다. 원초의 붉은색 겁화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육벽이. 영원히 고통 받으며, 얼굴없는 살덩이들이 계속해서 인간의 귀에 들리지 않는 신음과 비명들을 내질러, 서로의 몸을 밟고서 계속해서 올라가나 그게 무거워서 자신에 들러붙은 다른 망자들을 떨쳐내는, 모두가 올라갔다 다시 떨어지며 영원한 고문으로부터 벗어나지를 못하는 광경이었다.

 그런 광경이라고 과거형으로 말한 이유는, 영원히 불타오를 것만 같았던 지옥의 붉은 시커먼 불길 자체가, 이제는 한계도 없이 외세계적인 힘을 극한을 넘어 무한한 기세로 뿜어내는 증오의 기운에 삼켜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지금, 영겁의 세월에 걸쳐서 정신적인 육체적인 고통을 받으면서 고뇌하며 정신이 붕괴되진 개체들이 녹아 내려 합쳐진 대악마 - 차바(צָבָא)가 그대로 사멸하고 있었다.


 "이, 이 자식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세라펠의 짐승과도 같은 절규.


 밑바닥에서 집어삼키던 초록색 격노의 겁화는 그대로 모든 것을 불태워 올라가, 아예 시야 전체를 초록색 증오에 물들게 하였다.


 "너는 여기에 빠져 영원히 고통받아야만 했다! 그런데 어째서…?" 그렇게 말하며 세라펠은 발악하듯 마소의 구체를 던져 버렸다.


 "……."


 하지만 화염 기사는 퀴에투스를 휘둘러 그대로 쳐내었다.


 한솔은 뒤로 밀려나, 하지만 육벽을 그대로 승화시키고 있는 초록색 과격하고 극단적인 증오는 차바의 바닥을 이미 진작에 구멍냈었다. 한솔은 떨어져 자신이 아까 전에 있었던 뉴 오하이오의 함선의 바닥에 낙법하며 착지했다. 그리고, 초록색 불길에 불타는 차바의 외벽이 달걀처럼 깨지면서 세라펠이 나타났다.


 "구욱, 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역설적이게도 지금 세라펠은 자기 자신이 쓴 기술에 당하고 있었다. 억겁의 세월에 걸쳐서 차바를 구성한 무수히 많은 영기가 세라펠에게 쇄도했었던 것이다. 자신의 피부와 몸을 기어서 타올라 침식하려고 하는 무수히 많은 것들이 그녀의 감각을 그대로 가렸다… 차바를 구성했었던 육벽의 망자가 그대로 자신을 붙들며 기어오르는 것이다.


 "신성… 마소… 침식파… 마력… 아, 안 돼! 떨칠 수가 없어… 날 수 없…!" 세라펠은 안대마저 찢겨지며, 그녀의 날개도 그대로 자아조차 없던 혼돈과도 같았던 차바의 사념에 짓눌려 버렸다.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한 한솔은 퀴에투스를 그녀의 심장을 향해서 치켜들고는 그대로 외치면서 달렸다. "망각으로 떨어져라!"


 "우오, 오오오오오오오오오!!!!"


 그리고 그것과 함께 세라펠의 주위에 들러붙던 모든 망자들의 사념들도 해방됬다. 하지만 그때 세라펠의 심장에서 빛이 뿜어져, 한솔은 오른손으로 퀴에투스를 그대로 찔러 넣으면서도 눈을 찡그렸다.


 빛의 안에.


 마치 기억의 광경이 일차원 선과 같이 펼쳐지는 그런 아공간에 의식이 그대로 연결됬다. 안대가 벗겨지곤 심장이 꿰뚫려 버렸던 세라펠이 그대로 날개를 펼치면서 한솔을 보았다. 기사는 그대로 과격하고 극단적인 적대감에 무한하게 타오르는 초록색 눈동자를 향하면서 그녀와 서로를 보았다.


 "당신이 정의하는 죄란 무엇인가?"

 "과거부터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로부턴 어떤 누구도 도망치지 못하죠. 자신이 상상했던 자신을 부정하는 증거와도 같습니다. 악을 행했다는 것은 자신이 처음부터 그러한 존재라는 증명과도 같습니다. 스스로가 생각했던 자신을 잃어버린 거예요."

 "가소롭군… 그렇게나 쉽게 잃어버릴 자신이었다면 처음부터 집착하지 않아야만 했었겠지."


 "내가 생각하기에 당신 스스로가 천사니까 이해하질 못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인간을 보아라, 애초에 투쟁만이 가득한 자연에서는 선을 유지하는 질서란 인위적인 힘이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신이 당신들을 우리 천사들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타천사가 여기서 그 말을 할 자격이 있겠는가? 당신들의 신도 그렇게 말하진 못할 것이었다."


 "어쨌던간 무엇을 해야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들은 인류 스스로서 정했던 기준이다. 사회의 규율에 맞지도 않는 범죄자들이 어째서 발생하는지 아나? 애초 인간이란 종이라고 해도, 이런 언어로서 전달되는 특정 인위적인 규율들을 동물적인 뇌에 습득시켜야만 하는 것이니까 그랬었다. 그렇지만 유년기나 소년기에 충분하게 그걸 이루지를 못했기에 그런 행위들를 저지르는 사람도 많았으며, 또한 아예 이걸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한 자도 많았었지."

 "그것을 왜 말하는 것입니까?"

 "당신은 스스로가 생각했던 자신을 잃었다고 말했었다. 스스로가 정의했던 자신에게 다시 도달하지 못한다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당신이 무슨 죄를 지었건, 스스로의 존재로서 그걸 마주하고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

 "인류의 질서는 자연의 혼돈을 누르고 인간의 이성에 의하여 선이란 가치를 질서에 의해 구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실제로 물리적 차원에 존재하지 않는 관념적인 시스템에 불과하지. 달리 말해, 물리적인 차원에서 국가라는 것이 독립적인 개체로서 존재하나? 단지 우리들이 생각하는 관념 자체에 있는 것이다. 달리 말해, 국가라는 것이 성립하기 위해선, 이걸 알 수 있는 존재들이 필요하다… 국가는 시민에 의하여 존재한단 것이다."

 "결국 그렇게나 쉬운 말을 너무나도 번거롭게 돌려서 설명하는군요."

 "국가 수뇌부인 정부에서 발한 법률이란 것을 집행하고 유지하는 힘이 개개인의 남자들과 시민이란 거다. 현실에선 어떤 법도 강제력이 없다하면 성립하질 못하는데, 이게 바로 시민들이 국가의 전신이란 말과 같다."


 "이게, 죄와 무슨 관계라도 있습니까?"

 "당신에겐 모르지만, 나에 있어 죄라하는 것은 단지 악이라는 것을 처벌하는 근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악이라는 것은 당신에게 무엇입니까?"

 "그에 절대적인 기준은 없었다. 단지 인간이 세운 인류의 사회에 반하는 것을 그때마다 정의했던 것이었다. 당신들의 신도 악이라는 관념의 전체를 완벽히 정의하지 않았었다."


 "무슨 궤변을 말하는 겁니까. 당신은 살인과 약탈과 방화가 죄가 아니라고 하는 것입니까?"

 "당신은 4차 성전을 기억하나? 사실, 이런 예시들은 역사에서 엄청나게 많아. 다시 말하겠다. 한낱 힘 쎈 불멸자에 지나지 않았던 오딘과 다르게, 당신들은 스스로의 신을 창세자로 정의했다. 다만 이는, 어떤 철학자나 정치가의 관점에서 기준적인 악을 천명하는 것과 다른 형태이다. 세계를 건축한 창조자 그 자체였음에도 스스로가 악이란 것을 정의해 물리적인 차원에서 현상이나 대상으로 존재하지 못하도록 강제적인 힘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나는 악이 무엇인지 물었던 것입니다! 제가 하는 말을 전혀 이해하질 못합니까?

 "나로부터 다시 말하는 것을 원하는가. 세계에 영향도 간섭도 미치지 못하는 자에게 죄라는 게 있겠나? 이곳의 신이 누구던, 설마 그것이 진짜 당신의 신이건 아니건, 철학자나 정치가가 악을 천명하는 것과 달리 창세자는 악을 정의하는 위치이나 이 행동 자체가 아예 된 적이 없다!"


 "뭐라…?"

 "봐라, 당신에게 악은 무엇인가? 없어야만 할 게 아니던가? 당신은 심장은 그것을 뭐라고 느끼나? 없었어야 할 게 아니던가?"

 "아니, 당신의 말에는 허점이 있어요! 되려 우리들의 신이 진작에 없어야만 했었던 걸 막았던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당신 또한 악을 저지르지 않은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살인과 약탈과 방화도 죄가 아닐텐데, 도대체 무엇 때문에 괴로워하는가?"


 "이… 이… 이딴 말들이 대체 무슨 상관이 있단 것입니까!"

 "나로선, 어떤 죄조차도 짓지 못하게 강제할 힘이 주위에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스스로를 어떠한 죄도 짓지 않은 순수하며 완벽하단 인생이라며 말하였던가? 인간이 만든 세상이 악에 덮였다? 애초 신이 - 그게 사실 누구던지간에 - 만들은 원형적인 설계는 고려하지 않는가? 나조차도, 뭐가 맞고 틀린 건지 기준조차 몰라 실패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난 그것을 알기에 다른 사람들을 이런 관점에 의해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어떤 인위적인 질서가 악을 정의해, 죄를 근거로서 처벌하며 그걸 유지하는 것이 국가이다, 그렇게 말하는 겁니까?"


 "말한대로 그걸 의미했다."

 "그게 전부라고 하기에는 결국… 아직도 제 심장에 찌르면서 남아있는 이것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애초에 악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선, 무엇이 악인지 그리고 왜 해야만 하지 않는지 그러한 생각을 취하지 않으면 안 돼. 하지만 인간이란 동물은 애초 그렇게 설계되지 않았다. 사고기관인 뇌부터 그러하였다."

 "……."


 "당신은 후회를 하지만, 반대로 말해서 그때로 시간을 되돌린다 하더라도, 정확한 행동에 필요한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상태였다 생각하나? 아마 아니겠지, 그렇게 납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변명은 결국 자신을 고뇌와 우울과 무력에 빠트리게 합니다. 당신의 공허한 외침이 무슨 의미라도 있다 생각하고 있습니까?"

 "나는 변명하지 않아, 그게 당신과 다른 점이었다. 애초에 도대체 왜 했는지 모르는 매우 이상한 멍청한 짓들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스스로의 기준을 기형적으로 꺾으며 정당화하지 않는단 말이다!"

 "정당화…?"


 "자신을 완벽한 사람이라 믿고 싶으니까, 스스로가 했던 잘못들도 결점이 아니란 논리를 억지로 세우는 것이다! 그게 스스로를 광기에 빠트리는 거다!"

 "하지만 그것조차 없다면, 지금까지 자신이 만족했던 자신을 잃어버린다는 것이…"

 "그것이 바로 과거를 지우고 싶다고, 스스로서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 느끼는 것이지, 그렇지 않는가?"

 "……."


 "당신은 단지 조각상과 같이 완벽하고 흠결없는 자신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존재로 보이는군. 조금이라도 긁혀진 자국이 생기면 안 돼,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하지만 그게 당신이 정의한 스스로의 정체성이라고 한다하면, 뭐하러 그딴 나약한 정체성에 집착하나? 뭔가 한심한 것이 한 번 일어나면 완전하게 무너질 스스로에 만족하나?"

 "나약하다고요…?!"

 "이제까지 천사와도 같은 순결함에 만족하다, 뭔가 일어났다 해서, 과거의 사실이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해, 자신의 기준을 꺾으며 스스로를 합리화해… 그게 바로 당신이다. 더럽혀진 자신이니 과거 순수했던 천국에는 어울리지 않다 자책하며 그렇기에, 자신의 숨기려 하면서, 방탕하고 퇴폐적인 세상의 그늘에 떨어져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하며… 그것 또한 당신이다."


 "당신… 설마, 정말로 내 영혼을…!"

 "결국 당신이 세상을 보는 관점을 바꾸지 않으면 그러한 인상은, 그리고 그런 인상에 오는 감정과 생각은 그대로 거기에 남겠지. 인간의 이성이 없는 당신과 같은 존재가 빠지는 길이었다."

 "이게… 감히 너 같은 어른이 어떻게 그러한 순수와 열정을…?! 그렇다면 당신이 자랑하는, 인간의 이성은 이것을 어떻게 말할 것입니까?!"


 "스스로가 어떤 존재인지 이해하는 것은 누구에게라도 필요했던 것이었다, 자신의 존재 스스로 그것들을 맞설 수 있는 정체성이 아니라면 어떤 의미조차 없지 아니한가. 나의 경우, 그냥 잘못을 할 수 있기도 하는 존재였다… 그렇게 납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만일 누군가가 나에 잘못을 물으면, 자신 스스로의 기준 자체에 의해 그것은 잘못된 것이며, 일련의 상황만이 아니라 애초 관념적으로도 그게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그게 필요한 것이다."

 "고작 고백하는 것이 결국은 인간의 이성이라 말하는 겁니까? 그런 걸로 끝날 문제라고 생각했습니까?!"

 "그런 것이 아니다. 당신이 그 과정에 있어 무엇을 잃었는지 잊었던가? 역설적이게 단지 솔직함이다. 어떤 죄도 없다 자랑하듯 스스로를 들이밀며 다녔다가 이후에는 스스로를 숨겨야만 하게 되며 이전부터 만난 친구들과 거리를 두면서 고독을 느끼고, 자신이 더러운 어른이 됬다고 느꼈던 것이다, 그러면서 아이와도 같은 순수함을 동경했던 것이다."


 "설마 나는…?"

 "과거의 파편이 자신의 정체성에 찔려서, 또한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던 것일지 모르지. 그것으로 스스로를 유지하지 못하도록 되었던 것이겠고."

 "그러면 당신은…?"


 "당신과 나의 차이가 거기에 있었다. 당신은 과거의 사실에 대해서, 그것이 당신 자신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강제력이 있다고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존재 스스로 당신을 봐라! 어떤 외부적인 무언가에 묶이지도 않은 본질적 자신의 존재를!"

 "이,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이 세계에서 당신이 물질적 육체를 사용해 내렸던 판단엔 오류라는 게 있을지도 몰랐었고 실제로도 오류였다 인정할 수 있지도 않는가! 그게 바로 내가 방금 말했었던, 국가를 이루는 시민은, 즉 인간은 곧, 뭐가 맞고 틀린 건지 그런 생각들을 습득해야 했고, 그렇지도 못했었던 상태에서 만들었던 잘못된 판단은 애초부터 그럴만한 이상적인 결과가 나올 조건도 아니니까 후회하지 못한다고 했던 것이었다. 나로선 그렇게 어떠한 것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자신이 누구인지 스스로 볼 수 있다면, 그걸 찾았다면 딱히 이러한 건 문제도 되질 않아. 어떠한 행동을 취해도 정당화나 합리화를 통해서 스스로를 완벽하다 망상하는 게 아닌, 단지 스스로를 잃을 수 없는 거다."

 "그건 또 왜 말하는 것인데?!"

 "바로 당신이 자신 스스로서 정한 천사라는 정체성을 정의하고, 그게 부숴질까 계속 걱정하다, 결국 죄라는 과거가 일어나 자신은 이제 더러워진 어른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스스로를 잃었던 게 아닌가! 애초에 존재는 자신을 잃을 수 없는 것인데도!"

 "그, 그건…!"


 "여태까지 그게 느껴진 게 아닌가? 이곳에 자신이 있을 순 없다, 이런 세상에서 지금 자신이 있을 자리는 없다."

 "……."

 "인간에겐 완성시켜야만 하는 인생이란 것이 있다. 언젠가는 도달해야 하는 인류 자체의 모습… 문명이 아직 그것에 도달하지 않은 지금에는, 모든 개인들은 그런 발전을 도우는 것에 목적이 있으며, 또한 문명이 그런 궁극적인 단계에 도달하면 단지 유지한단 것에 목적이 있겠지. 그리고… 나는 말할 수 있는 거다."

 "뭐를 말입니까?"


 "한 명의 인간으로서 그런 인류가 도달해야만 하는 무언가이자 세상의 모습에, 자신의 존재가 허락이 되는지 아닌지. 그렇기에 국가라는 것과 질서라는 것을 굳이 말했었다."

 "…네?"

 "애초에 혼돈의 화신인 자연의 위에선, 단지 인위적 질서에 의해서 선을 유지하고 발전을 지속했지. 하지만 동물의 뇌를 가지는 인간의 몸이니까, 결국 누구라도 어떤 실수를 할 수 있겠지. 때로는 심할지 모르고… 그렇지만 그렇기에 죄를 정의했고 악을 처벌하는 거다. 그리고 이 정의가 사람마다 다르듯이, 또한 국가마다 달라. 양심이라 부르지만, 사람마다 정확하게 같은 행동을 취해도 그걸 괴로워하고 괴로워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결국 누가 맞나?"

 "그, 그건… 설마, 여태까지 제가 느꼈었던, 가슴이 찔리는 이러한 느낌은…."


 "그딴 것이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으니 - 애초에 아니고 - 말했듯이 죄를 정의했고 악을 처벌한다. 그렇지만 인간의 인생이란 결국 도달해야 하는 인류의 모습을 위해서 얼마나 기여를 하는가, 그리고 어떠한 기여를 할 수 있는가 그것에 있었다."

 "……."

 "그러니까, 만일 내가 자신이 그러한 나타나질 인류의 질서를 방해하는 존재였었다면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했겠지. 하지만 그게 아니다. 그렇기에, 대단하지 않더라도 스스로가 그곳에 있을 수 있는 존재라고 알 수 있었으며, 그렇기에 느낄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게 바로 저와 당신이 다른 점이라고 말하려는 것입니까?"

 "당신에 관해선 모른다. 하지만 난 그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언제라도 모두가 있는 곳에 돌아갈 수 있다고, 그곳에 자신의 자리가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선들의 빛이 꺼지며, 세라펠의 심장에 박아 넣은 퀴에투스의 증오의 불길은 완전히 그것을 불태워 버렸다. 함선의 바닥은 그보다 더욱 크게 불타서 녹으며, 심장이 없는 타천사는 단지 양안을 떠 한솔을 보는 채로 밑에 떨어졌다.


 밖에 기다리고 있던 모든 타천사들은 그녀를 향해 날면서, 마치 구름처럼 인파를 형성시켜 지금 떨어지는 세라펠을 받아냈다. 심장이 없어진 세라펠은 그대로 이제까지 자신을 묶어서 괴롭히던 모든 것이 희미해진 느낌을 받았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그럼에도 납득하질 못했었다. 애초에 철학적인 사상적인 식견이 없던 그녀였다.


 달리 말해… 다수의 예수교인들은 교회가 정립한 이론을 듣고 진심으로 속죄받았다고 느끼지만, 애초에 세라펠은 똑같은 걸 듣고서도 위안과 평온을 얻지를 못하였다.


 어떤 신과 철학자라 하더라도 결국 이런 그녀를 구원하진 못하였을 거다. 그렇기에, 한솔이 자신의 관점에 의한 죄와 악과 벌에 대해 말해도 그 관점을 직접 볼 수 없던 것이었다.


 "탑은… 공격받고 있군. 저들의 방주는 너희에 맡기겠다." 세라펠이 날개를 펼치면서 날아오르며 말했다.


 계속해서 붉은 번개들이 몰아치는 황혼의 실낙원에, 마치 자신이 이곳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를 기억하면서 세라펠은 홀로 날아갔다. 최초에 신의 피조물 둘이 이곳에서 떠났었던 뒤로 그들은 절대로 돌아올 수 없었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 존재했거나 이후 나타났었던 인간들… 그들의 힘은 너무나 강해졌었다. 신조차도 자신의 영역을 고려해야 했었고, 천국의 권위가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차원마저 뒤흔들 정도로 강해졌다.


 "하등하고 멍청하던 인간들이 연금술을 배운다고 했을 때에 비웃었던 내가… 사실 그때에 빨리 행동하지 않았으면 안 되었는데…!" 지금 그들은 아예 물질들을 구성하는 입자들의 힘을 응용하고 있다. 그들이 과학이라 부르는 그건 이제 강력한 상급 마법의 영역까지 도달한 것이었다.

 침식파로 휩싸였던 에덴이었지만, 만일 현세의 인류가 가진 전략핵을 이곳에다 몇 개나 터트리면 좁아터진 이곳은 신성침식체인 타천사들조차 견디지 못할 죽음의 땅이 될 것이다. 또한 토미와 제리와 미키가 가져온 소형 뉴클리어 런쳐는 이미 부실한 첨탑 따위는 단번에 무너트릴 힘을 가졌다.


 '인간계의 문명은 오직 화력만 엄청나게 발전되어 있지. 만일 그들에게 몇백 년의 시간을 더 준다면, 일개 마왕이 제압할 수 있지도 않게 되겠고.' 그게 세라펠이 현인류를 보는 관점이다. 그리고 그녀가 중얼거렸다. "그리고 아메리카와는 다르게, 지금 관리국의 성향 자체도 과거의 그 로마에 비견될 미친 수준의 비정상적인 공격성과 확장력을 보이고 있으니까…."


 사실, 지금까지 관리자의 입장에선 동료들을 서둘러 어렵게 모으면서 세력을 규합했던 것이지만, 외부적인 시선에서 바라보면 마치 한 제국 멸망으로 군웅할거처럼 분열되어졌던 상황에서 다시 평정하듯 단지 한 달 만에 관리자가 모든 성수 급의 전력들을 결집시킨 것이었다.

 딱히 동맹조차 없는 세라펠의 입장에선 만일 관리자가 리플레이서들을 박살내고 자신을 향해 갑자기 침공하면, 올림피안 주피터, 힐데, 엘리자베스, 나유빈, 시무르그, 오로치 모두를 혼자서 상대해야만 하는 거다. 체스판을 뒤집어서 보면 지금 관리국은 지나치게 막강했다.


 달리 말해, 세라펠이 굳이 그러지는 않겠지만, 이들에게는 오로치처럼 인계에 귀화한단 선택조차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찌되도 상관이 없었다. 애초부터 세라펠은 에델이나 로자리아와는 다른 태도를 가졌다. 망가진 영혼을 가졌던 그녀, 단지 인계를 벌하기 위한 몽상만을 꿈꿔왔던 그녀였다. 지금 자신이 죽게 되더라도, 자신의 목적을 마칠 수만 있다면….


 아직도 날뛰는 가은의 티폰을 힐긋 보았던 세라펠은 갑자기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뭐지? 잠깐… 이상해, 어째서 침식파의 농도가 얕아지게 되었지?"


 타천사들은 티폰을 계속해서 공격했고 심지어 명령을 내리는 가은의 팔이나 목을 자르며 엄청나게 분전했다. 하지만 침식체 티폰도 그리고 가은도, 티폰 자신의 힘에 의해서 잘려진 몸을 수복해, 지치지도 않고 계속해서 싸웠다. 그것 뿐이라면 단지 엄청난 재생력을 가지는 마왕 급의 침식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잠깐… 이대로는 안 돼, 이상해…! 어째서지? 아직은 에덴 자체가 현세에 강림하지도 않았다. 폐쇄된 이 차원엔 딱히 침식파가 방출될 방법조차 없어…!'


 하지만 그러고 있을때, 갑자기 저편에서 창날이 날라왔었다.


 세라펠은 그것을 휙 피하곤, 뒤로 날라가는 그게 입자들로 흩어져서 다시 정면의 멀리에 뭉치는 것을 보았었다. 아후라 마즈다의 신창을 쥔 호라이즌이었다.


 "꼴이 말이 아니군요, 마왕. 도대체 어디서 뭘 하다가 이제야 기어나온 겁니까?"

 "시무르그… 하나 묻자. 왜 타락한 대적자가 이곳에 있는 것이냐? 저게 빌어먹을 관리자와 손을 잡았나?"


 호라이즌은 창을 빙글빙글 돌리며 말했다. "아뇨, 우리도 이곳에 오고서 놀랐습니다. 대적자가 저 정도의 침식체를 만들고 있었다는 것과, 그리고 이곳을 공격한 경위는 우리조차 모릅니다."


 "…그랬었군."


 그리고 호라이즌은 다시금 창을 던지며 외쳤다. "하지만 우리가 왜 여기에 있는진 알겁니다. 그때 마치지 못한 싸움을 계속 하도록 하죠, 마왕!" 세라펠은 날라오는 창을 다시 옆으로 휙 날면서 피했지만, 그와 동시에 아예 경로에서 벗어난 신창이 공중에서 빠르게 녹아 다시금 호라이즌의 손에 쥐여지는 것을 보았다. 아무래도, 던져놓고 원할 때 다시 회수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창을 피해 파고드는 것조차 불가능하겠지. 하지만….'


 왠지 세라펠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때와는 달리 호라이즌은 딱히 파란색의 잔상을 뿜지 않았다. 또한 꺼진듯한 탁한 눈동자로 주위를 보는 것조차 아니었다. 설마 아예 공격이 닿지 못하게 전부 피하는 그때의 힘은 쓸 수 없는 건가? 그렇게 생각해 손을 펼쳐서는, 주문, 컬러 스프레이를 급히 뿌렸다.


 애초부터 매우 기초적인 단계의 스펠이다. 당연히 세라펠은 즉발로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의 목적은 달리 있었는데, 침식파에 의해 특정 센서에만 의존하는 시무르그에겐 치명적인 수준의 교란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이건…?"


 호라이즌의 센서엔 세라펠의 형상이 뭉개지듯이 퍼지며 흐트러지고 있었다. 사실, 세라펠이 이걸 아는 것도, 과거에 이전의 시무르그와 싸워 봤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상황에선 옆에 신성 고대종들이 있었기에 그들이 감싸줄 수 있었지만, 지금은 호라이즌 혼자만 있기에 아무도 원호하질 못하는 거다.


 그리고 세라펠은 양팔을 교차하고는, 마구 색채들을 흩뿌렸다. 안대를 벗은 자신의 눈으로서는 모든 게 전부 꿰뚫리듯 보였지만, 호라이즌에겐 아니었다.


 "……."

 "하, 왜 그러느냐? 싸운다고 하지 않았었나?"


 호라이즌을 돌듯이 대기를 감싸놓았던 세라펠의 컬러 스프레이 스펠. 둘은 몇 초 동안 말이 없다가, 호라이즌이 창을 쥐면서 말했다. "원하면 당신이나 오시는 게 어떻습니까, 마왕? 이건 뭔가 했었더니 그냥 허세군요."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지?" 그렇게 말하면서 세라펠은 손가락을 접고는, 마력을 집중하며 말했다. 애초 라우라나 에블린과 같은 마법사라면 모를까, 압도적인 침식파 혹 침식체 감지능력을 가졌던 시무르그였지만, 마력감지 같은 것은 애초 설계부터 고려되지 않은 기능이다.


 "그야, 제가 당신의 길을 막고 있는 급한 상황인데, 공격은 않고서 이러한 잡기술만 쓰고 있지 않습니까."

 "잡기술이라고… 너는 모르겠지. 결국 검과 총만 쓰다 이젠 창으로 바꾼 게 너니까. 그 이상의 테크닉이 없으니."


 세라펠의 표정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 열 손가락에서 그대로 펼쳐 나오는 마력의 흐름이 총합 열 개의 마법진들을 색채들의 안에 파묻듯이 그려내었다.


 "그때에 당신이 부렸던 사탄도 저의 상대가 되질 못했습니다. 그걸 잊었습니까, 마왕?"

 "하지만 너조차 그것을 압도하지는 못했지. 이쑤시개 같은 가냘픈 창을 휘둘러서 뭐라도 할 수 있었나?"

 "이쑤시개? 이것으로 여섯 지천사와 몇십 명이 넘는 좌천사를 처치했었는데. 심장이 뚫리느라 바빠서 보질 못했습니까?"

 "……!"


 제8종 침식체와 동급인 지천사를 여섯이나 처치했었다고? 세라펠은 의심했다. 어찌됬건, 계속해서 마법진을 완성시키면서 세라펠이 되물었다. "그러고 보니 하나 묻고 싶어졌더군. 시무르그, 너는 리타하고 대시라는 여자하고 같이 행동했지. 인간 세상이란 악하기에 결국 심판받아야만 한다 생각하지 않나?"


 "갑자기 왜 이상한 소리를…?" 호라이즌은 적을 눈 앞에 두고 이런 대화를 하는 걸 이상하게 느꼈지만, 나유빈이 첨탐을 찾아서 핵폭격을 할 동안 시간을 끄는 게 목적이라 어울려 주기로 하였다. 상대가 멍하니 잡담을 하면서 시간낭비를 한다면 그것도 좋을테니까.


 "저를 설득하실 생각이면 관두는 것이 좋을 겁니다. 철학과 사상의 단계 이전에 당신은 저의 적입니다."

 "누구보다 인간들의 더러움을 보아 왔던 너에 물어보는 거다. 기계에게 지혜를 구하는 게 나쁜가?"

 "…굳이 그렇게까지 말하면 대답하지 못할 것도 없을테죠, 마왕. 타락한 인간은 아직도 지상에 엄청나게 많이 있습니다. 마치 타락한 천사인 당신이 여태껏 존재했던 것처럼."

 "호오…."


 세라펠은 느긋이 시간을 끌고있다. 열 개나 되는 마법진들이 멈추지 않고서 색채들의 사이에 그려졌다.


 "기계인 저는 당신들의 천국에 가본 적은 없지만, 천국에도 이상적인 천사들만 있는 것이 아니듯이, 지구에도 이상적인 인간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흥… 기계다운 관점이군."

 "불만이십니까?"


 하지만….


 그렇게 문답을 하면서 호라이즌은 왠지 불안한 의심을 감추지 못했다.


 세라펠은 바보가 아니다.


 그런데 자신이 길을 막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게 불리하단 것을 자신도 알면서도, 어째서 지금 이러고 있는 것일까? 상대가 자신에게 유리한 행동을 해줄 때가 함정에 걸리는 것을 알고 있던 호라이즌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더욱 경계했다.


 어쨌건 호라이즌이 물었다. "당신은 어째서 지구를 부수려고 하는 것입니까?" 그러자 세라펠은 고요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의도로 묻는 거지?"


 "마왕들은 새로운 수하를 원하거나 혹은 클리포트 게임을 이유로서 침공을 한다 들었습니다만, 당신의 목적은 순수한 파괴에 가깝습니다. 얻을 것이 없이, 지금 자신의 본거지 에덴 그 자체마저 더럽히고 떨어트리면서… 어째서 이런 행동을 하는 겁니까?"

 "……."


 자신도 잠시 시간을 끌 생각이었던 세라펠은 상대방의 지적수준을 느끼면서 자신도 모르게 본심으로 대답했다. "세상이 악하기 때문에 그렇다, 시무르그. 그리고 그것을 없애서 죄악의 근원을 멸절해…."


 "당신 자신의 철학 때문입니까?"

 "행동의 바탕인 생각이 이유니까 그런 단어로도 불려질 수 있겠지."

 "당신의 행동이 악이라 생각했던 적은 없습니까. 무고한 선을 없애는 게 당신이 원하는 결과입니까?"


 "기계, 그렇다면 너는 선을 무엇이라 정의하지?"

 "…이상하군요, 천사인 당신이 기계인 저보다 선이라는 것을 잘 아는 게 아닙니까?"

 "네가 지금 무고한 선을 없애는 게 원하는 결과라고 물었지 않았는가. 나는 네 정의를 물은 것이다."


 호라이즌이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선이라는 것은, 선한 생각하고, 선한 말과, 선한 행동들을 말합니다. 지금 세상에는 그게 없지 않습니다. 당신조차 볼 수 있지 않았습니까? 악한 인간들이 없다 하는 것이 아닙니다. 선한 인간들도 현재 지구에는 엄청나게 많이 있습니다."


 그러한 대답을 듣고는, 세라펠은 비웃으며 대답했다. "진짜 같잖구나, 누구나 대충 지어낼 수 있는 걸 대답하다니!" 그러자 호라이즌이 눈매를 날카롭게 뜨면서 말했다. "…당신이 싸우다말고 갑자기 복잡한 수준의 토론을 요구한다고 생각하지는 못했습니다. 선은 악에 반대되는 것입니다. 문명이 최종적인 단계까지 달하면, 결국 파괴적인 악을 완전하게 추방하며 영원의 상태를 유지할 겁니다."


 "잠깐, 그건…." 세라펠은 갑자기 길게 말하는 호라이즌의 말을 듣고서는 멈칫했다.


 "당연하지 않습니까. 기술적 발전을 거듭해, 문명의 구성원들 모두가 그걸 진보적인 개선적인 정신으로 수용하면, 성숙해진 문화로서 결국 다툼이나 분쟁조차 요하지 않는 궁극적 상태가 되겠죠."

 "시무르그… 설마, 양자 컴퓨터를 통해 인류의 미래를 보았나?"


 호라이즌은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심심해서 봤습니다. 말했듯이 제가 지목했던 악은 파괴이자,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오류와도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거짓들은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는 진실의 발상을 억제하기 때문에 그렇게 식별되는 것입니다."


 "설마, 네가 지목했던 악은…!"

 "제가 말했었던 선은, 사실 임의적인 모랄보단 실상 과학적인 관점이나 증명되진 지식들과 이에 기반하는 행동들을 말합니다. 진실이란 존재하는 선이면서, 또한, 진보적인 개선적인 것을 자체적으로 증명하기 때문입니다."

 "아냐, 너는 지금 네가 말하는 것을 스스로 믿나? 지금의 인간들의 사회가, 악하지 않다고? 이것들이 선이라고?"


 "…노력은 하고 있지만, 완전히는 아닙니다. 어쨌건 늦던 빠르던 그렇게 되겠죠."


 "그럴리가 없다!" 세라펠은 인상을 구기면서 호라이즌을 향해 소리질렀다. 한솔하고 개인적인 스케일의 죄와 악과 벌에 말할 때와 달리, 호라이즌이라는 개인이 가지는 특수성 때문에 그랬다. 미래를 예측하는 시무르그의 컴퓨터는 일전의 싸움에서도 증명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인류의 미래를 예측했었다면…?

 그것은 계산의 결과다. 과거의 어떤 예언보다도 더욱 신빈성이 있는 것이었으니. 직접 그녀의 힘을 체감했었던 세라펠이 부정할 수 있을리 없었었다.


 "우리들이 나타나기 이전부터, 사람들은 선이라는 것을 다른 사람들을 돕는 걸로 정의했습니다. 실질적으로서 돕는다는 것은 뭐입니까? 건축술을 배우지도 못한 아마추어들이 다른 사람들을 위해 집을 지어봤자 그게 선이 될 수 있습니까? 의료술을 배우지도 못한 아마추어들이 다른 사람들을 수술한다 나서봤자 그게 선이 될 수 있습니까?"

 "지금 나를 설득하겠다고? 하지만 내가 봤었던 현실이란…."

 "그렇기에 제가 말했었던 선이란 과학적인 지식들의 진보와 개선을 같이 말하게 됩니다, 마왕. 서로가 서로를 진짜로 도울 수 있는 사회입니다. 언젠가는 신이 도와주지 못하는 대시 같은 아이나 버려졌던 고아들을 위해, 크고 따뜻한 집을 준비해 주고, 병에 걸리면 바로 치료해 주고, 그런 아이들에게 선을 가르치면서 그게 계승되어지는…"


 호라이즌은 웃으며 말을 마쳤다. "그런 가능성에 도달할 모습을, 저는 지금의 인류에게서 보았습니다."


 과연 기계라면 기계였다. 애초부터 성격이 학자형이 아닐 뿐이었지, 지능에 어떠한 한계가 없었던 호라이즌은 리타나 대시와 다르게 이런 철학적인 사상적인 논리들을 쉽게 낼 수 있다. 단지 성격에 맞지 않았기에 굳이 말하지는 않았던 것이었다. 그렇지만 지금 논쟁에 도전을 받은 그녀였고, 굳이 말싸움에서 지는 게 내키지 않았던 그녀가… 지금, 엠버가 비틀은, 아니 고쳐세웠던 자신 운명과 숙명의 끝에서, 마침내 보았던 미래의 모습을 펼쳤다.


 "그건… 돕지 않는 자는 굳이 선이라고 부르지도 못해. 반대로서 돕는다고 한다면은 선이 아니라고 부정하질 못해. 이것들은…!"


 하지만 세라펠의 경우 달랐었다. 애초에 힘만 강했을 뿐이었지, 도미닉에 비해도 이를 논할 능력은 부족했다.


 열 손가락을 전부 뻗어내어 모든 마법진을 진작에 완성시킨 세라펠이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깊은 대화에 빠졌던 그녀에게는 이제 호라이즌이 방금 던졌던 그런 논리들을 파훼하질 못한다는 것만 깨달았다. 아니, 애초부터 이런 것을 지나치게 예민하고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성격이기에 지금도 듣고서는 고민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를지도.


 그녀에겐, 방금 전에 한솔이 했었던 말하고, 지금 호라이즌이 했던 말하고, 전부 겹쳐서 아예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마치… 선하지만 여러 잘못들이 있고, 그럼에도 그걸 계속해서 억제하고 고쳐가는… 그런 느낌으로.


 그리고 호라이즌이 말했듯, 언젠가 완전한 이상에… 깨끗하고 아름다운 무언가에 도달할지 모른다면? 모든 것은, 단지 죄를 지었다고 그냥 영원하게 타락하여 더럽혀져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그리고 이게 단순한 망상이 아니란 것조차 시무르그와 싸워봤기에 세라펠은 알 수 있었었다.


 애초에 죄라는 것이 자신의 존재를 영원히 더럽혀놓고 파멸시켰다 느껴진 그 인상들 모두가, 실제로는 전혀 그렇게 할 수 없었던, 단순한 광기였었다면?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


 "……?" 호라이즌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세를 뒤로 당겼다. 자신의 분석에도 세라펠의 음성은 뭔가 이상하다고 판단되었다.


 "큿, 크쿠쿡, 아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 세라펠의 얼굴에선 투명한 눈물이 떨어졌다. 영원토록 계속해서 흘러내린 피눈물이 아니었다. 왠지 모르게 그녀의 눈엔, 어쩌면 자신이 도달할 수 있을지 모르는, 예전의 하얀 날개를 펼치면서 행복한 미소를 짓는 처녀가 보였다. 그녀가 있을 수 있던 세계도….


 그래서.


 그렇기에.


 그녀는.


 최후에 완전한 광기에 떨어져 버렸다. 남아 있는 것은 어떤 이성조차 기능하지 않는, 극한까지 타오르는 질투심에 그녀가 증오하며 분노했던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지금 보여지는 그녀 자신의 환영 자체였다. 자신의 본질적인 모습을 이제서야 보게 되었지만, 오히려 그것을 보고서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미워하게 되었던 거다.


 "없어져버려, 죽어버려, 사라져버려!!! 이제와서… 이제와서 이 모든 것들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고?! 터져버려라, 폭죽처럼 피를 터트리며!! 내가 즐겼던 모든 고통을, 그리고 내가 괴로워했던 모든 고뇌를! 이제는 그냥 모두가 없어져 버리면 돼, 죽어 버리면 돼, 사라져 버리면 돼!!! 너도, 너도 애초에 살아 있어선 안 되었던 거야!!!!"


 세라펠의 눈 앞으로는, 자신의 본질적인 모습처럼 나타난 환영이 슬픈듯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하얀 옷을 입은, 검은 머리에 상냥한 눈을 짓고 있는 아름다운 천사. 그리고 자신이 원했던….


 하지만 미쳐버린 세라펠이 실제로 보고 말하는 것은 호라이즌이었다. 원래부터 특이하다 생각했었지만 지금의 광기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던 호라이즌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면서 신창을 꽉 쥐었다.


 "클리포트의 나무여, 지금 다시 나에게 힘을!!!!" 그렇게 외치면서 세라펠은 양팔을 뻗어, 열 개 마법진을 발동시켰었다. 여태까지 호라이즌의 센서에서 잡히질 않아 완성된 그것들은 각기 열 번째의 릴리스와 아홉 번째 가말리엘, 여덟 번째 사마엘과 일곱 번째 가랍 체렉, 여섯 번째 타기리온, 다섯 번째 골로합, 네 번째 아그셰켈로, 세 번째 사타리엘, 두 번째 고기엘, 첫 번째 타우미엘 자체의 힘을 상징했다.


 그랬듯이, 바로 클리포트의 나무라 전해졌었던 전설 그 자체였다.


 애초 루시퍼에 버금갔던 천사 세라펠은 타락하지 않았을 때 이미 세피로트의 나무라 불려졌었던 절대마법을 쓸 수 있었다. 그녀 스스로가 타천사가 될 때, 상반되는 절대마법 클리포트의 나무를 익히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여기서 강조해야 하는 점은, 최강의 마왕은 로자리아라고 알려졌었지만 사실 그녀도 이 수준의 절대마법은 구사하질 못했으며, 이게 준비되면 아예 그녀조차 세라펠을 이길 수 없다.


 또한, 그게 바로 세라펠의 에덴이 여태까지 다른 마왕들에게 함락되지 않았던 이유였다. 다른 세력이 침공한다면 필연적으로 그것이 이들 타천사에겐 수비전이 되어질텐데, 적들이 오기도 이전에 세라펠이 클리포트의 나무라는 절대마법을 먼저 시전한다면 이길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클리포트의 나무라고…?!" 데이터에 없는 기술이다. 호라이즌은 아후라 마즈다의 신창을 쥔 왼손을 가슴에 받치곤, 오른팔을 뻗어 창날을 주위에 겨눴다. 완전히 미쳐버려서 대화를 할 수 없게 되어진 세라펠, 그녀는 계속해서 광소를 터트리면서 그대로 열 개 마법진 전체를 시동시켰다.


 한 번 발동시킨 클리포트의 나무는, 그걸 구성하는 마법진 중 하나가 지워진다고 해도, 되려 세계 자체가 그걸 다시 그려낸다.


 "나유빈이 넘겨줬던 데이터를 모두 참조했었지만 이런 기술하고 일치하는 건 없습니다. 이게 대체…?"


 진짜 이 스펠 자체가 강력한 이유는, 유대교의 신이 사용했던 창세의 기법이 담겨진 세피로트의 나무와 다르게, 이것은 아예 파계의 힘이 담겨졌던 것이었다. 차원 자체를 지워버리는 것이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절대계급 이하 대상들은 그것의 성질이 완전히 변화될 수 있었다. 가령, 같은 마왕이나 성수라고 하더라도 이에 당한다면 아예 불멸자적 성질들을 잃게 된다거나 혹은 자력적인 수복조차 불가하게 변질시킬 수도 있다.


 같은 급인 에델이 펜드래곤의 성수를 세뇌시켜서, 성수의 정수를 레지나에게 이식해 불멸자로서 각성시키려 했던 것도 클리포트의 나무와 비슷한 힘을 다루는 스펠을 사용했던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절대"마법으로 분류되나, 유대교의 신과 지금 가은이 부리는 침식체 티폰과 같은 실제 "절대계급" 대상에겐 딱히 어떤 효과도 줄 수 없었다. 그래서 세라펠이 루시펠과 천국의 배반자로서 반역을 일으켰어도 이길 수 없던 것이기도 했다.)


 "하하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세라펠은 그대로 자신이 날아다닌, 이제는 쓸모가 없어진 에덴 전체에 구멍을 뚫기 시작했다.


 이건, 차원과 차원을 잇는 균열이 아니다. 말 그대로 그곳에 서있었다가 맞으면, 어떤 물질이라 해도 그냥 지워져버린다. 달리 말해, 차원이 부숴지건 말건 공허에서 존재할 수 있는 진정한 신격을 가진 게 아니라면 버틸 수 없다.

 이는 로자리아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녀도 이것에 맞으면 그대로 죽는다. 또한, 클리포트의 나무는 불멸자들의 정수마저도 아예 변질시킨다. 로자리아조차 오직 이것을 쓰지 못하게 막아야 이길 수 있을 뿐이지, 만일 치명타에 당한다면 그냥 여태까지 쌓아올린 마왕의 힘이 전부다 증발되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이게… 도대체, 뭐가 일어나고 있는 겁니까?!" 지금, 아예 양자컴퓨터를 통한 예측마저 쓸 수 없어졌던 호라이즌은 당황하며 전력으로 날 수 밖에 없다.


 최강의 마왕은 아니었지만 엄청난 기술을 가진, 세라펠은 지금 논쟁에선 전부다 밀려버렸지만 사실 전술적으로는 정확한 판단만을 했었다. 호라이즌은 시간을 끈다면 자신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오히려 그것보다 세라펠이 이것을 짧은 시간에 시전시켜서 호라이즌을 죽일 수 있다.


 센서를 가리는 색채에 덮여져, 세라펠이 어디있는지 몰랐었던 호라이즌은 웃음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서 냅다 신창을 던져버리며 외쳤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받아라-!!"


 어찌보면 세라펠의 멍청한 실수 같지만, 애초에 폭주하며 제정신이 아니던 그녀였었기에 이런 이상한 전황이 연출된 것이다. 그러나 날라가던 신창은, 경로에 갑자기 생겨난 세계의 구멍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이게 무슨…? 설마, 이 균열들은 단순한 워프 게이트가 아닌 겁니까?" 애초에 양자로 구성된, 자신의 신체와 비슷하게 다뤘던 신창이다. 그게 사라졌을 때에 아예 모르는 이면세계로 빨려간 것도 아니라, 그냥 소멸되었단 것을 알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신창을 다시 생성해, 붕붕 돌리면서 창을 다시금 잡은 호라이즌은 생각했었다. '만일 직격으로 맞는다면 저도 죽어버릴지 모르겠군요. 이게 진정한 마왕 세라펠의 힘입니까? 아니… 세계가 멸망하길 원했던 건 오비탈 베이스 낙하작전 때도 같았을텐데 어째서 그때는 이것을 사용하지를 않았던 겁니까?'


 역설적이게도 지금 세라펠의 위치는 시끄럽게 계속 광소하는 그녀의 웃음소리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세계 자체가 무너지고 있었다. 호라이즌은 지금 이게, 자신이 이제까지 싸워본 상대들 중에서 최강의 적이라 판단될 정도였다.


 '양자 컴퓨터만 쓸 수 있었다면…!' 호라이즌은 계속해서 날아다니며 전혀 접근할 수 없었다. 지금이 바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근접무기인 창을 무기로 든 게 문제가 아니었다. 설령 지금 총이건 핵이건 다른 무기들을 갖고 있더라도, 세라펠은 자력으로 죽음마저 극복하는 마왕이다. 본체가 저런데 아예 차원을 부수고 있는 것이다.


 대항할 수단조차 없었던 호라이즌은 단지 계속해서 도망칠 뿐이었다.


 '이, 이럴 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됬다고 자신했었는데, 어째서…?!'


 세라펠은 자신을 가지고 놀듯이, 호라이즌이 계속 피하려고 날아다니는 경로에다 아예 세계의 구멍을 계속해 뚫었다. 눈에 보이지 않을 최고속도를 유지하는 호라이즌을 쉽게 잡진 못했지마는, 반대로 호라이즌의 입장에서는….


 한 대만 맞아 버리면 죽는 거다.


 그렇게 십몇 분.


 순전히 운이었다. 호라이즌은 전력으로 날아다니며, 그동안 결국 한 대도 맞지 않고서 버텼다. 절대 높지 않은 확률이었지만, 어떻게든 살 수 있었다. 그런데, 계속 날아다니던 호라이즌은 그때 무언가 눈치챌 수 있었다.


 "…침식파가 낮아지고 있어?"


 그때부턴, 상황은 오히려 호라이즌에 유리해졌다. 호라이즌은 중얼거리며 파란색 잔상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침식파의 농도가 낮아지며 주위환경을 인식할 수 있었고, 호라이즌은 양자 컴퓨터를 통한 회피기동을 다시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미쳐버린 세라펠은 그러한 변화조차도 딱히 신경쓰지도 않았다.


 호라이즌은 그제서야 확실히 볼 수 있었다.


 "과연 그랬었던 것입니까… 저의 센서가 이걸 감지하질 못했을 때, 단순히 색채를 뿌리고 열 개 마법진을 시전했던 것이군요. 이딴 저급한 수에 놀아나다니 진짜 한심하다고 느껴집니다."


 계속 확정적으로 회피하기는 하나, 주위의 상황이 어떤지 몰랐던 호라이즌은 에덴 전체를 지금 스캐닝했다. 도대체 뭐가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왜 침식파의 농도가 낮아진 것이었나, 그리고 나유빈은 지금 어디에 있으며 첨탑은 어떻게 됬나.


 '나유빈이랑 같이 가다가 다른 타천사들을 보곤, 제가 주의를 끌어 유인시켰고, 나유빈은 첨탑이 있을 것 같은 방향에 갈라지긴 했습니다만….'


 지금, 에덴의 지도가 그녀에게 보여졌다. 나유빈의 핵폭격이 저지되었는지 첨탑은 파괴되지 않았다. 하지만 목표물의 위치를 발견하자마자 그대로 함선에 돌아가 모두를 불러온 것인지, 카린의 전함과 리타와 대시를 포함한 다른 모두가 첨탑을 가로막는 타천사들을 상대로 분전하고 있었다. 지금, 혼자 떨어져 있는 것은 자신뿐이다.


 하지만 기이한 점이 있었다. 서쪽으로 침식체 티폰이 있었는데, 매우 강력했던 타천사에 둘러쌓여 공격받고 있었지만 어떤 데미지도 받지 않았던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곧 비밀을 알 수 있었다.

 이제까진 몰아칠 정도의 침식파에 가려져서 전혀 구별하지 못했지만, 침식체 티폰이 상처를 받을 때, 주위 침식파를 계속해서 흡수하며 재생했던 거다. 그 흡수력하고 신진대사엔 어떤 제한조차 없는듯이 보였다.


 '…그랬군요. 과연, 그렇기에 같은 9종 급의 티폰 혼자 세라펠과 다른 타천사와 맞섰어도 되려 압도할 수 있었던 이유였겠죠. 더군다나 에덴은 비정상적인 농도로 침식파가 농축되어졌던 환경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만,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가은은 침식체 티폰을 데리고 이곳에 온 것인가?


 애초부터 자신들은 세라펠을 막기 위해 이곳에 와야만 했었다. 게다가 그건 가은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자신들은 그녀의 적이었다.


 서로 싸우다가 전력의 손실이 일어날 때, 그런 중반부 이후 난입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가은에겐 이런 판단을 했던 메리트가 있습니까? 아니라면, 그냥 침식파를 포식하기 위해? 아니 잠깐…!'


 여기 나타났던 이후, 모든 전황은 단지 가은의 변덕에 의해서 결정되어졌다. 타천사들에 둘러쌓여 싸우고 있었던 침식체 티폰이, 갑자기 이쪽으로 쿵쾅거리면서 달려오고 있었다.


 "뭐… 뭡니까 이게?!" 기계임에도 불구하고 호라이즌은 본능적으로 뭔가가 잘못됬다는 엄청난 위기감을 느꼈다. 지옥에서 기어나온 악마라는 묘사보다 더욱 압도적인 무언가가 피부로서 느껴지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호라이즌은 방금까지 세계 자체에 구멍나 그걸 피해다녔는데 이젠 그것보다 더한 압박를 느끼는 것이다.


 여태까지 몇 번이나 다리와 팔과 머리가 잘렸음에도 침식체 티폰의 권능으로서 계속 부활하였고 재생하였던 가은이, 뒤따라오는 타천사들은 티폰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빔으로 떨구며, 다가온다. 그리고 호라이즌을 보면서 냉혈한 웃음을 지었다. "후후후후… 후하하하하하하하!!!!"


 "신 가은… 마왕들과 리플레이서를 이간질해, 지금은 다시 마왕을 배신하고. 당신도 참 대단한 여자군요."

 "나를 칭찬하는 게 좋을거다, 기계. 이것이 내 목적에 달할 수 있는 힘을 취할 유일한 방법이었고, 나는 그걸 성공했었으니."

 "…목적?"


 가은은 힐끔 고개를 돌리고는, 세라펠을 쳐다봤다. 이미 눈동자에서는 어떤 색채도 감돌지 않았고, 피폐한 영혼을 그대로 비췄다. 가은은 중얼거렸다. "처음 봤을 때에 이미 정신이 무너진 녀석이었지만… 너희가 무슨 말을 했는지 몰라도 완전한 쓰레기가 되버렸군."


 그리고 침식체 티폰을 잠시 멈추더니, 가은은 공격을 차지하면서 말했다. "일단 귀찮은 것을 처리해볼까…."


 "…귀찮은 것?"


 그리고 가은은, 세라펠이 시전했던 클리포트의 나무의 마법진들을 차례로 붕괴시켰다. 사실 호라이즌도 이걸 파훼해보려 시도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마법진 하나를 부수면, 마치 유기적인 형태로서 다른 마법진들이 수복시켰을 거다. 무언가 강력한 힘이 있다면 열 개 마법진들을 동시에 공격하여서 부술 수 있지 않을까 추측한 그녀였었지만, 가은은 전혀 다른 방법을 쓰고 있었다.


 '잠깐… 이건?'


 애초에 이 주문을 쓸 수 있는 존재가 거의 없었기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점이지만, 클리포트의 나무 자체의 약점은 바로 그 구조에 있었다.


 이것은 차원 전체에 효과가 적용되는 것이고, 곧 누구나 그 영향력과 마법진의 위치를 역추적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일단 은밀성이 없었다.


 또한 클리포트의 나무 표를 보면 알 수 있듯, 모든 마법진이 서로 연결된 것은 아니다. 타기리온은 리리스와 연결되지 않았고, 가말리엘은 타우미엘과 연결되지 않았다. 어떤 마법진이 붕괴되면 오직 연결되진 다른 마법진에 의해 복구되어지나, 애초부터 이것은 생각으로 세계를 직접 바꾸는, 시전자의 정신하고 직결되는 주문이다.


 만일 호라이즌이 쉽게 짐작한대로 모든 마법진을 동시 파괴한다면, 세계의 의지로 작용하는 시전자의 정신이 디스커넥팅 되어질 뿐이다. 기절의 충격은 있지만, 그것으로 딱히 심한 리스크를 수반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가은이 하는 것처럼, 특정한 순서로 마법진들을 차례로 붕괴시키면….


 첫번째 마법진 타기리온은 머리를 상징해, 두번째 세번째 마법진 고기엘과 사타리엘은 양팔을 상징해, 네번째 다섯번째 마법진 아그셰켈로와 골로합은 양익을 상징해, 여섯번째 마법진 타기리온은 심장을 상징해, 일곱번째 여덟번째 마법진 가랍 체렉과 사마엘은 양다리를 상징해, 아홉번째 마법진 가말리엘은 꼬리를 상징해(세라펠의 신체엔 꼬리가 없기는 하지만 애초에 주문이 이렇게 설계됬다), 열번째 마법진 리리스는 음부를 상징했다.


 본래라면 이걸 시전하는 세라펠을 이기기 위해선, 본체 세라펠의 몸의 각 부위를 파괴해, 동시에 마법진들을 무력화해야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아까부터 한솔의 퀴에투스에 의하여 심장이 없어진 상태. 거기다가, 주문을 유지하기 위해서 지금 세라펠은 양손을 쓰고 있었다. 시전을 유지하는 부위는 모든 마법진을 받쳐야만 했었기에 재생에 관여하지 않는다.


 원래라면 머리를 부순다고 바로 쓰러트릴 적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가은이 타우미엘을 박살내, 세라펠의 머리가 무너졌다. 원래라면 타기리온에서 재생시켜야만 했었으나(또한 심장인지라 타기리온은 거의 순수한 재생과 복구의 목적에 쓰였고 효율조차 다른 마법진에 비해 월등했다), 시전자와 연결되어 주문을 유지할 고기엘과 사타리엘은 수복시킬 역을 못했었고, 심장 타기리온조차 없어, 타우미엘을 복구시킬 수 있는 게 아무것도 남지 않았었던 것이다.

 괴사되진 타우미엘은 각기 사타리엘과 고기엘으로, 재생의 기능이 꺼진 양손은 그걸 그대로 통과시키며 날개로, 그리고 양다리로, 그리고 몸 전체로 역류하며 썩어들게 했다.


 마치, 에덴의 선악의 나무가 썩어 문드러지듯이.


 이 모든 건 너무나도 갑자기 일어났다. 얼핏 보기에는 침식체 티폰이 날뛰면서 오자, 파괴광선으로 한 번 공격하였더니, 그대로 세라펠이 불타며 완전하게 소멸하는 것처럼 보였다.


 호라이즌은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되는지조차 이해하질 못했지만, 실제론 이런 구조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이고, 가은은 그것을 이해해 정확히 유도한 것이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 후후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건 완전하게 미쳐버린 세라펠의 광소와는 달리, 그렇지만 천둥처럼 웃음소리를 터트리는 가은이었다.


 "이것으로 나의 업이 시작된다! 이 세계에 남은 두번째 마왕과 마지막 마왕도 곧 심판해주지!!! 세라펠은 불타 잿더미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다음은 너다, 가아그셰블라! 술탄 아자토스처럼 너의 눈과 뇌를 뽑아내 주겠다!!!! 아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리고 곧 침식체 티폰의 주위에, 아예 공간이 점점 먹혀지기 시작했다. 세라펠이 차원을 부수듯이, 티폰은 아예 세계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그리고 차원의 위에 발을 올리질 못해도 검은 공허의 위에 티폰은, 시야가 닿질 않는 저편의 어둠으로부터 목을 길게 빼내, 마치 살점을 뜯어먹듯이 대지를 그냥 포식하였다.


 "이게 무슨… 이제까지, 이 정도의 힘은 본 적이 없었습니다." 호라이즌은 마치 자신의 센서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의심했지만, 침식파가 거의 소멸하며 양자컴퓨터로 세계를 이해하는 지금엔 한낱 환상에 현혹될 수 있었던 그녀도 아니었다.


 지금 자신의 앞에 일어나고 있는 것은 현실이다.


 호라이즌은 몸을 돌리고서는 바로 카린들이 있는 쪽으로 날았다.


 호라이즌은 도미닉에게 회선을 연결했다. 티폰이 침식파를 거의다 흡수했었던 뒤로 송수신이 가능했다.


 "휴먼, 들립니까?! 지금 당장 여기서 도망쳐야만 합니다!"


 뉴 오하이오의 장비들은 딱히 호라이즌에 견줄 수 있는 성능은 아니다. 그렇기에 전체적인 상황을 모르던 도미닉이 물었다. "호라이즌? 무사했군! 마왕은 어떻게 되었나? 우리쪽 목표물은 아직 떨어지지 않았다!"


 "그딴 건 이제 아무래도 좋습니다, 지금 당장 귀환준비를 시작하십시오! 가은과 침식체 티폰이 세라펠을 처치하고 이제는 세계를 포식하고 있습니다!"

 "…포식이라고?"


 어리둥절해하는 도미닉에게, 호라이즌은 말로 설명하면서 시간낭비하지 않고, 자신의 기체에 녹화된 시각자료 데이터를 전송했다. 함장석에 앉아서 그것을 보고있던 도미닉은 선글라스를 벗으면서 엄청나게 경악한 표정으로 화면을 쳐다보더니 이내에 외쳤다. "모든 전투원은 귀환하라, 에덴 전체가 지금 붕괴되고 있어! 다시 말하겠다! 모든 전투원은 지금 당장 귀환하라!"


 그리고 도미닉이 말했다. "삼십 초 뒤에 이탈할 수 있네! 호라이즌, 얼마나 빨리 올 수 있지?! 당연한 말이나 전투원이 착함하면 배를 지키기 힘들어!" 호라이즌은 뒤를 봤다. 세계가 무너지며 공간의 뒤틀림이 자신을 미친듯한 속도로 쫓아왔다. 하지만 계산상 자신은 이 절체절명의 손아귀에서 도망칠 수 있었다. "그냥 준비되면 바로 뛰십시오! 저의 속도라면 시간 내에 맞출 수 있을 겁니다!"


 "알겠네, 회선은 끊지 말도록!" 도미닉은 그렇게 말하고는, 분주하게 지휘하며 소리질렀었다. 호라이즌 또한 점점 빨라지는 뒤의 공허를 초조해 하며 보았다. 이십 초 뒤에, 점프를 준비하는 전함을 본 호라이즌은 파란 잔상들을 뒤에 그리면서, 타천사들을 밀쳐내면서 그대로 워프하려는 함선의 외벽에 몸으로 구멍을 뚫으며 추락하였다.


 이후 그곳엔 단지 멸망한 버려진 낙원과, 타천사의 잔당을 망각으로 떨어트리는 괴수만이 남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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